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살아남는 실전 추세매매기법 - 20년간 연평균 153% 수익률을 기록한 시스템
토마스 카 지음, 김태훈 옮김 / 이레미디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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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Trend Trading for a living입니다. 대체 개인투자자란, 시장의 대세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이라는 게 지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변화무쌍하고 엄청난 불확실성에 노출된 증시에서 높은 승률을 지속한다는 게 너무도 어렵습니다. 자칭타칭 투자의 신, 고수들도 많다지만 막상 계좌를 까 보면 별 특별한 게 없을 가능성이 크죠. 사정이 이런 판에, 주식투자만으로 꾸준히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면(make it for a living) 그건 대단한 재주입니다(무슨 대박이니 뭐니 하는 건 감히 바라지도 않고요). 전업 투자를 추세매매(trend trading)로 가능하게 만든다는 토마스 K 카 CEO의 2019년 화제작이 이레미디어에서 드디어 번역되었는데, 종래 그의 입장이라고 잘못 알려진 것들, 또 독자의 개인적인 착각이나 해로운 버릇 같은 것을 이번 독서에서 바로잡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확고한 자기 프레임을 갖고 많은 섹터와 종목들을 둘러보면서 지금이 기회다 싶을 때 과감히 들어가 크게 먹은 후 미련없이 털고 나오는 스타일이 가장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광대한 산업계에서 하루가 멀다고 튀어나오는 기술 혁신을 따라잡기도 버거운 형편에(어제는 CES에서 젠슨 황이 코스모스 패러다임이란 걸 발표했죠), 내 인사이트가 최고라면서 내 생각 안에만 머물 수는 없습니다. p74를 보면 저자는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 가이던스의 변화, EPS 서프라이즈 등을 계속 관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합니다. 하루에도 십 수 편의 리포트가 증권사들로부터 퍼블리시되는데, 이런 개별 예측 뿐 아니라 이른바 컨센서스라는 것도 눈치껏 파악해야 하는 게 개인투자자의 일상입니다. 

이 챕터에서 저자는 렌 잭스 박사가 일찍이 1979년 가이던스 상향과 단기 주가 상승 상승 사이에 일정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지적합니다. 이른바 잭스랭크의 창안자로도 유명한 그는, 실제 수익이 아니라 하우스나 유력 개인이 발표하는 가이던스의 변화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해당 회사가 돋보이게(혹은 반대로 문제 있게) 보이게 하는 데 기여한다는 뜻입니다. 이러니 국내 개미들이 이른바 킹반영이라면서 정작 실적 발표 당일에는 아무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현실에 짜증을 내기도 하는 것입니다. 마침 오늘이 삼전 실적 발표일인데, 지난 몇 년 간 언제나(2023년 이전이라면) 모범적인 결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당일에만은 별 재미를 주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과연 오늘은 기대보다 낮은 수치를 접하고서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이 역시도 선반영이라는 우산 밑에서 그럭저럭 피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저자는 책 제목 그대로, 집에서 전업 트레이딩을 하고 싶는 이들에게 초보자들을 차분히 이끌듯 아주 기초적인 사항부터 하나하나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p114 같은 곳을 보면 스토캐스틱에 대해 가르치는데, 그 앞의 너무 쉬운 항목 설명들은 독자 입장에 따라 그냥 넘어가도 되겠으나 이런 곳은 카 회장의 투자투이 살짝 드러나기도 하므로 익숙한 독자라고 해도 잠시 짚어 보는 게 좋을 것입니다. 다음 페이지를 보면 그 하단의 차트에서, "20SMA가 50SMA를 약세 상태로 교차할 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스토캐스틱의 과매도/과매수 상태가 더 효과적인 트레이딩 정보를 전달한다"며, 단서가 많이 붙긴 했으나 이 보조지표의 효용에 대해 비교적 단정적으로 말합니다. 이 차트는 아멕스 상장 SPY ETF의 2017~18년도 것입니다. 

