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시간 책쓰기의 기적
황준연 지음 / 작가의집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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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목표, 혹은 대상을 충분히 사랑하고, 꾸준한 노력을 가하면 안 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황준연 대표의 이 신작 p32를 보면, 중국에 거주하던 어떤 평범한 아버지가 낳은 기적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놀라게 됩니다. 이 아버지에게는 멘케스 증후군을 앓고 있던 아들이 있었는데, 고졸 학력밖에 없던 그 부친이 온갖 논문을 찾아 읽고 마침내 아들을 낫게 했습니다. 황 대표의 서술대로, 신약 개발까지는 아니고 기존 처방의 성공적인 재현에 불과하지만 여튼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입니다. 빅파마라고 해도 신약 개발은 결코 쉬운 게 아닙니다. 이분의 이름은 쉬웨이(徐偉. 서위)인데 나무위키에도 항목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대만, 미국, 영국 등의 세계 유명 매체에서 3년 전에 이미 보도한 내용이므로 그 진위에는 의문이 없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누구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황 대표처럼 훌륭한 저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p50에서 황 대표는 잘 쓰려면 무엇보다 꾸준히 읽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투입되는 자원이 없는데 산출되는 결과물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읽고 또 읽으면 지식이 자연스럽게 차오르고 넘치며 그때 비로소 책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는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 대전연일)라는 일본의 경제학자는 시간을 달리쓰고, 사는 곳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두고 인생을 바꾸는 3대 조건(p70)이라고 칭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셋을 모두 충족시키는 게 바로 독서라고 합니다. 독서를 통해 나는 다른 곳을 간접으로 찾으며, 또 다양한 필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니 한 가지 활동으로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셈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제목이 독자들에게 바로 다가오지 못하면 그 책은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듭니다. 많은 독자를 만나지 못하면 그 책은 그 좋은 내용을 널리 전파하지 못하고 묻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p93 같은 곳에서 제목을 잘 지으라고 충고합니다. 저자는, 사람도 그 사람을 처음 몇 초 동안 만나고 결정되는 이미지가 그 사람의 모든 평가를 좌우한다고 말하면서, 책 역시 제목으로 사람을 첫눈에 확 끌지 못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알려 줍니다. 실제로 저자도 많은 양의 책을 구입하고 읽어 내는데 제목에서 끌리느냐 아니냐가 기준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p105에는 좀 놀라운 이야기가 나옵니다. 황 대표의 어떤 지인분은 원고를 조금도 안 쓰고, 오직 출판기획서만 갖고 두 건이나 단기간에 출판사와 계약을 마쳤다고 합니다. 저는 처음에 미집필 상태에서 계약했다는 게 무슨 뜻인지를 몰라서 다시 읽어 보았는데, 기획 자체가 시장성이 있으므로 계약까지 갔다는 뜻이었습니다. 기획만 좋다고 다 시장에서 히트를 치는 건 아니고 여러 건을 띄우면 그 중에 뭐 하나가 히트작이 나오기 마련이며 나머지의 손실분을 메꿉니다. 글 잘 쓰는 사람과, 황 작가처럼 히트작을 내는 사람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는가? p107에 답이 나옵니다. 목차를 잘 쓸 수 있는가 아닌가의 차이이며, 목차가 나온다는 건 책을 만들기 위한 구조가 머리 안에 자리잡혀 있다는 뜻이니 말입니다. 

