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부동산의 미래
김형일.이보람.장용섭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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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대구 일대에 주택 공급이 대거 늘어나며 과연 현지의 수요나 경제력, 경기 활성화 정도가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크게 일었더랬습니다. 저자도 서문(p5)에서 2008년의 미분양 사태를 환기하며 다시 그때가 되풀이되는 건 아닌지 우려합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낙관적인 분 같습니다.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상승과 조정을 거치며 우상향합니다." 모든 전문가들이 시장을 이렇게 보는 건 아닙니다. 인구 감소, 1인 가구 증가, 만성적인 경기 침체 때문에 파국이 멀지 않았다고 10년 전에 단언한 사람도 있었고 저도 독후감을 쓴 적 있습니다. 그 예언은 우리 모두가 다 보았듯 정반대로 반박되었고 손해를 본 이들의 원성도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이며,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여튼 장기 우상향이라니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을 때 들어가면 되는 걸까요? 부동산뿐 아니라 모든 자산이 그렇지만 어디가 저점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저자는 2008년 대구 달서구의 사례를 들며, 미분양 처리를 위해 할인가로 물량을 풀고, 이로 인해 기 입주 세대와의 갈등이 크게 빚어졌다고 합니다. 이건 대구만의 사례가 아니며 수도권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었습니다. 지금은 PF 자체를 정부에서 틀어막다시피하기 때문에 미분양 사태가 뉴스에서 거론이 안 된다뿐입니다. 공급이 늘고 수요가 줄면 가격이 내려가는 건 시장의 원리이지만 한국 부동산은 독특한 성격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공실이 있어도 가격을 내려 세입자를 들이지는 않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부동산의 미래를 알려면 먼저 그 지역의 고유한 특징, 지난 사정, 거주민의 인구학적 개성, 기 설치된 시설이나 인프라, 지형 등 여러 조건들을 먼저 들여다봐야 합니다. p19 이하에서는 대구의 강남이라는 수성구의 사정을 자세히 분석합니다. 읽으면서 정말 감탄했는데, 물론 저자분이 대구 분이고 실제 거주자니까 가능했겠지만 다른 도시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이런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인터넷을 꼼꼼하게 서치하면 정보 입수는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만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어떤 관점과 체계 안에서 살펴 보는 건 그리 쉽지 않습니다. 이어서 중구(인구밀도), 서구(재개발 이슈), 달서구(인구 최대), 달성군(국책사업) 등을 책에서는 분석합니다. 

부산, 광주 등에도 도시철도가 꽤 높은 완성도로 갖추어졌습니다만 대구에도 대체로 시내 전체를 커버하는 훌륭한 도시철도가 운행 중입니다. 인근 부산도 그렇습니다만 사실 이들 광역시 도시철도가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잦은 요금인상이 단행되곤 하는데 수도권보다도 훨씬 요금이 비쌉니다. 지방 경제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살아날 줄을 모르니 인구가 줄고 이용객이 줄어드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여튼 책에서는 특히 p119 이하에서 1호선 국가산단연장 노선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지금 이 책의 목적이, 대구에 사는 분들이 과연 지금 내 집을 마련해야 하며, 한다면 어느 정도 규모에 대출은 얼마나 껴야 하고, 무엇보다 "어.디.에" 작은 규모로라도 내 집을 사야 하는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것이기에, 이런 대목을 자세히 파헤치는 것입니다. 

p146 이하에서는 지산범물지구, 시지노변지구, 칠곡지구 등을 자세히 분석합니다. 특히 저는 전체 4지구에 걸쳐 있는 칠곡지구에 대한 분석과 전망 중에서, 원삼국 시대의 문화 유적이 출토된 칠곡 일대를 다룬 부분을 눈여겨 봤습니다. 원래 문화유산 근방에서는 사실... 어떤 출구가 안 보이며, 대구뿐 아니라 부산, 심지어 서울 강동구 일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군사시설, 공원 등등... 본문 중 "다음을 기약한다"는 말이 더 답답하고, 모두가 같은 생각이지만 차마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못하는 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고대역사문화특구 지정에 힘입어 어떤 다른 관광 수요를 기대할 수나 있을지... 월배신도시나 테크노폴리스(구 유가읍, 현풍읍) 등도 주의깊게 읽었습니다. 부산도 그렇고 요즘은 이런 구 농촌 지역에 대규모로 어떤 목적성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여기는 산업지구와 함께 소도시 수준의 개발이 이뤄집니다. 수성의료지구도 복합쇼핑타운까지 함께 모색되는 분위기입니다. 

