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 도둑 - 김주영 상상우화집
김주영 지음, 박상훈 그림 / 비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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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지가 쌓이고 쌓여서 뭉텅이를 이룬 모양마냥 오랜 옛적에 우연하게 만났던 책이 작가 김주영 선생님의 <홍어>였던 걸로 기억이 된다.  어린시절 읽은 책이었지만 구들장의 따스함처럼 다가왔었던 책이었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저자의 책은 그 하나만을 접해 보았었지만 싫지 않은 기억이었기에 그가 우화집을 내놓았다고 했을 때, 이번이야말로 그와의 재회를 맞이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나라 도둑이라는 제목부터가 무척 맘에 든다.  그리고 낯설지만 유명 소설가 김주영 선생님이 쓴 우화집이라는 타이틀이 눈길을 붙잡고는 놓아주지 않았다.  우화라 하면 이솝만 생각했었는데, 소설가가 쓰는 우화집은 어떤 맛을 낼 것인지 입맛을 다시게 된다.   저자 스스로 우화적 지혜가 부족하여 힘든 작업이었다고 말하며, 저자의 꿈과 상상력의 자서전이라고 표현한 이 책의 그 첫 장을 펼쳐본다.

 

  곰쥐와 금 항아리 이야기가 우선 기억 속을 떠나지 않는다.  꼬부랑 할머니의 집 천장에서 편하게 살아가고 있던 곰쥐는 자신에게 위협적이지 않은 할머니에게 항상 고마움을 가지고 있다.  어느날 할머니 집에서 금 항아리를 발견하게 되는 곰쥐, 이 기쁜 소식을 할머니에게 빨리 전하여 부자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드리고 싶다.  그래서 앞뒤 생각도 못하고 오로지 기쁨에 겨워 할머니에게 뛰어가 귓엣말을 하게 된다.  하지만 미처 생각지 못한 부주의함은 곰쥐에게 불행을 안겨주게 되고만다.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아주 악질적으로 산 친구가 있는데, 15년 전에 교통사고로 죽었다.  누구나 그가 당연히 지옥에 갔을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가 천당에서 전화를 걸온 것이 아닌가.  어라, 놀라운 일임에 그 이유가 궁금하다.  그 악질적인 친구는 처음엔 지옥에 갔었다고 한다.  하지만 악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천당에서 교육차원으로다가 지옥에서 초빙하여 데려왔다는 것이다.  하여, 천당에서 14년 째 악질이 무엇인지를 교육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친구에게 천당에서 만날 것을 이야기하지만 친구는 어정쩡한 대답을 하고 만다.  그런 친구를 본 악질적 친구는 연민에 찬 목소리로 너는 반면교사가 될 자격도 없는가 보다며 말을 건넨다.   

 

  10년간 사랑했던 남자와 헤어진 여자의 이야기도 있다.  그녀는 사랑을 잃고는 남은 모든 인생이 반쪽만으로 보이게 된다.  그래서 근무도 반만하고, 식사도 반만하고, 책도 반만 읽었다.  그리고 삶도 반만 살다가 이르게 죽음을 맞는다.  이 이야기에서 인상적인 구절은 그녀만이 자신을 반쪽 인생이라고 생각했지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온전한 한 몸의 인생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을 그녀가 깨닫지 못 했다는 사실이었다.

 

  저자의 어린시절 기억들을 끄집어내어 꿈과 상상력으로 빚어 만들어진 이 우화집을 읽으면서 생각의 파도가 물결쳐 온다.   우리도 이젠 우화하면 이솝부터 찾을 것이 아니라 김주영이라는 이름을 기억해도 좋을 것 같다. 

 

[인상적인 구절]

내 운명은 내가 다스리고 내가 만들어낸 유장한 삶의 열정 위에서만 후퇴하고 또 전진합니다.  그것을 잃어버리면, 나는 백 번 있어도 없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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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토르소맨 - 팔다리 없는 운명에 맞서 승리한 소년 레슬러 이야기
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최석순 감수 / 글담출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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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양팔과 양다리가 없는 더스틴이라는 이름의 한 청년이 전미 청소년 레슬링 대회 오하이오 주 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다.  운동선수로 활약하며 살아간다는 일은 몸에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비장애우들에게도 힘든 일이렸만 어떻게 양팔과 양다리가 없는 장애우가 그것도 주 대표 선발전에 출전할 정도의 실력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일까.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만 느껴지는 감동이다.  하지만 이 책 <꿈꾸는 토르소맨>을 읽는 우리들은 그것이 기적이 아닌 한 사람의 인내와 노력이었음을 그러하기에 전해지는 감동임을 알게 된다.  그것은 기적이 아니었다.  그가 이루어낸 삶이었던 것이다.

