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장 - 365 에세이 일력,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 결심 (만년형, 스프링북)
오유선 지음 / 베이직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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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랩에 싸인 종이박스를 개봉하니 정말 예쁜 일력 한 권이 나옵니다. 요즘은 이렇게 탁상용으로 제작된 일력 형태의 출판물이 많이 나오는데 이게 일종의 굿즈도 되고 팬시상품도 되지만 기본적으로는 한 권의 책이며 독자는 그 안에 담긴 작가의 메시지를 차분히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일력들이 그렇듯이(아닌 것도 있습니다만) 날짜는 적혀 있지 않고, DAY 1, DAY 2 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를테면 DAY 5에는 데일 카네기의 말이 나오는데, 주제는 걱정 내려놓기입니다. 걱정해도 아무 소용 없는 문제로부터는 스스로를 좀 해방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데일 카네기의 말에 따르면 그렇게 해야 마음의 평화가 생긴다는 건데, 사실 마음의 평화라는 것도 바쁘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사치입니다. 하루하루의 과제를 열심히 해결해 나가는 이들에게는, 쓸데없는 걱정을 빨리 제거해야 자신의 당면과제에 집중할 여력이 생깁니다. 단, 걱정을 벗어나는 것과 현실을 도피하는 건 엄연히 다릅니다. 현실의 어려운 과제가 내게 도전해 오면 바로 맞서야 하며, 이를 피했다간 더 큰 위험과 손해가 닥칠 뿐입니다. 나를 위협하는 손톱만한 시도에도 죽기살기로, 목숨을 걸고 대항해야 문제가 일부라도 해결됩니다. 

데스몬드 투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성공회(앙글리칸) 주교였고 생전에 노벨 평화상을 받았던 분입니다(3년 전 타계). 이분의 말이 DAY 54에 나오는데, 그 주제는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특별하게 되고 싶어하며, 평범한 자신에 끝없이 실망하고 자신을 비하합니다. 그러나 투투 주교는 "당신이 미처 느끼지 못할 뿐,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이라고 우리들에게 힘을 줍니다. 나의 장점을 확인하는 방법은 여럿 있겠지만, 투투 주교는 메모지에다 그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죽 적어 보는 것을 그 중 하나로 꼽습니다. 

사람은 일도 해야 하고, 그 바쁜 일로부터 릴랙스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걸 20세기 미국의 자동차왕 헨리 포드는 "일과 사랑의 균형"이라고 불렀고 그 내용이 DAY 85에 나옵니다. 그 표현이 재미있는데 "당신이 가능을 믿든, 불가능을 믿든, 당신이 딱 믿는 대로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말입니다. 사실 매사가 부정적인 사람은 그 말이 재수없어서라도, 될 일조차 안 되기 마련입니다. 이 페이지에는 심리학의 개조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말도 함께 실렸습니다. 무엇이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 감정, 지식은 이미 불구의 모습일 수밖에 없습니다. 

DAY 123을 보면 마우드 V 프레스틴의 말이 소개됩니다. 이분 이름은 정확하게는 Maude V Preston인데 Sharing이라는 제목의 시(詩)에서 앞 연(聯)을 인용한 것입니다. There isn't much that I can do,
But I can share my bread with you, And I can share my joy with you, And sometimes share a sorrow too, As on our way we go.가 영어 원문입니다. 인생이란, 결코 혼자 걷는 길일 수 없고, 기쁨이든 슬픔이든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데서 온전한 형태가 완성됩니다. 

링컨도 생전에 그토록이나 많은 반대에 직면했는데, 그래도 누군가는 자신을 변함없이 지지한다고, 함께 가 줄 것이라고 믿었다면 아마 큰 힘을 얻었으리라는 저자의 말씀(DAY 151)이 재미있습니다. 실제로 링컨은 강철 같은 의지를 가졌던 인물이며 지지자도 많았으므로 그가 생전에 가던 길이 결코 외롭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자는 "믿음이 곧 (그에게) 기적을 일으킬 것"이라고도 합니다. 