KBS의 <인간극장>은 유명인이 나오지 않는데도 장수프로그램입니다. 그 비결이 어디에 있을까요? p142를 보면 아무리 좋은 책을 써도 자신이 효과적인 홍보를 하지 않으면 그 책이 팔릴 수가 없다고 나옵니다. 저도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작가분들이 꼭 들러서 책을 읽어 달라고 홍보도 하시고 부탁도 하시는데, 다들 열심히 하시는 분들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같은 평범한) 독자들이 시선을 일단 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또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주제부터가 본인이 쓸 수 있고 감당이 되는 그런 주제라야, 처음의 그 당찬 의도를 완성물로까지 빚어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하루 1시간의 (효율적인) 노력만으로도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씀이 특히 설득력 있는 건, 저자 본인이 그런 모범을 스스로 보여 준 분이라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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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 두뇌가 좋아하는 스도쿠 120 : 초급 수피아 두뇌 훈련 시리즈
수피아 편집 기획팀 지음 / 수피아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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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앞날개를 보면 두뇌를 건강하게 만드는 7가지 방법이 나옵니다. 하나하나가 다 도움이 되는 지침들인데, 그 중에서도 1) 규칙적인 운동하기(피지컬) 5) 스도쿠 같은 문제를 풀면서 두뇌 운동하기가 제게는 특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문제 푸는 데에 힘이 들어지는 게 사실인데, 그렇다고는 해도 일찍 포기해 버리면 이제 이 부분은 쓰지 않는구나 하고 몸이 판단해 버린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때부터 신체(두뇌 포함) 그 기능은 급격히 퇴화합니다. 작게라도 꾸준히 그 기능을 써버릇해야 못쓰게 되지 않으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풀이에 큰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효과는 효과대로 나는 아주 유익한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에는 모두 120개의 퍼즐이 들어 있습니다. 아마 이 스도쿠라는 퍼즐을 평소부터 즐겨 풀어 오던 시니어분들은 아마 나름대로의 비결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생전에 제 부친이, 요즘 말로는 베딕 수학이라고 하는 기술들을 매우 잘 쓰는 분이었는데, 친구가 제 집에 놀러 왔을 때 걔한테 아주 멋진 요령으로 가르쳐 주는 걸 보고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정작 아들한테는 아무 말도 않고 말입니다. 아마 아들은 공부를 잘하니까 이런 잔기술은 안 가르쳐 줘도 지가 알아서 잘 하겠거니 생각하셨던 듯합니다. 스도쿠도 노년에 들어 재미있게 하셨는데 여튼 이런 스도쿠 교재만 보면 돌아가신 부친 생각이 저는 납니다. 

p5, p6과 p7을 보면 스도쿠를 쉽게 푸는 요령이 나옵니다. 물론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스도쿠 책들은 서두에 이런 요령이랄까 택틱스 같은 것을 제시합니다. 저도 여태 스도쿠 책 여러 권을 블로그에다 리뷰했습니다만 그 중에는 이 책에서 제시한 팁들이, 뭐랄까 스도쿠 구조의 본질을 짚은 그런 설명이라고 생각이 되더군요. 많이 열려 있는 숫자를 보라, 행, 열 중 같은 숫자에 집중하라, 이미 채워진 숫자를 주목하라, 그리고 전체를 보라 등 네 가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교재를 직접 참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스도쿠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아니 이게 대체 뭔가, 십자말풀이처럼 글자를 써 넣는 것도 아니고... 라며 당황하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p4에 설명이 나옵니다. 그 규칙은, 겹치는 것 없이 가로세로대각선에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써 넣는 것입니다. 합이 맞아야 한다거나 할 필요는 이 책에서는 없고, 이 간단한 규칙만 지키면 됩니다. 대체로, 스도쿠는 공개된 숫자들을 감안하고서 풀면, 정해잔 답은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p38을 보면 29번째 퍼즐이 나오는데, 오른쪽 상단에 보면 날짜를 적는 난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처음에 문제를 풀 때는 연필로 풀고, 이후에 다시 풀 때를 대비해서 첫 풀이는 지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풀이 방법이 나왔지만, 작은 사각형 9개 각각에 일단 겹치는 숫자가 없어야 하며, 큰 사각형 9×9를 보면 가로와 세로에 겹치는 숫자가 또한 없어야 합니다. 단, 큰 사각형의 대각선 아홉 칸은 겹치는 게 있어도 무방합니다. 만약 이런 제한까지 두면 문제 풀이가 더 복잡하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문제 출제의 난이도가 높아질 뿐 풀이가 어려워지는 건 아닙니다. 

