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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별 1 - 나로 5907841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18
이현 지음, 오승민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3월
평점 :
오래 전에 잘 기억은 안나는데, 로봇이 사람처럼 마음을 가진 공상 과학 영화를 보았었다. 기계만으로 만들어진 로봇에게 어떻게 마음이 있을 수 있을까, 믿을 수 없는 사실 앞에 감정 이입이 안 되다가 영화가 끝나갈 무렵에서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눈물을 적셨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로봇이 나오는 이야기라면 의례히 인간에게 대항하고 저항하는 로봇과의 전쟁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사실 로봇과 함께 살아가게 되는 미래가 두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 만들어진 기계인 로봇에게 도리어 지배를 당하게 된다니 생각하고싶지도 않은 미래의 모습인 것이다. 여하튼 로봇이라 하면 아무래도 인간적인 마음의 시선으로 바라봐지게 되기 보다는 자꾸만 차가운 기계 그 이상으로는 여겨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여기 오래 전처럼 마음을 가진 아니 생각을 가진 로봇을 다시 만나고 만다.
나로 5970841은 인간처럼 생긴 꼬마 소녀 로봇이다. 사람처럼 통증도 느끼고, 피부도 사람처럼 가지고 있고, 외형적인 모양새는 딱, 인간 소녀이다. 현대의 애완 동물을 키우면서 외로움을 달래듯이 미래에는 로봇 소녀를 만들어내어 아이처럼 키우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미래에는 정말이지 다양한 로봇들이 분야별로 나와 있다. 적재적소에 투입되어 그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는 로봇들, 보모나 도우미 역할을 해주는 현주씨와 현태씨도 있다.
근데 이 미래, 정말이지 맘에 안 드는 구석이 여럿 있다. 즉, 지구 연방법에 따라 사람을 알파인과 베타인, 감마인과 델타인으로 등급을 매겨 나누는데, 전자들은 돈 많은 부자들이고 후자는 돈 없는 가난뱅이들이다. 여기서 돈이 있다는 것은 오염되지 않은 하늘 도시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고, 아프면 병원을 갈 수도 있으며, 비싼 로봇들도 필요하면 구입할 수 있고, 배우고 싶으면 교육도 받을 수 있으며, 우주 여행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돈이 없는 가난뱅이들은 범죄가 들끓고, 오염되어 병균이 도시를 가득 채운 땅에서 살게 된다. 것도 하늘 도시가 떡하니 하늘을 차지하고 있어서 햇볕도 안 비치는 폐허같은 도시에서 말이다. 에잇, 미래나 현재나 돈이 없다는 사실은 서글픈 일이라니 세상은 너무나 무정하게만 돌아간다.
돈이 많은 알파인과 베타인들은 병든 유전자조차 태어나기 전부터 조작하여 건강한 사람들, 우수한 유전자들만이 태어나게 된다. 여하튼 이 등급은 오른 손의 아이핀을 통해 인식되고 있다. 아이핀은 사람에게도 로봇에게도 다 심어져 있는데, 나로 엄마는 베타인이다. 나로와 함께 하늘 도시에서 평온하게 살아가고 있는....
여기에서 하나 밝혀야 할 사실은 로봇들에게는 지켜야 할 3원칙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첫 째, 인간을 해칠 수 없다는 것과 인간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의 두 가지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의 3원칙이 말이다.
나로는 루피라는 공룡 로봇을 만나면서 자유를 꿈 꾸게 된다. 인간의 명령만을 따라야 하는 로봇이 인간을 떠나서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겠단다. 로봇의 별에서는 기계적인 취급이 아닌 권리와 생각을 표현해낼 수 있는 그들의 로봇권이 보장되는 세상이다. 인간을 위해 싸우지 않아도 되고, 인간을 위해서만 살다가 폐기처분되지 않아도 되는, 그들만을 위한 그들의 세상인 로봇 별인 것이다.
나로는 로봇의 별을 가려고 한다. 언젠가 엄마가 죽고 혼자 남겨지게 되어 폐기처분 당해지는 로봇의 생애가 아니라 로봇권이 보장되는 자유로운 로봇의 세상에서 살고싶은 나로이다. 그래서 로봇의 3원칙을 제거하고, 자유로운 로봇이 되어 로봇의 별을 찾아가는 나로의 험난한 이야기로 이 책은 채워져 있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자유를 꿈 꾸는 로봇, 그들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인간 소녀처럼 생긴 나로는 그 아이가 꿈 꾸었던 로봇의 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는 것일까. 보모 로봇 현주씨와 현태씨의 이야기도 찡하고, 나로를 향한 엄마의 그 사랑의 마음도 찡하고, 저항군으로 등장하는 델타인 봄이 일행들도 기억을 붙든다.
아이들이 흥미를 놓치지 않은 채, 끝까지 읽어낼만한 책이다. 로봇의 이야기를 통해 미래 사회를 미리 상상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니, 이어지는 2편과 3편도 열렬 독자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