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뭐고? - 칠곡 할매들, 시를 쓰다 칠곡 인문학도시 총서
칠곡 할매들 지음, (사)인문사회연구소 기획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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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사람이 고마울 때가 있다. 핑계김에 울어 보는거다. 이 시집이 그렇다. 고지식하고 순하게 살아 온 죄(?)밖에 없는 할매들의 손에 불려 나온 더 뺄 것도 보탤것도 없는 시들.. 위로와 삶에 대한 자세를 되짚어 보게 한다..시가 뭐고? 사는기 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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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12-11 0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쁜 시집이지요. 저는 어제 즐겁게 다 읽었습니다.
 
레드 라이징 레드 라이징
피어스 브라운 지음, 이원열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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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합적인 독특함.


읽는 내내 상당히 많은 이야기들이 복합적으로 떠올랐다 사라지곤 했다. 마치 세잎 클로버 속에서 네잎 클로버를 찾는것과 유사한..

출판사의 서평엔 "파리 대왕의 헝거게임 버전"이라고 했다. 요즘 대세공간(?)인 화성에서 이루어지는..이야기.

빽 투더 퓨처에 열광학고 영화에서 본 미래를 살며 그 때 놀라워했던 풍경과 지금을 비교하는 것은 짜릿했다. 하지만..화성은 멀다.

대로우와 이오..매트릭스도 떠올랐고, 집정관의 이야기에서 로마인 이야기나 풀잎관 같은 책들도 떠올랐고, 헝거게임과 킹스맨, 심지어 글래디에이터까지 ..

이런 조합이 가능하다니 놀라웠다. 더 놀라운 것은 이것이 뻔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뻔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거기에 독특함이 숨겨져 있다.

어쩌면 고도의 과학기술로 풀거나, 조금은 초현실적으로 풀거나 했을 법한 이야기를 계급의 이야기로 푼다.


지구를 떠난 이들이 살아내는 과정엔 계급이 있었다. 서로의 계급을 넘어설 수 없는..공정한 경쟁에서도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계급의 벽이 거기 있다.

마치 소모품처럼 살아가는 레드들. 그 속에 대로우가 있다. 이 부당함과 불의에 저항하거나 왜? 라는 의문조차 들지 않는 뼛속까지 레드인 대로우. 그리고 그의 아내 이오.

꽃미남 꽃미녀 대로우와 이오는 부부다. 이 설정이 재미있다.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묘사가 이어지지만 결국 그들의 신뢰와 사랑을 드러낼 뿐이다. 아름다운 이오의 죽음..아름다운 대로우의 죽음과 새로운 신분, 저항하는 젊음, 저항하는 계급..그 계급의 주인공에게 어울리는 아름다움이며 계급의 색이다. 레드.


# 다르지 않음


구분되어진 계급에서 낯설지 않은 계급이 높은 자들의 소위 갑질을 보게 된다. 소모품으로밖에 여기지 않는 레드들을 다루는 그들의 머릿 속에 동료이거나 같은 공간과 시간을 사는 공동체라는 의식은 없다. 계급에 따라 분배되는 권력의 맛과 힘이란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것을 유지하고 강화하고 확장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들이 필요한지 관심없다. 어차피 소모되는 계급들이 꾸준히 생겨날거고 그것을 고착화하고 억누르며 이어가면 그 뿐이다. 그들에게 자비심을 가질 필요도 없으며 죄책감을 느껴서도 안된다. 사실 느껴지지도 않는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인권의 날이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던 이가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죽을 것을 알면서도 이오를 따라나섰던 대로우처럼..

권력과 자본의 결탁이 만연해지고 자꾸 화가 난다. 사회의 제일 낮은 곳에서 가장 열심히 살아내는 사회의 동력은 노동자들이다. 한 국가의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그렇다.

그들의 권익을 주장하는 것이 어째서 국가와 경제를 갉아먹는 일인지 묻고 싶어졌다.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을거다.

레드가 아닌 계급들은..골드는, 실버는..그레이는..아무 말도 하지 않을것이다. 그들은 이미 자발적 복종을 시작했으므로 골드보다 먼저 골드의 의중을 파악하고 레드를 핍박한다.

낯익지 않은가?

