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나무 책고래마을 55
장세련 지음, 용달 그림 / 책고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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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장점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또래 친구들을 보며 왜 나는 저 친구처럼 키가 크지 않을까, 왜 나는 못생기고 인기가 없을까, 왜 공부를 저렇게 잘하지 못할까 등등 쓸데없는 고민을 합니다. 사람은 어떤 획일적 잣대로 계량화하여 그 가치를 자리매김할 수 없고, 그 하나하나가 대체 불가이며 소중한 존재들이죠. 물론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남이 가진 장점이나 재산을 그저 부러워만 하고 거저 손에 넣을 궁리만 하는 사람은 사회에 아무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 사람은 혹 운이 좋아 분에 넘치는 자리까지 올라갔더라도 곧 제 위치를 찾아가게 마련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작은 소나무는 숲 속에서 자라는 다른 식물들처럼 눈에 확 띄는 존재가 아닙니다. 숲을 찾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꽃들을 보고 앙징맞다며 예쁘다며 칭찬하느라 정신없습니다. 작은 소나무는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저 사람들이 나한테는 어떤 칭찬을 해 줄까?" 아마 누구라도 성장기에 이 비슷한 체험을 해 봤을 것입니다. 사실 다 지나고 보면, 사람들의 칭찬이나 비난은 아무 뜻도 없습니다. 칭찬도 비판도 두루 다 겪어 본 사람은 모든 걸 객관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남의 격려에 도파민이 분비되어 자신이 맡은 일을 더 잘하게 된다면, 또 남의 지적에 분발하여 내 결점을 빨리 보완한다면, 이는 분명 생산적인 소통의 일부입니다. 그 사람이 진정 행복한지 아닌지는, 세상 누구도 모르고 오로지 그 자신만 아는 참된 가치, 여기에 대해 본인이 얼마나 자존감을 갖느냐에 달렸습니다. 희한하게도, 사람들 앞에서 부리는 허세와는 전혀 별개로, 본인은 자신이 어느 정도 중요한 사람인지 정직하게 알고 있습니다. 세상 앞에 눈가림할 수는 있어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왜 나는 쟤들처럼 알록달록 꽃이 피지도 않고, 늦가을이면 예쁘게 단풍이 피지도 않을까? 작은 소나무는 정말 쓸데없는 비교를 통해 고민합니다. 성장기를 지나는 모든 어린이, 청소년들은 이런 고민을 하는데, 어른들은 그런 애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다 겪어 본 처지로서 그런 걱정이 다 부질없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그 어린 나이에는 미처 알지 못하고 갈등에 슬픔에 날을 지새우니, 그 나이에는 또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결국 저 시기는 스스로 그 아픔을 이겨내어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어른들은 더 마음이 아픕니다. 

