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사람은 자꾸 진다. 선한 사람은 손해를 본다. 억울함은 선함의 부산물이다.

아들 녀석에게 "착하게 살면 돼"라고 말을 해 놓고 후회했다. 마치 억울하게 사는게, 피해보며 사는게 좋아..라고 말한 것 처럼.

 

 문득 니체를 떠올렸다. 선악의 저편..나는 늘 어려웠다. 이 두 권을 나란히 놓고 읽으면 좀 나으려나.

 

선함과 악함.

사람은 얼마나 악해질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범죄라는 양상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그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충돌들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지..

 어떤 사건을 내 입으로 이야기하면서도 믿어지지 않아 중언부언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을만큼 벌어지고 있는 범죄들은 상상이상이다.

 

얼마전 아이작 뉴턴 시리즈로 마음을 들었다놨다 했던 알마에서 스구눔 시리즈를 다시 내놓은 모양이다.

 

                                      가난뱅이의 살림은 도무지 나아질 줄 모르고..이래서 죄를 지어버리는건가? 싶어진다.

 

 

 

 

 

 

 

 

 

 

 

 

 

 

 

 

악에 대한 이야기는 수없이 이야기되고 분석되고 증명되고 의심되고 있다. 인정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개념'악'.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다양하게 실체화되어지고 있는 악을 어떻게 제압해야할지 어쩌면 대체식량, 대체에너지보다 급한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살아남은 그곳이 아비규환의 현장이길 바라지 않는다면..

 

 

자음과 모음이라는 출판사의 사태를 보면서..아침 장바구니를 뒤져 자음과 모음. 그리고 그 계열사의 책들을 모두 걸러냈다.

부조리에 맞서는 사람들, 그들에게 내가 소위 독자라고 해 줄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다.

지켜내고 싶은 출판사가 있는 것 처럼 없어도 좋을 출판사도 있는 법이다.

책은 늘 옳다고? 개똥이다.

 

책을 꺼내 버리면서 발견한 책..

 

  제목만으로 충분하다. 그들은 지금 "악과 가면의 룰"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내용이 궁금하긴 해도 읽진 않겠다.

 

 서명부터 하고 와야겠다.

https://docs.google.com/forms/d/1d43zdWtBIHfc09wZOB2YIbVQXMizKi-LZ6NlOMzUjCY/viewform?fbzx=3547654767041520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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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29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더 이룸’이라는 출판사가 ‘자음과모음’에 속하는 계열사인데, 자모는 윤정기 씨 문제를 ‘더 이룸’ 출판사로 떠넘기면서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꼬리 자르기식 대응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컴퓨터도 전자 서명을 하려고 했는데, ‘해당사항 체크’가 되지 않았어요. 마우스를 클릭했는데도 체킹 표시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북플로 접속해서 서명했습니다.

나타샤 2016-06-29 17:03   좋아요 0 | URL
화가 납니다. 이런 행태들..

yureka01 2016-06-30 0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질의 도서는 만드는 사람들이 편안해야 가능한 첫째조건입니다.이게 안되는 출판사는 사라져야죠....독자의 힘으로 승리했으면 좋겠습니다.
 
중국식 룰렛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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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몇가지의 단상


중국식 룰렛이라는 제목을 듣는 순간 떠오른 어떤 여배우. 안나 카리나. 고다르에 의해 발견된 여인. 이 매력적인 여배우가 "중국식 룰렛"이라는 동명의 영화에 나왔었다. 고다르와 헤어지고 나서 ..별로 흥행하지 못했던 영화지만 꾹꾹 눌러담는 연기가 일품이었다.


 


고등학교때, 나보다 열두살이나 많은 친구의 오빠를 좋아했었다. 그 오빠와 같이 보러 간 영화. 디어 헌터. 정신은 온통 오빠에게 쏠려 있고 무슨 내용인지 어째서 디어 헌터인지, 누가 나왔었는지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다만 닉이 러시아 룰렛을 하는 장면. 제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텅 비어버린 시선을 돌리던 장면만 선명하게 남았다.

진실이 무엇이든 룰렛은 원하는 이야기를 내어주지 않는다. 몇가지의 일들이 은희경의 작품을 읽기 전부터 머릿속을 흔들고 지나갔다.

이런 바람의 흔적을 고스란히 두고 읽어도 좋을까?


#2.


모르는 손님이 두고 간 수첩. 그 속에 적힌 한 문장을 읽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알고 있는지. 나의 모든 것은 거짓이다. 진실하지 않은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깨달은 뒤 부터."

커피숍에서 일하는 나와, 나와 같이 사는 Y, 나의 시선은 나였다가, 그 였다가 자꾸만 돌아와 맞춰진다.

딱 하나, 총알이 든 총구를 찾아 수없이 두려움과 진실을 토해내는 룰렛처럼..

