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밖 성벽에 잇닿아 있는 땅은 원래 나라 땅이었다. 그 가운데로 구불구불 난 좁은 길은 질러다니는 사람들의 발길 때문에만들어진 것이었는데, 이제는 자연스레 경계선이 되었다. 길 왼쪽에 사형당하거나 옥사한 사람들이 묻혀 있고, 오른쪽은 가난한 사람들의 공동묘지였다. 양쪽 모두 무덤이 겹겹이 들어서 있는 것이 꼭 부잣집 생일 잔칫상에 만터우를 쌓아놓은 것 같았다.

이 동네 관습은 좀 특이했다. 여자가 아이를 낳으면 저울로 무게를 달아 그 근수로 아명兒名을 삼았다. 

할멈의 며느리 칠근댁이 밥 광주리를 들고 탁자 쪽으로 가더니 밥 광주리를 탁자에 내던지고 씩씩거리며 말했다. "어머님이 그랬잖아요. 육근이 낳았을 때 여섯 근 다섯 냥이었다고. 그때 집안 저울도 집에서 만든 거라 근수가 적게 나오는 열여덟 냥저울이었고요. 열여섯 냥 저울이었으면 우리 육근이는 일곱 근이 넘었을 거예요. 어쩌면 시할아버지나 시아버지도 아홉 근, 여덟 근이 안 되었을지 몰라요. 열네 냥이 한 근인 저울로 달았을지도 ..."
"대가 내려갈수록 엉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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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을 하는 사람이 바로 나의 형이다.
나는 식인을 하는 사람의 형제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잡아먹혀도 나는 식인하는 사람의 형제다.

사천 년 식인의 이력을 지닌 나,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았다. 진정한 인간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식인을 해보지 않은 아이가 혹시 아직도 있을까?
아이들을 구하라 .…

사람들에게 말할 때면 항상 입에 "지호자야之乎者也"를달고 살아서 사람들은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성이 쿵이라 사람들은 아이들이 글자 연습하는 책에 나오는 "상다런 쿵이지 上大孔乙己"라는 알 듯 모를 듯한 말에서 그의 별명을 따와 쿵이지라고 불렀다. 

쿵이지는 이렇게 사람들을 즐겁게 했지만, 그가 없어도 다른사람들은 그냥 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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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벅등 다양한 펀딩루트들이 많다.
주로 펀딩하는 곳이 텀블벅이다. 예전엔 공예품들이나 시민참여 같은 후원이 많았는데 점점 출판후원들이 많아진다.
서점에 깔리지(?) 않는 책들..저자의 열정과 말 그대로의 뒤에서 응원하는 힘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 중엔 서툴고 투박하지만 진심을 다한 것이 보이기도 한다.
때로 기대에 못미치거나 펀딩이 실패해 버리는 경우도 많은데 성공해서 인출이 되고 책이 오면 반갑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책중에 나중에 서점에 등록되어 판매가 되는 책들도 있긴하지만 대다수는 리워드로 배송되는게 전부이거나 작은 서점들에서 팔리는 것으로 안다.
글쓴이A 의 장편소설.
최근 받은 리워드북이다.
재미있는데. .아쉽다.
리뷰를 쓰려해도 책 검색이 안되니까..
그냥 개인블로그에 써놔야겠다.

열정과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는 젊은 작가들과 오래 파고들어 써낸 작품을 출판하고자 하는 작가들..기성작가라는 울타리 밖의 글쟁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책을 많이 읽지 않아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세련되고 웅장하고 치밀한 글들보다 서툴고 투박한 글들에 더 눈이 간다.
진부해져가는 문단의 한판 엎어치기를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보면 반란일 그 일에 동조하고 후원하는 짜릿한 경험을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리뷰 하나를 써보려다 괜시리 생각이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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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 교수는 늙은 총각답게 아이 같았고 거침이 없었다.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아직 읽지 않은책이라는 게 그의 한결같은 답이기도 했다. 

"그 영감님이, 아니, 모리슨 씨가 그러더라. 기다리지 말라고, 기다림은 가장 지독한 마약 가운데 하나라고. 그게 버릇이 되면 기다리는것만으로도 삶의 내용이 완성되어버린다고."

하남은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옛 도시야. 아마도 이무가그 당시에 보았다는 도시는 하남이 아니라 하투샤일 거야. 그 기록에적혀 있는 폐허 유적지가 히타이트 왕국의 수도인 하튜샤랑 닮았거든. 

서로 너무나 닮았으나 그럼에도 너무 다른 두 사람, 지난시간 동안 자신을 단련해온 방법이 달랐던 것일까? 형은 기분이 우울할 때면 거리에 나가 빨간 운동화도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마리타는? 마리타는 그 빨간 운동화를 신고 달리면 얼마나 쓸쓸할지 그걸아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그런 빨간 운동화를 절대로 못 사는 사람.

 "시끄럽고 마음 아픈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 이연, ‘휘췬‘ 이라는터키 말을 알아요? 저는 오르한 파묵이 쓴 『이스탄불이리는 책을 읽고 알았어요. 그 말이 생각나는 나라."
"무슨 뜻이에요, 그 말?"
"대충 말하면, 터키어로 멜랑콜리. 원래는 아랍어래요. 그런데 멜랑콜리랑은 조금 달라요. 파묵의 말에 의하면 휘췬은 한 도시에 물들어 있는 슬픔 감정. 오스만 제국이 망하고 난 뒤 이스탄불이 집단적으로 앓고 있는 병이래요. 서울은 그런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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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불문하고 감상적인사람들은 언제나 감상적일 수밖에 없다. 이게 정상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허깨비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슬픔을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이미 슬픔의 이유가 온몸에 꽉 차 있는데도 말이다. 특히 감상적인 사십대 중반의 남자들이 바로 그런 부류에 속한다. 그러나 나는용기를 내어 얼굴이 붉어지면서까지 이렇게 말한다. 하남이라는 말을입에 머금은 채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으면 박하차 한 모금을 머금은것 같다고.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한계였다. 그녀도 나도 서로 만나 찾으려 했던 건 사랑이 아니었다. 멀리 떠나버린 어떤 시절과의 재회, 그 느낌을 다시금 확인하고픈 마음은 필시 욕심이니까. 앞을 보며 걷고 또 걸었다지만 우리는 그만큼 뒷걸음치고 있던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있지, 이상하게 서울로 돌아오면 왜 꼭 서울을 떠나던 그 나이로 돌아간 것 같을까.

낭독은 중독이야, 자꾸 읽게 만든다니까. 

그건 멜랑콜리였어.
세상을 살면서 단 한 번 있을 것 같은 순간을 본 듯한 느낌……… 때 문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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