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마지막이라는 말을 달고 나오는 책들이 많아졌다.
많아졌다기보다 어쩌면 나는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폭정, 마지막 절망, 마지막 희생, 마지막 한 잔..처럼.
화가의 마지막 그림과 내 생애 마지막 그림은 어쩐지 컨셉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살짝 궁금해지려 한다.
마지막 그림이 궁금해서 읽은 책.
말했듯이 마지막 그림이 정말 궁금해서라기 보다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는거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에 걸친 음악가의 이야기다.
비제와 베버, 맨날 헷갈리는 로시니와 푸치니, 바그너, 모짜르트, ..여덟명의 이야기다.
클래식과 오페라에도 조예가 없다. 카르멘을 갈라쇼 보듯 띠엄띠엄 몇가지 테마만 들은게 전부다. 클래식 애호가인 친정엄마는 늘 이런 나를 못마땅해하셨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좀 격조가 있어야지..쯧쯧" 그놈의 격조가 나는 영 비껴가는가보다.
모기기피제처럼 격조기피제를 뿌린건 아니지만..
음악가들의 이야기, 사랑과 가난과 질병과 배신과 절망 속에서 마치 그들이 세상에 살았었다는 '마지막'흔적처럼 남아준 작품들을 소개한다. 조예가 깊은 사람은 좀 시시할 수 도 있겠다 싶었다.
읽다보니 용기가 생기기도 했다. 대장정을 해볼까? 다락방 올라가는 계단 사이에 박아 두었던 벽돌책을 꺼내놓았다.
고대 음악부터 아주 잘게 시간을 잘라 말 그대로 세계사처럼 써놓은 책.
일단 도전!
어째서 마지막이라는 말이 자꾸 맴돌았을까.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고 하고 싶었던 만큼 하기 싫었다.
이제 마지막인가. 근래 들어 가장 큰 기대와 기다림에 받아든 최승자의 시집을 읽고 문득 든 생각이었다.
승자를 잃었나.
신문을 통해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는 기사 하나를 읽었다.
http://www.hankookilbo.com/v/f44337422d554cc4bc7bbc2c818e99e5
내 놓은 책이 오탈자가 너무 많아 모두 리콜한 후 10년만에 개정판을 내었단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거다.출판사가 휘청했을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것을 책임지고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뚝심있게 다시 개정하여 내놓는 것.
분명 그래야함에도 불구하고 대견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이렇게 나온 책이라면 읽어봐야하지 않을까.
2007년에 나왔다 리콜된 기억. 2016년 다시 개정되어 나온 알베르트 슈페어의 기억.
이런 실수는 마지막이어야겠지만..이런 자세는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본다.
기대가 되는 책이다.
오늘은 , 지금은..내가 지나치는 마지막 지점임을 기억하도록 하자.
마지막은 또 다른 시작이 아니라..완결지어야 할 지점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