총알이 발사되는 순간까지 아무도 그곳을 나갈 수 없고, 포기할 수도 없으며, 그만둘 수 없는 게임의 규칙처럼..


여섯개의 단편 중 하나의 단편을 샘플북으로 읽는다. 너무나 작고 작은 글씨..있는대로 집중하지 않으면 글자가 뭉개져버리는 통에 자꾸만 찌푸리게 되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읽히지 않는 내용. 대충 훑어보아도 될 그것을 그렇게까지 집중해서 읽어내야만 했을까. 어차피 운명에 맡기는 거라지만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룰렛. 그 게임에 참여했다면 그 룰을 따를 수 밖에라고 고개를 주억거린다.


삶의 영역. 나의 영역. 너의 영역. 누군가와 공유하는 영역. 그것이 공간이거나 또한 수첩 속 메모이거나 영역을 벗어날 수 없는 저주는 공평하다.

기필코 뚫고 나가려한다면, 혹은 사고로라도 뚫고 나가야 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감당해야할 준비가 되어야만 한다.

영역 밖에서 시들어버린 축복은 총탄이 발사되지 않았음에도 두려움에 심장마비를 불러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 분명한 것은 나의 영역에서 일어난 일은 밖에서 이해되지 않으며 다른 영역에 들어선 나는 이미 내가 아니거나 너무나 노골적으로 '나'일것이라는 것.


시선을 오가며 쓰여지는 글은 자칫 산만할 수 있었다. 사실 조금은 산만했다. 빠르게 시선을 돌리지 못하는 이는 어디서부터 놓쳤지?를 몇번인가 되짚어야만 했다.

탄실은 돌아갔는데..방아쇠를 당길 차례인데. '어? 잠시만요 제가 어디까지 했죠?'라고 묻는 짓을 하게 되는것이다.

독자의 역량이 그것밖에 안되었던 탓이려니..


[나는 나를 반기지 않는 세상에 태어났고 투명인간이 되는 도장도 발명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정작 나를 바라봐주기를 바랐던 단 한사람은 나를 투명인간처럼 대했다. 오늘 찻집 앞 사거리에서 우연히 당신과 마주쳤다. 당신도 나도 혼자였다. 반사적으로 걸음을 멈춘 나의 곁을 당신은 무심히 지나쳐갔다. 그동안 당신의 웃음이 향한 곳은 내가 아니라 내가 걸친 찻집 에이프런과 쟁반이었다. 그것이 나의 장미였다. (p23)]



#3.

주위를 둘러싼 갖가지 소품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어쩐지 '사물의 비밀'이라는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나를 둘러싼 수천, 수만가지의 소품들과 그 소품들이 목격했을 이야기. 사실과 진실과 갈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순간 발사되는 운명의 총알.

우리는 수없이 룰렛을 돌리고 있는것은 아닐까?

미리 읽어본 단편 하나.

나머지 단편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

사실..잘 모르겠다. 수많은 이미지들을 끌어들이는 통에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아챌 수가 없다.

처음부터 총알이 없었던 것은 아닐테니까..탄실을 기꺼이 돌려보고 싶다.

오랜만에 보는 은희경.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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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마지막이라는 말을 달고 나오는 책들이 많아졌다.

 

 

 

 

 

 

 

 

 

 

 

 

 

 

 

많아졌다기보다 어쩌면 나는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폭정, 마지막 절망, 마지막 희생, 마지막 한 잔..처럼.

화가의 마지막 그림과 내 생애 마지막 그림은 어쩐지 컨셉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살짝 궁금해지려 한다.

마지막 그림이 궁금해서 읽은 책.

 

  말했듯이 마지막 그림이 정말 궁금해서라기 보다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는거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에 걸친 음악가의 이야기다.

 비제와 베버, 맨날 헷갈리는 로시니와 푸치니, 바그너, 모짜르트, ..여덟명의 이야기다.

 클래식과 오페라에도 조예가 없다. 카르멘을 갈라쇼 보듯 띠엄띠엄 몇가지 테마만 들은게 전부다. 클래식 애호가인 친정엄마는 늘 이런 나를 못마땅해하셨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좀 격조가 있어야지..쯧쯧" 그놈의 격조가 나는 영 비껴가는가보다.

 모기기피제처럼 격조기피제를 뿌린건 아니지만..

 음악가들의 이야기, 사랑과 가난과 질병과 배신과 절망 속에서 마치 그들이 세상에 살았었다는 '마지막'흔적처럼 남아준 작품들을 소개한다. 조예가 깊은 사람은 좀 시시할 수 도 있겠다 싶었다.

 

읽다보니 용기가 생기기도 했다. 대장정을 해볼까? 다락방 올라가는 계단 사이에 박아 두었던 벽돌책을 꺼내놓았다.

