욱하는 성질 잡는 뇌과학
가토 토시노리 지음, 고선윤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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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아무리 정교한 이성이 작동하고 고용량의 뇌를 갖고 있어도 감정, 감정이라는 녀석에 휘둘리는 존재입니다. 이성이 아예 없다면 경솔한 사태를 빚고 나서 후회할 일도 없을 텐데, 나중에서라도 바른 판단이 돌아와서 과거를 반성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후회도 잠시, 이런 실수를 계속 반복하게 되는데 애초에 상황 당시에 욱하는 성질을 참고 나를 바로 통제할 수만 있다면 사후약방문의 오류, 우행을 탓할 여지도 없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의 성격을 잘 다스릴 수 있을까요? 

p21을 보면, 의학박사이자 기업 대표인 저자는 분노라는 감정, 반응에 대해 "원래 잘하지 못하는 것을 알려 줌으로써,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저자는 자신이 만들어낸 용어로 뇌 번지(腦 番地)라는 말을 써서 논의를 이어갑니다. 번지는 우리가 아는, 등기부 등본이라든가 예전 지번 주소에서 쓰던 그 번지하고 뜻이 같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뇌의 번지는 사고, 전달, 이해, 운동, 청각, 시각, 기억, 감정 등의 8개가 있다고 합니다. 이 중 앞의 7개가 "나는 지금 이 상황을 감당 못 한다!"라고 느껴 스트레스를 받으면, 마지막 감정계 번지가 화를 냄으로써 폭발하게 된다는 게 저자의 이론입니다. 

여튼 스트레스를 자꾸 받으면 골병이 들 테니 어떻게 해서라도 풀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게 p77에 나옵니다. 7개의 번지 중 어느 하나라도 "용량이 초과"되었을 때 분노가 치솟아오르는 건데, 7개가 동시에 과부하에 걸리는 건 아니니까(물론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아직은 과부하 아닌 다른 번지로 이 무게를 이동시키면 된다는 게 저자의 제안입니다. 그 중 대표가 유산소 운동인데... 제 생각에 이 유산소 운동이라는 건 분노 조절 목적 외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현대인들은 식탐을 못 참고 과식했을 경우 죄의식(guilt)을 느끼는데, 운동으로 칼로리도 태워 없애고 스트레스도 날리니 일석이조입니다. 

다른 책에서도 이 비슷한 조언을 읽은 적 있는데, 어떤 짜증나고 스트레스 주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를 곧바로 받아들이지 말고, 한 단계 필터링이랄까, 그 상황이라는 걸 말로 표현, 묘사해 보는 것입니다. 물론 입으로 내뱉지는 말고, 마음 속으로만 말입니다. p105를 보면, 나에게 회사의 과장(상사)이 막 화를 낸다, 이럴 때, 그의 감정에 집중하지 말고, 그의 외관 상태를 마치 연극 대본의 지문(地文)처럼 묘사를 해 보라는 겁니다. 이걸 저자는 "사실화"라고 하는데, 의사시다 보니 법정에 출석하여 검증 작업에 협조할 때가 있다고 합니다. 

즉, 조서를 작성할 때 "화를 낸 피고인, 감정이 동요한 피해자" 등의 문구는 당사자가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데, 그런 감정의 상태는 누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장이 화를 낸다, 이 역시도 그게 화를 내는 건지 일시적으로 정신착란, 발작을 일으키는 건지는 내가 엄밀히는 알 수 없습니다. 후자라면 오히려 내가 그를 불쌍히 여겨야 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의 분노 반응에 의미를 둘 게 아니라,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 점에만 초점을 두라는 뜻입니다.  