나만의 검색식을 만들 때 PSR과 (앞에 나오기도 했던) 잭스랭크, 이 두 매개변수를 추가할 때 어떻게 끼워넣을지는 무슨 검색 도구를 쓰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합니다(p183). 리서치 위저드를 주로 염두에 두고 이어지는 설명 중 제가 눈길이 갔던 대목이 있었는데, 베타 필터를 1.5로 유지한 상태에서, 디폴트 5<x<100에서 20<x<200으로 바꾼다는 건데, 이렇게 하는 세 가지 이유를 저자가 밝힙니다. 첫째 고가 종목이 더 빠르게 가격이 하락하며 숏스퀴즈에 덜 취약하다, 둘째 증권사는 저가 종목을 덜 보유하는 경향이 있는데, 만약 내가 공매도를 치고 싶을 때(미국의 상황이라는 점 주의) 해당 증권사에 보유량이 없으면 아예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거죠. 앞으로 공매도가 재개되고 제도 개편이 개미들도 일정 수준 참여가 가능한 쪽으로 바뀌면, 책의 이 대목이 다르게 다가올 듯합니다. 

책에는 다양한 상황에 맞춰 어떤 기법을 쓰면 좋을지 다양한 추천안이 나옵니다. 한국 주식책을 보면 널리 시장에서 예전부터 쓰던 기법도 마치 자신이 처은 고안한 양 작명까지 하는 풍조가 있는데 카 회장은 이게 과거 누가 즐겨 써서 유명해졌다는 말까지 일일이 덧붙이네요. p253 이하를 보면 블루스카이 상방돌파 매수지점 이야기를 하며 나비스타 인터내셔널(2013년), 테일러드 브랜즈(2018년)의 차트와 시나리오를 들고 와서 이 기법이 잘 들어맞았던 전형적인 사례를 환기합니다. 이 지점이, 강하거나 약한 상승 추세 시장에서 찾아볼 만한 포인트라면, 약한 상승/하락 추세의 시장에서는 혹시 약세 괴리 매수 지점(p313)이 보이지 않는지 체크해 볼 만합니다. 책에는 안테로 미드스트림 파트너스의 2018년 차트가 나오는데 저도 미국에서 저때 살짝 저 종목을 매매해 봤던터라(당시에는 한국에서 미장이 안 되었죠) 반가웠습니다. 

확실히 대가의 책은 정보가 망라적이고 체계가 잘 잡혀 있습니다. 매매 환경이 좀 다르다 해도 정석으로 참여하려는 성향의 투자자에게는 건실한 기초를 놓아 줄 멋진 책입니다. 이런 스타일의 책이 번역하기 은근 까다로운데 김태훈 선생과 이레미디어에서 고생 많으셨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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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방수 세무사의 개인사업자를 유지할까 법인사업자로 전환할까
신방수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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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세무사 중 아마도 가장 유명한 사람을 꼽으라면 베스트셀러 저자인 신방수님이 아닐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1년 전에 이분이 쓰신 <가족 간 상속 증여, 영리법인으로 하라>를 읽고 제가 리뷰도 남겼었는데, 이 신작도 그 기조를 이어갑니다. 영리법인 설립으로 절세를 달성하라는 팁은 그 훨씬 전부터 있던 것이지만 신방수 세무사의 책은 설명이 체계적이고 세무에 대해 1도 지식이 없는 독자들에게도 알기 쉽게 내용이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의 책을 읽어 보면 누구라도 이 점에 공감할 덕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사업자를 낸 분들은 잘 알겠지만 성실신고 확인제도라는 게 있습니다. 사업자의 성실 신고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인데 이 책 p68에서 도표까지 써서 저자가 언급을 꺼낸 이유는, 법인사업자로 바꿀 때 어떤 유리한 점이 있는지를 짚기 위해서입니다. 이 혜택을 받는 요건이 법인일 경우 달라지는데 그게 p69 하단의 표에 정리되었습니다. 만약 임대업 사업자의 경우, 법인으로 전환하고 3년 동안만 헤택을 받느냐가 시중에서도 화제에 오르는데, p71을 보면 그렇지 않고 법이 정한 요건에 해당할 경우 계속 받는다고 나옵니다. 업종이 임대업일 경우에도 말입니다. 그런데 p73을 보면 소규모 성실신고확인대상의 경우 최근 규제가 엄격해지는 추세라며 따로 챕터를 할애하여 자세히 설명합니다. 

p69에서도 자산양수도 방식으로는 혜택을 받기 어렵다고 이미 언급이 되었습니다. p164를 보면 사업 양수도 방식에 대해 저자가 다시 훑어보는데 이때 "영업권"이라는 이슈가 다시 제기됩니다. 영업권이라는 게 아주 추상적이지만(쉽게, 개인 자영업 용어를 쓰자면 권리금이겠죠. p167에 이를 정리한 표가 나옵니다. 둘이 많이 비슷합니다), 엄연히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에 해당하므로 p166의 사례에서라면 순자산가액 50억, 영업권평가액 5억원이므로 5천만원이라는 부가세가 발생하니 이게 참 기가 막힐 수 있습니다(이때 영업권 평가가 꼭 순자산가액의 10%라는 건 아니고 대체로 그렇다는 뚯입니다). 