 

  고대 음악부터 아주 잘게 시간을 잘라 말 그대로 세계사처럼 써놓은 책.

 일단 도전!

 

 

 

 

 

 

 

 

 

 

 

 

어째서 마지막이라는 말이 자꾸 맴돌았을까.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고 하고 싶었던 만큼 하기 싫었다.

이제 마지막인가. 근래 들어 가장 큰 기대와 기다림에 받아든 최승자의 시집을 읽고 문득 든 생각이었다.

승자를 잃었나.

 

신문을 통해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는 기사 하나를 읽었다.

http://www.hankookilbo.com/v/f44337422d554cc4bc7bbc2c818e99e5

내 놓은 책이 오탈자가 너무 많아 모두 리콜한 후 10년만에 개정판을 내었단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거다.출판사가 휘청했을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것을 책임지고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뚝심있게 다시 개정하여 내놓는 것.

분명 그래야함에도 불구하고 대견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이렇게 나온 책이라면 읽어봐야하지 않을까.

 

  2007년에 나왔다 리콜된 기억. 2016년 다시 개정되어 나온 알베르트 슈페어의 기억.

 

 

 

 

 

 

 

 

 

 

 

 

이런 실수는 마지막이어야겠지만..이런 자세는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본다.

기대가 되는 책이다.

오늘은 , 지금은..내가 지나치는 마지막 지점임을 기억하도록 하자.

마지막은 또 다른 시작이 아니라..완결지어야 할 지점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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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배처럼 텅 비어 문학과지성 시인선 485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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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가 돌아왔다. 빈 배처럼 텅 비어버린 채. 그녀는 어디에 있는걸까? 빈 배였나? 배에서 내려버린 여인이었나? 배를 싣고 온 강물이었나? 그녀는 어디있을까?
호흡이 짧아진 시만큼 그녀는 무뎌졌고 승자(勝者)의 패기는 노쇄해졌다. 후배시인의 발문은 영리했다. 예쁘게 치장을 했지만 깊어진 주름 사이에 부담스럽게 끼어버린 파운데이션처럼 최승자의 시가 서걱인다. 어디있어요? 거기 있긴 한 것 같은데..확실히 보이지 않아요. 승자를 돌려주세요. 울고 싶다. 차라리 미쳐버리지 그랬어요. 모진말을 하고 싶어졌다. 이기적이다. 최승자의 최승자다운 시가 어딘가에 있을텐데..열흘 굶은 거렁뱅이마냥 순식간에 시집을 훑어보며 샅샅이 찾아도 없다. 세상에..
이러지 말아요. 제발..어쩌면 좋아. 당신을 위해 꺼내려던 심장을 도로 넣어야겠어요. 길게 가른 가슴팍이 민망해요. 쏟아지는 핏덩이가 낯설어요. 갈비뼈 사이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부러뜨리고 싶어져요. 심장을 방광옆에 붙여둘까봐요. 혹시 알아요? 시가 마려울지..

다시 읽어야겠다. 최승자를 못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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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3 1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3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limbo2003 2016-07-25 03: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님의 이 짧은 글을 스무번쯤 정독했습니다. 아무리 읽어도 마음이 가라앉지가 않아서 원 시집을 다시 읽고,후배시인의` 예쁘게 치장`했다는 `영리한 발문`이라는 것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래도 믿을수 없어서 최승자시인의 지난 시집들을 죽 다시한번 읽었습니다. 너무 화가나고 슬퍼서 좀 울다가, 님이 쓰신 다른 책의 리뷰들도 훑어 보았습니다.
질문 하나만 할게요. 꼭 대답해주세요.
`차라리 미쳐버리지그랬어요`- 정말 이렇게 꼭 이야기해야했나? 이렇게나 함부로 이야기해도 되는건가? 지난 최승자씨의 상태를 알고도 이렇게 이야기하는건가?
오랜 병상에서 마침내 일어나준, 오래 아팠던, 이제는 많이 늙어버린 시인에게,
당신의 입맛에 달달했던 예전의 그 맛이 안난다고, 당신의 취향과 즐거움을 위해 다시한번 미쳐달라고? 이런 시발.




가가 2020-09-23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참나
 
나는 언제나 술래 - 과자장수가 골목에서 만난 바삭 와삭 와락 왈칵하는 이야기
박명균 지음 / 헤르츠나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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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맹긴이


점빵 할매가 평상에 앉아 계시다. 야윈 손목에 나비 팔찌를 감아드렸다.

-이게 뭐꼬?

-아, 위안부 할머니들 도와드리는 팔지에요.

-글라?

할매는 이제 많이 어둡고 침침해진 눈으로 팔찌를 요모조모 살피셨다.

-누가 맹기랐는가, 참하게 맹길었네. 맹긴이가 누군공?