꽃이 알록달록 피지 않고 단풍이 들지 않는다는 건 전혀 단점이 아닙니다. <논어> 자공편에 보면 歲寒然後에 知松栢之後凋라 했고, 이 구절을 2700년 후 추사 김정희가 자신의 그림에 담았는데, 이처럼 동아시아의 옛 성현들은 상록수의 독특한 습성을 선비의 지조에 비겨 절개의 상징이라고 찬양했습니다. 작은 소나무가 저런 현자, 성인들이 자신이 속한 무리를 두고 그처럼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는 걸 알면 과연 어떤 반응이었을까요? 그뿐이 아닙니다. 이 책에도 나오듯 독일에는 O Tannenbaum이란 노래도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탄넨바움은 전나무이지만 크게는 소나무와 같은 종류이며 그래서 한국어 가사로는 소나무라고 번역되었죠. 이 노래에서도 "언제나 푸른 네 빛"이 칭송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재미있게도 저 독일 노래는 영어로는 "오 크리스마스 트리"라고 번역됩니다. 소나무, 전나무가 성탄절 트리로 많이 쓰였으니 당연합니다. 허름한 옷을 입은, 지역 아동 센터의 소년은 그 이름이 타로였나 봅니다. 센터 선생님의 제안으로 이 작은 소나무를 사게 된 일행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정성껏 장식합니다. "성탄 나무 덕분에 더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겠구나." 과연 센터의 세말이 행복한지는 알 수 없으나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마음과 마음을 모으면 그 안에 행복이 절로 깃드는 건 맞습니다. "다시는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을거야." 타로와 선생님과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소나무도 한가득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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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밀 이삭처럼 - 고흐, 살다 그리다 쓰다 열다
빈센트 반 고흐 지음, 황종민 옮김 / 열림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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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가 생전에 남긴 편지, 주로 동생 테오에게 보냈던 서간문 중심으로 모아 놓은 책입니다. p5를 보면 "자연이 내게 속삭인 말을 속기(速記)로 적어 둔다"는 문장이 있는데, 그가 특별히 글씨를 빠르게 적는 기술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비교불가의 예술적 감각을 지녔던 천재는 언제나 자연과 친밀히 교감할 수 있었고, 그럴 때 떠오른 영감들은 찰나(刹那)로 스쳐가는 비전이었습니다. 그러니 그게 귓전에서 눈앞에서 사라지기 전에 글씨로든 그림으로든 재빨리 붙들어 둬야 하지 않았겠습니까.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1890년에 완성한 <(푸른) 밀 이삭(들)>이라는 그의 작품이 있습니다(p8~p9의 도판 참조). 이 책의 제목은 아마 그에서 따왔을 것입니다. 또 그는 1888년 12월에 폴 고갱과 싸우다가 자기 귀를 스스로 상처낸 사건도 겪었습니다. 네덜란드어로 oor(오어)는 사람, 동물의 귀라는 뜻이며, 원래 곡식의 이삭은 aar(아어)가 맞습니다. 그러나 고흐의 저 작품만은 Groene oren(oor의 복수형) van tarwe라고 통하는데, 이는 저 일화가 간접으로 끼친 영향 말고도, 영어의 ear가 귀, 이삭이란 뜻을 모두 가진 곡절이 있어서(어원은 서로 다릅니다) 세계 그림 유통 시장에서 그리 굳은 것입니다. 이런 정보는 구글에서 찾아도 안 나오고 아마 저의 서평에서만 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p70을 보면 고흐는 평소에 "자신 안에 숨은 사악한 자아"가 회피하려 들었던 모든 고귀하고 도덕적인 일에 대해 각별한 의무감을 느꼈던 듯합니다. 평범한 우리들처럼 세속적인 유형은 애초에 그런 의무감 자체를 희미하게 가질 뿐 아니라, 그것을 향한 강박 따위는 체험해 본 적조차 없죠. 그러나 이런 진짜 예술가들은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우선 자신에게 들이대기에 평소에도 그런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울 날이 없는 것입니다. 윤동주의 시구(詩句) 중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같은 게 다 같은 맥락 아니겠습니까. 

p111을 보면 아니나다를까 고흐는 "자연이 더 이상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 같은 느낌"에 대해 언급합니다. 이런 느낌은 고흐 같은 이에게만 찾아오지 싶은데, 이 서간문의 흐름을 보면 그의 동생 테오가 먼저 언급을 했었던 듯합니다. 그래서 큰 사람으로 자라나라면 어린시절을 시골의 오염되지 않은 자연 속에서 지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테오가 직접 그런 체험을 했다기보다, 자신의 형이 영감을 잃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단순히 물어 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에 "나는 이렇게 한다"며 고흐가 내놓은 대답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참고하기에 실로 맥이 빠지는 말입니다. "그리는 그림의 모티브를 바꾸거나 기법의 변화를 시도한다." 마치 교과서 중심으로 충실히 공부해서 수석합격했다는 소리 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기서도 고흐는 "빛의 효과와 인물화는 서로 관계가 (비교적) 적음"을 전제로 하고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유파상으로 후기 인상파에 속하는 것입니다.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타자들을 보면 스윙이 아주 간결하고, 그래서 장타와 홈런이 많이 나옵니다. p178을 보면 고흐가 일본 전통화나 당대 우키요에[浮世繪] 속의 솜씨에 대해 매우 감탄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고흐가 지적하는 요점은 선과 터치, 색채 등 모든 게 간결해서 위대하다는 것입니다. 이무렵은, 1853년에 페리 제독의 강요에 의해 개항한 이래, 서양 문화와 빈번히 교류하며 영향을 계속 주고받던 일본의 작품들이 유럽에 대거 들어와 유행의 일각을 형성할 때이고, 그 흐름은 반 고흐의 작풍에도 큰 흔적을 남겼음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바입니다. 

