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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플랜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평점 :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이 순간, 그 강렬한 여운은 그 바닥이 보이지 않는 우물만큼이나 깊다. 하나를 덮기 위해 또 하나의 일을 벌리고, 그 하나를 덮기 위해 또 새로운 하나의 일을 벌리고, 그렇게 줄줄이 진실을 가리기 위한 또 다른 만들어진 진실이 필요한 사항들, 그 첫 단추는 결국 끝단추를 채우고나서야 확실하게 잘못 채워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만다.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말을 만나게 되는, 그의 매번 둘러대던 핑계처럼 어쩌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그 결말로 맞이하고 만 것이다.
길에서 뜻하지 않게 눈 먼 거액의 돈을 발견하게 된다면, 양심이 흔들리는 순간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일일 것이다. 아무도 그 돈의 존재를 알지 못 하고, 누군가 그 돈을 찾고 있지 않는 것이 확실한 주인 잃은 돈이라면, 아니 그 거액 앞에 그렇게 믿고싶은 맘이 생길 것이다. 그냥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돌아설 수는 없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거액을 발견한 그 때, 경찰에 신고를 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결말 앞에 참혹한 후회를 안으며 살아가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행크, 그는 첫 선택 그 단추를 잘못 채우고 말았다. 그러나 누구나 그 첫 순간에 어쩌면 행크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행크의 행동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게 되지만 그것이 곧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간 그 깊은 곳의 본성이 아닐까 싶어, 이 책이 단순한 스릴러로 여겨지지 않는다. 인간이 내어보일 수 있는 그러나 감추고 싶은, 끝끝내 다스리면서 제어해야 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탐욕과 두려움에 대한 그 비춰낼 수 있는 자세들을 말이다.
행크는 사이가 소원한 형인 제이콥과 그의 친구 루와 함께 피더슨씨의 농가가 있는 공원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의 차 앞에 때마침 여우가 지나갔고, 그 여우를 쫓아 제이콥의 개가 따라가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들이 개를 찾아 그 공원 안으로 들어가지만 않았다면 그곳에 추락한 경비행기를 발견하지 않았을테고, 그랬다면 죽은 조종사 앞에 놓여있던 더플백 안에 있는 4백만 달러 이상의 거액을 만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 거액을 발견하지만 않았어도 평범했던 행크가 6명을 살인하는 무서운 살인자가 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기에 말이다.
행크와 제이콥, 루의 앞에 느닷없이 생겨난 거액은 서로를 의심하게 만들었고, 그 의심 속에서 돈에 대한 탐욕과 잡힐 것에 대한 두려움에 겹겹이 둘러싸이면서 거침없은 살인은 일어나고 만다.
행크는 그 모든 살인의 상황들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붙잡히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살인이었다고 말이다. 그는 발견한 거액을 신고하지 않은 채, 빼돌린 후 그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 들키지 않고 숨기기 위해 다시 추락한 비행기가 있던 현장으로 간다. 혹시 그곳에 자신들의 흔적을 남겨놓은 것이 아닐까 싶어, 그 흔적을 지우기 위해 찾아갔던 그 길에서 행크는 피더슨을 살해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살인은 꼬이기만 하고 결국 6명이라는 사람을 죽이고마는 행크. 그리고 이 거액과 연결되어 2명이 더 죽고마니, 행크와 제이콥, 루가 거액을 발견하였던 당시의 그 처음의 잘못된 선택은 거액 속에서 모든 것을 가진 부자가 될 것 같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고마는 예정된 결말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행크의 행동들은 너무나 극단적이었다. 두려움과 탐욕에서 불러일으켜진 의심들을 굳이 살인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행크는 살인으로 두려움과 탐욕을 방어했고, 그 자신의 선택들은 쉽게 허물어지는 모래성 위에 세워진 것이었음을 알게되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후였다. 이미 지나가버린 이제와 진정 어쩔 수 없는 어쩌지 못 하는 시간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안겨주고 만 두려움과 탐욕, 이 책 속에서 그는 살인자로 그려졌지만 우리들 역시 행크처럼 두려움과 탐욕 속에서 매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어떤 사건에 대한 탐욕과 그 탐욕이 불러일으키는 두려움을 우리들은 어떤 형식으로 선택하고 표현하고 있을까. 거액을 훔쳤다는 하나의 사건을 덮기위해 살인을 시작했던 행크, 그러나 그 거액은 행크를 부자로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씻을 수 없는 살인자로 만들었다. 탐욕은 빛 속에서 자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두려움은 어둠 속의 그늘진 언저리일 수 밖에 없는 것이기에 그 끝은 행복일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행크는 철저하게 죄에 대한 벌을 받게된다.
참으로 괜찮은 스릴러를 만났다. 살인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지만 인간의 그 심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너무나 현란하다. 결코 실망하지 않을 책이며, 인간의 탐욕에 대해 그리고 그 탐욕이 불러오는 결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안겨주는 가볍지 않은 책이다. 첫 장을 넘기고 그렇게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팽팽한 만족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행크의 그 선택이 안겨준 행크의 결말, 이 책을 덮고나면 하고픈 말이 참 많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결국 내것이 아닌 것을 탐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내것조차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내것 안에 있는 것이지 남의 것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행크의 그 모든 행동이 부질없는 것이 되어버렸듯이....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자기 영혼을 판 사람 같은 겁니다. 나쁜 짓 하나를 했는데, 그것 때문에 더 나쁜 일이 일어나고, 그렇게 계속 불어나죠./509-5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