광역철도, 달빛철도, 도심 내 4차 순환선, 중앙고속도로 확장 등이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입니다. 무엇보다, 말도탈도 많았던 통합신공항이전사업이 어떻게 될지 역시 관건입니다. 또 대구시청 이전, 지역연고 농구단 전용 경기장 건립 등 이슈가 많습니다. 프로농구 출범 초기(25년 전) 대구동양이 그 나름 인기를 끌었던 걸 생각하면 현재는 아직 침체된 상태이며 라이온즈 야구단의 인기도 예전 같지는 않습니다(올해 조금 살아납니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역 경제, 산업의 전망, 또 미분양 상태가 어떻냐는 건데, p251 이하에 깔끔한 인포그래픽과 함께 다양한 정보가 제시되네요. 내 집 마련은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꿈인데, 다만 서두르다가 오히려 경기 침체의 타격을 먼저 맞을 수도 있으니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지혜로운 결정이 필요하겠습니다. 남들이 어떻게 한다더라 같은 대세 추종도 좋으나, 큰 욕심 내지 않고 작은 집부터 마련해서 소중하게 키워 나가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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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의 인생 수업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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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로 베스트셀러 자계서를 저술하신 이시형 박사님의 새 책입니다. 표지 사진에서도 보다시피, 아흔이 넘으신 연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허리도 꼿꼿하시고 눈빛도 지혜로 빛나는 듯합니다. 다른 이들의 병을 고치실 뿐 아니라, 자신의 건강 상태까지 바르게 유지하신 소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체적인 건강도 건강이지만, 이시형 선생께서는 여태 당신의 저서들을 통해 사람의 정신 건강을 올바르게 관리하는 방법을 설파한 분입니다. 선생님의 저렇게 정정하신 모습을 보면 우리 독자들도 함께 각성하게 되는 듯합니다. 

선생께서는 명문 경북고를 나온 분인데, p73을 보면 아무래도 여기가 명문고다 보니 부잣집 아들들이 많이 다녀, 학창 시절에 그 윤택한 가정 환경을 엿볼 기회가 많았다고 합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어느 친구의 집에 들러서, 공예품도 아니고 먹는 진짜 사과를 장식으로 놓아 둔 모습이었다고 합니다(아주아주 예전이니까 과시용으로 이랬겠지만, 요즘은 과일이 워낙 흔하니 방에 날파리만 끓게 하는 미련한 짓일 뿐입니다). 더군다나 그 친구분은 외동아들인 터라 더 귀하게 자란 몸이었는데... 

반면 선생은 워낙 형제도 많고 대가족이라, 저런 사과 하나가 (장식용이든 뭣이든) 놓여 있었다면 순식간에 증발(책의 표현입니다)했을 것이라는 거죠. 그런데, 나이 드시고 보니 가장 좋은 건, 가난하든 부유하든 식구 사이에 정이 넘치고 형제 간에 옥신각신하면서도 시끌시끌 화목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그런 훈훈한 풍경이었다, 이게 선생의 최종 결론입니다. 이에 덧붙여, 요즘 우리 나라가 출산율이 너무도 저조하여 국가 소멸이 우려된다는 소식에 또한 우려를 표합니다. 

선생은 우리 나라 최초로 정신의학에 기반하여 자계서를 쓴 분입니다. 선생의 연세 아흔이시니 학창 시절의 아주 초입에 일제 강점기를 체험하셨을 법하고, 일제가 워낙 집요하게 조선 사람들을 세뇌했다 보니 해방이 된 후에도 여전히 한국인이 아닌 일제 치하인 것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다고 개인적으로 회고하십니다. 선생은 한 걸음 나아가, 만약 통일이 될 경우 남쪽과는 상당히 다른 방법으로 살아 온 북녘의 동포들을 위해, 일종의 사회정신의학(p52)이 필요할 수 있어 일찍부터 준비했다고도 하십니다. 꼭 북쪽 사람들뿐 아니라, 이미 1970년대에 급속히 산업화한 한국의 청장년층을 위해 "배짱으로 사는 법"을 보급한 것도 다 사회정신의학의 일환입니다. 