p224를 보면 고흐는 역시 자신의 일차 관심사를 자연에 둔 화가임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이 글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은 대체 왜 자신과 달리, 자연에 흥미를 느끼지도 않고 닮으려고도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는 말투입니다. 그런데 그는 이 글의 마무리를, "그런 이들조차, 인간에게는 관심이 있겠으며, 비록 적극적으로 치유하지는 못하더라도, (소극적으로나마) 동정하고 공감할 수는 있을 것이다"로 짓습니다. 이미 그는 사람들의 이기심에 대해 체념, 절망했던 것입니다. 그런 당신들도, 최소한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냐며 책망하듯 말하는 게 저 구절 아니겠습니까. 고흐의 그림들이 지금까지도 큰 지지를 받고 무한한 영감의 원천으로 남은 건, 이런 진정성 있고 순수한 그의 휴머니티가 작품에 가득 배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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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이미 내 안에 있다 -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긍정적 마인드셋
얼 나이팅게일 지음, 최은아 옮김 / 오아시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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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미국의 자본주의는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질적 양적으로 큰 발전을 이뤘습니다. 서슬퍼렇던 나치의 침략 야욕도 미국의 미친 생산력 앞에 결국 무릎을 꿇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시기였던 만큼 사회적 성공을 꿈꾸는 분위기가 팽배했고 그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모티베이터, 강연자, 자기계발 스타 전문가들도 다수 등장했는데, 얼 나이팅게일(1921~89)도 그 중 한 명입니다. 얼 나이팅게일은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성공학 이론을 고안하여 독자, 청중에게 어필하는 능력으로 명성이 높았습니다. 특히 그는 힘있고 젠틀한 음색을 갖춘 유려한 연설가이기도 했는데, 나중에 대통령이 된 로널드 레이건도 아나운서, 라디오 방송 진행자 시절 그와 경력이 일부 겹칩니다(나이는 레이건이 열 살 정도 많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리는 흔히 어떠어떠한 직업은 미래가 없기 때문에 그 길을 가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러나 얼 나이팅게일은 모든 직업은 이유가 있어 그 상황, 시간에 존재하는 것이며, 어떤 직업이라고 해도 그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무슨 마음가짐으로, 어떤 열의로 일에 임하느냐에 따라 완성도, 기여도, 중요성, 명예가 달라지는 법이라고 주장합니다. 당신이 빛나는 사람이면, 당신이 무슨 일을 하건 그 일이 당신을 따라 함께 빛나게 된다고 그는 말합니다.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은 얼 나이팅게일보다 17년 연상이었는데, 생전에 마오에게 견제를 받아 지방으로 좌천되는 등 많은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하방(下放) 중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험한 일을 열심히, 또 유능하게 해 내어 주변으로부터 존경을 받았습니다. 결국 그는 마오 사후에 중국 권좌 정상에 올라 오늘날의 부강한 국가로 도약하는 초석을 놓았습니다. 

