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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정육점 문지 푸른 문학
손홍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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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아이가 있다.   쇄골 아래의 육체적 흉터도 흉터이지만 어린시절 부모님에게 버림을 받은 마음의 상처가 흉터로 깊게 박혀 있는 아이이다.   그렇게 겉과 속 모두에 깊디 깊은 흉터가 있는 아이, 그 아이가 터키인 하산 아저씨의 집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산 아저씨는 고아원에서 그 아이의 흉터를 보았을 그 순간,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아이를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하산 아저씨가 정육점을 하면서 사는 이 동네에는 순대국 식당을 차리고 있는 안나 아줌마가 있다.   구수하니 정이 많은 안나 아줌마, 걸걸한 여장부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눈물을 감춘 상처를 가진 안나 아줌마였다.  

  안나 아줌마의 충남식당에는 자주 드나드는 거짓말 잘 하는 그리스인 야모스 아저씨가 있다.   하산 아저씨와는 으르릉대면서 그도 그처럼 한국전쟁 참전이후 한국에 눌러살게 된 이방인들인 것이다.   인어를 본 적이 있다는 둥, 오만가지의 거짓말들을 늘어놓는 야모스 아저씨, 알고보면 그에게도 숨기고 싶었던 과거의 상처가 있었다.   

 

  새벽마다 군가를 불러대는 대머리 아저씨, 가끔은 낮에도 군가를 구슬프게 부른다.   그 어떤 사람들보다 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아는 대머리 아저씨, 알고보면 트라우마로 상처에서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한 아릿한 사람이다.   맹랑한 녀석은 쌀집 둘 째 딸을 좋아한다.   맹랑한 꼬맹이, 결국 사랑을 고백하게 될까~ 어린 사내아이의 첫사랑이자 짝사랑의 이야기, 그 아이는 '죽을 건데, 뭐~'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하산 아저씨와 함께 사는 주인공 꼬마아이와 가장 친한 친구 유정이는 말을 더듬는 아이지만 엄마가 집을 나간 후로는 말을 더듬지 않게 된다.   그리고 인상적이던 한 술주정꾼 열쇠쟁이 아저씨는 어떤 사람들을 가리켜 물어보면 무조건 분홍색 코끼리라고 말한다.   하산 아저씨를, 전도사를, 안나 아줌마를, 유정일 가리켜 물어도 그 아저씨는 분홍색 코끼리라고 말할 뿐이다.

 

  하나같이 마음 깊은 곳에 상처들을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그 상처는 흉터가 되어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남아져 있었고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 속에서 애잔하게만 느껴져 온다.   너무나 괜찮게 읽은 한국소설이다.   마치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담아낸 시사 교양 프로그램 인간극장을 본 것처럼 마음이 따스해지고 애잔하고 그랬다.    그들 모두의 상처들을 하나씩 이야기 듣게 되었을 때의 애잔함과 하산 아저씨와 입양된 아이의 감동적 맺음 이야기까지 가슴으로 읽게 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인상적 글귀]

그들이 잊은 물건이라기보다 그들이 머물고 간 곳에 저절로 남는 하나의 흔적처럼 여겨졌다.     /80-81쪽

 

내 영혼이 잊어버린 고통을 내 육체가 대신 기억해주는 거였다.      /111쪽

 

그렇게 자신의 몸에 각인된 기억에 이끌려 숨을 쉬고 밥을 먹으며 수십 년을 견뎌온...       /146쪽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지진의 진원은 과거라고 말하는 듯 했다.   가슴을 절개해서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거기에 웅크린 과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56쪽

 

"우리가 타인을 거울로 삼아야 하는 이유는, 우리 내부의 모순을 모순으로 여길 능력이 없기 때문이란다.   타인의 모순된 행동을 통해서 나를 유추해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지.   타인을 거울로 삼지 않는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미지의 영역에 내버려둔 채 한 평생을 살아야 할 거다."              /170쪽