남녀의 뇌구조 차이(p129)도 저자는 강조합니다. 여자는 좌뇌의 언어 기능이 발달하다 보니 자신의 주관이 중시되고, 남자는 우뇌의 시각에 의존하다 보니 외부의 객관에 더 신경 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자는 말에 민감하고, 남자는 남들이 다 지키는 규칙 위반을 하는 경우 이를 용납 못 한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평소에 말을 할 때에도 남자는 어떤 권위자의 말을 중시하고, 여자는 누가 자기 의견을 물어 주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그러니 타인의 분노를 이해할 때 이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분노를 드러내어도 내게 무슨 불이익이 없다면 화를 내든 말든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피해가 내게 생기니 화를 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p163을 보면 이성에 따른 계산을 평소에 행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합니다. 직장에서 내게 월급을 주는 건 욕 먹는 값도 포함이라는 세간의 우스개도 있습니다만 사실 요즘은 특정한 인재들을 제외하면 조직의 시스템이 일을 하지 개인의 수고에 기대는 바가 예전보다는 적습니다. 나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가고 이 정도가 아니니 상황을 객관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p188에, 화를 잘 내는 사람은 뇌의 특정 회로가 굵어져서 그렇다는데, 책에 체크리스트가 있으므로 한번 점검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키울 필요가 없는 걸 괜히 키워 봐야 나한테 이로울 게 없으니 말입니다. 

책 말미에는 분노 회로를 리셋하는 방법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뇌과학을 떠나 처세의 방법으로도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 날 때마다 곁에 두고 참고할 만한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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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문화이론과 사상
강학순 지음 / 인간사랑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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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에 구조주의 사조를 도입하여 문화와 사회를 보는 시각 자체를 바꿔 놓은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사상과 그 현대적 의의를 강학순 박사가 독창적 관점에서 저술한 책입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우리가 잘 알듯 걸작 <슬픈 열대>를 통해 사회에 기 구축된 구조가 개인의 의식과 가치관을 어떻게 지배하는지를 잘 보여 줬고, 이른바 자유의 영역이 우리 기대만큼 널리 확보된 게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켰습니다. 장자크 루소는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으나 도처에서 사슬에 묶여 있다"고 개탄했는데 사실 그 사슬은 묶인 이들조차 그 제조와 유지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사슬로부터 풀려날 의지도 박약했던 셈입니다. 

흔히 구조주의 4총사라고 해서 푸코, 바르트, 라캉, 알튀세르를 드는데 그 기원은 프랑수아 도스의 <구조주의의 역사>이며 도스는 그에 덧붙여 이 네 사람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레비스트로스라고 합니다(p213의 각주도 참조). 아니면 논자에 따라 알튀세르를 빼고 그냥 레비스트로스를 동렬에 넣습니다만 이는 도스의 워딩과 다르며 강학순 박사가 해당 페이지에서 쓴 바가 정확합니다. 다만 독특하게도 저자는 원어를 괄호 안에 병기하면서도 여기서 4인방이라는 번역어를 사용합니다(중요한 건 아닙니다만). 

p74 이하에서 강학순 박사는 영국의 B K 말리노프스키라는 기능주의 인문학자를 소개합니다. 마르크스가 죽은지 2년 뒤에 태어난 사람이고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거의 부친뻘 되는 연배입니다. 이분의 입장은 기능주의는 기능주의지만 보통은 심리학적 기능주의라고 규정됩니다(구조론적 기능주의와 대조하여). p77에 나오는 대로, 문화란 기본적으로 그에 속한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게 그의 기본 입장입니다. 잔존 개념을 거부하고 당시적합성을 주장하는 점에서 그의 관점은 진화주의와 선명하게 대조됩니다. 

p114 이하에서 베르그송 식의 무기간(無期間) 시간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한국식 비유를 드는데, 검술을 전혀 배운 바 없고 타고난 신체 능력도 특별할 게 없는 어느 고도의 무속인(그런 사람이 실제 있다는 게 아니라)은, 상대가 칼을 쥐고 치고들어오는 모든 동작을 오로지 직관으로만 예측하여 대응합니다. 이때 무속인은 자아가 없는 상태이며, 이 사람이 지금 겪는("내"가 없으니 "겪는다"는 말도 모순이지만 일단) 시간이 바로 무기간 시간입니다. 시간은 원래 무기간 시간이 개념으로서 순수했으나, 과학자들이 시공간(원어로는 space-time이라서 약간 순서가 바뀌기는 했습니다)을 물리학적으로 재규정함으로써 거꾸로 무기간 시간이 예외가 되어버렸습니다. 상대성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이 그 대표입니다. 