조르주 클레망소는 역 U자형 콧수염이 인상적이었던, 20세기 초에 프랑스를 이끌었던 정치인입니다. 이분 말이 DAY 351에 나오는데, 이 장에는 데일 카네기의 말도 함께 실렸습니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라. 돈은 나중에 따라온다." 글쎄 현실적인 필요를 무시하고 전적으로 취미에만 몰입할 수 있는 특권은 그렇게 많은 이들에게 부여되지 않겠습니다만 여튼 자신의 정직한 열정이 무엇인지 알 필요는 있겠습니다. 물론 그게 주제파악이 안 되는 환각, 자기기만이 되어서는 대단히 곤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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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말씀만 하소서 - 출간 20주년 특별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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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먼저 떠나보내는 부모의 아픈 경험을 참척(慘慽. p10, p75, p133)이라고 부릅니다. 고 박완서 선생은 1988년, 57세 때에 당시 25세였던 맏아들 서울대 의대생 호원태씨를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박완서 선생은 둘째 아드님도 의사로 키우신 분인데, 그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로 자라나야 마땅했을 금쪽같은(문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장남을 불의의 교통사고로 먼저 떠나보내셨으니 그 아픔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박완서 선생은 작가로서의 데뷔가 당시 기준으로는 다소 늦은 편이었는데, 1981년 <엄마의 말뚝 2>의 이상문학상 수상으로 문단과 독자들 앞에 완전히 그 존재를 각인시켰습니다. 이후로는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탄탄대로를 걸었는데, 그 와중에 저런 큰일을 겪으신 겁니다. 이 책은 초판이 2004년에 나왔고 올해 출간 20주년을 맞습니다. 아드님이 돌아가신 후 16년이 지나서야 관련 글들을 모아 책을 내셨다는 사실도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죠. 

이 책엔 평소 선생의 글쓰기 스타일이나 주제와는 크게 다른 글들이 많아 독자를 처음에 약간 당황하게도 합니다. 하지만 글들의 모티브가 무엇이었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면 당연히 저런 문장과 생각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선생은 팬들이 다 알듯이 가톨릭신자이며, 1980년대 전반 혹심한 군사독재의 칼날이 번득일 때 용감하게 정치(그리고 사회의 병든 세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작품 안에 띄우기도 한 분입니다(물론 통속 소설도 잘 쓴 분입니다). 저는 그걸 천주교인으로서의 양심 그 발로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독실한 신자분이 아무 잘못도 없이 성실히 삶을 산 엘리트 아드님을 갑자기 데려간 신에 대해 이처럼이니 격한 분노와 원망을 표현하니, 얼마나 그 참척의 아픔이 크셨을지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p62를 보면 다섯 아이를 젖먹여 기르던 당시에 영세를 받으셨다고 하는데, 책 곳곳에 나오듯 선생은 평소에 여러 목사님의 설교집, 불교의 법구경 등도 깊이 읽으시던 분입니다. 

p55를 보면 생전에 호원태씨가 마취과로 인턴 진로(p63)를 정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차분하게 어머님 앞에서 설명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 마음과 태도가 얼마나 당당하면서도 합리적인 의욕으로 가득한지 모릅니다. 어머니들이란 본래 아들에 대해 객관화가 안 되는 법인데, 이처럼이나 태생부터가 잘나고 똑똑하며 도덕적으로도 흠 잡을 구석이 하나 없는 아드님의 의젓한 말씀을 들으니 그 마음이 얼마나 자긍심으로 가득차셨겠습니까. 세상에 이런 아들이 또 있을 수 있나, 전세계 그 어느 귀공자들을 트럭으로 데려와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셨을 만합니다. 자 그런데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런 아들을 뺏어간 신이라니? 이건 신이 아니라 살인강도의 악독한 범죄와도 비겨 마땅하다고, 기존의 모든 신앙을 폐기할 만하다고 여기지 않았겠습니까. 

