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가 돌아왔다. 빈 배처럼 텅 비어버린 채. 그녀는 어디에 있는걸까? 빈 배였나? 배에서 내려버린 여인이었나? 배를 싣고 온 강물이었나? 그녀는 어디있을까?호흡이 짧아진 시만큼 그녀는 무뎌졌고 승자(勝者)의 패기는 노쇄해졌다. 후배시인의 발문은 영리했다. 예쁘게 치장을 했지만 깊어진 주름 사이에 부담스럽게 끼어버린 파운데이션처럼 최승자의 시가 서걱인다. 어디있어요? 거기 있긴 한 것 같은데..확실히 보이지 않아요. 승자를 돌려주세요. 울고 싶다. 차라리 미쳐버리지 그랬어요. 모진말을 하고 싶어졌다. 이기적이다. 최승자의 최승자다운 시가 어딘가에 있을텐데..열흘 굶은 거렁뱅이마냥 순식간에 시집을 훑어보며 샅샅이 찾아도 없다. 세상에..이러지 말아요. 제발..어쩌면 좋아. 당신을 위해 꺼내려던 심장을 도로 넣어야겠어요. 길게 가른 가슴팍이 민망해요. 쏟아지는 핏덩이가 낯설어요. 갈비뼈 사이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부러뜨리고 싶어져요. 심장을 방광옆에 붙여둘까봐요. 혹시 알아요? 시가 마려울지..다시 읽어야겠다. 최승자를 못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