 

  다섯 살 더스틴을 찍은 비디오에는 신나게 뜀박질하는 양다리가 있고, 양 팔을 뻗으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가 여섯 살이 되기도 전에 수막구균혈증으로 양팔과 양다리를 절단해야하는 수술을 받게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몰랐다.  당시 부모님은 더스틴이 살아만 있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양팔과 양다리가 없는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정도로 다만 더스틴이 그들 곁에만 있어줄 수 있기를 오로지 그 사실만을 생각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더스틴이 양팔과 양다리를 절단한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 그들 앞에 놓여진 삶은 이전과는 180도 달라지게 된다. 

 

  다섯 살 더스틴이 자신의 모습을 감당하고 받아들이는 일과 가족들이 그런 더스틴을 대해야 하는 일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장애를 갖고 있는 자식을 오로지 도와주고, 동정하면서 '오냐오냐' 키울 것인지, 혼자서도 오롯이 살아갈 수 있도록 평범하고 엄하게 키울 것인지 판단하기도 실천하기도 힘든 일일 것이기에 말이다.  더스틴의 부모님은 더스틴이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시키기로 마음을 먹는다.  가슴 아프고 힘든 결단이었지만 넘어지는 자식을 일으켜세워주기보다는, 혼자서 일어설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지켜봐주신 것이다.  

 

  화장실을 혼자서 가기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그는 혼자서 식사를 하고, 양치질을 하고, 줄무늬 노트에 글씨를 적을 수도 있다.  수영도 하고, 레슬링도 하는 양팔과 양다리는 없지만 비장애우들인 우리들처럼 평범한 모든 일상들을 혼자서 척척 해내는 것이다.  그가 그렇게 혼자서 하기까지 많은 시간들이 걸렸지만 하긴 이 책에서 언급되어있듯이 우리들 역시 갓난아기에서 걸음마와 말을 배우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리지 않던가. 

 

  특히 사랑스러웠던 것은 더스틴과 그의 여자친구 메리디스와의 모습에서였다.   메리디스는 레슬링선수 생활을 한 적이 있었고, 아버지와 오빠가 레슬링을 하고도 있다.  그러하기에 더스틴의 레슬링 경기를 본 적이 있었고, 그에게 반하여 먼저 고백하며 다가섰다고 한다.  둘은 레슬링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있고, 메리디스는 더스틴의 외형적 모습따위는 전혀 상관없이 그의 인간적인 모습만을 바라보며 사랑할 줄 아는 아름다운 인간미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응원의 박수를 열렬히 치게 되었다. 

 

  나는 표지의 더스틴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그가 양팔과 양다리가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를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이 책 속의 그는 양팔과 양다리가 없음에도 레슬링 선수로 살아간다는 기적같은 이야기를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제는 그의 지금의 모습이 기적이라고 쉽게 뭉뚱그려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그것은 그의 노력과 인내로 이루어낸 결실의 삶이었음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불행 속에 느닷없이 갑자기 일어난 기적이 아니다.  그가 양팔과 양다리를 절단해야하는 불운한 운명을 어린시절부터 살게되었지만 그는 그 삶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하면서 살아간다.  그가 듣기 좋아한다는 그 말 "더스틴다운 ~"모습으로 말이다.  더스틴답다는 말은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바로 그가 살아온 삶의 방식인 것이다..더스틴다운~

 

  그는 양팔과 양다리가 없었지만 단지 신체적인 불편함을 지녔을 뿐 평범한 우리들과 같았다.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인식되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하기에 나는 그가 양팔과 양다리가 없다는 것으로 연민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단 한 번, 눈물을 삼키며 아파한 부분이 있었다.  다섯 살때부터 양팔과 양다리를 절단하여 피부를 이식시킨 더스틴이었기에 성장하는 뼈와 더이상 성장하지 않는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서였다.  성장하는 뼈가 피부를 뚫고 나오려고 하기때문에 그 뼈를 깎기위해 피부를 다시 벌려 뼈를 자르는 수술을 받아야했고 그 횟수가 서른 번이 된다고 했다.  성장하는 뼈를 자르는 수술을 매번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한 고통이 상상되어져 맘이 너무도 아파왔다.  다섯 살 그때 한번의 절단이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난, 아이는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계속 뼈 역시도 성장하며 자라는 것이란 걸, 미처 생각하지 못 하였기에 그가 매번 수술을 받고 다시 그 상처가 아물때까지 아픈 며칠을 보내야한다는 사실이 무척 맘이 아릿하게 다가왔다. 