얼 나이팅게일은 자신보다 앞선 시대의 자기계발 이론가들을 깊이 연구한 행적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를테면 나폴레온 힐(1883~1970)인데, 이 사람은 얼 나이팅게일에게 거의 할아버지뻘이지만 장수한 덕에 활동기간이 상당 부분 겹치기도 합니다. 나폴레온 힐에게도 거의 아버지뻘인 세대의 강연가였던 윌리엄 조지 조던이란 인물이 있었는데, 이 책 p72에서 얼 나이팅게일은 그의 책 일부를 인용합니다. 인생에 있어 평온이라는 걸 지나치게 추구하지 말라, 완전한 평온은 죽은 후에나 찾아오는데, 그나마도 바람직한 건 못 된다, 살아 있는 동안에라야 기쁨도 보람도 성취감도 생기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모험과 도전이라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대략 이런 취지입니다. 전혀 위험이 없다면, 가치 있는 그 어떤 것도 이뤄낼 수 없으며 현상 유지에만 만족하려는 삶은 결국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입니다.   

그래서 얼 나이팅게일은 "용기"라는 덕목을 무척 중시했습니다. 무엇인가가 되고 싶고 사회적으로 선망되는 자리에 오르려는 사람은 안일하게 지금의 자리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지금의 나 안에 모든 가능성과 성공 조건이 갖춰졌다고 확신한 후 과감하게 도약해야 한다고 우리들에게 촉구하는 것입니다. 과연 저 상황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모두가 회의적으로 보는데도 기어이 뛰어올라 그걸 거머쥐고 마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들은 그를 운(運)이 도왔다고도 하지만, 이 운이라는 게 사실은 그가 자신 안에 내재시켜 놓은 원동력, 모멘텀(p103)에 다를 바 없다는 게 얼 나이팅게일의 주장입니다.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 마주하여 무엇인가를 성취했다는 건, 그 사람의 내면에 둥지를 튼 긍정적인 생각이 비로소 개화를 한 것입니다. 그게 바로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the force 같은 것이라고도 하는데, 확신과 열정에 가득한 사람은 이미 초능력을 보유한 셈이니 말입니다. 

얼 나이팅게일은 p152에서 폴 스파이커(Paul Speicher)의 책 <용기라는 선물>의 일부 구절을 인용합니다. "아무리 상황이 어렵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 신의 선물로써 주어진 게 있다. 그게 바로 용기이다." 또 불행을 완성하는 최후의 감정이 바로 체념이라고도 합니다. p184에서 인용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인내는 불굴의 용기가 낳은 딸"이며, 우리도 잘 아는 장자크 루소의 말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도 나옵니다. p217에는 새뮤얼 버틀러의 장편소설 <Erewhon>의 몇 구절이 인용되는데, 번역자 최은아씨가 적절한 본문 내 역주를 달아 놓아 문맥에 낯선 독자도 이해하기 좋게 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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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영화 읽기 수업 - 질문이 있는 교실 영화 이야기
지태민 지음 / 이비락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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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어린이가 세상을 배워 나갈 수 있는 좋은 텍스트 중의 하나입니다. 그저 말초적 재미만을 얻는 일회용 미디어로만 영화를 생각할 게 아니라, 영화 내적인 문법과 구조를 정석대로 배워 가며 감독과 배우가 이 작품 안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주체적으로 해석하는 어린 독자, 관객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 책 저자 지태민 선생님의 방법론이 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책의 편제도 참 좋습니다. 1부는 단편영화 읽기인데, 일단 어린이들은 오랜 시간 동안 시청각 매체에 집중하기 힘드므로 단편이 적합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단편 영화 중에는 흥행보다 메시지 전달, 작품성 구현에 집중한 명작들이 많습니다. 이런 작품이라야, 어린이를 깨어 있는 시민으로 양성하기 위한 좋은 교재가 될 수 있겠습니다. 

