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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살아남는 실전 추세매매기법 - 20년간 연평균 153% 수익률을 기록한 시스템
토마스 카 지음, 김태훈 옮김 / 이레미디어 / 2024년 12월
평점 :
원제는 Trend Trading for a living입니다. 대체 개인투자자란, 시장의 대세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이라는 게 지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변화무쌍하고 엄청난 불확실성에 노출된 증시에서 높은 승률을 지속한다는 게 너무도 어렵습니다. 자칭타칭 투자의 신, 고수들도 많다지만 막상 계좌를 까 보면 별 특별한 게 없을 가능성이 크죠. 사정이 이런 판에, 주식투자만으로 꾸준히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면(make it for a living) 그건 대단한 재주입니다(무슨 대박이니 뭐니 하는 건 감히 바라지도 않고요). 전업 투자를 추세매매(trend trading)로 가능하게 만든다는 토마스 K 카 CEO의 2019년 화제작이 이레미디어에서 드디어 번역되었는데, 종래 그의 입장이라고 잘못 알려진 것들, 또 독자의 개인적인 착각이나 해로운 버릇 같은 것을 이번 독서에서 바로잡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확고한 자기 프레임을 갖고 많은 섹터와 종목들을 둘러보면서 지금이 기회다 싶을 때 과감히 들어가 크게 먹은 후 미련없이 털고 나오는 스타일이 가장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광대한 산업계에서 하루가 멀다고 튀어나오는 기술 혁신을 따라잡기도 버거운 형편에(어제는 CES에서 젠슨 황이 코스모스 패러다임이란 걸 발표했죠), 내 인사이트가 최고라면서 내 생각 안에만 머물 수는 없습니다. p74를 보면 저자는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 가이던스의 변화, EPS 서프라이즈 등을 계속 관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합니다. 하루에도 십 수 편의 리포트가 증권사들로부터 퍼블리시되는데, 이런 개별 예측 뿐 아니라 이른바 컨센서스라는 것도 눈치껏 파악해야 하는 게 개인투자자의 일상입니다.
이 챕터에서 저자는 렌 잭스 박사가 일찍이 1979년 가이던스 상향과 단기 주가 상승 상승 사이에 일정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지적합니다. 이른바 잭스랭크의 창안자로도 유명한 그는, 실제 수익이 아니라 하우스나 유력 개인이 발표하는 가이던스의 변화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해당 회사가 돋보이게(혹은 반대로 문제 있게) 보이게 하는 데 기여한다는 뜻입니다. 이러니 국내 개미들이 이른바 킹반영이라면서 정작 실적 발표 당일에는 아무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현실에 짜증을 내기도 하는 것입니다. 마침 오늘이 삼전 실적 발표일인데, 지난 몇 년 간 언제나(2023년 이전이라면) 모범적인 결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당일에만은 별 재미를 주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과연 오늘은 기대보다 낮은 수치를 접하고서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이 역시도 선반영이라는 우산 밑에서 그럭저럭 피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저자는 책 제목 그대로, 집에서 전업 트레이딩을 하고 싶는 이들에게 초보자들을 차분히 이끌듯 아주 기초적인 사항부터 하나하나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p114 같은 곳을 보면 스토캐스틱에 대해 가르치는데, 그 앞의 너무 쉬운 항목 설명들은 독자 입장에 따라 그냥 넘어가도 되겠으나 이런 곳은 카 회장의 투자투이 살짝 드러나기도 하므로 익숙한 독자라고 해도 잠시 짚어 보는 게 좋을 것입니다. 다음 페이지를 보면 그 하단의 차트에서, "20SMA가 50SMA를 약세 상태로 교차할 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스토캐스틱의 과매도/과매수 상태가 더 효과적인 트레이딩 정보를 전달한다"며, 단서가 많이 붙긴 했으나 이 보조지표의 효용에 대해 비교적 단정적으로 말합니다. 이 차트는 아멕스 상장 SPY ETF의 2017~18년도 것입니다.
나만의 검색식을 만들 때 PSR과 (앞에 나오기도 했던) 잭스랭크, 이 두 매개변수를 추가할 때 어떻게 끼워넣을지는 무슨 검색 도구를 쓰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합니다(p183). 리서치 위저드를 주로 염두에 두고 이어지는 설명 중 제가 눈길이 갔던 대목이 있었는데, 베타 필터를 1.5로 유지한 상태에서, 디폴트 5<x<100에서 20<x<200으로 바꾼다는 건데, 이렇게 하는 세 가지 이유를 저자가 밝힙니다. 첫째 고가 종목이 더 빠르게 가격이 하락하며 숏스퀴즈에 덜 취약하다, 둘째 증권사는 저가 종목을 덜 보유하는 경향이 있는데, 만약 내가 공매도를 치고 싶을 때(미국의 상황이라는 점 주의) 해당 증권사에 보유량이 없으면 아예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거죠. 앞으로 공매도가 재개되고 제도 개편이 개미들도 일정 수준 참여가 가능한 쪽으로 바뀌면, 책의 이 대목이 다르게 다가올 듯합니다.
책에는 다양한 상황에 맞춰 어떤 기법을 쓰면 좋을지 다양한 추천안이 나옵니다. 한국 주식책을 보면 널리 시장에서 예전부터 쓰던 기법도 마치 자신이 처은 고안한 양 작명까지 하는 풍조가 있는데 카 회장은 이게 과거 누가 즐겨 써서 유명해졌다는 말까지 일일이 덧붙이네요. p253 이하를 보면 블루스카이 상방돌파 매수지점 이야기를 하며 나비스타 인터내셔널(2013년), 테일러드 브랜즈(2018년)의 차트와 시나리오를 들고 와서 이 기법이 잘 들어맞았던 전형적인 사례를 환기합니다. 이 지점이, 강하거나 약한 상승 추세 시장에서 찾아볼 만한 포인트라면, 약한 상승/하락 추세의 시장에서는 혹시 약세 괴리 매수 지점(p313)이 보이지 않는지 체크해 볼 만합니다. 책에는 안테로 미드스트림 파트너스의 2018년 차트가 나오는데 저도 미국에서 저때 살짝 저 종목을 매매해 봤던터라(당시에는 한국에서 미장이 안 되었죠) 반가웠습니다.
확실히 대가의 책은 정보가 망라적이고 체계가 잘 잡혀 있습니다. 매매 환경이 좀 다르다 해도 정석으로 참여하려는 성향의 투자자에게는 건실한 기초를 놓아 줄 멋진 책입니다. 이런 스타일의 책이 번역하기 은근 까다로운데 김태훈 선생과 이레미디어에서 고생 많으셨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