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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과서 따라쓰기 1-1 - 2024년 시행 ㅣ 국어 교과서 따라쓰기 (2024년 시행)
컨텐츠연구소 수(秀) 기획 / 스쿨존에듀 / 2024년 7월
평점 :
이제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학생에게 가장 큰 관문은 국어 교과서를 정확히 읽고 따라쓰는 것입니다. 요즘은 3,4세 때 대부분 한글을 떼므로, 한글을 잘 못 읽거나 하는 아이들은 드뭅니다. 그러나 한글을 읽어내는 것과, 쓰인 글에서 상대방의 내심을 꿰뚫고 글의 의도를 정확히 꿰뚫는 일은 매우 다릅니다. 또 학교에서는 형식적인 규칙을 중시하므로, 글의 내실을 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형식적인 면을 갖추는 것(예: 맞춤법, 띄어쓰기)도 이제는 신경 써서 배워야만 합니다. 국어 교과서 따라쓰기 수업은 그래서 단순히 어떤 모범 텍스트를 따라쓰며 흉내내는 과정이 아니라, 훨씬 고차원의 목표을 달성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쿨존에듀의 책들에 대해서는 이미 제가 여러 차례 리뷰한 적 있습니다. 지금 이 책은 교과서 따라쓰기이므로 제법 높은 수행을 학생에게 요구하지 않을까 예상했었으나,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p6을 보면 연필을 바르게 잡는 방법부터 나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테니스나 탁구 종목 같은 경우, 라켓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플레이어의 성과가 천차만별입니다. 바른 자세 바른 홀딩은 그저 폼만 멋지고 이쁘게 보이게 하는 게 아니라, 그런 바른 자세로부터 바른 성과가 나오기 때문에 그 자세의 연습이 중요한 것입니다. 주먹을 불끈 쥐는 듯한 나쁜 자세로부터는 나쁜 글씨가 나올 수밖에 없고, 나중에 논술 시험 같은 걸 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 어려서부터 교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어 책에서는 자음과 모음이 만나 음절을 이루고 소리를 내게 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물론 이 책뿐 아니라 모든 교재들이 이런 식이지만, 이 책은 가로세로 표를, 당연하다는 듯이 턱 던져 주지 않고 짧은 설명이라도 덧붙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어디서 좌절하는지 아십니까? 나한테는 이게 전혀, 당연하게 이해되지를 않는데, 책에서는 거기에 대해 아무 설명이 없는 경우입니다. 이러면 아이들은, 당해 문제가 이해 안 되어서 답답하고 좌절할 뿐 아니라, 자신이 머리가 나빠서 남들은 당연하게도 이해하는 데서 혼자 헤매는 것 아닐지 불안해하기까지 합니다. 이 책은 얼핏 보아 사소해 보이는 포인트까지 일일이 짚으며, 아이들이 불필요하게 이른 시점에서 좌절하지 않게 돕습니다.
모음 ㅏ, 모음 ㅕ같은 건 어른들이야 그 원리를 아니까 저렇게 단독으로 써도 큰 위화감이 안 느껴집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갑자기 왜 뭔가가 떨어져나간 형태로 저렇게 제시되는지도 어리둥절해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 p16에서는 모음ㅓ, 모음 ㅕ(이것들뿐 아니라 모든 모음에 대해 다 마찬가지입니다)가 들어간 글자들이 무엇무엇이 있는지 가르치며, 예컨대 어머니, 거미, 머리 같은 단어를 통해 이 글자들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그림과 함께 보여 줍니다. 일러스트가 깔끔하면서도 뭘 가리키는지가 선명하게 다가와서 좋았습니다.
모음을 하나하나 다 다루고 나면 자음을 가르칩니다. p28을 보면 마스크, 마음(heart) 같은 단어가 나옵니다. 사실 한글은 세종대왕이 그 조음 방법이라든가 발성 장소의 모습까지를 본따 만들어진, 아주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글자입니다. 왠지 책의 일러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이 글자는 정말로 이렇게 발음되어야만 할 것 같고, 입으로 하나하나 따라하다 보면 절로 정서법이 터득될 것만 같습니다. 물론 어른이 아니라 어린 학생들이 이렇게 성취감이 느껴져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반면 영어는 이런 체계가 아니라서 아이들이 파닉스를 따로 배워야 하지만 말입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에게는 쌍자음 같은 게 어렵습니다. 보통 한글에서 쌍자음은 경음(硬音), 즉 된소된소리표현할 때 쓰이는 글자로서, 예를 들어 ㄲ은 그저 ㄱ을 두 번 읽는 게 아니라 꽤나 다른 소리가 납니다. 다만 외국인들은 예사소리, 거센소리, 된소리 등 셋으로 이뤄지는 ㄱ, ㅋ, ㄲ를 잘 구분못하니 이 역시도 참 신기한 현상입니다. "이런 사항까지도 다루나?" 싶을 만큼 자세하고 꼼꼼한 서술과 체계가 돋보이는 교재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