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나무 책고래마을 55
장세련 지음, 용달 그림 / 책고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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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장점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또래 친구들을 보며 왜 나는 저 친구처럼 키가 크지 않을까, 왜 나는 못생기고 인기가 없을까, 왜 공부를 저렇게 잘하지 못할까 등등 쓸데없는 고민을 합니다. 사람은 어떤 획일적 잣대로 계량화하여 그 가치를 자리매김할 수 없고, 그 하나하나가 대체 불가이며 소중한 존재들이죠. 물론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남이 가진 장점이나 재산을 그저 부러워만 하고 거저 손에 넣을 궁리만 하는 사람은 사회에 아무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 사람은 혹 운이 좋아 분에 넘치는 자리까지 올라갔더라도 곧 제 위치를 찾아가게 마련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작은 소나무는 숲 속에서 자라는 다른 식물들처럼 눈에 확 띄는 존재가 아닙니다. 숲을 찾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꽃들을 보고 앙징맞다며 예쁘다며 칭찬하느라 정신없습니다. 작은 소나무는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저 사람들이 나한테는 어떤 칭찬을 해 줄까?" 아마 누구라도 성장기에 이 비슷한 체험을 해 봤을 것입니다. 사실 다 지나고 보면, 사람들의 칭찬이나 비난은 아무 뜻도 없습니다. 칭찬도 비판도 두루 다 겪어 본 사람은 모든 걸 객관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남의 격려에 도파민이 분비되어 자신이 맡은 일을 더 잘하게 된다면, 또 남의 지적에 분발하여 내 결점을 빨리 보완한다면, 이는 분명 생산적인 소통의 일부입니다. 그 사람이 진정 행복한지 아닌지는, 세상 누구도 모르고 오로지 그 자신만 아는 참된 가치, 여기에 대해 본인이 얼마나 자존감을 갖느냐에 달렸습니다. 희한하게도, 사람들 앞에서 부리는 허세와는 전혀 별개로, 본인은 자신이 어느 정도 중요한 사람인지 정직하게 알고 있습니다. 세상 앞에 눈가림할 수는 있어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왜 나는 쟤들처럼 알록달록 꽃이 피지도 않고, 늦가을이면 예쁘게 단풍이 피지도 않을까? 작은 소나무는 정말 쓸데없는 비교를 통해 고민합니다. 성장기를 지나는 모든 어린이, 청소년들은 이런 고민을 하는데, 어른들은 그런 애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다 겪어 본 처지로서 그런 걱정이 다 부질없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그 어린 나이에는 미처 알지 못하고 갈등에 슬픔에 날을 지새우니, 그 나이에는 또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결국 저 시기는 스스로 그 아픔을 이겨내어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어른들은 더 마음이 아픕니다. 

꽃이 알록달록 피지 않고 단풍이 들지 않는다는 건 전혀 단점이 아닙니다. <논어> 자공편에 보면 歲寒然後에 知松栢之後凋라 했고, 이 구절을 2700년 후 추사 김정희가 자신의 그림에 담았는데, 이처럼 동아시아의 옛 성현들은 상록수의 독특한 습성을 선비의 지조에 비겨 절개의 상징이라고 찬양했습니다. 작은 소나무가 저런 현자, 성인들이 자신이 속한 무리를 두고 그처럼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는 걸 알면 과연 어떤 반응이었을까요? 그뿐이 아닙니다. 이 책에도 나오듯 독일에는 O Tannenbaum이란 노래도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탄넨바움은 전나무이지만 크게는 소나무와 같은 종류이며 그래서 한국어 가사로는 소나무라고 번역되었죠. 이 노래에서도 "언제나 푸른 네 빛"이 칭송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재미있게도 저 독일 노래는 영어로는 "오 크리스마스 트리"라고 번역됩니다. 소나무, 전나무가 성탄절 트리로 많이 쓰였으니 당연합니다. 허름한 옷을 입은, 지역 아동 센터의 소년은 그 이름이 타로였나 봅니다. 센터 선생님의 제안으로 이 작은 소나무를 사게 된 일행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정성껏 장식합니다. "성탄 나무 덕분에 더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겠구나." 과연 센터의 세말이 행복한지는 알 수 없으나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마음과 마음을 모으면 그 안에 행복이 절로 깃드는 건 맞습니다. "다시는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을거야." 타로와 선생님과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소나무도 한가득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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