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5년, 미래경제를 말한다
유신익 지음 / 메이트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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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법칙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경제의 신은 죽었기 때문이다." 이 책 저자의 말입니다. 확실히 경제학에서 영원 불멸의 법칙이란 없습니다. 아무런 권위의 뒷받침도 없고, 그렇다고 특정 commodity의 가치에 연동되지도 않은 암호화폐라는 게 저렇게 일종의 자산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걸 보면 더욱 그 점을 실감합니다. 종전의 경제학 이론이라면 아무 의미 없는 데이터 조각 취급을 받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현재 격변하는 산업 구조에서 종전의 도그마를 고집하는 건 때로 큰 오류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저자의 지론은 이른바 현대화폐이론입니다. 물론 전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는 지금 하필 MMT를 거론하면 충격을 받을 분들이 많겠습니다만, 일단 저자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는 있을 듯합니다. 저자도 p60에서 "과도한 인플레이션은 화폐의 신뢰성을 저하시키는 계기로 작용하며... 경제 시스템의 신뢰도도 저하되는 것으로 간주합니다."라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저자는 각국이 통화패권을 추구하는 걸로 일단 파악합니다. 왜냐면, 통화의 패권을 쥔 나라는 설령 채무를 졌다 해도 발권을 통해 덜한 부담으로 상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p66). 물론 이 과정에서 신뢰를 지나치지게 상실한 정부는 디노미네이션 과정을 겪으며 붕괴할 것으로 저자는 전망합니다. 그러나 통화 패권(monetary hegemony)를 장악한 나라는 이를 모면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책에서 드는 예로, 영국이 스털링 블록으로 세계를 쥐락펴락할 때에는 얼마든지 풍요를 누렸지만, 미국에게 패권이 넘어긴 후에는 대단히 고전한 과거의 사실이 나오네요. 

신흥국은 아무리 열심히 수출을 해서 돈을 벌어도, 적극적인 재정 조달과 예산 편성을 할 수 없다고(p92) 합니다. 원리금을 상환할 때, 달러를 통해야만 유리한 조건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준기축통화나 기축통화 국가의 경우에는 예산 편성의 경우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자는 신흥국의 경우에도 통화만 바꾸면 부자 나라가 될 수 있다(p90)고 합니다. 저자의 주장입니다. 한편 준기축통화인 유로가 더 이상 발전이 어려운 이유는, 제조업 중심인 독일과 서비스업 중심인 PIGS 진영이, 근본적으로 이해가 상충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들 나라들은 재정준칙을 엄격히 준수하기 곤란할 때가 많은데, 독일은 이를 용인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하긴 이러니까 영국이 8년 전에 브렉시트를 하지 않았겠습니까. 

한국에서도 눈 밝은 이들은 코로나 시국이 끝난 직후에도 경기가 바로 살아나리라고 예상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때 워낙 많은 돈이 풀렸던 데다가, p142에 나오는 대로, 심지어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입은 상처가 아직도 치유되지 않았고, 직후에 양적 완화 때문에 풀린 돈들도 아직 회수가 되지않아서입니다. 저자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하는데, 예전에 경기 침체시에 정부(특히 미국)가 돈을 풀어 숨통을 티워 주면 가계가 지갑을 열어 경기가 회복되고, 이런 패턴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리 나라만 해도 자영업자들이 죽는 소리를 하는 게, 소비자들이 지갑을 도통 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연말연초면 연례행사처럼 뉴스에서 보는 게, 미국 의회에서 벌어지는 공화 민주 양당의 극심한 대립입니다. 연방 정부 셧다운까지 불과 며칠 남았다는 식으로 극한대립을 벌입니다. 이런 대립상이 향후 몇 년 간 좀처럼 해소되기 힘들 듯한데, 일단 미국이라는 나라가 대외 부채 규모가 지나치게 큽니다. 미국 달러의 위세가 예전같지 않은 이유도 이렇게 미국의 경제 상태가 점점 부실해져 가기 때문입니다. 또 p202를 보면 금융기관도 양극화가 진행되어, 대형은 지원도 많이 받고 소비자들의 신뢰도 강화되지만 중소형은 그 반대로 간다고 합니다. 

값싼 물건을 외국으로부터 사서 쓸 때는 당장은 좋은데 갈수록 무역 수지가 악화되고 자국 내 일자리가 감소합니다. 결국 완전한 자유무역은 허상이며, 세계 교역은 늘기보다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그렇다고 무역 장벽을 높이면 물가가 더욱 상승하여 국민들의 삶이 피폐해집니다. 아무리 인정하기 고통스러워도 중국이 저렇게 물건을 많이 생산하여(자국의 디플레 수출 의도든 무엇이든 간에) 밖으로 뿜어내는 바람에 다른 나라 국민들이 물자를 싸게 사는 효과는 분명 있는 것입니다. 언 발에 오줌 누기든 뭐든 말입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중국도 아니고, 평범한 우리 나라가 통화 패권을 추구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책 결론부에서 튀르키예의 예를 듭니다. 이 나라는 통화주권이 약해서 그간 큰 곤란을 겪었는데, 최근 러시아, 미국, 이스라엘, 중국, 이란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타기를 해서 지역에서의 발언권도 높아지고, 결국 통화 주권이 강화되어 최근 10년 간 만성적인 외환 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어 한국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정책을 제시하는데, 이런 저자의 전망이 과연 현실에서 적중할지 그 귀추를 매우 흥미롭게 지켜볼 일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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