 

모든 현재는 미래를 향한 충동이다.              /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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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7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김양미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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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를 가지고 싶어하는 허수아비와 심장을 가지고 싶어하는 양철 나무꾼, 용기를 가지고 싶어하던 겁쟁이 사자와 고향 캔자스로 가고싶은 꼬마 아이 도로시 그리고 강아지 토토 , 이쯤되면 이들이 누구인지 짐작이 될 것 같다.   맞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다.   실은 어린시절에 읽어보지 못한 동화였고, 커서도 그다지 읽고싶었던 동화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읽게된 것은 앙증맞고 귀여운 크기의 인디고에서 출판되고 있는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중의 한 권이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가 맘을 끄는 것은 일러스트들이 기가막히게 이쁘다는 것인데, <오즈의 마법사>의 그림 역시 너무나 사랑스럽다.

 

  처음에는 그랬다.   앙증맞은 크기와 이쁜 일러스트가 맘에 들어서 시작된 만남이었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왜 진작에 어린시절 이 책을 읽지 못 했을까라는 아쉬움에 눈물을 짓게 만드는 동화였다.   너무나 근사한 아니 무진장 멋진 동화라고 입술에 침이 마를정도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어린시절의 인성과 인격을 만들어줄 수 있는 좋은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으로 지녀야 할 성품과 품격을 아주 훌륭하게 이끌어줄 수 있는 동화임을 말이다.

 

   힘없고 아무런 능력이 없을 것 같은 꼬마 아이 도로시, 하지만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힘은 착함인 것 같다.   계산할 줄 모르는 순수한 어린 아이, 그러하기에 허수아비와도 양철 나무꾼과도 사자와도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소녀이지 않았을까.   뇌를 가지고 싶어하는 허수아비, 자신도 생각할 줄 아는 존재이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도로시 일행과 함께 하고 있는 그는 이미 수없이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에메랄드 시를 향해 가고 있을 때 강물이 그들의 앞길을 막는 일이 생긴 적이 있었다.   그때 허수아비는 양철 나무꾼에게 나무를 베게하여 뗏목을 만들게 한다.  

  심장을 가지고싶다고 말하던 양철 나무꾼, 하지만 이미 그는 도로시 일행과 함께 하면서 우리들에게 심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수없이 증명하고 있다.   에메랄드 시를 향해 가면서 걸어가던 어느 날, 그는 모르고 그만 딱정벌레를 밟아 죽이고 만적이 있다.   그 일이 있던 날, 그가 얼마나 많이 눈물을 흘렸던가 말이다.

  용기가 없다고 겁쟁이라며 자신을 말하던 사자, 하지만 그는 이미 도로시 일행과 함께 하는 길에 수없이 많은 용기들을 우리들에게 증명해 주었다.   에메랄드 시로 향해가던 길에 도랑을 만나던 순간, 그는 빠질까 무서웠지만 일행들을 자신의 등에 태우고 도랑을 건넌다.   그의 행동을 어찌 용기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서쪽의 나쁜 마녀를 물리치러 가던 길과 남쪽의 착한 마녀 글린다를 찾아가던 길에 도로시 일행이 보여준 용기와 지혜 그리고 따스한 심장까지 마법사 오즈가 굳이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해도 이미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던 뇌와 용기 그리고 심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들 자신들만이 몰랐을 뿐이지... 

