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로또 복권의 1등을 원하듯이 나도 가끔씩은 이런 걸 꿈 꾸기도 했어. 누군가 나에게 어마어마한 유산을 남겨주는...
마사오는 좋겠다. 엄마가 옛시절의 누군가와의 인연으로 막대한 유산을 받게 되었거든. 마사오, 이제는 호숫가 별장 몇 개는 살 수 있는 억만장자의 아이가 되는 거야. 근데 말이지, 갑자기 어마어마한 돈이 생긴다는 것은 좋은 일만은 아닌가 봐. 각종 기부단체에서의 전화와 개인적으로 도와달라는 사람들의 협박성 요청, 돈을 노리는 강도도 걱정해야하고, 주변의 시기와 부러움을 한몸에 받아야 하니 말야.
마사오에게는 또 하나의 걱정이 생겼어. 이건 마사오의 개인적인 문제지만 입이 근질하니깐, 살짝 귀를 빌려줘. 글쎄, 마사오가 지금의 아버지가 아닌 다른 아버지의 아들일 수도 있다는 거야.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온줄 아니?
마사오의 엄마가 막대한 유산을 받았다고 했잖아. 그 이야기는 마사오 엄마의 젊은 시절의 순간으로 돌아가야 해. 마사오의 엄마 사토코는 이웃인 사와무라가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을 때, 도와준 인연이 있어. 그때, 사와무라는 사토코에게 언젠가 성공을 하게 되면 이 은혜를 꼭 갚겠다고 말했다지. 여튼 사와무라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인가봐. 정말 큰 부자가 되자, 죽음을 앞두고 그 재산을 사토코에게 남겨줬으니 말야. 근데 마사오의 아버지는 이 이야기를 듣고 의심을 하게 된다지. 설마 그런 인연으로 그 많은 돈을 남겼을라고, 분명코 서로 연인 사이였을테고, 마사오가 그들 사이의 아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못된 의심을 말야. 여기서 못된 의심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마사오의 아버지는 현재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거지.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거 아니겠냐고,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자신이 바람을 피우니 아내도 부정하게 바라보는 것 아니겠냐구. 혹은 자신의 바람을 정당화하기 위한 그래서 떳떳하게 내연녀에게 가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겠냐 말이지. 내가 좀 흥분을 했으니 가라앉히고, 마사오의 이야기를 계속 들려줄께.
마사오에게는 셜록 홈즈같은 친구 시마자키가 있어. 아, 이런 친구가 곁에 있으면 너무 재미날 것 같아. 무슨 사건이 생기면 홈즈처럼 척척 추리를 해준단 말이지. 고작 중학생인 그들인데도 시마자키 경우는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어. 하여, 마사오는 시마자키와 함께 사와무라가 진짜 자신의 아버지일까 아닐까를 확인하기 위한 추리를 시작하는 거야. 근데 그 와중에 마사오와 엄마 사토코가 납치를 당하게 되고, 역시 어마어마한 돈을 가지고 있다는 건 무서운 일인 것 같아. 그 납치의 끝은 책에서 확인해야하니깐 다 말 안해줄래. 여하튼 복잡한 선들이 그 납치 속에 얽혀 있다는 것만 귓띔해줄게. 보이는 것이 진실의 모두는 아니더라구...
책은 두껍지 않아서 금세 읽을 수 있을 것이고, 역시 미야베 미유키의 글이니 술술 넘어가는 책이야. 마사오가 말한단다. 이 이야기는 가슴이 아파올 만큼 달이 아름답게 빛나는 밤을 위한 이야기라구, 그 밤이 오늘일까.....
[생각나는 글귀]
나에게 가르침을 준 사람의 이야기를, 제일 빨리 달리는 게 반드시 이기는 게 아니고, 이긴 것처럼 보이는 게 반드시 승리가 아니라는 것을, 뭔가를 걸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알기 위해서는
역시 뭔가를 걸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있다는 사실을. /309쪽 마지막 장에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