레비스트로스에게 열대가 슬프게 인식된 건, 말할 것도 없이 서구인들에 의해 철저히 타자화된 현지인들이 이른바 문명화한 서구 백인들에 의해 다뤄지는 참상을 본 결과였습니다. p144를 보면, 생전에 루소도 비유럽 트리컨티넨트로 향하는 이유가, 미개인들을 정복, 교화, 혹은 그에 대한 시혜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거울삼아 백인들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기 위해서라고 저서 속에 밝혔다고 합니다. 저자 강학순 박사님은, 열대인이건 백인이건 아시아인이건 사람이라면 공통으로 갖고 있는 정신, 마인드의 공통 구조(structure)를 발견하는 게 인문학, 인류학, 철학, 나아가 모든 학문의 궁극적 목표라고 말씀합니다. 레비스트로스 역시도 같은 생각이었겠습니다. 

언어기호와 대상이 아무런 필연적 연계를 갖지 않고 임의성을 띠며(예외도 있습니다) 대상이 언어에 선존하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라는 드소쉬르의 언어학적 구조주의(구조주의의 원류)는 가히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만합니다. 수천 년 전 이미 지동설을 말한 아리스타르쿠스가 있었으니, 파천황의 주장을 전개 완성한 페르디낭 드소쉬르가 오히려 코페르니쿠스보다 더 혁명적인 사고가입니다. 

p236에서 저자는 칼 융 등이 논한 신화의 기능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던 레비스트로스의 관점을 설명합니다. 여기서 그는 이항대대(二項對待. p191, p204에 처음 나옵니다)라는 구조주의 고유의 방법론을 들어, 신화의 의의는 어떤 무엇을 설명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인간의 마음에 과연 무엇이 들었는지를 탐구함으로 족하며 그를 통해 끄집어내는 담론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입니다. 이항대대라는 용어는 binary opposition이며, 강 박사님이 특별히 이렇게 번역하시는 거고 보통은 二項對立이라고들 합니다. 인간의 사유가 구조에 의해 왜곡되고 비합리성을 띠게 하는 대표적인 통로입니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결정적으로 영향받은 문화상대주의의 정초자 말리노프스키는 앞서 말했듯 심리학적 접근을 취한 학자였고 그 점에서 레비스트로스는 (구조조의의 대표자답게) 이를 거부하고 나왔습니다. p235에서 저자가 지적하듯 레비스트로스는 당대의 주류 입장들에 대해서는 물론, 레비브륄, 말리노프스키 같은 자신의 스승격 인물조차 부정하고 나선 반항아였습니다. 또 레비스트로스는 가뜩이나 동양 사상에 대해 생전에 자주 언급, 원용했었는데 저자는 특히 책에서 본인의 동양철학 지론에 바탕하여 레비스트로스를 쉽게 설명하며 이 부분이 독자 입장에서 흥미롭습니다(예컨대 p208의 복합이원구조와 불가의 염화시중을, p235에서 유학의 격물치지와 수퍼합리주의를 연결하는 대목. p495의 유교합리주의 논급도 참조). 7장에서 전개되는 서구 우월론자 길버트 로즈먼에 대한 반박, 극단적 페미니즘에 대한 타매도 독자에 따라 통쾌함을 느낄 수 있겠습니다. 인간사랑의 인문서답게 장정도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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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 - 데이터 관련 요구 사항 파악에서 DBMS의 설계와 응용까지
조민호 지음 / 정보문화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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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빅데이터 시대이기 때문에 어느 회사든 데이터 관리가 무척 중요합니다. 이 빅데이터 강조 트렌드가 늦어도 2018년 경부터는 이미 널리 퍼졌었으므로 어느 회사든 웬만해서는 지금은 다들 DBMS를 돌리고 있는 상태이겠습니다. 책 p20에도 나오듯이, 현재는 대세라 할 만한 것이 RDBMS입니다. 그런데 세상에 영원한 것이란 없고, 천하를 제패한 듯하던 RDBMS도 개별 기업의 상황에 따라 한계가 드러나기도 해서 지금은 살짝 개별화로 가는 추세입니다(그래도 여전히 RDBMS가 다수이긴 합니다. 아직은). p21을 보면 DBMS는 크게 현재 세 가지 부류가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 중 두번째인 NoSQL을 보면, 지금으로부터 6년 전쯤에는 이 유형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들 했었습니다. SQL 그 이상을 지향한다는 뜻이었는데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현장의 수요에는 살짝 포커스가 어긋난 감이 있었습니다. 책에도 나오듯이 현재의 대세인 RDBMS는 어디까지나 SQL 기반입니다. SQL을 모르면 이 주제를 논할 수 없습니다. 