보통 아홉 칸 중 가로줄에는 여섯 개의 숫자가 차는 게 최대한입니다. 일곱 개의 숫자가 차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없다고 봐도 됩니다), 여섯 개의 숫자가 차는 줄도 두 개 이상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만약 가로줄에 여섯 개 숫자가 이미 채워진 줄이 하나라면, 세로줄에는 여섯 개가 채워진 게 없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이건 본인이 직접 출제를 해 보면 경험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p91의 82번 문제를 보면 이 문제는 여섯 개는커녕, 다섯 개가 채워진 줄조차 단 한 개도 없습니다. 가로 세로 모두 네 개가 고작인데, 대신 한 개나 두 개가 채워진 줄도 적으므로 난이도가 높아진 건 아닙니다. 단, 많이 채워진 줄부터 공략하는 게 습관이 된 독자라면 이런 유형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편집이 깔끔하고 글자 크기가 커서 나이드신 분들이 보기에 편한 게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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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게 준 길입니다 - 스치는 바람 소리도 하나님 세상
장진희 지음, 김주은 일러스트 / 샘솟는기쁨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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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에게 있어 믿음의 씨앗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뿌려지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반도 최남단에 가까운 전라남도 순천은 그 경치도 아름답고 예전부터 사람들 살림살이도 풍요로웠던 고장입니다. 이곳에서 태어나 개척목회자 김영춘 목사님과 결혼하신 저자 장진희님은 한국적 풍토에서 목사 사모로 사는 고충과 애환이 어떤 것인지 토로하십니다. 지금껏 개척교회 목사님들이 쓴 책은 여러 권 읽고 리뷰도 올렸습니다만 목사님 배우자께서 쓰신 책은 처음 읽어 봤는데, 재미도 있고 뭔가 생각해 볼 부분도 많았습니다. 이번이 두번째 책이고 국민일보에도 칼럼을 게재해 오신 분이라고 나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세상의 모든 딸들은 묘하게도 그 어머니를 닮아가며 자신의 생 한 계단 한 계단을 밟는 듯합니다. p34를 보면 약초를 캐며 가사노동을 하시다 자라가는 딸을 보며 환히 웃으시던 자신의 어머님을 회상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모든 자녀들은 그 어머니의 땀방울이 하나하나 맺혀 이뤄진 결실이라는 문장이 어느 독자에게건 뇌리에 또렷이 남을 듯합니다. "비가 개면 여태 쓰고 온 우산을 아무데나 두고 잊는 것처럼" 우리는 과연 고마운 부모님의 은혜를 그저 당연하게 생각하며 무심히 지나친 건 아닌지 가슴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는 독자들은 익히 알듯이 둘째따님 솔양이 소아암으로 투병중이었고 현재도 종양이 다리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던 분이 어느새 성인이 되어 첫출근(p95)까지 했으니... p81, p159를 보면 MRI 촬영비가 보험 적용이 되어 환급을 받으셨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보통 우리들은 작은 금액이라도 페이백이 되면 그 순간 만족감이 듭니다. 그러나 장진희 저자께서는 이런 소식조차 마뜩지 않은데, 3대 소아암에 포함되어 환급된다는 건 딸이 오진된 게 아니라고, 틀림없이 암이라고 나라에서 확인해 준 셈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장이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철 이른 낙엽 하나가 슬며시 곁에 있어 준 게 고맙다고 했던가! 하나님은 그 강한 힘으로 새롭게 하심에 나는 감사한다." 정말 멋진 말입니다. 저는 기독교 구약 시편의 저 구절을 참 좋아하는데, 새롭게 되지 못하는 건 곧 죽은 것 아니겠습니까. 

인천 계양구 효성동에 자리한 그이름교회, 올해로 창립 21주년이 된(p197) 이 교회에서 여느날처럼 강대상을 꽃으로 장식하던 저자께서는 지금까지 소통하던 권사, 집사님들을 한 분 한 분 떠올려 봅니다. 개척교회야 목사님의 수고가 가장 크겠지만 본래 교회라고 하는 곳은 모든 성도들의 피와 땀이 어울려 세워지고 한 발 두 발 함께 나아가는 공동체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알기로도 이곳 계양구는 유난히 개척교회가 많은 곳이고 그만큼 서민들의 애환이 묻어나는 동네입니다. 목회가 치열한 소통의 과정이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고독의 시간이 더 밀도높게 찾아오더라는 말씀도 인상깊습니다.  