앞에서 부잣집 아들 친구 운운하셨으나 사실 선생 본인도 명문가 자제였고 특히 삼촌분이 일본 유학까지 마친 엝리트(p22)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들이 흔히 그랬듯 암울한 시국에 비분강개하여 민족 정기가 이끄는 바른 길을 걸으시려다 왜경에 끌려가 고초를 겪기도 했죠. 이런 피가 흐르다보니 선생도 아주 어린 나이부터 담대하셔서, 당시에는 아직 교통편조차 미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방학 때 아주 먼 거리를 걸어 이동하여 학교에서 고향 집까지 돌아온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p34). 집안에서도 모두 놀랐는데, 선생께서는 어린 시절 주변 모두가 상상조차 못한 이런 성취를 해 낸 체험 자체가 자신에게 큰 자신감, 성취감을 심어 주었다고 합니다.   

요즘이야 취미생활처럼 해외에 나가는 세상이지만 당시에는 선생 같은 엘리트도 미국에 유학하는 일이 드물었고 하물며 현지에 일가친척 한 명 없는 처지에서 더욱 난감한 부분이 있었겠습니다. 연세대에서 치러진 시험에 합격하고 드디어 미국에 도착하여 인턴 생활(p172)을 하던 이야기가 자세히 나오는데, 어느 대목에서도 선생 특유의 패기와 긍정 마인드가 배어납니다. 어느 조직이라도 꼭 보면 강자에게 비굴하게 비실거리고 약자를 못살게 굴려는 등신 같은 인간이 있기 마련인데, 선생은 평소에 익혀 둔 유도 실력을 발휘하여 그자에게 본때를 보여 줬다고 합니다. 역시 남자는 자기 몸을 지킬 최소한의 호신술은 익혀 놓아야 합니다. 

책에는 어려서 잠시 하우스보이를 하던 경험(p106), 공부를 잘해서 잠시 자신이 천재인 줄 망상했다가 그 환상이 깨진 이야기 등 솔직하고 유쾌한 서술이 가득합니다. 그 정도로 머리가 우수하신데 천재라고 자부심을 가지실 만도 하신데 말입니다. 인생은 누구나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하는 것이며, 그런 긍정의 마음으로 가득한 젊은이 앞에 성취 못할 목표란 없는 법 아니겠습니까.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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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5년, 미래경제를 말한다
유신익 지음 / 메이트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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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법칙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경제의 신은 죽었기 때문이다." 이 책 저자의 말입니다. 확실히 경제학에서 영원 불멸의 법칙이란 없습니다. 아무런 권위의 뒷받침도 없고, 그렇다고 특정 commodity의 가치에 연동되지도 않은 암호화폐라는 게 저렇게 일종의 자산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걸 보면 더욱 그 점을 실감합니다. 종전의 경제학 이론이라면 아무 의미 없는 데이터 조각 취급을 받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현재 격변하는 산업 구조에서 종전의 도그마를 고집하는 건 때로 큰 오류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저자의 지론은 이른바 현대화폐이론입니다. 물론 전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는 지금 하필 MMT를 거론하면 충격을 받을 분들이 많겠습니다만, 일단 저자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는 있을 듯합니다. 저자도 p60에서 "과도한 인플레이션은 화폐의 신뢰성을 저하시키는 계기로 작용하며... 경제 시스템의 신뢰도도 저하되는 것으로 간주합니다."라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저자는 각국이 통화패권을 추구하는 걸로 일단 파악합니다. 왜냐면, 통화의 패권을 쥔 나라는 설령 채무를 졌다 해도 발권을 통해 덜한 부담으로 상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p66). 물론 이 과정에서 신뢰를 지나치지게 상실한 정부는 디노미네이션 과정을 겪으며 붕괴할 것으로 저자는 전망합니다. 그러나 통화 패권(monetary hegemony)를 장악한 나라는 이를 모면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책에서 드는 예로, 영국이 스털링 블록으로 세계를 쥐락펴락할 때에는 얼마든지 풍요를 누렸지만, 미국에게 패권이 넘어긴 후에는 대단히 고전한 과거의 사실이 나오네요. 

