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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토르소맨 - 팔다리 없는 운명에 맞서 승리한 소년 레슬러 이야기
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최석순 감수 / 글담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양팔과 양다리가 없는 더스틴이라는 이름의 한 청년이 전미 청소년 레슬링 대회 오하이오 주 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다. 운동선수로 활약하며 살아간다는 일은 몸에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비장애우들에게도 힘든 일이렸만 어떻게 양팔과 양다리가 없는 장애우가 그것도 주 대표 선발전에 출전할 정도의 실력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일까.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만 느껴지는 감동이다. 하지만 이 책 <꿈꾸는 토르소맨>을 읽는 우리들은 그것이 기적이 아닌 한 사람의 인내와 노력이었음을 그러하기에 전해지는 감동임을 알게 된다. 그것은 기적이 아니었다. 그가 이루어낸 삶이었던 것이다.
다섯 살 더스틴을 찍은 비디오에는 신나게 뜀박질하는 양다리가 있고, 양 팔을 뻗으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가 여섯 살이 되기도 전에 수막구균혈증으로 양팔과 양다리를 절단해야하는 수술을 받게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몰랐다. 당시 부모님은 더스틴이 살아만 있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양팔과 양다리가 없는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정도로 다만 더스틴이 그들 곁에만 있어줄 수 있기를 오로지 그 사실만을 생각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더스틴이 양팔과 양다리를 절단한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 그들 앞에 놓여진 삶은 이전과는 180도 달라지게 된다.
다섯 살 더스틴이 자신의 모습을 감당하고 받아들이는 일과 가족들이 그런 더스틴을 대해야 하는 일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장애를 갖고 있는 자식을 오로지 도와주고, 동정하면서 '오냐오냐' 키울 것인지, 혼자서도 오롯이 살아갈 수 있도록 평범하고 엄하게 키울 것인지 판단하기도 실천하기도 힘든 일일 것이기에 말이다. 더스틴의 부모님은 더스틴이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시키기로 마음을 먹는다. 가슴 아프고 힘든 결단이었지만 넘어지는 자식을 일으켜세워주기보다는, 혼자서 일어설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지켜봐주신 것이다.
화장실을 혼자서 가기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그는 혼자서 식사를 하고, 양치질을 하고, 줄무늬 노트에 글씨를 적을 수도 있다. 수영도 하고, 레슬링도 하는 양팔과 양다리는 없지만 비장애우들인 우리들처럼 평범한 모든 일상들을 혼자서 척척 해내는 것이다. 그가 그렇게 혼자서 하기까지 많은 시간들이 걸렸지만 하긴 이 책에서 언급되어있듯이 우리들 역시 갓난아기에서 걸음마와 말을 배우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리지 않던가.
특히 사랑스러웠던 것은 더스틴과 그의 여자친구 메리디스와의 모습에서였다. 메리디스는 레슬링선수 생활을 한 적이 있었고, 아버지와 오빠가 레슬링을 하고도 있다. 그러하기에 더스틴의 레슬링 경기를 본 적이 있었고, 그에게 반하여 먼저 고백하며 다가섰다고 한다. 둘은 레슬링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있고, 메리디스는 더스틴의 외형적 모습따위는 전혀 상관없이 그의 인간적인 모습만을 바라보며 사랑할 줄 아는 아름다운 인간미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응원의 박수를 열렬히 치게 되었다.
나는 표지의 더스틴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그가 양팔과 양다리가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를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이 책 속의 그는 양팔과 양다리가 없음에도 레슬링 선수로 살아간다는 기적같은 이야기를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제는 그의 지금의 모습이 기적이라고 쉽게 뭉뚱그려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그것은 그의 노력과 인내로 이루어낸 결실의 삶이었음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불행 속에 느닷없이 갑자기 일어난 기적이 아니다. 그가 양팔과 양다리를 절단해야하는 불운한 운명을 어린시절부터 살게되었지만 그는 그 삶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하면서 살아간다. 그가 듣기 좋아한다는 그 말 "더스틴다운 ~"모습으로 말이다. 더스틴답다는 말은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바로 그가 살아온 삶의 방식인 것이다..더스틴다운~
그는 양팔과 양다리가 없었지만 단지 신체적인 불편함을 지녔을 뿐 평범한 우리들과 같았다.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인식되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하기에 나는 그가 양팔과 양다리가 없다는 것으로 연민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단 한 번, 눈물을 삼키며 아파한 부분이 있었다. 다섯 살때부터 양팔과 양다리를 절단하여 피부를 이식시킨 더스틴이었기에 성장하는 뼈와 더이상 성장하지 않는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서였다. 성장하는 뼈가 피부를 뚫고 나오려고 하기때문에 그 뼈를 깎기위해 피부를 다시 벌려 뼈를 자르는 수술을 받아야했고 그 횟수가 서른 번이 된다고 했다. 성장하는 뼈를 자르는 수술을 매번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한 고통이 상상되어져 맘이 너무도 아파왔다. 다섯 살 그때 한번의 절단이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난, 아이는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계속 뼈 역시도 성장하며 자라는 것이란 걸, 미처 생각하지 못 하였기에 그가 매번 수술을 받고 다시 그 상처가 아물때까지 아픈 며칠을 보내야한다는 사실이 무척 맘이 아릿하게 다가왔다.
인간 승리의 이야기, 그러하기에 당연히 감동적인 책이었다. 양팔과 양다리가 없는 불편한 몸을 가진 더스틴이었지만, 레슬러로 활약하고 있으며, 코치가 되고싶다는 꿈을 가지고도 있는 밝은 청년이다. 자신의 환경과 운명에 굴하지 않고, 나아가는 삶을 살아내고 있는 더스틴, 분명코 우리들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쉬이 엄살을 부리고 투정을 부리며 주저앉는 우리들에게 말이다. 개구진 그의 얼굴에는 밝은 웃음이 가득하다. 언제나 그렇게 긍정적인 더스틴, 그가 사랑스럽다.
[인상적인 구절]
그가 하지 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것은 아직 제대로 된 방법을 찾지 못해서 그런 것이지, 그가 포기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60쪽-
"-생략- 더스틴이 저렇게 움직이는 건 하나도 놀라운 일이 아니에요. 장애는 단지 몸이 불편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처럼 행동하는 방법을 익히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일뿐이거든요."
-61쪽-
그 모두가 거듭된 실패 끝에 얻은 귀중한 결과들이었다. 수천 번, 수만 번 매트 위에 내동댕이쳐진 끝에 정당하게 얻은 승리의 열매였다.
-93쪽-
"더스틴은 장애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보여줄 거예요."
-164쪽-
세상을 구성하는 다수 또는 소수 모두 서로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일반인이나 장애인이나 삶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1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