2부는 주제별로 읽는 영화들입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너무 거창하거나 어렵지 않고 자신의 현실 문제에 적용해 볼수 있는 주제들인데, 학폭, 진로(進路), 환경, 지구촌의 평화, 장애인 등 소수자 이해 등 다섯 범주로 나뉩니다. 책에 실린 대부분 작품들이 제가 몰랐던 것들이었는데,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찾아서 관람한 후, 우리 주변과 세계의 현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만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3부는 학교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입니다. 국어, 도덕, 사회, 역사, 과학, 실과 등 여섯 과목의 공부와 관계 있는 작품들이 모였습니다. "실과"라는 과목 이름을 정말 오랜만에 들어 보는데, 초 4~6학년 때에만 배우기 때문입니다. 1~3학년 때에는 너무 어려서 배우지 않고, 중학교 때에는 가정/기술로 바뀌겠으며, 고등학교라면 실업계로 가야 그런 수업을 들을 테니 말입니다. 아무튼 학교 교과목과 영화가 이렇게 밀접히 연결되어 교재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가 국어 시간에 "시적(詩的) 허용"이라는 말을 배웠습니다. 문법적으로 말이 안 되는 표현이라고 해도, 시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어떤 아름다운 효과를 위해 구태여 언어 규범을 따지지 않는 예외를 가리킵니다. p86을 보면 "영화적 허용"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역시 비슷한 개념입니다. 그러고 보면 영화는 이처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미지, 장면을 관객에게 대담히 표현하는 게 하나의 특권이며, 예외가 아닌 원칙에 가깝게 취급하고, 우리 관객들도 기꺼이 그런 영화적 허용을 감상하고 즐기기 위해 상영관에 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린 학생의 성장이라는 목표와 관련하여 <라따뚜이(2007)>라는 작품이 소개됩니다(p143). 성취기준 연계(이 책은, 수록된 모든 영화 작품에다 이 항목을 부기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지도하는 교사들이 참고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입니다)는, 2슬, 6도, 그리고 6실의 다섯 개 사항입니다(슬: 슬기로운생활, 도: 도덕, 실:실과). 주인공 레미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에 대해 교사는 학생과 토론을 통해 밝히고, 이로부터 뽑아낸 교훈을 아이에게 내면화할 수 있게 지도합니다. 그렇다고 영화 감상과 수업이 지나치게 계도적 분위기로만 흐르는 건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모두가 재미있게 본 장면은 무엇이고, 그런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기법이 쓰였는지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눕니다. 이런 수다 비슷한 사후 정리 시간이 없다면 구태여 영화를 보려는 이들이 없을 것입니다. 

영화는 현실의 반영에서 첫걸음을 떼지만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sein)을 지양하고 어떤 이상적인 당위(sollen)으로 나아갈 것을 관객에게 촉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영화는 꼭 큰 돈을 들여 성인 예술가들만이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며 어린이도 감독이 될 수 있습니다(p221). p330을 보면 소설가 김훈의 원작을 바탕으로 윤제균이 연출한 <영웅>이, 학생들의 교육적 영화 읽기의 텍스트로 제시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역사가 개인과 특정 국면에서 어떤 접합점을 마련하여 폭발적 변용을 겪게 하는지, 소명의식이 어떻게 한 개인을 초월적 존재로 만드는지 깊이 성찰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그간 무심히 보아넘겼던 여러 영화적 독해지점을 음미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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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음대 유학 가이드북 - 입시부터 귀국까지 한 번에
김주상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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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도 너무나 사랑하는, 서양 고전 음악의 마스터들인 모차르트, 베토벤, 바흐 등은 모두 독일어권 출신입니다. 합스부르크 황실은 비록 오스트리아 일대만을 직접 통치하였으나, 두루 독일어권에 권위를 간접으로나마 미쳤으므로 저 모든 음악가들을 퉁쳐 독일 사람이라고 해도 별반 틀릴 바 없습니다. 20세기 들어서도 명지휘자 故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5년 전에 타계한 테너 가수 페터 슈라이어 등이 모두 독일어 사용자였습니다. 고전 음악을 공부할 때 명문 컨서버토리로 우리는 보통 미국의 줄리어드 스쿨을 떠올리지만, 아무래도 진정한 영재의 산실은 음악의 본고장인 독일에도 많이 분포한다고 해야 맞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 저자인 피아니스트 김주상 대표는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에서 최연소, 최고점 졸업 기록을 남긴 분이라고 책 앞날개와 본문 p5에 적혔습니다. 수상 경력은 폴란드 파데레프스키 콩쿨 우승 등이 나오는데, 이 콩쿨이 기리는 이그나치 얀 파데레프스키는 우리 한국인들도 잘 아는 <소녀의 기도>를 작곡한 바로 그 사람이며,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일 뿐 아니라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 후 영국으로 건너가 망명정부에 참여한 정치인이기도 했습니다. 나치 독일의 패망을 채 보지 못하고 타계했죠. 

