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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예술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 비채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이목구비가 깔끔한 남쪽지방 사람인 장바이판은 뇌물을 쓰고, 연줄을 찾아 공안국에 전출되어 왔다. 강력반으로 배정받은 그는 리이둥의 파트너가 된다. 리이둥, 우리들의 가슴을 아리게 만들 주인공이다. 그가 살아내는 삶을 읽어가다보면 속이 터질 것 같은 씁쓸함이 치밀어 오른다. 그래서 그가 너무도 오랫동안 기억되고, 잊혀질 것 같지 않은 리이둥. 그는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형사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했던 리이둥에게는 잡고싶은 범인이 있었다. 그를 잡기위해 리이둥이 쏟아부었던 열정과 시간과 노력들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중국인이 아닌 나조차 알고있다. 그렇지만 무슨 운명의 장난이라는 말인가. 꾹꾹 눌러놓은 욕지기가 꾹 다문 입 사이로 비집고 나올만큼 삶이라는 것이 왜 그리 리이둥에게 인정머리가 없는 것인가 말이다. 그 매정한 삶이라는 것은 언제나 공평하지 않다. 그래, 삶이라는 것은 왜 공평이라는 이름에 낯설음을 느끼는 것일까. 누구에게 어떤 순간에 그 공평이라는 것을 사용해야하는 것인지 진정 모른다는 말인가. 리이둥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소설이 깊은 인상으로 박혀버렸다. 저자는 넋두리를 적어놓았다고 말했고, 우리들은 진정코 그 넋두리 속에서 닮은 우리들의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너의 넋두리, 나의 넋두리 결국 우리들의 넋두리를 말이다. 그래서 화가나고 답답하면서도 그렇게 쓴웃음을 힘없이 피식 웃게 되면서도 그렇다고 미친척 토악질을 부려댈 수도 없는 것이 또한 삶이지 않은가. 그냥 그렇게 또 살아가야 하는 것이 삶이지 않은가.
리이둥의 이야기말고 또 하나,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사무치는 사랑>이라는 제목의 이야기였다. 야오친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자상한 한 남성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결혼이 코 앞으로 다가왔을 떄, 약혼자는 죽음을 맞이하며, 이생에 야오친을 혼자 남겨두고 만다. 멈추어버린 사랑, 죽음이 갈라놓은 그 사랑의 끈을 놓치못한 채, 그 그늘 아래에서만 살아가던 야오친에게 또 다른 한 남성이 나타난다. 천푸민은 야오친에게 옛사랑의 그림자에서 헤어나오라고 말했고, 야오친은 절대 그 사랑을 떠나보낼 수 없었다....
과정, 행위예술, 잠복근무, 사무치는 사랑이라는 이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예술가가 되고싶었으나 경찰관이 된 타이 형사. <행위예술>에서 만났으나 <잠복근무>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양가오 반장, 물론 이 이야기에서는 양가오 반장의 중점적인 이야기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반가웠다. 중국 현대 소설을 읽는 일을 좋아하는데, 그때마다 실망스러움을 만난 적이 없었다. 팡팡의 이 소설집 역시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기에 마지막 장을 덮는 이 마음이 깊어진다.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두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