 

  인간 승리의 이야기, 그러하기에 당연히 감동적인 책이었다.  양팔과 양다리가 없는 불편한 몸을 가진 더스틴이었지만, 레슬러로 활약하고 있으며, 코치가 되고싶다는 꿈을 가지고도 있는 밝은 청년이다.  자신의 환경과 운명에 굴하지 않고, 나아가는 삶을 살아내고 있는 더스틴, 분명코 우리들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쉬이 엄살을 부리고 투정을 부리며 주저앉는 우리들에게 말이다.  개구진 그의 얼굴에는 밝은 웃음이 가득하다.  언제나 그렇게 긍정적인 더스틴, 그가 사랑스럽다.

 

[인상적인 구절]

그가 하지 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것은 아직 제대로 된 방법을 찾지 못해서 그런 것이지, 그가 포기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60쪽-

 

"-생략- 더스틴이 저렇게 움직이는 건 하나도 놀라운 일이 아니에요.  장애는 단지 몸이 불편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처럼 행동하는 방법을 익히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일뿐이거든요."

                                                                -61쪽-

 

그 모두가 거듭된 실패 끝에 얻은 귀중한 결과들이었다.  수천 번, 수만 번 매트 위에 내동댕이쳐진 끝에 정당하게 얻은 승리의 열매였다.

                                                                -93쪽-

 

"더스틴은 장애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보여줄 거예요."

                                                                -164쪽-

 

세상을 구성하는 다수 또는 소수 모두 서로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일반인이나 장애인이나 삶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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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래 : 세상은 백성의 것이다 샘깊은 오늘고전 9
작자미상 지음, 윤기언 그림, 김기택 글, 강명관 해설 / 알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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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홍경래라는 이름을 만난 적이 있다.  그러나 그의 삶에 대해서 자세하게 안다고는 말하지 못 하겠다.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만큼에 더하여 갖은 지식이라고는 전혀 없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역사 속에서 그 이름을 남기고, 또한 학생시절의 공부로 암기해야했던 한 인물이기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알아보고도 싶은 맘이 생겨났다.

 

  홍경래, 그는 평안도 출생의 평민으로 어린시절부터 똑똑한 아이였다.  해서 벼슬에 오르기 위해 과거시험을 보았지만, 1차 시험에 이어 합격할 줄 알았던 2차 시험에서는 떨어지게 된다.  이는 그가 실력이 낮아서가 아니라, 당시에는 노론세상이었고 그 자제들만이 한정적인 벼슬자리를 차지하는 불공정한 일이 다반사로 이루어지던 시대였던 것이다.  쉽게 말해서 든든한 끈있는 사람들만 실력이 없어도 쉬이 과거에 합격을 하게되더라는 거다.  학연, 지연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전 왕조인 망한 고려의 수도가 있었던 황해도와 평안도, 함경도는 차별대우를 받아 더욱 벼슬길에 오르는 일이 힘들었던 시대였다.  이에 불만이 생겼던 홍경래는 세상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양반, 그것도 도시 양반이 아니면 과거에 합격하기 힘들고, 당시의 주류였던 노론이 아니면 그 또한 과거에 낙방하게 되며, 양반의 횡포에 나날이 힘겨워지는 살림을 살게되는 농민들의 모습까지 세상이 달라지지 않고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관료가 될 수 없고, 농민이 즉 백성이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없다고 생각을 한다.  백성이 위해지는 나라, 능력이 인정받는 나라, 그것을 꿈 꾸었던 홍경래는 반군을 모집하게 되는 것이다.

 