  우리들은 간혹 허수아비나 양철 나무꾼과 사자처럼 그렇게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 동화를 읽으면서, 자신을 직시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도로시에 대해서도 말해야겠다.   도로시는 오즈의 나라에 왔던 그 첫 날, 마법 구두를 얻게 된다.   그리고 서쪽의 나쁜 마녀에게서는 마법 모자까지도 얻게 되지만, 너무도 작고 순수한 아이 도로시는 그 구두와 모자를 단순히 구두와 모자라고만 생각을 한다.   처음에는 그 순수함이 답답했지만 그 순수함때문에 허수아비도 양철 나무꾼도 사자도 만날 수 있었던 도로시라는 것을 떠올리게 되는 걸 보면, 아이의 순수함이라는 것이 너무나 사랑스럽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 나는 <오즈의 마법사>라는 이 동화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줄을 그어야 할 글귀도,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장면들도 너무나 가슴으로 와닿는 이 동화에 어찌 반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더불어 너무나 이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인디고에서 낸 앙증맞은 크기의 이 책이 너무 맘에 든다.

 

[인상적인 글귀]

"난 심장을 얻을 거예요.   뇌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못해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바로 행복이라고요." /72쪽

 

"너는 뇌가 필요 없어.   매일 새로운 걸 배우고 있으니까.   아기들이 뇌가 있다고 많이 아는 건 아니잖아.   경험을 통해서만 무엇인가 배울 수 있단다.   세상을 오래 살수록 그만큼 경험도 쌓이는 법이야." /234쪽

 

"내가 보기에 넌 이미 용기 있는 사자야.   너한테 필요한 건 용기가 아니라 자신감이야.   생명이 있는 것들은 무엇이든 위험에 처하면 두려워하기 마련이지.   그런 두려움을 이기고 위험에 맞서는 것이 바로 진정한 용기란다.   그런데 넌 그런 용기를 이미 많이 가지고 있잖아." /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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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서유기 - 중국 역사학자가 파헤친 1400여 년 전 진짜 서유기!
첸원중 지음, 임홍빈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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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스님하면 우선은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이 연이어 떠오르게 된다.   보드타던 만화로 손오공을 본 적도 있고, 주성치가 나오는 영화로 손오공을 본 적도 있는데, 손오공 일행에는 현장 스님이 있다.   현장 스님의 천축 여행길에 동행하게 되는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그때마다 제일 얄미웠던 사람은 바로 나약하고 무능한 현장 스님이었다.   소설 서유기에 등장하는 현장 스님, 그러나 역사 속의 그의 모습과는 다르다고 한다.   이쯤되면 소설 속에서 왜곡된 현장 스님이 아닌 역사 속의 진짜 현장 스님이 만나보고싶다.  더불어 그의 서역 구법 여행에도 동행자가 되고싶어진다.

 

  에버리치 홀딩스에서 펴낸 <현장 서유기>, 무척 두꺼운 책이다.   600여장이 넘는 책의 두께는 책읽기를 주춤거리게 만든다.   하지만 그 첫 장을 넘기고, 다음 장을 넘기고 그렇게 현장 스님의 서역 구법 여행 동행자로 걸어가는 시간이 어느새 마지막 장까지 넘기게 만들었다.   휘리릭 불타오르게 재밌다기보다는 뚝배기처럼 은근히 재밌다.  

 

  소설 서유기에서는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손에 어쩔 수 없이 버려졌던 현장 스님을 금산사의 장로가 거두어서 승려가 되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실제 역사의 기록을 보면 어린시절 병으로 부모님을 잃게 된 현장 스님은 형을 따라 낙양의 정토사에 들어가면서 불교 공부를 시작한다.   낙양에서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된 현장 스님은 중국으로 들어왔던 인도 승려들의 강론을 듣고는 불교의 발원지인 인도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서역 구법 여행을 떠나고자 마음을 먹게 된다.   하지만 출국 신청 탄원서를 낸 현장 스님에게 출국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조서가 내려지고, 해서 당 태종에게 인정받아 서역 천축으로 불경을 구하러 갔다는 소설 서유기와는 달리 역사에서의 현장 스님은 몰래 서역 구법 여행을 단행하게 된다.

