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게 준 길입니다 - 스치는 바람 소리도 하나님 세상
장진희 지음, 김주은 일러스트 / 샘솟는기쁨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개인에게 있어 믿음의 씨앗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뿌려지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반도 최남단에 가까운 전라남도 순천은 그 경치도 아름답고 예전부터 사람들 살림살이도 풍요로웠던 고장입니다. 이곳에서 태어나 개척목회자 김영춘 목사님과 결혼하신 저자 장진희님은 한국적 풍토에서 목사 사모로 사는 고충과 애환이 어떤 것인지 토로하십니다. 지금껏 개척교회 목사님들이 쓴 책은 여러 권 읽고 리뷰도 올렸습니다만 목사님 배우자께서 쓰신 책은 처음 읽어 봤는데, 재미도 있고 뭔가 생각해 볼 부분도 많았습니다. 이번이 두번째 책이고 국민일보에도 칼럼을 게재해 오신 분이라고 나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세상의 모든 딸들은 묘하게도 그 어머니를 닮아가며 자신의 생 한 계단 한 계단을 밟는 듯합니다. p34를 보면 약초를 캐며 가사노동을 하시다 자라가는 딸을 보며 환히 웃으시던 자신의 어머님을 회상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모든 자녀들은 그 어머니의 땀방울이 하나하나 맺혀 이뤄진 결실이라는 문장이 어느 독자에게건 뇌리에 또렷이 남을 듯합니다. "비가 개면 여태 쓰고 온 우산을 아무데나 두고 잊는 것처럼" 우리는 과연 고마운 부모님의 은혜를 그저 당연하게 생각하며 무심히 지나친 건 아닌지 가슴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는 독자들은 익히 알듯이 둘째따님 솔양이 소아암으로 투병중이었고 현재도 종양이 다리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던 분이 어느새 성인이 되어 첫출근(p95)까지 했으니... p81, p159를 보면 MRI 촬영비가 보험 적용이 되어 환급을 받으셨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보통 우리들은 작은 금액이라도 페이백이 되면 그 순간 만족감이 듭니다. 그러나 장진희 저자께서는 이런 소식조차 마뜩지 않은데, 3대 소아암에 포함되어 환급된다는 건 딸이 오진된 게 아니라고, 틀림없이 암이라고 나라에서 확인해 준 셈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장이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철 이른 낙엽 하나가 슬며시 곁에 있어 준 게 고맙다고 했던가! 하나님은 그 강한 힘으로 새롭게 하심에 나는 감사한다." 정말 멋진 말입니다. 저는 기독교 구약 시편의 저 구절을 참 좋아하는데, 새롭게 되지 못하는 건 곧 죽은 것 아니겠습니까. 

인천 계양구 효성동에 자리한 그이름교회, 올해로 창립 21주년이 된(p197) 이 교회에서 여느날처럼 강대상을 꽃으로 장식하던 저자께서는 지금까지 소통하던 권사, 집사님들을 한 분 한 분 떠올려 봅니다. 개척교회야 목사님의 수고가 가장 크겠지만 본래 교회라고 하는 곳은 모든 성도들의 피와 땀이 어울려 세워지고 한 발 두 발 함께 나아가는 공동체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알기로도 이곳 계양구는 유난히 개척교회가 많은 곳이고 그만큼 서민들의 애환이 묻어나는 동네입니다. 목회가 치열한 소통의 과정이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고독의 시간이 더 밀도높게 찾아오더라는 말씀도 인상깊습니다.  

"장선생님은 (목사) 사모감이 아닙니다(p154)." 세상에. 내가 어떤 호감을 표현했던 남성이 저런 답을 내놓았다면 그 실망감이 차라리 황당함으로 변할 만도 합니다. 그러나 일견 퉁명스럽게도 들리는 저 말씀 안에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사실은 깃든 것입니다. 개척교회 사모님 앞에 놓인 고생길이 훤하게 보녀서가 아니겠습니까. 사실 21세기 한국에서 그 어느 여성도 개척교회 사모님 노릇을 기꺼이 맡으려는 분이 과연 있겠나 싶을 만큼이죠. "강은 인간의 것이 아니어서 흘러가면 돌아올 수 없다. 길은 인간의 것이어서 마을에서 마을로 이어지며 그 위를 걷는 자가 바로 그 길의 임자"라는 구절(p177)도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그부터는 길도 엄청 옹상스러운디 더 들어갈라고?(p32)" 엄마가 딸을 걱정하는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그런데 저자님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엄마는 그 험한 산길을 어떻게 겁도 없이 약초를 캐러 들어갔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더라는 것입니다. 길은 용기 있게 그 어두운 곳을 대담히 개척한 사람에 의해 비로소 생기는 것이며, 그 용기는 자녀 사랑을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는 부모님들에 의해 발휘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