-맹긴이요? 맹긴이는 과자장순데.

-뭐라카노?


맹긴이는 과자장수다.


#2.


점빵 할매네 작고 작은 가게에 매주 화요일이면 과자트럭이 온다. 백원짜리 막대사탕도 있고, 작은 당구공같은 색색 풍선껌이 다섯개나 들어있는 껌도 있고, 콜라맛 젤리도 있고, 이걸 진정 초콜릿이라고 해도 좋을지 모를 두개 백원하는 동전모양의 초콜릿도 있다. 이 과자트럭은 알록달록하고 맛있게 생겼다. 브랜드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트럭에서 박스채로 꺼내지는 무슨무슨 칩이나 무슨무슨 깡과는 다른 작은 박스조차 알록달록한 과자트럭.

가끔 점빵앞 평상에 앉아 과자트럭이 올 때를 기다리기도 한다. 신선식품도 아닌데 과자트럭에서 바로 내려 진열한 과자의 포장을 뜯을 때의 기분이란..


과자장수는 참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어릴때였다. 누구라도 과자에 대한 로망이 있을거다.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동화 이야기를 들어버린 후라면 더더욱.

과자장수는 마녀이거나 맘씨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잘 고아낸 조청처럼 저절로 굳어졌다.

그런 과자장수의 이야기다. 골목골목 과자트럭을 몰고 가 선물처럼 과자를 부려놓고 함박웃음을 올려 두는 이.

사람과 사람이 지나는 골목에 이름도 기억이 안나고 형태도 기억이 안나지만 그 맛만 오롯이 기억나는 과자들을 들이고 내는 일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바삭바삭하다.


#3. 과자장수 박명균.


그는 고등학교때 무려 세 권의 책을 써낸 청년이었다고 했다. 참교육 1세대 선배라고도 했다. 민주학생회를 만들려고 고군분투하다 학교에서 쫓겨났다고 했다. 그는 고등학생이었다고 했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가 들고 나온 글.

그 공백의 시간 (글을 쓰지 않았던) 그는 시간을 묻히고, 사람을 쌓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훌륭하게(!)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고소하고 달콤한 과자를 배달하며 도무지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의 맛을 깨우고 있었다. 아풀로 한 봉지에 천하를 얻은 기분이었던 그 때를 기억하듯..

명균이가 '맹긴이'가 되는 이야기. 아주 어릴 적, 그러니까 그의 기억이 남아있는 가장 어린 기억부터 천천히 적어간다. 맹긴이가 좋아하던 여자아이도, 골목을 주름잡고 놀던 친구들도, 군대의 선입과 동기도, 그의 사랑과 결혼, 가족들...결국 그가 과자장수가 되어버릴 수 밖에 없던 이야기들이 빼곡하다.

일부러 근엄을 떨지 않아도 되고, 일부러 조심하지 않아도 되고, 옆에 있으면 하나쯤 건내주게 되는 백원짜리 과자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맛있게..

엄마는 늘 그런말을 했다. '얘 내가 살아 온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소설책 열권은 쓸거다'

그럴 수 있다면, 가능한 말이다. 맹긴이처럼..


어쩌면 닮아있는 표정들을 발견한다. 누구라도 학교 앞 문구점에서, 동네 구멍가게에서 땀이 나도록 꼭 쥐고 있던 동전을 내밀고 입에 넣어봤을 맛.

투박하게 쓰여진 글들이 위로가 된다. 엉엉 울고 난 다음 질겅거리던 쫀디기처럼.

추억이 아닌 기억을 되짚어 오는 긴 여정을 유쾌하게 그려낸 나는 언제나 술래.

꼭꼭 숨어있을 때, 술래가 나를 안찾으면 어떡하지 싶어 빼꼼히 고개를 내밀만큼 겁이 많았던 친구를 위해 숨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못찾겠다 꾀꼬리"를 외쳐주던 착한 친구 현실이 생각도 났다. 한바탕 싸우고 '너랑 안놀아' 선언을 한 뒤 어쩔 수 없이 같이 하게 된 숨바꼭질에서 현실이는 보란듯이 외쳤다.

'안찾겠다 꾀꼬리. 집에 간다 꾀꼬리'

그때의 설움과 두려움을 나는 '술래'라는 말에서 읽었다. 착한 술래가 되어주겠다는..꼭 찾아서 같이 웃어주겠다는 약속같은 말..



#4.


-맹긴이가 누라꼬? 과자장시라캤나?

-네.

-여 오는 그 과자장시캉 아나?

-아뇨. 제가 아는 과자장순데요. 이름이 맹긴이래요.

-와이고 얄궂디. 팔찌 맹긴이가 누구냐캤디만 과자장수 맹긴이라카네. 야가 와이카노?


과자장수 맹긴이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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