"장선생님은 (목사) 사모감이 아닙니다(p154)." 세상에. 내가 어떤 호감을 표현했던 남성이 저런 답을 내놓았다면 그 실망감이 차라리 황당함으로 변할 만도 합니다. 그러나 일견 퉁명스럽게도 들리는 저 말씀 안에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사실은 깃든 것입니다. 개척교회 사모님 앞에 놓인 고생길이 훤하게 보녀서가 아니겠습니까. 사실 21세기 한국에서 그 어느 여성도 개척교회 사모님 노릇을 기꺼이 맡으려는 분이 과연 있겠나 싶을 만큼이죠. "강은 인간의 것이 아니어서 흘러가면 돌아올 수 없다. 길은 인간의 것이어서 마을에서 마을로 이어지며 그 위를 걷는 자가 바로 그 길의 임자"라는 구절(p177)도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그부터는 길도 엄청 옹상스러운디 더 들어갈라고?(p32)" 엄마가 딸을 걱정하는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그런데 저자님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엄마는 그 험한 산길을 어떻게 겁도 없이 약초를 캐러 들어갔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더라는 것입니다. 길은 용기 있게 그 어두운 곳을 대담히 개척한 사람에 의해 비로소 생기는 것이며, 그 용기는 자녀 사랑을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는 부모님들에 의해 발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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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시대 - 로맨스 판타지에는 없는 유럽의 실제 역사
임승휘 지음 / 타인의사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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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부 시절 명성이 지금까지도 후배들 사이에 자자한 임승휘 교수님이 쓴 중근세 유럽 분류사 주제 서적입니다. 대중서로 쉽게 쓰였지만 역사 마니아들도 종종 간과하는 좋은 포인트도 짚어 주셔서 여러 모로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서나 선민의식이란 건 존재했었습니다. 사람은 스스로가 자신이 없어도 그 속한 집단에 대해 느끼는 긍지로 자존을 (어느 정도는) 대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나 사회는 때로 없는 사실까지 부풀리면서 단결을 자극하는 건데... 이 책 p18에 나오는 스페인 사람들의 레콩키스타 시대 선민의식이란, 그 근거가 없지 않았고 국운이 이 정도로 잘 풀리면 자부심, 국뽕(?)에 젖어들 만도 했습니다. 

그런데 선민의식과 선민의식이 충돌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 시기 이베리아 반도 일대에서 벌어진 극심한 반유대주의 운동은 그 부작용 때문에 나중에 결국 카스티야-아라곤 왕국의 미래까지 암울하게 만들었습니다. 반면 한참 후 대영제국이 잘나갈 때 적어도 그들은 반유대주의로 제국의 엔진에서 스스로 김을 빼지는 않았습니다. 똘레랑스가 어느 상황에서나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능력 있는 사람은(설령 꼴보기 싫어도) 내 곁에 둬야 나한테 이로운 법입니다. 

사람은 크게 될 사람일수록 자신의 협소한 울타리 안에 머물러 있지 말고 바깥 세상을 두루 둘러봐야 합니다. 저는 예전에 유시민씨의 어느 책(초판)에서 그런 구절을 읽었는데, 애덤 스미스가 교수 시절 타운셴드 재무상(스미스와 같은 또래입니다)의 의붓아들(재혼 부인이 데려온, 죽은 전남편 소생 장남)의 가정교사 자격으로 그랜드 투어(이 책 p70)를 수행했을 때, 그 공작의 장남이 그 여행으로 얼마나 큰 사람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애덤 스미스는 그 여행의 전과 후가 완전히 달랐다는 게 그 저자(유시민씨)의 평가였습니다. 