세상에는 도무지 이유를 댈 수 없는 부조리와 비합리가 많습니다. 기독교 구약의 욥기(p30)를 보면 한때 남부러울 것 없이 살던 욥이라는 장자에게 불행이란 불행은 모두 닥칩니다. 이 이유는 그저 신과 악마가 내기를 했다는 사실뿐이었는데, 욥 본인보다도 기록 밖에서 이 모든 사정을 다 관찰하는 독자가 더 화가 날 정도입니다. 대체 욥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저런 사람을 상대로 저 장난을 친단 말인가? 악마야 본래 악마라고 쳐도, 신이 이 저열한 장난에 동조한다는 게 너무 한심하지 않은가? 그래서 선생은 욥기를 읽어 위로가 되는 게 아니라 도리어 분노를 돋운다고까지 솔직히 말합니다. 독자들이 선생의 글을 좋아하는 것도 이같은 솔직함이 잘 드러나서입니다. 

그런데 참척의 가장 교과서적인 예는 바로 신약의 복음서에 잘 나옵니다. 바로 예수의 모친인 마리아의 경우(p70)인데, 이분은 아들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가는 걸 눈앞에서 지켜본 분입니다. 십자가형은 반역자, 살인자, 강도 들이나 받던 형벌이었는데, 예수 그리스도가 대체 무슨 죄를 지어 그런 상황에 처해야 했겠습니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그 모든 분노와 불만과 부정의 감정이 다 정화(p172)될 수 있습니다(제가 그렇다는 게 아니고 박완서 선생의 경지를 추측건대 그렇겠다는 생각입니다. 전 그렇게 착해질 자신도, 의도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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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도 축복이다 - 고정관념의 세상에서 뜻밖의 축복 누리기
정재영 지음 / 이비락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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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것이 다들 보기 좋다고 하며 동안이다 뭐다 해서 지나치게 외관을 꾸미는 노력을 요즘은 그리 좋게들 보지 않습니다. 사람은 그저 자기 나이대로 보이는 게 최고이며, 그에 따른 연륜이 멋지게 드러나 보이는 늙음이야말로 가장 축복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문평론가 정재영 선생이 쓴 이 책에는 그런 멋진 노화에 대한 유익한 상념이 담겼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렸을 때에도 이성(異性)에 대한 설렘, 반함 같은 감정이나 체험이 있을까요? 답이 "있다"라는 건 우리 모두 그 단계를 거쳤기 때문에 잘 알고 있습니다. p41에서 저자는 초등학교 때 같은 반 어떤 여자애한테 반했는데, 외모가 예뻐서라기보다는(물론 예쁘기도 했겠지만) 풍금(당시에는 학급마다 풍금이 배치되었다고 합니다) 연주 솜씨가 뛰어나서였다고 합니다. 아마 초등학교 때 관악부에서 악기를 잘 다루는 친구, 앞에서 지휘를 하는 친구 등을 보고 부러워하거나 좋아했던 기억은 다들 있겠습니다(물론 공부 잘하는 것 앞에 다 깨갱이지만 ㅋ). 

아닌게아니라 악기를 잘 연주하는 재주는 남자건 여자건 당사자를 매우 돋보이게 하는데, 중근세 유럽 왕실에서도 공주들에게 이런저런 악기 연주를 가르쳤습니다. 이상하게도 동아시아에서만 이런 솜씨를 창기들이나 익히는 것이라 하여 기피했죠. 아무튼 이 챕터에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씀은, 나이 들수록 오히려 악기 연주 같은 것에 취미를 붙여서 풍요로운 시간을 보내라는 겁니다. 그 활동은 첫째 창의적일 것, 둘째 어느 정도 난이도가 있어야 할 것, 셋째 여럿이 해도 좋지만 혼자서도 가능한 활동일 것 등입니다(p46). 너무 쉬운 건 금세 재미도 잃을 뿐 아니라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안 되며(이 책에는 치매 관련 정보가 매우 많습니다), 나이 들면 인원이 잘 모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큰 걱정거리가 있으면 어떻게 대처할까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p114)는 일찍이 내 힘을 넘어서는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안달복달해 봐야 어차피 내가 손을 쓸 수 없는 일이라면 그걸 걱정해서 대체 뭘 어쩌겠습니까? 이 대목에서 저자의 부인께서 들려 주는 충고가 매우 현명하며, 에픽테토스를 능가하는(?) 통찰이 든 말씀이라서 우리들도 귀담아 새길 만합니다. 워런 버핏은 심지어, 집중할 수 있는 몇 가지만 빼고 다 버리라고까지 했습니다. 