이때 저자는 양수도 방식을 무조건 포괄양수도로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실무상 글쎄 이런 경우 세무당국에서 일일이 영업권 양도 10%를 탈세나 누락으로 잡는 건 저는 개인적으로 잘 보지 못했습니다만 원칙대로 하자면 당연히 과세가 되겠으므로 저 말씀은 지극히 타당합니다. 순자산가액 측정 방법은 p138 이하에 자세히 나옵니다. 또 포괄양수도 계약이라고 당사자 간에 증거를 남겨야 하는데 p192 이하에 구체적인 내용이 있습니다. 

요모조모 따져서 법인 설립이 낫겠다는 결론이 나도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p222를 보면 법인 설립 전에 신경써야 할 사항 여럿이 설명됩니다. 먼저 본점 소재지를 어디로 할지에 대해서도,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은근 중요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왜냐?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안에 본점을 결정하면 중과세가 처분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책 앞에서도 자본금(법인이니까 있어야 합니다)을 얼마로 할 것인지가 문제가 잠깐 되었는데 이 페이지에서도 신방수 저자는 세심하게 다시 언급합니다. 또 자본금이 너무 적으면 운영자금이 부족하여 결국 차입금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때 재무제표의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저자의 말씀입니다. 이런 게 회계 마인드입니다. 

법인전환을 했을 경우 이걸 법인회계에 계상(計上)하려면 이제는 업무관련성이 있어야 합니다(p134). 특히 퇴직금(포괄적으로 채무 계정의 일부입니다)이 문제가 되는데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이 이뤄집니다. 앞에서 제가 상속증여와 법인전환 유불리에 대해 신방수 저자가 쓴 전작이 있다고 말했는데, p99를 보면 아니나다를까 상증령 49조가 언급되며 관련 내용이 다시 환기됩니다. 많은 이들이 또 궁금해하는 게 업무용 자동차 비용처리 방법인데 이게 p63 이하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내용이 자세히 나옵니다. 세무사를 직접 찾아가서 컨설팅받은 것처럼 시원하게 궁금한 대목이 해결된 부분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민감한 사항은 전문가의 도움을 따로 받아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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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가 주는 삶의 행복
임상호.조현선 지음 / 북카라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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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이라는 게 정말 무섭습니다. 배움이 부족하고 경험이 일천한 시골 노인들만 당하는 게 아니라, 대학교수, 보험계리사까지 지낸 분에게도 접근해 기획부동산까지 떠넘겨 큰 피해를 끼치기도 합니다. 요즘 세상에 누가 그런 걸 당하나 싶어도 지금 이 책의 저자이신 임상호 선생이 바로 그런 피해자이십니다. 자유당 정권 때 협객 이성순씨도 한참 후배뻘인 젊은 깡패 이정재 패거리에게 린치를 당하고 불구자가 되었지만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고 모든 걸 용서했다고 하죠. 이정재는 그 후 군사정권에 붙잡혀 거리에서 조리돌림을 당하고 노역에 처해졌다가 사형대의 이술로 사라졌습니다. 저자께서도 친구분인 조현선 대표(다해정보기술)로부터 전도되었으나 한동안 은혜를 영접하지 않다, 저런 피해를 당하고 나서 완전히 다른 분이 되셨다고 나옵니다. 이 두 분이 이 책의 공저자이며 그 주제는 "감사가 주는 삶의 행복"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큰 시련을 겪은 후에야 사람이 비로소 깨닫는 바이지만 이 세상에 대체 감사하지 못할 일이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가 두 발로 멀쩡히 걸어다니고 숨을 올바로 쉬는 일조차 하나하나 감사할 일입니다. 한번 크게 다치고 병상에서 꼼짝도 못해 봐야 그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알게 됩니다. p62를 보면 아주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나오는데, 어느 중년 부인이 회사 경내에 들어와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고 큰 소리로 대화하며 무례하게 굴더라는 것입니다. 정원 일을 하는 노인이 있었는데 동반한 아이에게 그 부인은 훈계하며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너도 저렇게 된다"며 모욕하더라는 거죠. 이 회사의 부장이었던 중년 부인은 그 날짜로 일자리를 잃었는데 알고보니 그 정원사 차림의 노인이 이 회사의 대표였던 것입니다. 약간 실화처럼도 느껴지는데 사실 저 부장 같은 인간은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만나볼 수 있는 타입입니다. 

