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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화폐전쟁 - 달러 패권 100년의 사이클과 위안화의 도전
조경엽 지음 / 미래의창 / 2025년 5월
평점 :
중국과 미국 사이에 바야흐로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사일이 날고 대포가 불을 뿜는 전쟁이 아니라 산업, 무역, 환율, 관세 부과를 두고 일어나는 일종의 냉전입니다. 미국이 먼저 관세 부과라는 펀치를 날렸고 중국도 이에 맞대응했으며 이런 대립이 서로에게 손해라는 걸 확인한 후에는 90일 간의 유예에 합의했습니다만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2016년 SDR(특별인출권)에 중국의 위안화가 편입되었을 때 당시에는 대단한 뉴스인 듯 강조되었습니다만, 저자 조경엽 소장은 최고의 금융전문가답게 (해당 국가의 경제력에 비해) 그 편입 비중이 낮게 책정되었음을 들어 위안화가 "홀대"받고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던 바 있습니다. 이어 p8에서 저자는 리브라프로젝트(뒤 p179도 참조. 리브라 프로젝트는 현재 좌초했습니다)에서도, 심지어 싱가포르달러까지 초청되었으나 위안은 아예 배제된 사실을 지적하며, 중국이라는 제조업 대국이 여전히 국제상류사회에서 상석에 앉기 힘든 현실을 짚습니다. 미국 중심으로 질서가 꽉 짜인 현실의 벽이 이처럼 높습니다.
한편으로 중국은 엄청난 인구를 보유했고 세계의 공장 역할을 자청하며 점점 역량을 키우는 중입니다. 또 "미국의 빅테크, 플랫폼이 여전히 진출하지 못하는(p9)"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며, 올해 초 딥시크의 성공으로 세계의 자본이 중국 IT산업의 잠재력을 알아보아 급격히 몰려드는 중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추세가 가속화하면 중국의 위안이 달러를 제치기까지는 힘들더라도, 상당 영역을 미국으로부터 뺏어와 위안의 기축통화권 안에 편입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저자의 견해입니다.
중국에서는 거지도 디지털페이로 적선받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도 1990년대부터 자영업자들에게 포스망을 보급하여 비(非)현금거래가 꽤나 널리 보급된 나라지만 아예 백지에서 시작하여 갈아엎을 시스템도 없이 디지털 시스템부터 깐 중국의 실정과는 효율 면에서 비교가 안 됩니다. p28에도 나오듯이 마윈이 세계적인 기업가가 된 건 중국 안에서는 최초로 에스크로를 도입하여 사기의 위험을 줄였기 때입니다. 이런 건 더 이른 시기에 한국의 여러 이커머스 회사들도 다 했던 건데, 중국은 나라가 사이즈가 다르다 보니 같은 성과를 내도 그 결과가 이렇게나 차이가 납니다. 작은 나라에 태어난 걸 한스럽게 생각할 밖에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러시아는 미국한테 온갖 제재를 다 받았습니다. 그 대표적인 게 SWIFT망에서의 퇴출인데, 다른 나라 같으면 큰 타격을 받겠지만 러시아는 워낙 자원이 많다 보니 싼값에 인도, 중국 등에 내다팔아 재원을 조달하여 어렵사리 위기를 넘겼습니다. 당시에도 서방 언론에서 대체결제망 창설, 보급이라는 역효과를 걱정했었는데, p101을 보면 이미 중국이 2015년에 만들어 놓은 CIPS의 특징을 기존 SWIFT와 저자 조 소장님이 대조 정리한 표가 있습니다. 여기를 꼼꼼하게 읽어야, 조 소장님이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진짜 주제를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카잔에서 브릭스 총회가 열렸을 때 푸틴이 미국 보라는 듯 브릭스 통화(見樣)를 꺼내들고 얼마든지 달러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그걸 허용할 리가 없고 사실 지금은 미국 일극 체제에 맞서기 위해 일시적으로 손을 잡았을 뿐 둘의 사이는 1689년 네르친스크 조약 이래 좋았던 적이 없습니다. 20세기 같은 공산진영에 속했을 때에도 양국은 일촉즉발의 위기를 몇 번 넘겼습니다. 한편 이른바 브릭스플러스라고 해서 인도는 묘하게 미국의 반대 진영에도 한 발을 걸치는데, p138에도 나오듯 이런 인도의 양다리 전략 때문에 미국의 인태 구상이 뜻대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트럼프가 며칠 전 하버드에 대해 외국인 학생의 비중을 줄일 것을 요구했는데 국가 기밀이나 첨단 기술이 밖으로 흘러가는 것도 물론 경계해야겠으나 이렇게 세계를 향해 문을 닫아걸면 과연 장기적으로 미국에 이익이 될지 의문이죠. p194를 보면 미국의 첨단 지식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제도적 노력이 기울여지는지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1985년 플라자 합의에 준하는 어떤 조치가 트럼프에 의해 진행될 것이라고 스티븐 미란 같은 이가 마러라고 합의(p200) 같은 걸 띄우는데, 아무튼 미국도 기축통화국의 함정인 트리핀 딜레마로부터의 탈출에 무척 고심하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