 

  서역 천축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다섯 군데의 봉화대를 중심으로 하는 국경 방어초소부터 지나가야 한다.   허나 남몰래 변방 관문을 빠져나가려 하는 자가 있다면 즉각 체포하거나 사살해버릴 수 있다.   출국 허락을 받지 못 했던 현장 스님에게는 첫 위기의 관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서역 천축으로 구법 여행을 가고싶은 현장 스님의 갈망을 사그러뜨릴 수는 없었다.   서역으로 가기 위한 그 길에는 사막도 있다는데, 목마름의 갈증을 견디어내면서 죽을 고비를 넘기는 현장 스님, 봉화대가 있는 국경 방어초소와 사막에서 길을 잃게되는 그 위기의 순간 이야기들은 숨을 죽이면서 지켜봐야 했다.  

 

  천축으로 가기위한 여정 속에서 코초국 국문태가 현장 스님을 붙잡아두려고 갖은 언행들을 취하게 되지만 단식으로 투쟁하는 현장 스님의 서역 구법 여행으로의 결심을 결국 꺾지 못했던 국문태는 의형제를 맺는 것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그렇게 현장 스님의 서역 구법 여행의 걸음은 멈춤없이 진행되고, 곳곳에서 강도들을 만나게도 되지만 바라고 바라던 인도에 도착하고 만다.

 

  아유타국을 떠나 아야무거국으로 향하기 위해 배를 타고 갠지스 강을 내려가던 중, 현장 스님는 위기일발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둘가 천신을 섬기는 도적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현장 스님을 제사에 쓰기 위한 제물로 올리려고 하는 것이다.   아, 이렇게 현장 스님은 죽고마는 것일까...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어 숨을 꼴깍 삼키게 된다.   하긴 여기서 현장 스님이 죽으면 말이 안 돼지.   그렇다면 현장 스님은 그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을 어떻게 넘기게 될까......

 

  날란다 사원, 서역으로 구법 여행을 떠나온 현장 스님의 목적지이다.   계현법사를 스승으로 모시며 [유가사지론]을 배우는 현장 스님, 5년의 구법 유학 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후에는 남방 순례 여행을 하면서 5년 남짓을 더 보내게 된다.   그리하여 현장 스님이 고국으로 돌아온 것은 당 태종 정관 19년이다.   서역으로 불경을 구하러 갔던 현장 스님, 그 고초의 시간들을 지나 마침내 불경을 가지고 돌아온 그는 남은 여생 불경 번역으로 살아가게 된다.

 

  소설 서유기에 등장하던 나약하고  무능한 팔랑귀 현장 스님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었던 역사 속의 현장 스님, 그의 서역 구법 여행의 동행자로 보낸 이 시간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고나니 우리의 신라출신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이 보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혜초스님의 인도 여행길은 어떠했을까.  

  역사 속의 현장 스님을 만나고 그의 서역 구법 여행길을 동행하게 된 이 시간,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그래서 두꺼운 책이었지만 그 두께가 독서의 걸림돌이 아닌 자양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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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털어라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이원열 옮김 / 시작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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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의뢰를 받은 사건을 네 번이고 다섯 번이고 다시 해결해야한다면, 마치 기껏 청소를 다해놓았더니 "청소 안 했니?"라는 소리를 듣는 것만큼 찜찜하고 화가나는 일일 것 같다.   유엔 주재 탈라보 대사가 에메랄드를 하나 가져 오란다.   절도범이고, 이제 막 출소한 도트문더에게 말이다.   뭐, 훔치는 것을 제일 잘하는 도트문더니 에메랄드, 까짓거 훔치지 뭐.  

 

  그냥 쉽게 생각했다.   물론 보호가 철저히 되어 있는 보석을 훔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승률이 좋은 도트문더이고 그는 절도범이지 않은가.   여하튼 뉴욕 콜로세움에 전시되어 있던 에메랄드를 훔쳤다.   훔치기는 했는데, 에메랄드를 손에 쥐지는 못 했다.   절도에 성공했는데, 결과물인 보석은 없다니, 말이 안 되는 것 같은가.   자세히 말하자면 팀원이었던 그린우드가 에메랄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가 잡혔다.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 그린우드를 탈옥시켜야지, 보석의 행방을 알 수 있다.  