p56을 보면 감동적인 이야기가 하나 나옵니다. 한국전 때 부상을 당해 총알 파편을 몸에 담고 살았는데 치료를 받을 돈도 부족할 뿐 아니라 당시로서는 기술이 미진하여 그런 조치를 취할 수가 없었던 거죠. 그런데 이 참전용사분(미국인)이 나이 들어 부작용이 너무 심해지자 하는수없이 병원을 찾았는데, 마침 그 담당의사가 다른 참전용사분의 손자였던 것입니다. 치료비를 의사가 댄 것은 물론 감사의 편지와 함께 1000달러가 동봉되어 있었는데, 이 세상이 사람 살 만한 곳이 되려면 이처럼 한번 받은 은혜를 결코 잊지 않는 보은(報恩)의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늘어나야만 합니다. 얼마나 감동적입니까. p33을 보면 저자는 "이 모든 게 하나님의 계획 하에 이뤄진다"고 하고 있습니다.  

p94를 보면 마태복음 6장의 여러 구절들이 인용되는데 공중을 나는 새와 들판에 피는 꽃이 누가 거두지 않아도 알아서 날아다니고 길쌈을 하는 수고가 없어도 화려한 옷을 입는다고 합니다. 또 그날의 걱정은 그날로 충분하지 다른 날의 몫까지 끌어들이지 말라고도 합니다. 이게 바로 만사를 주관하는 조물주의 뜻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p71을 보면 사지가 멀쩡한데도 환경을 탓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운신을 못하는데도 감사하고 사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학벌 머리 성실성 등 아무 장점 없이 윗사람에게 무조건 굴신하는 체질 하나로 출세했으면서 그에 감사할 줄 모르고 분수에 넘는 꿈을 꾸는 어리석은 동물도 있습니다. 아마도 이처럼 교만하고 제 분수를 모르니 자식이 그 모양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92를 보면 감자 농사가 잘 안 되어 근심에 잠긴 어느 여성을 목사가 위로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듬해에 감자 농사가 그렇게 잘될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한시름 덜었겠다고 목사가 말하자, 그 여성은 "작년에는 썩은 감자가 많아서 키우는 돼지를 배불리 먹였는데, 올해는 뭘 먹여야 할지가 고민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무튼 걱정이란 없으면 만들어내어야 하는 게 인간이며, 세상에 당장 폐가 타는 듯하여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환자 말고는 걱정을 해야 할 사람이란 세상에 아무도 없는 법입니다. 감사, 감사, 그저 사는 자체가 감사할 줄 알고 내 마음을 기쁨으로 채울 수 있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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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MPION - 빈티지 챔피온의 모든 것
태그 & 스레드 지음, 강원식 옮김 / 벤치워머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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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온(Champion)이라고 하면 아마 그 특유의 아치형 로고를, 살면서 한 번도 못 봤다고 할 한국인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 저 사람이 저걸 입네?라며 눈길을 세심히 준 적은 아마 없다는 말이 솔직할 듯합니다. 글쎄 교포들이 막 입는 추리닝 정도의 이미지가 평균이 아닐까 싶지만, 미국의 독립 출판사인 T&T가 이렇게 그 브랜드 역사에 대해 정성껏 빚어낸 책을 보며 이제는 그렇게 예사로운 시선으로 스쳐지나갈 브랜드가 (적어도 제게는) 아닐 것 같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브랜드가 이렇게나 오래된 것이라는 사실 자체가 새로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애슬레저라는 장르가 과연 어디에서 어디까지를 가리키는지야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이 챔피온(이 브랜드에 한해, 한국어로 쓸 때에는 "온"이라고 쓰는 게 정석입니다)이 미국에서 애슬레저의 대표격이라는 평가에는 많은 이들이 이의가 없을 듯합니다. p5에는 디자이너 토드 스나이더 본인이 직접 쓴 머리말이 있는데 물론 토드 스나이더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이며 이 챔피온과 협업한 건 아주 오래되진 않았습니다. 