  작자 미상의 이 책을 윤기언씨의 그림과 함께 김기택씨가 옮겨 적었다.  여러 역사 기록과 연구 자료를 참고해 홍경래의 삶과 홍경래의 난을 어린이와 청소년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적어놓았다고 밝히고 있다.  크게 부풀려 적기 보다는 역사 속의 홍경래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옮긴이의 말이 그대로 녹아 있는 얇은 책이었다.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극적인 요소들을 그리 발견할 수 없는 오롯이 역사 속 홍경래의 난을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고학년의 초등학생들이 읽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군을 도운 사람인 김삿갓으로 유명한 김병연의 할아버지 김익순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으며, 홍경래가 난을 일으킬 수 밖에 없었던 역사적 이유들과 해설부분에서 홍경래의 난이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이유도 언급해주어 어린 독자들에게 알찬 시간이 되어줄 듯 하다.  홍경래의 난으로 그 이름을 역사에 새긴 홍경래, 그의 꿈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가 바라던 세상이 허망한 꿈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역사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들에게 가르쳐주는 바가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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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예술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 비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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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이목구비가 깔끔한 남쪽지방 사람인 장바이판은 뇌물을 쓰고, 연줄을 찾아 공안국에 전출되어 왔다.  강력반으로 배정받은 그는 리이둥의 파트너가 된다.  리이둥, 우리들의 가슴을 아리게 만들 주인공이다.  그가 살아내는 삶을 읽어가다보면 속이 터질 것 같은 씁쓸함이 치밀어 오른다.  그래서 그가 너무도 오랫동안 기억되고, 잊혀질 것 같지 않은 리이둥.  그는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형사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했던 리이둥에게는 잡고싶은 범인이 있었다.  그를 잡기위해 리이둥이 쏟아부었던 열정과 시간과 노력들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중국인이 아닌 나조차 알고있다.  그렇지만 무슨 운명의 장난이라는 말인가.  꾹꾹 눌러놓은 욕지기가 꾹 다문 입 사이로 비집고 나올만큼 삶이라는 것이 왜 그리 리이둥에게 인정머리가 없는 것인가 말이다.  그 매정한 삶이라는 것은 언제나 공평하지 않다.  그래, 삶이라는 것은 왜 공평이라는 이름에 낯설음을 느끼는 것일까.  누구에게 어떤 순간에 그 공평이라는 것을 사용해야하는 것인지 진정 모른다는 말인가.  리이둥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소설이 깊은 인상으로 박혀버렸다.  저자는 넋두리를 적어놓았다고 말했고, 우리들은 진정코 그 넋두리 속에서 닮은 우리들의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너의 넋두리, 나의 넋두리 결국 우리들의 넋두리를 말이다.  그래서 화가나고 답답하면서도 그렇게 쓴웃음을 힘없이 피식 웃게 되면서도 그렇다고 미친척 토악질을 부려댈 수도 없는 것이 또한 삶이지 않은가.   그냥 그렇게 또 살아가야 하는 것이 삶이지 않은가.

 

  리이둥의 이야기말고 또 하나,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사무치는 사랑>이라는 제목의 이야기였다.  야오친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자상한 한 남성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결혼이 코 앞으로 다가왔을 떄, 약혼자는 죽음을 맞이하며, 이생에 야오친을 혼자 남겨두고 만다.  멈추어버린 사랑, 죽음이 갈라놓은 그 사랑의 끈을 놓치못한 채, 그 그늘 아래에서만 살아가던 야오친에게 또 다른 한 남성이 나타난다.  천푸민은 야오친에게 옛사랑의 그림자에서 헤어나오라고 말했고, 야오친은 절대 그 사랑을 떠나보낼 수 없었다....

 

  과정, 행위예술, 잠복근무, 사무치는 사랑이라는 이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예술가가 되고싶었으나 경찰관이 된 타이 형사.  <행위예술>에서 만났으나 <잠복근무>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양가오 반장, 물론 이 이야기에서는 양가오 반장의 중점적인 이야기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반가웠다.  중국 현대 소설을 읽는 일을 좋아하는데, 그때마다 실망스러움을 만난 적이 없었다.  팡팡의 이 소설집 역시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기에 마지막 장을 덮는 이 마음이 깊어진다.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두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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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플랜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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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이 순간, 그 강렬한 여운은 그 바닥이 보이지 않는 우물만큼이나 깊다.  하나를 덮기 위해 또 하나의 일을 벌리고, 그 하나를 덮기 위해 또 새로운 하나의 일을 벌리고, 그렇게 줄줄이 진실을 가리기 위한 또 다른 만들어진 진실이 필요한 사항들, 그 첫 단추는 결국 끝단추를 채우고나서야 확실하게 잘못 채워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만다.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말을 만나게 되는, 그의 매번 둘러대던 핑계처럼 어쩌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그 결말로 맞이하고 만 것이다. 