 

  그린우드를 탈옥시켰다.   그런데 또 여전히 보석은 손에 쥐지 못 했다.   헛,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인 것일까.  

  그린우드가 보석을 교도소에 오기 전의 경찰서에 두고 왔단다.   이번에는 삼엄한 경비의 경찰서를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에메랄드 하나, 훔치는 일이 사람 잡네.....숨 쉴 틈없이 도트문더 팀은 다시 경찰서를 향한다.

 

  경찰서를 갔는데, 그린우드가 숨겼던 자리에 보석이 없다.   그럼 이 에메랄드는 발이 달려 도망을 쳤다는 것인가.   여하튼 또 다시 에메랄드를 찾아 나서는 도트문더 일행, 정신병원까지 가게 된다.   그리고 정신병원에서 데려 나온 인간이 이번에는 보석을 은행 금고에 넣어뒀다나...이렇게 하여 탈라보 대사한테 에메랄드를 훔쳐 오라는 의뢰를 받았던 도트문더 일행은 보석을 훔치기 위해 전시장을 털었고, 교도소를 털었고, 경찰서를 털었으며, 정신병원과 은행을 털게 되었다.   그때마다 다 성공했는데, 보석은 손에 쥐지를 못 했으니 언제나 찜찜한 결과를 안고 만 것이다.

 

  도트문더 일행이 보석을 훔치기 위해 절도 장소들을 여러 곳 가게 되고 모두 성공하게 되는 그 모험의 이야기, 또 탈라보 대사는 왜 에메랄드를 훔쳐 오라고 의뢰하게 되는지 그 호기심들은 책에서 확인해야 할 것 같다.   도트문더가 절도를 위해서 계획을 세우는 일은 최고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니 말이다.  

 

  에메랄드 하나를 훔치기 위해 여러번의 모험을 맞게 되는 도트문더, 그의 절도는 실패였던 것일까, 성공이었던 것일까.   여하튼 결과적으로는 도트문더의 손이 들려진다.   하긴 그렇게까지 고생시켜놓았으니 말이다.   이 책이 탄생하게 된 뒷이야기도 막판에 언급되어 있는데, 재미났다.   에메랄드를 훔치기 위해 뉴욕의 곳곳을 털어야 했던 도트문더, 다음부터는 하나의 절도는 하나의 절도로 결과를 가지게 되기를 바란다.. 이젠 덜 고생하고, 자신의 고생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게....물론, 삶은 내 물건이 아닌 것을 절도 하면서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건 소설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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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별 1 - 나로 5907841 푸른숲 어린이 문학 18
이현 지음, 오승민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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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에 잘 기억은 안나는데, 로봇이 사람처럼 마음을 가진 공상 과학 영화를 보았었다.  기계만으로 만들어진 로봇에게 어떻게 마음이 있을 수 있을까, 믿을 수 없는 사실 앞에 감정 이입이 안 되다가 영화가 끝나갈 무렵에서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눈물을 적셨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로봇이 나오는 이야기라면 의례히 인간에게 대항하고 저항하는 로봇과의 전쟁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사실 로봇과 함께 살아가게 되는 미래가 두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 만들어진 기계인 로봇에게 도리어 지배를 당하게 된다니 생각하고싶지도 않은 미래의 모습인 것이다.  여하튼 로봇이라 하면 아무래도 인간적인 마음의 시선으로 바라봐지게 되기 보다는 자꾸만 차가운 기계 그 이상으로는 여겨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여기 오래 전처럼 마음을 가진 아니 생각을 가진 로봇을 다시 만나고 만다.