신흥국은 아무리 열심히 수출을 해서 돈을 벌어도, 적극적인 재정 조달과 예산 편성을 할 수 없다고(p92) 합니다. 원리금을 상환할 때, 달러를 통해야만 유리한 조건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준기축통화나 기축통화 국가의 경우에는 예산 편성의 경우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자는 신흥국의 경우에도 통화만 바꾸면 부자 나라가 될 수 있다(p90)고 합니다. 저자의 주장입니다. 한편 준기축통화인 유로가 더 이상 발전이 어려운 이유는, 제조업 중심인 독일과 서비스업 중심인 PIGS 진영이, 근본적으로 이해가 상충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들 나라들은 재정준칙을 엄격히 준수하기 곤란할 때가 많은데, 독일은 이를 용인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하긴 이러니까 영국이 8년 전에 브렉시트를 하지 않았겠습니까. 

한국에서도 눈 밝은 이들은 코로나 시국이 끝난 직후에도 경기가 바로 살아나리라고 예상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때 워낙 많은 돈이 풀렸던 데다가, p142에 나오는 대로, 심지어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입은 상처가 아직도 치유되지 않았고, 직후에 양적 완화 때문에 풀린 돈들도 아직 회수가 되지않아서입니다. 저자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하는데, 예전에 경기 침체시에 정부(특히 미국)가 돈을 풀어 숨통을 티워 주면 가계가 지갑을 열어 경기가 회복되고, 이런 패턴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리 나라만 해도 자영업자들이 죽는 소리를 하는 게, 소비자들이 지갑을 도통 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연말연초면 연례행사처럼 뉴스에서 보는 게, 미국 의회에서 벌어지는 공화 민주 양당의 극심한 대립입니다. 연방 정부 셧다운까지 불과 며칠 남았다는 식으로 극한대립을 벌입니다. 이런 대립상이 향후 몇 년 간 좀처럼 해소되기 힘들 듯한데, 일단 미국이라는 나라가 대외 부채 규모가 지나치게 큽니다. 미국 달러의 위세가 예전같지 않은 이유도 이렇게 미국의 경제 상태가 점점 부실해져 가기 때문입니다. 또 p202를 보면 금융기관도 양극화가 진행되어, 대형은 지원도 많이 받고 소비자들의 신뢰도 강화되지만 중소형은 그 반대로 간다고 합니다. 

값싼 물건을 외국으로부터 사서 쓸 때는 당장은 좋은데 갈수록 무역 수지가 악화되고 자국 내 일자리가 감소합니다. 결국 완전한 자유무역은 허상이며, 세계 교역은 늘기보다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그렇다고 무역 장벽을 높이면 물가가 더욱 상승하여 국민들의 삶이 피폐해집니다. 아무리 인정하기 고통스러워도 중국이 저렇게 물건을 많이 생산하여(자국의 디플레 수출 의도든 무엇이든 간에) 밖으로 뿜어내는 바람에 다른 나라 국민들이 물자를 싸게 사는 효과는 분명 있는 것입니다. 언 발에 오줌 누기든 뭐든 말입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중국도 아니고, 평범한 우리 나라가 통화 패권을 추구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책 결론부에서 튀르키예의 예를 듭니다. 이 나라는 통화주권이 약해서 그간 큰 곤란을 겪었는데, 최근 러시아, 미국, 이스라엘, 중국, 이란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타기를 해서 지역에서의 발언권도 높아지고, 결국 통화 주권이 강화되어 최근 10년 간 만성적인 외환 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어 한국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정책을 제시하는데, 이런 저자의 전망이 과연 현실에서 적중할지 그 귀추를 매우 흥미롭게 지켜볼 일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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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 마사노리의 감정 마케팅으로 고객을 사로잡는 법
간다 마사노리 지음, 최윤경 옮김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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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23) 7월 초에 <간다 마사노리의 매니지먼트>를 리뷰했었습니다. 간다 마사노리는 경력도 다채롭고 불리한 여건에서 기발한 방법으로 성과를 내고 늘 승리하는 신기한 매력을 지닌 실전 경영자이자 컨설턴트, 마케터로 우리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이번에는 그의 본업이라 할 마케팅이 주제인데, 그는 자신의 저서들에서 언제나 고객의 감정, 감정에 호소하는 마케팅을 강조해 온 인물입니다. 사람은 어디까지나 감정의 동물이며, 내게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에도 순간의 감정적 흐름에 크게 영향 받습니다. 하물며 별 필요 없는 구매 결정시에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고객의 감정 그 위크포인트를 절묘하게 찌르는 마케팅의 핵심이 이 심플한 책에서 선명하게 제시됩니다. 