저자도 서문에서 밝히지만 요즘은 인터넷에 워낙 정보가 많아서 독일 이민이나 유학 준비하는 분들이 각종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궁금함을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직접 시도해 본 분들은 알겠지만, 커뮤에서 얻는 정보는 서로 충돌하는 것들이 많고, 수집하는 사람 머리에 큰 그림이 미리 그려져 있지 않으면 정보가 뒤섞여 뭐가 뭔지 모를 혼란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이처럼 영재 출신, 현지 유학을 모범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선배의 조언을 담은 책으로 체계를 잡은 후에, 다시 최신의 맞춤형 정보를 모아(인터넷에 올라 있는 사항들은 잘못된 것들도 많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학교를 고르고 구체적인 유학 계획을 짜는 게 좋겠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누가 전문 입시대비기관 도움 없이, 대학교 온라인 사이트에 찾아가 혼자 힘만으로 음대 미대 입시 준비를 하려 든다면 어떨까요? 학교 입학처에서 게시한 다양한 정보(대체로 한국의 대학교들은 그나마 이런 쪽으로 준비가 잘 된 편입니다)를 통해 지원자가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제대로 척척 소화할 수 있겠습니까? 아마도 힘들 것이라고 전 예상합니다. 하물며 독일의 대학교라면 어떻겠습니까? 일단 독일어라는 언어 자체가 장벽일 겁니다. 저자께서는 자신의 모교인 한스 아이슬러의 예를 들며, 학교 홈피에서 Studienangebot(전공별 안내), Bewerbung(원서 접수) 등을 먼저 눈여겨 보라고 합니다. 서류 관련 요구사항은 주로 Voraussetzung이라고 쓰인 곳을 살펴 보라고 나오네요. 맨땅에 헤딩 격으로, 아무 독일어 지식도 없이 무작정 학교 홈피만 찾아가서 살핀다면 얼마나 막막하겠습니까. 그래서 이런 책을 참고도 해야 하는 거죠. 

유학을 위해서는 독일어 공인어학시험 정보도 필요합니다. 이 어학시험점수(B1 등급이 보통 필요하다고들 하죠), 그리고 이력서까지도 주한독일대사관에 가서 번역공증, 사본공증을 받아야 한다고 나옵니다(p57). 이것 말고 공문서의 경우는 한국 외교부, 법무부 등에서 처리하는 아포스티유(apostille)까지 받아야 합니다. 아포스티유에 대해서는 본문 곳곳, 권말 부록에 자세히 나오므로 꼼꼼히 읽고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하겠네요. Termin은 본래 약속, 예약이라는 뜻의 보통명사인데 이 책에는 독일 영사관 테어민 잡는다는 말이 정말 자주 나옵니다. 그만큼 힘들다는 뜻입니다. 

엘다 네볼신 교수는 이 책 여러 군데(p5, p66 등)에 등장하는, 김주상 대표의 은사분입니다. 제가 이 책 중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대목이, 독일 음대 입시에서는 교수의 재량이 거의 절대적이며 불합격시 그 이유도 뚜렷이 설명하지 않고, 심지어 실력이 출중한데도 개인 취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콘탁 단계에서 거절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만약 한국에서 이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면 당장 검찰에서 수사를들어갈 만큼 큰일이 나는 거죠. 물론 한국과 독일은 학자나 연주자들의 직업정신, 청렴도 면에서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되며 사회적 신뢰라는 게 그만큼 자리를 못 잡은 탓입니다. 아무튼 한국과는 입시 풍토가 판이하므로 정말로 충분한 준비가 없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는 게 이쪽 분야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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