 

  나로 5970841은 인간처럼 생긴 꼬마 소녀 로봇이다.  사람처럼 통증도 느끼고, 피부도 사람처럼 가지고 있고, 외형적인 모양새는 딱, 인간 소녀이다.  현대의 애완 동물을 키우면서 외로움을 달래듯이 미래에는 로봇 소녀를 만들어내어 아이처럼 키우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미래에는 정말이지 다양한 로봇들이 분야별로 나와 있다.  적재적소에 투입되어 그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는 로봇들, 보모나 도우미 역할을 해주는 현주씨와 현태씨도 있다. 

 

  근데 이 미래, 정말이지 맘에 안 드는 구석이 여럿 있다.  즉, 지구 연방법에 따라 사람을 알파인과 베타인, 감마인과 델타인으로 등급을 매겨 나누는데, 전자들은 돈 많은 부자들이고 후자는 돈 없는 가난뱅이들이다.  여기서 돈이 있다는 것은 오염되지 않은 하늘 도시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고, 아프면 병원을 갈 수도 있으며, 비싼 로봇들도 필요하면 구입할 수 있고, 배우고 싶으면 교육도 받을 수 있으며, 우주 여행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돈이 없는 가난뱅이들은 범죄가 들끓고, 오염되어 병균이 도시를 가득 채운 땅에서 살게 된다.  것도 하늘 도시가 떡하니 하늘을 차지하고 있어서 햇볕도 안 비치는 폐허같은 도시에서 말이다.  에잇, 미래나 현재나 돈이 없다는 사실은 서글픈 일이라니 세상은 너무나 무정하게만 돌아간다.

 

  돈이 많은 알파인과 베타인들은 병든 유전자조차 태어나기 전부터 조작하여 건강한 사람들, 우수한 유전자들만이 태어나게 된다.  여하튼 이 등급은 오른 손의 아이핀을 통해 인식되고 있다.  아이핀은 사람에게도 로봇에게도 다 심어져 있는데, 나로 엄마는 베타인이다.  나로와 함께 하늘 도시에서 평온하게 살아가고 있는....

 

  여기에서 하나 밝혀야 할 사실은 로봇들에게는 지켜야 할 3원칙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첫 째, 인간을 해칠 수 없다는 것과 인간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의 두 가지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의 3원칙이 말이다. 

 

  나로는 루피라는 공룡 로봇을 만나면서 자유를 꿈 꾸게 된다.  인간의 명령만을 따라야 하는 로봇이 인간을 떠나서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겠단다.  로봇의 별에서는 기계적인 취급이 아닌 권리와 생각을 표현해낼 수 있는 그들의 로봇권이 보장되는 세상이다.  인간을 위해 싸우지 않아도 되고, 인간을 위해서만 살다가 폐기처분되지 않아도 되는, 그들만을 위한 그들의 세상인 로봇 별인 것이다.

 

  나로는 로봇의 별을 가려고 한다.  언젠가 엄마가 죽고 혼자 남겨지게 되어 폐기처분 당해지는 로봇의 생애가 아니라 로봇권이 보장되는 자유로운 로봇의 세상에서 살고싶은 나로이다.  그래서 로봇의 3원칙을 제거하고, 자유로운 로봇이 되어 로봇의 별을 찾아가는 나로의 험난한 이야기로 이 책은 채워져 있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자유를 꿈 꾸는 로봇, 그들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인간 소녀처럼 생긴 나로는 그 아이가 꿈 꾸었던 로봇의 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는 것일까.  보모 로봇 현주씨와 현태씨의 이야기도 찡하고, 나로를 향한 엄마의 그 사랑의 마음도 찡하고, 저항군으로 등장하는 델타인 봄이 일행들도 기억을 붙든다. 

 

  아이들이 흥미를 놓치지 않은 채, 끝까지 읽어낼만한 책이다.  로봇의 이야기를 통해 미래 사회를 미리 상상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니, 이어지는 2편과 3편도 열렬 독자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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