자꾸 소름이 돋았다. 이 낯선 공간 낯선 시간에서 일어나는 일이 어째서 이렇게 생생한지..

사람답게, 인간으로, 지구의 후손으로 살아내겠다는 것이 과연 목숨을 담보해야할만한 과한 욕심인건가..


# 사랑.


바보온달과 평강공주..그 사랑이 늘 기이했다. 아무리 옛날이야기라고 해도, 어떻게 서로에게 추호의 의심도 없이 헌신하고 온전히 맡기며 살아내는 게 가능했을까?

사랑은 어떻게 그 존재성을 증명할까? 중력이 약한 화성에서 교수형을 당할 때 목을 매달아도 목 뼈가 부러지지 않아 그의 가족이나 형제들이 다리에 매달려 숨통을 끊는다고 했다. 이오의 깃털처럼 가벼운 몸. 대로우는 그녀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다리를 끌어안는다. 목뼈가 부러지고 숨을 거두는 이오..사랑이다. 있는 힘껏 그 다리를 붙잡고 매달리는 사랑. 온몸으로 사랑하는 이의 고통에 마주서는 것. 되돌아오는 것은 자신 몫의 고통이며 자탄일지라도 기꺼이 연인의 고통을 가로막아주는 것. 이 대목에서 눈물을 글썽였다면 신파이거나 늙은거겠지만..사실이다.

화성, 혁명, 경쟁, 권력, 계급 이런 단어들이 줄지어 나오는 책은 두껍다. 어째서 이렇게 방대한 이야기를 쓰고자했을까? 글쓴이가 좀 야속해진다. 사랑에 근거를 둔 영웅이 이제 만들어졌다. 영웅의 타락이 다음엔 그려지려나? 다음이 기대된다. 이들의 사랑이 생과 사를 넘어 어떻게 그려질지..



가독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자꾸 익숙한 장면들이 끼어들지만 않는다면 많은 분량이지만 붙들고 앉아 읽어내는데 무리는 없을것이다.

하지만..다음을 기다리는 건..어쩐지 힘들것 같다. 익숙한 장면들 덕에 이야기가 자꾸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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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뭐고? - 칠곡 할매들, 시를 쓰다 칠곡 인문학도시 총서
칠곡 할매들 지음, (사)인문사회연구소 기획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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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나고 자라고 깍쟁이물이 단단히 든 가시내가 바닷가 마을로 시집 와 산것이 이십년을 훌쩍 넘겼다.
친구도 하나 없고 친척은 더더욱 없는 깍쟁이 새댁은 같이 놀아줄 또래 동무조차 만들 줄 몰랐다.억센 사투리를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이웃집 수저갯수에 관심도 없었다. 이방인처럼 겉돌며 살았다.
시어른과 시댁식구 수발을 군소리없이 해내는 서울내기 며느리는 할매들 사이에 좋은 이야깃거리였고 수많은 낭설과 소문을 만들어냈다. 거의 신화에 가까운 지고지순한 새애기로..
오가다 만나면 인사를 했고 할매들은 부지런히 말을 시키셨다.
대재?(힘들지?)
아뇨.
우야믄 이래 참하노..일찍 알았으마 내가 채왔을끼구마.
네? 
그렇게 첫 말문을 연것이 할매들과였다.
내 끄적임의 주인공들도 거의 할매들이고..

배운게 없다고..쎄가 빠지게 고생했다고..늘 도돌이표에 갇힌 것 같은 이야기를 하시지만 언제나 경쾌했다.
칠곡할매들의 시를 읽으며 내 동네친구인 할매들이 자꾸 겹친다.
나이가 들면 모두 시인이 되려나? 감동과 공감이 이는 시..나이 탓은 아닐거다. 그렇다면 배움이 짧고 노인이라는 조건이 불러온 효과일까? 이 역시 동의할 수 없다.