간다 마사노리 대표의 책은 언제나 그렇듯 다채로운 포맷을 채택합니다. 예를 들어 p33 같은 곳을 보십시오. 우리도 여러 번 겪어 봤듯이 회사 특정 부서에 전화를 하면 꼭 A회사 같이 응대하는 곳이 있습니다. 이런 곳은 업무의 기본이 되어 있지 못한 곳입니다.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는 것도 우습거니와, 그 업무가 그 사람 아니면 처리할 인력이 없는 그런 고도의 성격입니까? 대체로는, 전화 받는 자신이 처리해도 될 것을, 구태여 요령을 피우는 태도이며, 벌써 회사에 대해 별 애착이 없는 직원입니다. 직원을 이렇게 교육하는 사장의 마인드도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건, 간단한 것도 이처럼 일러스트를 곁들여 다채로운 포맷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저자의 센스입니다. 

p48을 보면 이미지 광고와 리스폰스(response) 광고의 비교가 나옵니다. 참... 간다 대표는 무슨 말을 해도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데, 한편으로 업계의 비능률과 모순을 은근히 비꼬는 태도도 들어 있어서 독자에게는 책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미지 광고라는 건(간다 대표의 견해에 따르자면)... 요즘 대기업 광고애서도 자주 보는 건데, 대체 저런 광고를 누구 보라고 찍는 것이며, 저런 걸 컨펌 내 준 과장 부장은 뭐하는 사람들인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간다 대표는 이런 이미지 광고를 두고 "기업주의 애인(=그 광고에 등장한 모델ㅋ)이나 기쁘게 해 주는 광고"라고 후려쳐 말합니다. 물론 모든 이미지 광고가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엄청 큰 기업이라면 모를까, 이제 갓 성장하는 업체라면 절대 이런 식의 이미지 광고를 하지 말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사실 이제는, 특히 한국에서는 이커머스, 소셜미디어 위주로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이미지 광고는 누가 하라고 해도 안 할 듯합니다. 

간다 대표는 같은 말을 해도 참 재미나게 합니다. 위의 이미지 광고의 좋은 점이 있는데, 직원 후생복리에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무슨 소리인가 해서 더 읽어 보니, 그 광고를 만든 직원이 다른 사람에게 "아 그 광고요? TV에서 봤어요. 좋은 회사 다니시네요." 이런 말을 들으면 직원 사기가 오른답니다. 또 그 직원의 부모도 어깨가 으쓱해질 테니 얼마나 좋냐는 것입니다. 물론 간다 마사노리 대표 특유의 시니컬함이 발동된 반어, 풍자입니다만, 현장에서는 자기 객관화가 상당히 힘들기 때문에(뭐 누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만약 한국이라면, 이미 무슨무슨 기획이라는 1990년대식 광고대행업체들한테 혹 용역이라도 주는 기업이라면, 간다 대표가 지적한 "직원 후생"이라는 장점(?)조차도 찾기 어려울 테니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간다 대표가 생각하는 리스폰스 광고의 장점은 예컨대 이런 것입니다. p51을 보면 그저 생(生)이라는 단어(접두사) 하나만 넣어도, 비합리적이고 감성적이기는 하나 대중은 그에 혹해서 뭐 하나를 더 사도 사게 된다는 것입니다. 글쎄 한국에서라면 이 "생"이라는 단어에 해당하는 게 뭐가 있을까요? 갓 잡아올린? 톡톡튀는? 라이브? 여튼 특정 단어라면 맥락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주목하는 효과는 일본뿐 아니라 미미에서도 관측되었는데 미국에서 free라는 단어가 그랬었습니다. 또 리스폰스 광고의 핵심은 자기 자랑, 어필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 광고를 보는 사람이 듣고싶어하는 말을 해야 한다는 거죠. 

