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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D 보고서
류춘우 지음 / 마음시회 / 2024년 7월
평점 :
회사나 기타 조직에서 보고서라 함은, 성원들 사이의 의사 소통을 위한 핵심 수단 중 하나입니다. 그 의사 소통이라 함은, 주로 당면한 내부적, 혹은 외부로부터의 문제 해결이 그 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보고서를 쓸 때, 8D라는 유력한 카테고리, 혹은 기준에 의거하여 작성한다면, 보고서는 보고서대로 완성도가 높아지고, 그 보고서에 의거하여 시행될 문제 해결 프로세스 역시 유효성이 잘 담보됩니다. 8D라고 할 때의 D는 discipline을 가리키는데, 문제를 해결하는 원칙, 기준, 기율 등을 뜻합니다. 문제를 해결할 때 8개의 disciplines에 의한다면, 시행 이전 단계에서부터 문제 해결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지 예측하거나 평가할 수 있고, 시행 도중에도 과연 이 방식대로 충실히 밀고나갈 때 소기의 성과가 나겠음을 확신할 수 있으며, 나아가 사후(事後)에 전 과정을 평가 후 피드백이 필요할 때도 일처리가 대단히 편해집니다.
8D는 1974년에 미 국방부에서 처음으로 개념을 잡았고, 자동차 메이커인 포드 사에서 1987년 오늘날 우리가 아는 표준적인 프레임을 확립했다고 책 p48에 나옵니다. 물론 회사마다 고유의 문제해결수단을 가질 수 있지만, 만약 그것이 8D 방식이 아니라면 적어도 글로벌 표준이라 평가하기는 힘들겠다고 저자는 말합니다(p49). 이 책에서는 특히 p23 이하에서 문제 예방(또는 개선 방식)에 대해 4가지 유형을 열거하는데, 시정(즉시 문제 해결), 시정 조치(문제의 먼 원인까지 제거), 예방 조치(그 대표적인 게 FMEA), 지속적 개선 등이 있다고 합니다. 이 네 가지 유형 중 예방조치로는 FMEA가, 그 외 세 가지 상황에서는 8D가 쓰인다고 하네요. 8D와 FMEA의 근본적인 차이는 p50 이하에 잘 정리되었습니다. 또 FMEA는 p206 이하에 잘 설명됩니다.
8D를 가장 잘 요약한 문장은 p140, p145에 나오는데, "일어난 단일 문제에 대한 구조적 해결 방법론"이라는 정의가 그것입니다. 8D의 구체적인 내용은 챕터2와 챕터3에 자세히 설명됩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D1: 팀 구성
D2: 문제 정의
D3: 임시 조치
D4: 원인 분석
D5: 영구 대책
D6: 유효성 검증
D7: 재발 방지
D8: 포상 및 팀 해산
특히 제가 챕터 2에서 유념하며 읽은 부분은 D2, 즉 문제 정의 단계였습니다. 만약 문제 해결이 일개인에 의해 이뤄지거나, 개인이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조직에서라면 구태여 문제 정의 단계도 필요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성원들 간의 유기적인 협력에 의해 모든 프로세스가 진행되며, 그렇기에 이 D2 단계에서 조직 내 모든 이들 간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사실 유기적 협력의 상호작용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논쟁이나 토론을 벌일 때에도 일단은 논제나 아젠다에 대해 공통된 합의가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아니라면, 서로 아무 의미 없는 일에 공연히 힘만 빼는 결과가 나올 뿐입니다. p78에는 문제(불량품 발생 등)의 원인을 거꾸로 찾아가는 이른바 디프로세스에 대해 설명이 나옵니다. 또 p83에는 6M이 나오는데, man, material, method, milieu(밀류. "환경"), measurement가 그것입니다.
경찰의 범죄 수사에 있어서도 초동 조치가 무척 중요하다고 하죠. p89를 보면 불량품 발생이라든가 문제에 대한 정보는 접수했는데, 증거(한마디로, 그 불량품)에 대한 입수가 늦어져서 "문제 정의"가 곤란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나옵니다. 책 초반(p19)에서 위험과 리스크는 서로 다른 개념이며, 후자는 잠재적인 위험성, 또는 불확실성의 영향을 뜻한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반대로 위험이란, 이미 리스크가 크게 발전하여 그 손실 같은 결과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감지(感知) 상태를 가리킨다고 하네요. 그래서 팀 구성(D1) 이전에, 문제의 발생을 감지하고 ERA를 단행해 조기 차단할지를 결정하는 걸 D0라 부르며, 의사 결정 단계를 낮춰 즉시 진화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고 나옵니다. 이 D0에서는, 고객의 불만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별일 아니겠지 지레짐작하는 방어적 심리를 지양하는 등 "태도" 문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D6는 유효성 검증 단계인데, p131을 보면 계획수립, 실행, 검토, 잔여리스크 판단, 수평전개 등의 과정을 거친다고 나옵니다. 이 D6에서, 검증이란 verification인가 아니면 validation인가? ISO 9000에서 이미 이 부분도 정의되었다고 하네요(p134). 저자는 앙자의 개념을 더 알기 쉽게 설명하는데, 전자는 대책이 맞는지 검증하는 것이며, 후자는 그 대책을 적용한 제품이 사용 가능한지의 검증이라는 차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D8을 주로 설명하지만, 그 직전단계인 D0에 대해서도 책 곳곳에서 설명합니다. p159에서는 기초 불량 관리, 또는 마이너 고객에 대한 소홀한 VOC(voice of the customer) 관리 같은 게, 모두 조직 성원들이나 관리자, 혹은 경영인의 태도 문제에서 비롯할 수 있다고 책에서 지적합니다. 저자는 이런 넌센스 불량이 조직을 갉아먹는 암세포와도 같다고까지 규정합니다. 학부 저학년 통계 시간에 배우곤 하는 상관성(correlation) 분석이 p174 이하에 나오는데, 앞 p83에도 나왔던 공정의 6M을 특히 유의해서 따지고 그 불량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8D란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세스이며, 이를 상위 문서화한 게 절차서(procedure. 이 책 p205)입니다. 이렇게 해서 문제 해결 방식을 체계화, 구조화해도, 8D 보고서라는 게 모든 상황에 일률적으로 작용되는 건 아닙니다. p223 이하에 모두 다섯 가지 유형으로 이 8D 보고서를 분류하는데, 아무리 치밀하게 작성된 도구라도 그 최적의 쓰임새가 정해져 있는 게 보통이겠기 때문입니다. 구조화한 문제 해결 방식이란, 일회성 임시변통(ad hoc), 혹은 고식적 돌파구가 아니라 전례(들)로부터 얻은 "교훈"임을 명심하여, 회사의 인적, 물적 자원을 가잩 효율적으로 투입하여 최단 시간 최소 비용으로 사태를 진압하는 체계를 발전시켜 나가도록 모든 구성원들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한국 최고의 기업을 두루 거치며 저자가 체득한 생생한 교훈이 녹아 있는 책이라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