늙는 게 딱히 서러울 필요가 없다는 게 저자의 말씀인데, 가장 젊고 아름다웠을 시절의 나는 내 기억 속에 영원히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전성기가 있고, 걔는 그대로 박제된 채 또다른 내가 늙어갈 뿐이라고 생각하라는 겁니다. 이 말은 원래 <못 가 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서 박완서 선생이 했다고 나오네요(p164). 이런 생각을 연장하면,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작으나 크나 그래도 흔적을 남겼다는 게 큰 의의가 있으며, 보람 없이 살다가는 인생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누구나 소소하게라도 전성기는 있지 않았겠습니까? 

p179를 보면 노안(老眼)이 와서 상대의 외모 결점이 잘 안 보인다고도 하는데, 이 역시도 멋진 표현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 대목을 잘못 읽고, 나이 들면 미남(미녀)이나 추남(추녀)이나 다 똑같아져서 차별이 사라진다는 뜻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니 老眼이 아니라 이건 老顔인 셈이죠. 명배우 故 찰스 브론슨은 젊었을 때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지독하게 못생긴 개성으로 유명했는데 나이 들고는 그 중후함이 외모에 완전히 각인되어 여느 미남배우보다 훨씬 근사해졌습니다. 

나이가 들면 감각이 서서히 상실됩니다. 그런데 p204를 보면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라는 할머니(스페인 분)는 청력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합니다. 세상의 온갖 잡된 헛소리, 시비거는 못된 놈들의 음성이 귓전에서 싹 없어지니 그처럼 좋을 수가 없더라는 건데, 물론 이분의 경우 고가의 청각보조장치 덕에 의사소통에 불편이 적었다는 점도 감안은 해야겠으나 여튼 무슨 말씀을 하는지는 이해가 되지요. 세상만사가 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진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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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진짜학습지 첫걸음 - 하루 10분! 중국어가 저절로 외워지는 새로운 공부 습관 진짜학습지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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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에서 나온 외국어 교재를 지금까지 여러 권 리뷰했었고 그 중 학습지 포맷은 영어 두 권, 일본어 한 권이었습니다. 지금 이 교재는 중국어인데, 그 구성은 쓰기 노트 1권, 기초편 네 권, 기초편의 워크북 네 권, 발음편과 발음편 워크북 각 한 권, 초중급편 합본 한 권, 모두 12권이 파일폴더 안에 들어 있습니다. 학습지 포맷의 가장 큰 장점은 매일단위로 계획을 세웠을 때 큰 부담 없이 조금씩 소분해서 진도를 나갈 수 있다는 점, 휴대가 편하다는 점 등입니다. 아마 어렸을 때 이런 식으로 조금씩 공부를 할 수 있게 배려한 학습지를 다들 한 번 정도는 겪어 봤을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일단 초급자들을 위해 이 학습지는 기초편을 제법 많은 분량으로 편성했습니다. 시원스쿨 교재들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설명 대신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가장 핵심이 되는 문법을 체계적으로 정리(기초편 1권 p4)"했다는 게 이 교재에서도 드러납니다. 시원스쿨 진짜학습지 사이트에 가면 중국어 자료실에서 모두 8세트의 음원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고, 나머지 1세트는 유료 구매자만이 접근할 수 있어서 무료로 제공받은 저는 다운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다운받은 8세트만 갖고 공부해도 차고넘칠 정도이며, 언제나 시원스쿨 음원을 이용할 때마다 느끼는 바이지만 참 제작이 잘 되었습니다. 

