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상술 - 긴자의 장사꾼 후지다 덴의 가르침
후지다 덴 지음, 이경미 옮김 / 지니의서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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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은 수천 년 동안 외부의 강력한 정치, 군사 집단에 핍박받으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산업계, 금융계의 주도권을 장악하여 전세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뚜렷한 민족 정체성을 자녀들에게 치밀한 교육을 통해 전수하기 때문에 의사, 변호사 등 사회 주요 직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고 가끔 큰 인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부(富), 경제계의 이니셔티브를 결코 놓지 않는 그들만의 생존, 번영 비결은 바로 뛰어난 상술에서 나옵니다.

p36을 보면 유대인들은 은행 예금도 선호하지 않고 집에 현금으로 보관하는 걸 선호한다고 합니다. 자산 보유 형태로 현금을 선택하면 그에는 이자를 비롯하여 어떤 보상도 붙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왜 현금을 구태여 고집하는가? 책의 설명에 의하면, 은행 이자라고 해 봐야 물가 상승률을 어차피 못 따라가며, 예금은 내가 이만한 자산을 가졌다는 증거가 되어, 죽을 때 정부로부터 세금이 부과되는, 하나의 좋은 타겟이 될 뿐이라는 겁니다. 책에 그런 말은 없으나, 현금을 든든히 보유하면 뜻밖의 좋은 투자처가 나타났을 때 재빨리 그에 투입하여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좋은 점도 있을 것입니다. 주식 투자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포트폴리오에서 일정 부분을 반드시 현금으로 떼어 놓으라는 것입니다.

상속세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이 있어 불편한 이들도 있겠으나 정작 이 책을 쓴 고 후지다 덴[藤田 田] 대표는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한 마이더스의 손이었으며 타계 후 엄청난 유산을 남겨서 많은 상속세원을 과세 당국에 제공한 인물이기도 하니 비난할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후지다 덴은 일본의 사업가였으므로 유대인을 종족 배경에서 옹호할 이유는 없습니다. 본인도 성공한 사업가로서, 그들 유대인들을 객관화해 볼 때 이러이러한 탁월한 점이 있더라는 주장을 지금 이 책을 통해 전개하는 것입니다.

조선 시대 우리 조상들은 논밭에서 열심히 일하기 위해 든든한 새참을 뱃속에 꾹꾹 욱여넣었습니다.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식사였겠는데, 유대인들은 이와 반대로 먹기 위해 일한다고 할 만큼 성대한 정찬을 즐긴다고 합니다. 사람은 어차피 일하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그런 분들도 있지만), 한국에서 관행적으로 하는 표현대로 "다 먹고 살자고들 하는 일"인 것입니다. 열심히 일을 했으니 맛있는 먹거리로 자신에게 상을 줄 필요도 있고, 이렇게 선순환이 이뤄져야 일 자체의 퀄리티도 높아지는 것입니다. 또 유대인들은 대체로 주변의 메인스트림 종족에게 백안시되는 편이었는데, 가끔 그들을 식사 자리에 초대하여 기를 죽여 놓을 필요도 있었다는 것입니다(p141).

유대인들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듯한 냉혈 합리주의의 민족일 듯해도 의외로 감정적입니다. 그런데 위기에 처해서도 삶을 강렬하게 이어가려는 의지를 발휘하려면 아무래도 이런 elan vital 같은 게 필요합니다. 유대인들은 기독교인들의 법정을 이용하지 않는 게 원칙이었으므로 자기들끼리 싸움이 생기면 랍비(rabbi)의 중재를 청했고, 따라서 랍비에게는 로마 가톨릭의 신부나 마찬가지로 대단히 중요한, 그리고 엄격한 도덕적 기준이 요구될 만합니다. 그러나 p177을 보면 심지어 범죄를 저지른 랍비에 대해서도 유대인들은 "어차피 그들도 사람"이라며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랍비가 똑똑하고 지식이 많다 해도 그 정도일 뿐이며 마치 집에 하수구가 막혔을 때 기술자를 불러 해결하는 그 이상이 아닌 듯합니다. 하수구 기술자의 기술도 따지고보면 대단한 것 아니겠습니까? 랍비의 지혜, 지식도 그 선에서만 존중된다 생각하니 쿨해 보이기도 합니다.

리히텐슈타인이라는 나라가 유럽 중부에 있습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나라는 유대인들에게 국적을 목돈에 판매하고, 대신 아주 낮은 세금만을 받기 때문에 누진세, 종소세 등에 학을 뗀 사업가들에게 큰 인기라고 합니다. 세계 사람들을 갖고노는 게 유대인인데, 리히텐슈타인 사람들은 아무것도 않고 놀고먹으면서 그 유대인을 등쳐먹으니 놀랍다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 세상에는 돈 벌 거리, 풍요롭게 살 수단이 얼마든지 있고, 가난한 건 개인이 머리를 쓰지 않고 어리석어서라는 저자의 일갈(p195)이 대단히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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