당시에 이 양반이 챔피온하고 손잡는다는 뉴스가 나올 때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죠. 어찌보면 그 오래된 브랜드가 초일류 디자이너를 끌어들여 무슨 새로운 일을 벌인다는 자체가, 이 브랜드의 오랜 행로가 이제 전환점을 맞이한다는 하나의 신호였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스트리트 패션이나 애슬레저 같은 트렌드는 왔다갈지도 모르지만 목적을 가지고 디자인되어 공들여 만든 옷은 착용자에게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의 일부가 된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는 저 토드 스나이더의 말은 참으로 명언입니다. 저는 저 말의 전단이 끝났을 때 뭔가 다른 결론, 즉 "챔피온 같은 빈티지의 챔피언(보통명사)은 영원할 것이다" 같은, 흔한 찬사가 나올 줄 알았는데 전혀 뜻밖의 보편적 진리가 쿵!하고 등장해서 의외였네요. 이 말은 비단 챔피온뿐 아니라 대중이 샵에 들어가 자신이 입을 옷을 고를 때 갖는 가장 근원적인 심리를 예리하게 짚었다는 점에서 위대합니다. 하긴, 같은 말도 토드 스나이더가 하니까 더 멋있게 들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챔피온 하면 그 특유의 후드티가 대번에 떠오르지 않겠습니까. p60을 펼치면 흰색(이렇게밖에 표현 못 해서 죄송합니다) 사이드라인 후드티/크루넥이 소개되는데, 미국인이나 교포가 착용할 때는(그걸 보고는) 정말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이렇게 아카이빙북을 통해 컬러 화보로 감상하니 또 완전히 다르게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그 내력도 페이지 중하단에 나오는데 1960년대 후반부터 주로 스포츠팀 유니폼으로 널리 알려졌다는 게 압축적인 설명입니다. 그래서인지 전면에 PENNSTATE SKI TEAM이라든가 하는 로고가 찍혀 있네요. 이 부류는 바로 앞페이지부터 나오는 PDSL(p58을 보면 이게 스타일명이라고 합니다. pragmatic design solution limited의 약자)의 일종인데, p60에는 리버스위브(이것도 챔피온이 최초로 만들고 적용했습니다)와 익스팬션 거싯(gusset)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이걸 읽고 나니 거싯이 옷에 왜 붙었는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을 다시하게 됩니다. 

p136을 보면 챔피온은 1930년대 초부터 학교용 맞춤 체육 교복(이 책의 번역어이며 우리 느낌으로는 그냥 체육복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네요)을 공급했다고 나오는데 이에는 19920년대 말부터 미국 전역을 엄습했던 대공황의 궁핍이라는 시대상도 함께 고려해야 하겠습니다. 챔피온은 영업 초창기부터 정체성 자체가 이쪽이었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1970년대 들어 경제 불황(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인해 학생들의 체육복 착용 규정을 완화(예산 부족 때문)함에 따라 체육 교복 착용이 사라지고 말았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같은 경제 불황인데도 챔피온의 부상(浮上)과 퇴장을 모두 초래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인데, 이건 행정과 제도, 정치 풍조의 변천을 고려하면 모순이 사실 아닙니다. p137에 나오는 Xaverian(재버리언), Central Falls는 모두 고등학교 이름들입니다. 팬츠들도 보면 무슨 팬티처럼 짧은데 저때는 프로권투 트렁크, NBA 하의도 모두 저렇게 짧았죠. 한국은 무조건 미국 따라가기 때문에 역시 운동복이 다들 저랬습니다. 