초중급편 1과 2가 음원이 각각 두개씩 네 개인데, 그 중 둘은 단순음원이 아니라 음성강의 파일입니다. 재생해 보니 낭랑하고 또렷한 목소리의 여성 쌤 강의가 나옵니다. 시원스쿨 자료실에 올려진 파일들은 대부분 압축파일이어서 다운받은 후 압축해제를 따로 해 줘야 하는데, 이 파일들도 압축이 된 상태지만 해제해 보면 전후로 그 용량이 큰 차이가 나진 않습니다. 학습지에 딸린 음원들인 만큼, 학습지 본체가 하나하나 소분되었는데 정작 음원은 통으로 묶였다면 좀 불편할 수도 있겠죠. 음원도 물론 챕터별로 다 쪼개 놓았기 때문에 이용에 불편함이 전혀 없습니다. 8세트의 용량을 다 합치면 대략 300Mb에 약간 못 미칩니다(압축상태 기준). 

기초편을 펼쳐보면 컬러 일러스트가 친근한 모습으로 독자들을 맞습니다. 이렇게 뭔가, 그 생긴 모습부터가 독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게 시원스쿨 교재들의 공통된 특징입니다. 이 기초편에서는 등장인물 네 명이 계속 독자들의 학습을 이끄는데, 好久不見!이라고 외치는 양웨이는 자전거를 타고 있습니다. 우리식 한자어 발음으로는 [호구불견]이지만, 중국식으로는 [하오지우뿌지엔] 비슷하게 읽습니다. 모든 중국어 발음에는 로마자 병음이 달렸지만, 물론 원어민 음성이 녹음된 음원으로 직접 들어보고 큰 소리로 따라해 봐야 실력이 는다는 건 새삼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기초편 넷째권 p42를 읽어 보면 부사 才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우리말에서는 이게 예전에 의존명사 살(나이)이라는 뜻으로도 쓰였지만, 중국어로는 부사로 쓰일 때 "고작'이란 의미라고 하네요. 이런 뜻은 한자를 한문(고전) 속에서만 배운 사람들은 전혀 짐작이 안 되죠. 또 비교문에서 比라는 글자는 "~보다"라는 뜻인데, 우리말로는 비교라고 할 때의 그 비 라는 글자입니다. 학습지 겉표지가 생긴 건 부드러운 원색으로 밋밋해 보여도 일단 펼쳤다 하면 내용은 굉장히 컬러풀합니다. 

발음편은 더 다채롭게 알록달록합니다. 1권 p24를 보면 병음으로 zh, sh, ch, r 등이 나오는데, 이게 중국어를 좀 공부해 본 분들은 알겠지만 모두 권설음, 즉 혀가 입천장 뒤로 말려올라가며 내는 발음들입니다. 이게 남방 쪽으로 내려오면 이런 권설음이 서서히 없어지죠. 중국어는 운모라는 말을 쓰는데(발음편 p34) 이게 타 언어의 모음과 대충 일치하지만 모음에 없는 개념이 조금 더 들어갑니다. 이 교재에서 중국어의 4성조를 배울 수 있습니다(p40). 