 

  길에서 뜻하지 않게 눈 먼 거액의 돈을 발견하게 된다면, 양심이 흔들리는 순간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일일 것이다.  아무도 그 돈의 존재를 알지 못 하고, 누군가 그 돈을 찾고 있지 않는 것이 확실한 주인 잃은 돈이라면, 아니 그 거액 앞에 그렇게 믿고싶은 맘이 생길 것이다.  그냥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돌아설 수는 없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거액을 발견한 그 때, 경찰에 신고를 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결말 앞에 참혹한 후회를 안으며 살아가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행크, 그는 첫 선택 그 단추를 잘못 채우고 말았다.  그러나 누구나 그 첫 순간에 어쩌면 행크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행크의 행동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게 되지만 그것이 곧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간 그 깊은 곳의 본성이 아닐까 싶어, 이 책이 단순한 스릴러로 여겨지지 않는다.  인간이 내어보일 수 있는 그러나 감추고 싶은, 끝끝내 다스리면서 제어해야 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탐욕과 두려움에 대한 그 비춰낼 수 있는 자세들을 말이다.

 

  행크는 사이가 소원한 형인 제이콥과 그의 친구 루와 함께 피더슨씨의 농가가 있는 공원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의 차 앞에 때마침 여우가 지나갔고, 그 여우를 쫓아 제이콥의 개가 따라가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들이 개를 찾아 그 공원 안으로 들어가지만 않았다면 그곳에 추락한 경비행기를 발견하지 않았을테고, 그랬다면 죽은 조종사 앞에 놓여있던 더플백 안에 있는 4백만 달러 이상의 거액을 만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 거액을 발견하지만 않았어도 평범했던 행크가 6명을 살인하는 무서운 살인자가 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기에 말이다. 

 

  행크와 제이콥, 루의 앞에 느닷없이 생겨난 거액은 서로를 의심하게 만들었고, 그 의심 속에서 돈에 대한 탐욕과 잡힐 것에 대한 두려움에 겹겹이 둘러싸이면서 거침없은 살인은 일어나고 만다. 

행크는 그 모든 살인의 상황들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붙잡히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살인이었다고 말이다.  그는 발견한 거액을 신고하지 않은 채, 빼돌린 후 그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 들키지 않고 숨기기 위해 다시 추락한 비행기가 있던 현장으로 간다.  혹시 그곳에 자신들의 흔적을 남겨놓은 것이 아닐까 싶어, 그 흔적을 지우기 위해 찾아갔던 그 길에서 행크는 피더슨을 살해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살인은 꼬이기만 하고 결국 6명이라는 사람을 죽이고마는 행크.  그리고 이 거액과 연결되어 2명이 더 죽고마니, 행크와 제이콥, 루가 거액을 발견하였던 당시의 그 처음의 잘못된 선택은 거액 속에서 모든 것을 가진 부자가 될 것 같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고마는 예정된 결말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행크의 행동들은 너무나 극단적이었다.  두려움과 탐욕에서 불러일으켜진 의심들을 굳이 살인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행크는 살인으로 두려움과 탐욕을 방어했고, 그 자신의 선택들은 쉽게 허물어지는 모래성 위에 세워진 것이었음을 알게되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후였다.  이미 지나가버린 이제와 진정 어쩔 수 없는 어쩌지 못 하는 시간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안겨주고 만 두려움과 탐욕, 이 책 속에서 그는 살인자로 그려졌지만 우리들 역시 행크처럼 두려움과 탐욕 속에서 매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어떤 사건에 대한 탐욕과 그 탐욕이 불러일으키는 두려움을 우리들은 어떤 형식으로 선택하고 표현하고 있을까.  거액을 훔쳤다는 하나의 사건을 덮기위해 살인을 시작했던 행크, 그러나 그 거액은 행크를 부자로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씻을 수 없는 살인자로 만들었다.  탐욕은 빛 속에서 자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두려움은 어둠 속의 그늘진 언저리일 수 밖에 없는 것이기에 그  끝은 행복일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행크는 철저하게 죄에 대한 벌을 받게된다.

 

  참으로 괜찮은 스릴러를 만났다.  살인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지만 인간의 그 심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너무나 현란하다.  결코 실망하지 않을 책이며, 인간의 탐욕에 대해 그리고 그 탐욕이 불러오는 결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안겨주는 가볍지 않은 책이다.  첫 장을 넘기고 그렇게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팽팽한 만족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행크의 그 선택이 안겨준 행크의 결말, 이 책을 덮고나면 하고픈 말이 참 많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결국 내것이 아닌 것을 탐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내것조차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내것 안에 있는 것이지 남의 것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행크의 그 모든 행동이 부질없는 것이 되어버렸듯이....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자기 영혼을 판 사람 같은 겁니다.  나쁜 짓 하나를 했는데, 그것 때문에 더 나쁜 일이 일어나고, 그렇게 계속 불어나죠./509-5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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