바이럴광고라고 해서 입소문, 입소문을 중시하는 게 요즘 한국에서도 유행하는 광고 트렌드입니다. 그런데 이게 언제나 어느 업종에나 통하는 건 아니라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 첫째 일상에서 화제가 될 만한 섹터나 제품(인기 레스토랑, 패션, 영화 등), 둘째 광고 자체가 규제된 영역(법률, 세무 등)이 이른바 입소문이 통할 만한 영역입니다. 그와 반대로, 화장실 용품이나 묘석(墓石)은 그게 아니지 않겠냐는 거죠. 그런데 이 점에서 한국과 일본이 좀 차이가 나는 것 같은 게 독자로서의 제 생각입니다. 대략 1년 전에, 변기 세정 관련 제품이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급속히 화제로 퍼졌습니다. 제품 자체보다, 변기 뚜껑을 안 닫을 때 세균이 얼마나 비산(飛散)하는지에 대한 동영상이었습니다. 이런 예가 있으니 한국과 일본이 꼭 상황이 같다고는 못하겠는데(기능성 비누도 여성들은 화제로 삼습니다), 여튼 대표께서 뭘 말씀하고자 하는지는 충분히 이해됩니다.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이라고 해서 한중일 3국 모두 수천 년 전통으로 행해 오던 방법이 있고, 서양식도 있습니다. 학교를 갓 졸업하고 기술이 정말 뛰어난 분이 있었는데, 객관적으로도 이분 기술이 가장 뛰어나지만 손님이 오지 않더라는 겁니다. 사람이 많이 몰려드는 시술사가 자신보다 더 잘하는 것 같지도 않던데 말입니다. 상품의 우수성에, 일단 고객 후보를 모아들이는 기술, 그 모여든 사람들 중 상당수와 계약을 맺어내는 기술, 이 세 가지가, 더해지는 게 아니라 곱해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제품과 서비스가 질적으로 뛰어나도, 모으고 설득하는 기술이 0이라면 결국 0이 곱해져서 매출 자체가 0이라는 것입니다. 

p109를 보면, 고객의 감정에 호소하라고 하니까 길고 장황하게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카피 사례가 있었다며 간다 대표는 비판합니다. 세상에 남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고객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입니다. 나, 나 같은 1인칭 주어를, 고객(2인칭)으로 모두 바꾸라는 것입니다. 설령 자기 이야기를 곁들인다 해도, 듣는 사람이 자신에게 포커싱이 놓인다고 생각하면 그 스토리에 끌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고객은 육감이 매우 발달해 있으므로, 그저 고객이 지금 무엇을 상상, 기대하고 있으며, 그 기대에 사장 자신이 맞춰야지 뭘 가르치려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게 간다 대표의 핵심 결론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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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 옥구슬 민나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3
김여름 외 지음, 김다솔 해설 / 열림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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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산책(김여름)>. 아주 예전 정동에 "허리우드"라는 극장이 있었는데 대략 15년 전에 문을 닫고 서울아트시네마라는 시설로 바뀌었습니다. p7에서 언급되는 그 시설인데, 놀랍게도 작품 중에서 저 "허리우드"라는 극장이 언급됩니다. 할머니(p12) 정도나 되어야 아는 건 아니고 대략 60대 이상이면 개봉관 노릇도 했던 저 극장을 알 만합니다. 루(p13)나 나나 그렇게 나이 든 영혼은 아닌데, 다만 할머니 말대로 손녀딸과 함께 온 기억이 있다면... 안소니 만의 <분노의 강> 정도는 되어야 그 극장에 걸릴 만했겠죠? 물론 1980년대 <인디아나 존스2> 같은 것도 상영했겠지만... p25에서 나는 루가 사라졌다고 했지만 사실 죽은 건 자신입니다. 마치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에 불이 켜지면 하나의 세계가 사라지듯, 루와 나는 만났다가 헤어졌다가를 반복합니다. 결말에서 "투명해진다"는 말이 의미심장하면서도 슬펐습니다. 시기도 그렇고 이름이 생각 안 난다던 그 프랑스 감독은 아마 에릭 로메르가 아닐지 독자인 제 맘대로 짐작해 봅니다. 