p31을 보면 부울형이 나오는데, 부울은 부울 대수(명제함수)의 개발자 이름(Boole)을 딴 것입니다. 요즘은 외국인 인명 표기에 장음을 쓰지 않기 때문에 불이라고 쓰는 게 맞으나 전산학에서는 시인성 때문인지 이렇게도 여전히 쓰는 것 같네요. 자신의 이름(과 학문적 성과)이,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던 전산 시스템의 기본 원리 중 하나로 채택되어 이렇게 널리 쓰일 것이라고는 부울 자신도 아마 몰랐을 듯합니다. p33을 보면 저자는 "프로그램 언어에서 제공되는 데이터형을 모은 것, 클래스와 배열을 함께 사용하면 테이블형이 된다는 걸 눈치빠른 독자는 느꼈을 것이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우리는 초보 시절, 전산학 책이라면 그저 기술적 지시 사항만 기계적으로 묵묵히 따라배우는 것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공부가 재미도 없을 뿐 아니라, 매뉴얼만 따라하다 몸에 익힌 것 말고는 아무 융통성도 응용력도 발휘 못하는 개발자는 요즘 같은 세상에 살아남기가 어렵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책 곳곳에 심어 둔 유익한 팁도 빠짐없이 익히면서 나의 진짜 실력을 키우는 뚜렷한 장점이 있습니다. 

책 앞에서, 요즘은 꼭 RDBMS가 아니라 개별 기업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시스템을 채용한다는 점을 저자가 지적한 적 있습니다(우리들이 현장에서 보는 바로도 그렇습니다). 그것 관련해서 p48에 설명되는 내용을 유념해서 봐야 하는데, 프로세스 모델링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입니다. 특히 이 부분을 보십시오. "단위 기능 수행을 함수로 표현하면 소스의 길이가 줄어들고, 전체 내용 관리도 편해진다." 요즘 나오는 데이터관리 시스템 논의는, 이처럼 가능한 한 소스를 최적화하여, 전체를 한눈에 개관할 수 있어야 함이 자주 강조됩니다. 이 페이지에는 그림2-3을 통해, 구조적 방법론을 위한 표현 기법을 정리합니다. 그림이라기보다는 표인데, 이 표를 통해 독자는 토픽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라는 게, 여기저기 파편화된 상태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p63에서 저자는 "RDBMS에서 데이터를 다루기 위한 단위는 개체와 속성인데, 개체는 관계 있는 데이터를 묶어주는 게 바로 개체(entity)"라고 한 마디로 설명합니다. 우리가 회사에서 Db를 다루면서, 개체 인스턴스 참조 오류니 뭐니 해서 얼마나 짜증나는 일을 자주 겪었습니까. 이제 그 개체라는 게, 어느 정도 기초 레벨에서 큰 의의를 가지는지 책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같은 페이지에서 저자는, 도대체 RDBMS에서 "관계"라는 게 어떤 종류가 있으며 그것들이 수행하는 기능이 무엇인지를 여섯 가지 유형으로 정리하여 설명합니다. 

정규화. 책 p90에서 저자는 E-R 모델링을 염두에 두고 "불필요하게 중복되거나 애매한 데이터를 제거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보의 무결성을 높이고자 개발된 기법"이라고 저 정규화라는 개념을 요약합니다. 제가 컴퓨터 책 리뷰 쓸 때마다 하는 말이, 소스나 프로그램이 다 같은 게 아니고, 이른바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 같은 현장의 무책임한 주장을 단호하게 쳐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말은 세기말의 어설픈 일부 PC통신 세대들이나 하던 소리입니다. 뜻밖에도 p102에서야 SQL 개념이 처음 언급되는데, 이미 이 책을 보는 독자들이라면 언어 체계 SQL에 대해 익숙하겠다는 전제 때문이겠네요. p118 이하를 보면 데이터타입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는데 p119의 내용들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게 머리 속에 확실하게 정리를 해 두어야 하겠습니다. 