그런데 스미스와 버클루 공작(스미스의 제자) 사이는 대략 20년 정도 나이 차가 나며, 버클루 공작은 나중에 제국의 존립을 위해 정치적, 군사적으로 제법 큰 역할을 합니다. 의붓아버지 타운셴드 본인은 자작 가문의 차남이며 따라서 부친의 작위도 세습하지 못했습니다(나무위키 같은 데서 타운젠드 공작이라고 나오는 건 명백한 오류입니다). 애덤 스미스라는 사람이 경제학의 시조이므로(저도 전공이 경제학입니다) 인류 역사에 끼친 영향이야 그 누구라도 스미스의 업적에 감히 비길 바가 못 되겠으나, 적어도 18세기 말 당대에는 헨리 스코트, 즉 제3대 버클루 공작이 스미스보다 훨씬 유명한 사람이었겠습니다. 

또 헨리 스코트가 어렸을 때 찰스 타운셴드가 선심이나 쓰듯 오버스펙 가정교사를 붙였다거나 현재 가치로 대개 17억원이 넘는(이 책 p80) 그랜드 투어를 시켜 준 게 아니고, 그 죽은 부친의 유산과 명예에 합당한 대우를 그 아들에게 법정대리인의 당연한 의무로서 행했을 뿐입니다. 타운셴드(Townshend)는 그 이름도 한국어로 자꾸 타운젠드로 잘못 표기되는데(예를 들면 한국어 위키백과나 나무위키 같은 곳에서) 이건 아무 근거가 없습니다. 참고로, 이 책에 찰스 타운셴드나 애덤 스미스 이야기는 나오지 않으며 그랜드 투어 토픽이 나와서 제가 서평자로서 잠시 여담을 해 봤습니다. 제 서평을 읽어 온 분들은 이미 아는 분위기죠. 

p97에 문장(紋章)에 대한 재미있고 정확한 설명이 나옵니다. 이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꼭 저자께서 유럽 귀족 가문의 문장(heraldry) 이야기를 해 주셨으면 하고 기대했는데 정말로 있어서 독자로서 아주 만족했습니다. 일본 전국시대 마니아들도 문장만 나오면 아주 환장을 하죠. 이 책은 문장들을 전부 천연색 도판으로 제시해 주는데다 권위자(즉 이 책 저자)의 적확한 설명까지 곁들여져 너무도 만족스럽게 읽었습니다. 이런 책은 원래 이런 맛에 보는 것입니다. 