<블러링(라유경)>. 이상하지만 물이 맛있을 때가 있습니다. 꼭 명품 생수를 어쩌다 마실 때가 아니라(그런 경우는 아쉽게도, 맛이 잘 분간 안 됩니다), p31에 나오는 대로 특정 장소 상황에서 이상하게 물이 별나게 땡기고 맛있습니다. 물의 맛까지 분별될 때가 다 있는데, 너무나 친했고 잊혀질 리가 없는 사람이 잘 생각 안 날 때가 간혹 있어서 당혹스럽습니다. "텀블러에 넣고 액체를 가져갈 때, 그 액체를 죽이는 거나 다름없다(p33)."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짐작도 될 것 같습니다. 떠난 사람은 그냥 그대로 두어야지, 내가 내 마음대로 기억에서 가공하고 집착하고... 이건 그이를 다시 죽이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제목의 블러링이 무슨 뜻일까 했는데 주인공의 직업이었습니다. 스트리트뷰 사진이 다 그렇지만 특히 교도소 근방이라면 이 작업이 더욱 필요하겠습니다. 언니이기도 하고 엄마이기도 한 천미정을 이제는 놓아주기로 했다는 주인공의 되뇜이 처음보다 나중에 더 공감되었습니다.   

<정글의 이름은 토베이(서고운)>. 확실히 순지라는 이름이 귀엽기는 합니다. 점 하나 더 찍었을 뿐인데 순자라는 보편적인 이름은 하나도 귀엽지 않은데 말입니다. 같은 일을 해도(아니, 같은 일이 아니지만), 박준수는 수잔의 세 배 급여를 받습니다. 수잔이라는 새 이름은 순자의 아나그램이기도 하네요. 순자나 수잔이나 다 예스럽긴(p65) 마찬가지인데, 어차피 고객들은 상담직의 이름에 신경 안 쓴다는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무래도 한국 외에 다른 나라들은 치안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데, "토베이 아줌마"가 혹시 걱정하던 대로 기어이 마닐라에서는 테러가 터지고(물론 서로 지구 반대편입니다만) 아들은 그냥 장가를 보내기로 했는지 유학 계획을 접습니다. 매번 반복되는 일상 속에 변하는 게 뭐가 있을까 싶어도 뭔가가 조금씩은 변하고 있고 그러다가 남들보다 뒤처지는 게 신경 쓰입니다. 이게 평범한 우리들의 삶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체근무(성해령)>. "가끔은 아기들이 아무 이유 없이 죽기도 하더라고요.(p99)" 아직 채 살아 보지도 못하고 갓난아기들이 죽는다는 게 너무도 부조리하지만 사실 죽음 앞에 가장 무방비로 노출된 게 아기들입니다. 어른들과 시스템의 보호가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시설에서 근무하는 단강 역시, 딴에는 각오도 있고 남들이 함부로 보지 못할 스펙도 쌓은 것 같으나 사실 취약하기 짝이 없는 신분입니다. 그래서 그 자리는 때로 어처구니없을 만큼 쉽게 동요합니다. 느닷 벌어진 혐오 테러(?)의 여파를 보며 단강은 가뜩이나 회의를 느끼던 자신의 처지에 대해 환멸을 절감합니다. 

<통신광장(예소연)>. 아무리 포털 네이티브라고 해도 유니텔이란 이름은 그 부모님 세대나 되어야 들어봤을 것 같습니다. PC 통신 대화라는 건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불륜드라마 어느 에피소드 재방송에서나 구경할 수 있을 것 같고 말입니다. 이런 가상공간을 "방"이라 부르는 것도 PC 통신 시절부터의 관행입니다. 여인1, 여인2, 어색한 "님"자 존칭... 막상 현실공간에서 서로 만나기라도 하면 실망에 표정이 찌푸려지다가도 티를 안 내려 기를 쓰고 관리를 합니다. 현실이나 가상이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은 결국 비슷한 방식으로 귀착하고, 접속이 종료된 마음은 "안락하면서도 동시에 안락하지 않은(p139)" 상태로 이만하면 해피엔드라고 타협합니다. 

"민나는 민나의 어머니보다 더 먼저 태어났다(p143, p155)." 원인보다 결과가 선행하는 건 이 3차원 세상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어떤 딸들은 엄마들보다 더 어른스럽기도 합니다. 민나는 호박벌, 도롱뇽 등 모든 자연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심지어 그들과 혈연관계인 듯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 아등바등 살고, 추한 모습으로 늙어가는 게 무슨 "득"이 된다고 이 난리통일까요? 자식이 아버지를 낳고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자연과 화합하여 무(無)로 돌아가기도 하는 게 우주의 섭리지만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누군가가 의미없이 설정해 둔 규칙에 따라 삶을 소진합니다. 그 모든 게 다 무슨 득이랍니까. 알고 보면 온 우주가 작은 옥구슬 안에 들어갈 만큼 빤한지도 모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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