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 교수는 늙은 총각답게 아이 같았고 거침이 없었다.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아직 읽지 않은책이라는 게 그의 한결같은 답이기도 했다. 

"그 영감님이, 아니, 모리슨 씨가 그러더라. 기다리지 말라고, 기다림은 가장 지독한 마약 가운데 하나라고. 그게 버릇이 되면 기다리는것만으로도 삶의 내용이 완성되어버린다고."

하남은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옛 도시야. 아마도 이무가그 당시에 보았다는 도시는 하남이 아니라 하투샤일 거야. 그 기록에적혀 있는 폐허 유적지가 히타이트 왕국의 수도인 하튜샤랑 닮았거든. 

서로 너무나 닮았으나 그럼에도 너무 다른 두 사람, 지난시간 동안 자신을 단련해온 방법이 달랐던 것일까? 형은 기분이 우울할 때면 거리에 나가 빨간 운동화도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마리타는? 마리타는 그 빨간 운동화를 신고 달리면 얼마나 쓸쓸할지 그걸아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그런 빨간 운동화를 절대로 못 사는 사람.

 "시끄럽고 마음 아픈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 이연, ‘휘췬‘ 이라는터키 말을 알아요? 저는 오르한 파묵이 쓴 『이스탄불이리는 책을 읽고 알았어요. 그 말이 생각나는 나라."
"무슨 뜻이에요, 그 말?"
"대충 말하면, 터키어로 멜랑콜리. 원래는 아랍어래요. 그런데 멜랑콜리랑은 조금 달라요. 파묵의 말에 의하면 휘췬은 한 도시에 물들어 있는 슬픔 감정. 오스만 제국이 망하고 난 뒤 이스탄불이 집단적으로 앓고 있는 병이래요. 서울은 그런 것 같았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