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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정육점 문지 푸른 문학
손홍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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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아이가 있다.   쇄골 아래의 육체적 흉터도 흉터이지만 어린시절 부모님에게 버림을 받은 마음의 상처가 흉터로 깊게 박혀 있는 아이이다.   그렇게 겉과 속 모두에 깊디 깊은 흉터가 있는 아이, 그 아이가 터키인 하산 아저씨의 집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산 아저씨는 고아원에서 그 아이의 흉터를 보았을 그 순간,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아이를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하산 아저씨가 정육점을 하면서 사는 이 동네에는 순대국 식당을 차리고 있는 안나 아줌마가 있다.   구수하니 정이 많은 안나 아줌마, 걸걸한 여장부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눈물을 감춘 상처를 가진 안나 아줌마였다.  

  안나 아줌마의 충남식당에는 자주 드나드는 거짓말 잘 하는 그리스인 야모스 아저씨가 있다.   하산 아저씨와는 으르릉대면서 그도 그처럼 한국전쟁 참전이후 한국에 눌러살게 된 이방인들인 것이다.   인어를 본 적이 있다는 둥, 오만가지의 거짓말들을 늘어놓는 야모스 아저씨, 알고보면 그에게도 숨기고 싶었던 과거의 상처가 있었다.   

 

  새벽마다 군가를 불러대는 대머리 아저씨, 가끔은 낮에도 군가를 구슬프게 부른다.   그 어떤 사람들보다 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아는 대머리 아저씨, 알고보면 트라우마로 상처에서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한 아릿한 사람이다.   맹랑한 녀석은 쌀집 둘 째 딸을 좋아한다.   맹랑한 꼬맹이, 결국 사랑을 고백하게 될까~ 어린 사내아이의 첫사랑이자 짝사랑의 이야기, 그 아이는 '죽을 건데, 뭐~'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하산 아저씨와 함께 사는 주인공 꼬마아이와 가장 친한 친구 유정이는 말을 더듬는 아이지만 엄마가 집을 나간 후로는 말을 더듬지 않게 된다.   그리고 인상적이던 한 술주정꾼 열쇠쟁이 아저씨는 어떤 사람들을 가리켜 물어보면 무조건 분홍색 코끼리라고 말한다.   하산 아저씨를, 전도사를, 안나 아줌마를, 유정일 가리켜 물어도 그 아저씨는 분홍색 코끼리라고 말할 뿐이다.

 

  하나같이 마음 깊은 곳에 상처들을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그 상처는 흉터가 되어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남아져 있었고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 속에서 애잔하게만 느껴져 온다.   너무나 괜찮게 읽은 한국소설이다.   마치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담아낸 시사 교양 프로그램 인간극장을 본 것처럼 마음이 따스해지고 애잔하고 그랬다.    그들 모두의 상처들을 하나씩 이야기 듣게 되었을 때의 애잔함과 하산 아저씨와 입양된 아이의 감동적 맺음 이야기까지 가슴으로 읽게 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인상적 글귀]

그들이 잊은 물건이라기보다 그들이 머물고 간 곳에 저절로 남는 하나의 흔적처럼 여겨졌다.     /80-81쪽

 

내 영혼이 잊어버린 고통을 내 육체가 대신 기억해주는 거였다.      /111쪽

 

그렇게 자신의 몸에 각인된 기억에 이끌려 숨을 쉬고 밥을 먹으며 수십 년을 견뎌온...       /146쪽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지진의 진원은 과거라고 말하는 듯 했다.   가슴을 절개해서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거기에 웅크린 과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56쪽

 

"우리가 타인을 거울로 삼아야 하는 이유는, 우리 내부의 모순을 모순으로 여길 능력이 없기 때문이란다.   타인의 모순된 행동을 통해서 나를 유추해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지.   타인을 거울로 삼지 않는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미지의 영역에 내버려둔 채 한 평생을 살아야 할 거다."              /170쪽

 

모든 현재는 미래를 향한 충동이다.              /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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