p133을 보면 행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SQL함수의 사용법이 나오는데, 이 책에서 제일 유익한 대목이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설명도 잘 되었을 뿐 아니라 실습 코너에 나오는 예제들이 참 좋습니다. 문자, 숫자, 변환, 일반 함수로 나누어 일일이 소스를 보여 주고, 다음에 바로 이어지는 "테이블을 대상으로 동작하는 SQL 함수" 설명은, 여태 서당개 풍월로 얻어듣던 바로만 일하다가 이제 체계를 잡는 느낌이었습니다. 너무 깔끔하고 유익한 공부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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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25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절대 트렌드 7
권화순 지음 / 메이트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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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글로벌한 경기침체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더할 수 없이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이 저점이라서 치고들어가야 하냐면 그건 또 확신할 수 없습니다. 주식도 저점 잡기가 힘들지만 부동산은 주식하곤 또 다르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한국에서 부동산이 장기 우상향할 수 있는지도 이제는 확신할 수 없는데, 이건희 회장의 대도박이 멋지게 통했던 디램반도체 성공 같은 게 또다시 한국에서 가능할지부터가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경제성장 동력이 마련 안 되면 부동산 역시도 일본 꼴이 나기 십상이라서입니다. 

집없는 이들에게 내집마련의 기회도 주고 노령층 집값 방어도 시켜 주는 전세 대출이라는 게 취지는 좋았으나 변칙적인 갭투자가 만연하고 결국은 조작적이고 의도적인 전세사기 행태까지 만연하게 되었습니다. p80을 보면 어쩌다 이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분석이 나오는데, 사정이 이러다 보니 대출이 규제될 수밖에 없고 전 정부에서 신규 대출을 극구 억제한 건 타당했다고 생각합니다. 22년 대선 당시 각 후보가 대출완화를 공약한 건 포퓰리즘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 이런 상품은 과거라면 미국에서나 가능한 금융상품이라고 여겼는데 어느새 한국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고, 책에도 나오지만 이게 작년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한 달만에 1조원이 넘게 팔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50년 만기라니! 석 달만에 판매가 전격 중지된 이 상품의 예를 보며, 과연 한국의 당국자들이 일을 제대로 하며 금웅기관에 모럴이란 게 있는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몇 년 전 마치 돌아가면서 오르기라도 하듯 지방 부동산이 폭등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작년쯤 대구 아파트 과잉 공급 논란도, 마치 수주대토 각주구검처럼 이미 한물 지나가버린 투기수요가 다시 찾아오겠거니 하는 잘못된 결정에서 비롯했을지도 모릅니다. p127에서 저자는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해 봐야, 이미 이런 지역에 눈길을 주는 건 때가 늦었을 수 있다고 합니다. 거꾸로, 해제가 되었다는 건 이미 이 지역이 별볼일없어졌다는 뜻으로, 일종의 낙인효과마저 발생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이미 수도권, 경기 반도체 벨트 중심으로 나라가 돌아가는 판에 무슨 동인이 있어서 지방 부동산이 오르겠습니까. 영리한 중국인들 장난에 놀아날 뿐이죠. 

p146을 보면 1인 가구는 대단지 중소형, 60㎡(18평형) 이하를 노리라고 합니다. 1인 가구는 원래 청약 시장을 노리기 힘들었는데 이제 제도가 개편되어 이게 가능해졌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85㎡(26평) 이상에서는 4050을 우대하기 위한 목적인데, 다만 책에서는 아무리 제도의 취지가 좋아도, 예를 들어 만점 통장을 갖고 7인(...) 가구가 74㎡에 입주한다는 게 현실성이 있겠냐며 당국의 사려 부족을 비판합니다. 