중국어 초급, 중급편은 모두 두 권 구성인데 1권 15일분, 2권 15일분 해서 모두 30일분입니다. 여기서부터 내용이 슬슬 어려워지는데 예를 들면 2권 p14(DAY18)의 得了, 不了를 활용한 가능 표현 같은 게 그렇습니다. 또 DAY23(p34)에는 일반부사 여럿이 나오는데, 白, 決不, 肯定, 一定 등이 나옵니다. 세번째 것은 우리말로 읽으면 "긍정"인데 이게 중국어 구어에서는 "확실히"라는 뜻이니 신기합니다. 매일매일의 분량을 부담없이 익힐 수 있게 최대한 배려한 그 편집부터가 벌써 백점짜리 교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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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시간 책쓰기의 기적
황준연 지음 / 작가의집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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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목표, 혹은 대상을 충분히 사랑하고, 꾸준한 노력을 가하면 안 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황준연 대표의 이 신작 p32를 보면, 중국에 거주하던 어떤 평범한 아버지가 낳은 기적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놀라게 됩니다. 이 아버지에게는 멘케스 증후군을 앓고 있던 아들이 있었는데, 고졸 학력밖에 없던 그 부친이 온갖 논문을 찾아 읽고 마침내 아들을 낫게 했습니다. 황 대표의 서술대로, 신약 개발까지는 아니고 기존 처방의 성공적인 재현에 불과하지만 여튼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입니다. 빅파마라고 해도 신약 개발은 결코 쉬운 게 아닙니다. 이분의 이름은 쉬웨이(徐偉. 서위)인데 나무위키에도 항목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대만, 미국, 영국 등의 세계 유명 매체에서 3년 전에 이미 보도한 내용이므로 그 진위에는 의문이 없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누구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황 대표처럼 훌륭한 저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p50에서 황 대표는 잘 쓰려면 무엇보다 꾸준히 읽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투입되는 자원이 없는데 산출되는 결과물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읽고 또 읽으면 지식이 자연스럽게 차오르고 넘치며 그때 비로소 책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는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 대전연일)라는 일본의 경제학자는 시간을 달리쓰고, 사는 곳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두고 인생을 바꾸는 3대 조건(p70)이라고 칭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셋을 모두 충족시키는 게 바로 독서라고 합니다. 독서를 통해 나는 다른 곳을 간접으로 찾으며, 또 다양한 필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니 한 가지 활동으로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셈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제목이 독자들에게 바로 다가오지 못하면 그 책은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듭니다. 많은 독자를 만나지 못하면 그 책은 그 좋은 내용을 널리 전파하지 못하고 묻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p93 같은 곳에서 제목을 잘 지으라고 충고합니다. 저자는, 사람도 그 사람을 처음 몇 초 동안 만나고 결정되는 이미지가 그 사람의 모든 평가를 좌우한다고 말하면서, 책 역시 제목으로 사람을 첫눈에 확 끌지 못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알려 줍니다. 실제로 저자도 많은 양의 책을 구입하고 읽어 내는데 제목에서 끌리느냐 아니냐가 기준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p105에는 좀 놀라운 이야기가 나옵니다. 황 대표의 어떤 지인분은 원고를 조금도 안 쓰고, 오직 출판기획서만 갖고 두 건이나 단기간에 출판사와 계약을 마쳤다고 합니다. 저는 처음에 미집필 상태에서 계약했다는 게 무슨 뜻인지를 몰라서 다시 읽어 보았는데, 기획 자체가 시장성이 있으므로 계약까지 갔다는 뜻이었습니다. 기획만 좋다고 다 시장에서 히트를 치는 건 아니고 여러 건을 띄우면 그 중에 뭐 하나가 히트작이 나오기 마련이며 나머지의 손실분을 메꿉니다. 글 잘 쓰는 사람과, 황 작가처럼 히트작을 내는 사람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는가? p107에 답이 나옵니다. 목차를 잘 쓸 수 있는가 아닌가의 차이이며, 목차가 나온다는 건 책을 만들기 위한 구조가 머리 안에 자리잡혀 있다는 뜻이니 말입니다. 

KBS의 <인간극장>은 유명인이 나오지 않는데도 장수프로그램입니다. 그 비결이 어디에 있을까요? p142를 보면 아무리 좋은 책을 써도 자신이 효과적인 홍보를 하지 않으면 그 책이 팔릴 수가 없다고 나옵니다. 저도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작가분들이 꼭 들러서 책을 읽어 달라고 홍보도 하시고 부탁도 하시는데, 다들 열심히 하시는 분들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같은 평범한) 독자들이 시선을 일단 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또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주제부터가 본인이 쓸 수 있고 감당이 되는 그런 주제라야, 처음의 그 당찬 의도를 완성물로까지 빚어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하루 1시간의 (효율적인) 노력만으로도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씀이 특히 설득력 있는 건, 저자 본인이 그런 모범을 스스로 보여 준 분이라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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