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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음대 유학 가이드북 - 입시부터 귀국까지 한 번에
김주상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1월
평점 :
현대인들도 너무나 사랑하는, 서양 고전 음악의 마스터들인 모차르트, 베토벤, 바흐 등은 모두 독일어권 출신입니다. 합스부르크 황실은 비록 오스트리아 일대만을 직접 통치하였으나, 두루 독일어권에 권위를 간접으로나마 미쳤으므로 저 모든 음악가들을 퉁쳐 독일 사람이라고 해도 별반 틀릴 바 없습니다. 20세기 들어서도 명지휘자 故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5년 전에 타계한 테너 가수 페터 슈라이어 등이 모두 독일어 사용자였습니다. 고전 음악을 공부할 때 명문 컨서버토리로 우리는 보통 미국의 줄리어드 스쿨을 떠올리지만, 아무래도 진정한 영재의 산실은 음악의 본고장인 독일에도 많이 분포한다고 해야 맞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 저자인 피아니스트 김주상 대표는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에서 최연소, 최고점 졸업 기록을 남긴 분이라고 책 앞날개와 본문 p5에 적혔습니다. 수상 경력은 폴란드 파데레프스키 콩쿨 우승 등이 나오는데, 이 콩쿨이 기리는 이그나치 얀 파데레프스키는 우리 한국인들도 잘 아는 <소녀의 기도>를 작곡한 바로 그 사람이며,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일 뿐 아니라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 후 영국으로 건너가 망명정부에 참여한 정치인이기도 했습니다. 나치 독일의 패망을 채 보지 못하고 타계했죠.
저자도 서문에서 밝히지만 요즘은 인터넷에 워낙 정보가 많아서 독일 이민이나 유학 준비하는 분들이 각종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궁금함을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직접 시도해 본 분들은 알겠지만, 커뮤에서 얻는 정보는 서로 충돌하는 것들이 많고, 수집하는 사람 머리에 큰 그림이 미리 그려져 있지 않으면 정보가 뒤섞여 뭐가 뭔지 모를 혼란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이처럼 영재 출신, 현지 유학을 모범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선배의 조언을 담은 책으로 체계를 잡은 후에, 다시 최신의 맞춤형 정보를 모아(인터넷에 올라 있는 사항들은 잘못된 것들도 많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학교를 고르고 구체적인 유학 계획을 짜는 게 좋겠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누가 전문 입시대비기관 도움 없이, 대학교 온라인 사이트에 찾아가 혼자 힘만으로 음대 미대 입시 준비를 하려 든다면 어떨까요? 학교 입학처에서 게시한 다양한 정보(대체로 한국의 대학교들은 그나마 이런 쪽으로 준비가 잘 된 편입니다)를 통해 지원자가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제대로 척척 소화할 수 있겠습니까? 아마도 힘들 것이라고 전 예상합니다. 하물며 독일의 대학교라면 어떻겠습니까? 일단 독일어라는 언어 자체가 장벽일 겁니다. 저자께서는 자신의 모교인 한스 아이슬러의 예를 들며, 학교 홈피에서 Studienangebot(전공별 안내), Bewerbung(원서 접수) 등을 먼저 눈여겨 보라고 합니다. 서류 관련 요구사항은 주로 Voraussetzung이라고 쓰인 곳을 살펴 보라고 나오네요. 맨땅에 헤딩 격으로, 아무 독일어 지식도 없이 무작정 학교 홈피만 찾아가서 살핀다면 얼마나 막막하겠습니까. 그래서 이런 책을 참고도 해야 하는 거죠.
유학을 위해서는 독일어 공인어학시험 정보도 필요합니다. 이 어학시험점수(B1 등급이 보통 필요하다고들 하죠), 그리고 이력서까지도 주한독일대사관에 가서 번역공증, 사본공증을 받아야 한다고 나옵니다(p57). 이것 말고 공문서의 경우는 한국 외교부, 법무부 등에서 처리하는 아포스티유(apostille)까지 받아야 합니다. 아포스티유에 대해서는 본문 곳곳, 권말 부록에 자세히 나오므로 꼼꼼히 읽고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하겠네요. Termin은 본래 약속, 예약이라는 뜻의 보통명사인데 이 책에는 독일 영사관 테어민 잡는다는 말이 정말 자주 나옵니다. 그만큼 힘들다는 뜻입니다.
엘다 네볼신 교수는 이 책 여러 군데(p5, p66 등)에 등장하는, 김주상 대표의 은사분입니다. 제가 이 책 중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대목이, 독일 음대 입시에서는 교수의 재량이 거의 절대적이며 불합격시 그 이유도 뚜렷이 설명하지 않고, 심지어 실력이 출중한데도 개인 취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콘탁 단계에서 거절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만약 한국에서 이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면 당장 검찰에서 수사를들어갈 만큼 큰일이 나는 거죠. 물론 한국과 독일은 학자나 연주자들의 직업정신, 청렴도 면에서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되며 사회적 신뢰라는 게 그만큼 자리를 못 잡은 탓입니다. 아무튼 한국과는 입시 풍토가 판이하므로 정말로 충분한 준비가 없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는 게 이쪽 분야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