정책은 돌고돕니다. 한때 폐기되었던 정책도 시류가 바뀜에 따라 다시 채택, 집행될 수 있고, 정권의 좌우도 가리지 않습니다. p167을 보면 이명박 정부 때 실시되었다 이후 중단된 사전청약이 문재인 정부 들어(2021) 다시 도입되었습니다. 이 정책은 올해(2024) 5월 14일(불과 며칠 전입니다)  국토교통부에서 폐지를 발표했습니다. 이 제도 활용해 보려 했던 이들에게는 아쉽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공시가격이라는 게 만인에게 알려진 정보이므로 이를 적극 참조하여 의사 결정을 해야 합니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산정하는데, 드물긴 해도 이의제기를 통해 정정되는 경우가 있긴 했습니다. 19년 성수동 주상복합 갤러리아포레의 경우가 그러했습니다. 다만, 모두가 알듯 이 아파트는 일반 서민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최고가상품이라는 점을 감안은 해야겠습니다. p219를 보면 공시지가 3억원 이하의 지방주택은 양도세, 종부세 산정 시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도 유념해야 하겠습니다. 

"집값은 그래서 과연 떨어질까요 올라갈까요?(p273)" 2020년 이후 한국의 집값은 냉탕과 열탕을 오갔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지난 10년 간은 초저금리 시대였습니다. 그러던 게 코로나19를 거쳐 미국이나 한국이나 시중에 돈이 과하게 풀려 인플레이션이 유발되고, 우리가 지금 이처럼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이 돈을 거두어들이려다 보니 미국에서는 40년 전 폴 볼커처럼 온갖 원성을 들어가며 고금리 정책을 펴는 것입니다. 금리가 높다는 건, 이른바 영끌로 무리하게 대출을 해서 내집 마련을 한다, 이런 선택은 매우 곤란해진다는 걸 뜻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오히려 역으로 치고들어가서, 이럴 때야말로 내 능력에 맞게, 무리하지 않으면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직장,  자신의 잔고 등을 종합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한다면, 주식 시장도 그러하듯 역발상이 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큰 돈이 걸린 선택이니만치, 모든 정보를 차근히 수집하여 현명한 선택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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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버려둬
전민식 지음 / 파람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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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장르물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정말로 동시대인들이 현실에서 이 비슷한 공포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현실이 너무도 만족스러워서 가상으로라도 지옥을 맛보고 다시 복귀하는 짜릿함을 체험하고 싶어서(마치 미국 상류층의 go slumming처럼)가 아니라, 까딱 잘못하면 이렇게 된다는 불안이 히스테리 아닌 카나리아의 울음 비슷하게 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전민식 작가의 이 신작 장편도 먼 미래가 접어든 가장 섬뜩한 평행우주라기보다 그저 우리가 사는 이 현실의 메타포어라고 저는 읽었습니다.  

주인공 탁수가 사는 세상은 이미 망해서 각 개인이 고립된 자기 위치에서 부품처럼 정해진 단순노동만 행할 뿐입니다. 맑은 물도 마실 수 없고 사방이 산성물(p156)입니다. 이미 수자원 자체가 부족해서 오수, 하수를 화학적으로 정화하여 마시기도 하고 변기도 내리고 몇 번을 반복해서 쓰지만 아무 문제 없다는 듯 다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잘 살아갑니다. 100세가 넘은 노인들이라야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그대로 마실 수 있었다(p8)."고 회고할 수 있는 판입니다. 그런데 사실, 원래부터 전지구상에서 생수를 별 가공 없이 섭취해도 되는(되었던) 자연조건은 한반도 외에는 별로 없습니다. 여튼 주인공 이름부터가("濁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세상은 맑은 물만 부족한 게 아니라 태양광도 부족한데 뭐 우리도 미세먼지 때문에 고생하는 건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더 삼각한지도. 

젊은이들 다수는 페달러라고 해서 동력을 단순 육체노동으로 생산하는 직역에 속합니다. 사회가 크게 망가져서 화력, 수력, 원자력 등에 의존할 수 없게 되었나 봅니다. 쉽게 상상이 되지만 아무런 미래 비전도 없고 보람도 안 느껴질 일입니다. 다만 페달링이 없으면 그대로 사회가 멈춰 버리겠기에 체제에서는 젊은이들에게 일종의 세뇌를 통해 직업 헌신에의 이유를 부여하며, 비교 대상도 없으니 자신의 처지가 낫다 못하다 판단할 여건도 못 됩니다. 이는 미래 디스토피아의 풍경이라기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으로 봐도 됩니다. 마실 물을 함부로 못 마신다는 것, 다수 젊은이들이 이륜이동수단을 통해 배달업에 종사하며 젊음을 소진하고 내일의 향상에 대한 비전을 거세당하는 게 지금 우리 사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도 않습니다. 