아카이빙 북의 개념을 잡아주는 멋진 화보집, 역사책, 자료집이었습니다.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을 만들어준 T&T, 그리고 번역자 강원식 대표와 푸른숲출판사에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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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태도 -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반건호 지음 / 북플레저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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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탐험해 온 의사, 또 "시프트"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진 반건호 경희대 교수의 새 책입니다. 마음이란 우리 모두가 갖고 있으면서도 도통 그 속을 알 수 없는 신비의 우주입니다. 그렇다고는 하니 우리는 우리 자신의 마음을 잘 통제하고 다독임으로써 평화를 정착시키고 그로부터 큰 힘을 이끌어낼 수는 있습니다. 반 교수님의 책은 우리에게, 간단한 수련과 태도의 전환을 통해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방법을 가르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성장은 멈추지만 발달은 멈추지 않는다.(p92)" 아무리 많은 양분을 섭취하고 운동을 해도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키가 마구 자라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신의 어른스러움, 의젓함, 함부로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 등은 더 단단해지거나 높은 단계로 상향할 수 있습니다. 사실 몸이 커지는 것보다 사람에게는 이쪽이 더 근원적으로 중요한 덕목이며, 또 그 효용에 한계도 없습니다. 이 책에는 조앤 K 롤링의 히트작 해리 포터 시리즈를 비롯하여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p97) 등 다양한 문학 작품이 인용되는데, 반 교수님은 그들로부터 일정한 교훈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대목도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읽어 보면 큰 도움이 될 듯한 내용들입니다. 

반 교수님은 1960년대에 초등학생이셨는데(p154), 이때 즐겨 보던 TV 드라마가 <0011 나폴레옹 솔로>였다고 하십니다. 그걸 한국 지상파에서 틀어 줬었나 보네요. 와. 그 시리즈의 주인공(즉 나폴레옹 솔로) 역을 맡은 배우가 로버트 본이라는 사람인데(지금은 고인이 되었습니다), 1960년작 <황야의 7인>에서 말쑥하게 빼입고 (알코올 의존증 때문에) 손을 떠는 총잡이 역이었던 그 배우입니다. 일리야 쿠리야킨 역의 데이비드 매컬럼만 키가 작은 게 아니라 로버트 본 본인도 키가 작은 편이어서 맡는 역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아무튼 여기서 교수님이 하고자 하는 말은, 나이 들어서도 <NCIS>에서 검시관 역을 맡는 등 활력이 죽지 않은 배우 매컬럼 같은 인생을 살자는 뜻인 듯합니다. 이분도 재작년에 고인이 되었습니다. 

p182를 보면 기후동행카드라는 정책이 작년(2024)부터 실시되어 대중교통 이용 촉진에 도움이 된다고 나옵니다. 교수님도 그런 말씀을 하시지만 사실 기후 온난화다 뭐다 하는 게 그간은 남의 일로만 여겨진 게 솔직한 느낌입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보면 결코 이게 강건너 불보듯 할 일이 아니라는 점 모두가 체감합니다. 이유 없이 벌어지는 산불 등 자연재해가 얼마나 많습니까. 여기서도 반 교수님은 개인이 기후 재앙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시프트"를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작은 실천이라도 우리 독자들이 직접 행했으면 하는 바람이 묻어납니다. 

p208 이하에는 오프라 윈프리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녀는 미시시피 주(한때 인종차별이 극심했다고 알려진) 출생이며 성장 과정에서도 매우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한시도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노력 끝에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토크쇼의 진행자가 되었습니다. 한때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오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스필버그의 1984년작 <컬러 퍼플>을 보면 그녀가 우피 골드버그의 며느리로 잠시 나오는데 거기서도 연기를 잘합니다. 그녀의 생애에서 반 교수님이 이끌어내는 교훈은 "커리어 시프트"입니다.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과거에 비해 사회 진출 기회가 크게 늘었습니다. 그런데 그에 비례하여 그녀들이 그만큼 다 행복해진 건 또 아닙니다. p236 이하에 보면 부작용이랄까 이 세대, 성별이 겪는 아픔, 곤란상이 자세히 나오는데 번아웃이라든가, 자존감 저하 같은 병증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가 자세히 나옵니다. 번아웃의 종류에도 직장, 부모, 기술 등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 저자의 주전공이 잘 적용되어 각각의 징후마다 훌륭한 처방이 함께 제시됩니다. p296에서는 정신과 의사라는 저자의 본분으로부터 "공감 능력"의 중요성이 여러 학문적 근거와 함께 제시되는데 많은 독자들이 공명하며 읽을 만한 멋진 제언이 많아서 유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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