p175 이하에는 1대 버킹엄 공작인 조지 빌리어스 이야기가 나옵니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미칠 듯 재미있는 장편 <삼총사>를 보면 이양반이 캐릭터로도 등장하는데, 이야기의 재미를 몇 배로 늘려주는 게 바로 이 캐릭터의 기여입니다. 물론 이 사람은 역사상의 실존인물이기도 한데, 왕비 등이 명백한 불륜(아동문학가 조풍연씨가 윤색을 한 버전이었는데도)을 대체 왜! 저지르는 건지 어렸을 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뭐 제가 커서 펭귄 영문번역판(원본은 당연 불어입니다. 전 아직 못 읽어 봤습니다)으로 통독해도 특별한 건 없었고 결국 그의 잘생긴 외모와 쩔어주는 말빨이 비결이었다는 건데, 임승휘 교수님이 이 챕터에서 자신만의 솜씨로 재미있게 들려 주므로 적어도 이 파트만큼은 꼭 읽어들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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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2학기 급수표 받아쓰기 - 2022 개정 교육과정, 초등학교 입학하면 꼭 하는 초등 급수표 받아쓰기
컨텐츠연구소 수(秀) 지음 / 스쿨존에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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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2학기 과정은 아직 많이 어렵지는 않으나 그래도 아이들이 서서히 공부라는 것에 부담을  느껴가기 시작할 때입니다. p3에 나오듯이 받아쓰기 급수표는 학교에서 미리 다 나눠 주고 시작하는 시험인데도, 꼼꼼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원하던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공부에 대해 미리 흥미를 잃지 않게 격려해 주고, 좋은 교재를 통해 계속 집중할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스쿨존에듀의 좋은 책들이 이 과정에서 일정 몫을 해 줄 것 같다는 개인적 기대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급수는 모두 15급까지인데 숫자가 클수록 어려워집니다. 당연히 1급부터 시작이며, 이 교재에서도 바른 자세를 먼저 잡고 글씨를 쓸 것을 권합니다. 역시 바른 자세가 모든 공부의 출발이라는 점은 어디서도 변하지 않습니다. p24를 보면 3급 받아쓰기 텍스트가 나오는데 "연필심이 닳았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닳" 같은 음절에 왜 겹받침이 쓰이는지 아이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일단은 지금 단계에서 그렇다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같은 나이의 미국, 영국, 프랑스 아이들은 이 점에서 한국 아이들보다 훨씬 불리합니다. 아예 맞춤법의 일관된 원칙이라는 게 없으니 말입니다. 8번 문장 "오늘 하루 어땠니."도 잘 생각해 보면 마냥 쉬운 받아쓰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받아쓰기를 정확히 수행하려면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이 바르게 읽는 단계입니다(p29). 5번 문장 "우유를 쏟을 뻔했다."도 은근 까다로운데, 발음도 쓰기도 그닥 만만치 않겠고, 1학년 2학기를 거치는 아이들이 "~할 뻔하다"라는 관념도 과연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지 저는 걱정이 됩니다. 고통스럽지만 어른으로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지식들을 잘 습득하여 따라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교재는 다른 책들과 다를 바 없이 세로편집인데, 때에 따라서는 가로용지에 아이들이 무엇을 써야 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매 급수 단원이 끝나는 대목에 편집방향을 가로로 바꿔서(가로가 세로보다 더 긴 사이즈를 가리킵니다), 가로쓰기에도 아이들이 적응하도록 돕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커서 대입 논술 같은 걸 하려면, 이 정도 폭에 아래로 길이만 더 길어진 용지를 접할 것입니다. 글씨 바르게 쓰기도 연습을 해야 하는 게, 논술도 아무리 내용이 우수하다 한들 글씨가 나쁘면 채점진에게 어필이 될 리가 없습니다. 

7급 받아쓰기가 제시된 p47을 보면 "바닷속에 가라앉고 배 안에 쌓여"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바닷속이라고 사이시옷이 들어간 합성어라서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저렇게 쓴다는 건 어른들도 모르는 수가 있습니다. "숲으로 왔어요!"에서처럼 느낌표 등의 문장 부호는 칸 하나를 온전히 다 차지한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이런 것도 주의력이 뛰어난 아이는 어른이 일일이 지적하지 않아도 하나하나 잘 생각하여 재현하는데, 못하는 애들이 꼭 있습니다.

p54에는 "젊어지는 샘물"이라는 텍스트가 나옵니다. 제가 교과서를 다 읽지 않아서 모르는데, 아마도 마시면 젊어지는 효과가 나는 샘물이 있나 봅니다. 아이들한테는 그런 샘물이 딱히 무슨 의미가 없겠지만, 이 교재로 아이들을 지도하는 학부형들이나 교사들은 비싼 피부 시술 없이 그냥 마시기만 해도 주름이 없어지는 샘물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p59의 9급수 텍스트를 보면, "한 획을 더 그으면"이란 문장이 있는데, 아마 획(劃)이란 개념도 아이들은 뭔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저희 때에는 과연 1-2에 획이란 말을 배웠었는지 곰곰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p73을 보면 "뛰어놀았어요"에서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데 "뛰어놀다"가 하나의 단어라서 그렇습니다. 이것도 머리가 좋은 애들은 예리하게 보고 여기서 칸을 안 띄우는 게 무슨 이유가 있어서라고 벌써 마음에 정리를 해 놓습니다. 어른들도 많이 틀리는 "안 돼요"가 8번 텍스트에 나오는데, 아이들은 1-2 과정에서도 배우는 이런 쉬운 맞춤법을 어른들이 틀린다는 사실에 크게 웃을 수도 있습니다. 이 책 서두에 나오는 대로, 아이들에게는 끝없이 칭찬 같은 걸 해 줘서 마음 속에 자신감을 채워 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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