"알고 보니 몸의 힘은 근육이 아니라 손가락 끝에서 나오더라.(p33)" 글쎄 어떤 비유적인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몸은 알고 보면 하나하나가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체했을 때 손가락을 따면 갑자기 살 것 같아지는 이유도 같겠습니다. 콩은 비교적 쉽게 재배할 수 있고 단백질원이기도 해서 하층민들에게 권장해 온 게 실제 역사이기도 했는데 일제강점기에도 한반도에서 주식인 쌀은 일본으로 수탈하고 만주에서 잡곡을 대량 생산하여 식민지 주민들의 영양원으로 배분했습니다. 또 가난한 라틴 아메리카에서도 기층 농민의 주식이 콩이라서 beaner라는 말 자체가 비칭 멸칭입니다(지금도). 소설에서 콩 이야기(p71)가 나오는 건 아마도 이런 사정 때문이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콩은 정말 좋은 음식이니 우리들은 열심히 먹어도 될 듯합니다(ㅋ). "궤도에서 시작해 궤도로"는 이 소설에서 노동자들을 선동하는 일종의 구호인데, "기다리는 시간은 가지 않는다(p45)"는 아마 영어 속담 "A watched kettle never boils"의 변형인 것 같습니다. 

"페달러야 (또) 구하면 되지(p59)." 이 퉁명스러운 공장장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페달러는 언제 어디서나 대체 가능한 소모품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36, p24에서 보듯 탁수는 마스터로 승진하는 걸 싫어합니다. 마스터는 그저 직급이 아니라 따로 군락지가 있을 만큼(p30) 아예 다른 계급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수는 승급을 싫어하는데 세뇌가 착실히 진행되어서? 혹은 지금도 한국 대기업 생산직이 그렇듯 오히려 현장일이 책임도 없고 대우가 더 나아서? 아니면 최고의 페달러(p163, p97)라는 자부심? 그건 아니고 감시와 통제라는 관리직의 비인간적 직무에 대한 거부감 때문입니다. 

소설 초반에는 브랜디가 장수 입에서 언급되었고, p65를 보면 사과주(p132)인 칼바도스가 나옵니다. 이건 독주에 속하는데 레마르크의 <개선문>에서 얘가 하는 일이 있죠. 본래부터가 노동자 입맛에 맞는 술입니다. 독한 술이 필요할 만큼 페달링은 충분히 고된데 공장장은 빈 자리를 베이지색 인아리라는 여성으로 채우고 "궤도에 적합한 몸(p79)"이라며 이상한 합리화까지 합니다. 궤도에 적합한 몸도 있고 더할수없이 깨끗하고 신성한 몸(p161)은 또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p106에 나오듯이 여자는 괴력을 발휘하고... 과연 공장장 안목이 보통 안목은 아님을 증명하긴 하네요. 하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p122에 나오듯이 뒤의 동료 호흡이 들려야 하는데 아리는 안 들렸다고 하니 말입니다.   

"세상의 끝은 세상의 시작(p211)" 죽음은 어떻게 보면 또다른 삶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꿈이 알고 보면 과거 기억(p219)의 변형된 잔해이기도 하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오래 전에 시간의 순리를 배반했다는 게(p187)... 김히로의 죽음부터 해서 이 세계의 진실은 어쩌면 예상 외로 단순하며, 아마도 금기시된 지하로 가 봐야 알 수 있을지 모릅니다. H G 웰스의 <타임 머신>에서 지하에 또다른 세계, 지옥 비슷한 게 있었듯... 오류가 무서운 건 그 너머에 그보다 더한 오류가 도사릴 수 있어서이겠는데, 그래도 궤도 끝에 또 같은 위대한(p125), 또 고귀한(p149) 궤도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징그러니우까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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