삶이다.
선택권 없이 시작된 지난한 삶을 제 몫으로 끌어 안고 살아낸 삶이 진하게 물들어 빠지지 않는 김치국물 자욱처럼 배어나는 탓이다. 지우려 애쓴 시간이 있었을거다. 안간힘을 쓰며..종내 안지워질거라는 의심이 들어도 말이다. 얼룩이 상처였을지도 모른다. 노동과 시간과 통찰은 얼룩을 문양으로 바꾸고 단단한 삶의 테로 드러나게 했을게다. 그렇게 그려지고 쓰여진 어쩌면 본연의 고백이 삶의 얼룩이 시집 속에 빼곡하다.
진정성이다.
정직하게 자신의 삶을 걸어 온 이들의 합죽한 웃음이 따라오는..

돌아가신 할미 생각도 나고 병중이신 어머님도 눈에 밟히고 혼자 외로울 친정엄마도 눈에 박힌다.
어머니들이었고 여자였고 딸이었을 그녀들의 목소리가 낯설지 않다.

할매가 되면 나도 시를 쓸 수 있을까? 이렇게 당당하고 진솔하게?
동네 친구 할매들께 선물해야겠다..
우리 할매들도 멋진데..^^

 

<농가 먹어야지 - 박차남>

 

마늘을 캐 가지고

아들 딸 다 농가먹었다

논에는 깨를 심었는데

검은 깨 농사지어서

또 다 농가먹어야지

깨가 아주 잘났다.

 

<세월호 - 박차란>

눈물 없이는 보지 못한 일

온 국민의 마음이 괴로워요.

아픈것은 학부모님보다

덜하지만 마음이 아파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겠지만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학부모님에게

어떻게 위로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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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2-08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날 할머니들은 가부장제 환경 때문에 감정을 쉽게 표현할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억눌러야 했어요. 그래서 이런 분들이 시를 쓸 때, 문장으로 감정 표현을 잘 하는 것 같습니다.
 
해질 무렵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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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으로 걸어가는 우리 모두에게 거장 황석영이 건네는 도저한 질문!>

띠지의 카피를 오래도록 들여다 본다. 얼마나 깊고 아픈 질문일까? 반드시 짚어내야 할 어떤 물음..즉 다음으로 건너가기 위한 거친 물살 사이 징검다리 같은 것일까?


성공한 건축가 박민우. 어쩌면 그는 개천에서 나온 마지막 용일지도 몰랐다. 허름한 인생들이 흘러들어와 서로를 기대며 살아내는 달골. 잊었거나 잊고 싶었을지 모를 누덕누덕 기워입던 신물나는 바지 같던 기억이 문득 현실과 만나는 것이다. 우연하게 만나게 되는 기억. 그렇게 박민우는 어린 시절과 가슴 선덕이던 첫사랑의 기억, 그리고 현재의 자리를 되짚어본다.

더불어 그의 주위를 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악착을 떨고 살아도 고달프기만 한 일상. 꿈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아름다운 줄은 알지만 포기하지 않으려니 살아내기 어려운 청춘들.

씨줄과 날줄처럼 과거와 현재가 교차한다. 차순아와 박민우. 차순아와 김민우. 김민우와 정우희. 정우희와 박민우...그리고 재명이형, 째깐이..


오랜 기억들이 책과 나 사이를 뚫고 들어온다.

상도동 산 47번지..산을 넘어가면 중앙대학교가 있었고 상도시장을 지나 좁고 울퉁거리는 오르막을 한참 걸어올라가면 커다란 공터를 지나 해안가에 모여든 게들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지붕들이 있었다. 방 하나에 부엌 하나.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 가구가 살기에도 빠듯해보이는 곳에 대여섯가구가 모여 살고 있었다. 가재도구는 절반쯤 밖에 나와있고 가재도구만큼 많은 빈 술병들이 신발과 나란히 줄을 섰다. 집집마다 아이들이 있었지만 아이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철조망이 쳐진 담장 아래 모여있었으니 말이다. 한껏 거친 말투로 마치 세상을 지배하는 악당이 된것처럼 허풍을 떠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공허했다. 악착같이 공부를 하던 몇몇의 아이들은 한심한 표정을 짓곤 했지만 그 역시 연민이었다. 비빌 언덕 하나 없던 아이들의 삶은 비루했고 개천에서 나는 용을 기대하는 시선들은 부담스러웠지만 당연히 감내해야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그래봤자 먹고 사는 일이라는 공통의 내용으로 산동네를 떠나고 우리는 오래 만나지 못했다. 가끔 거기서 거친 말들을 나누던 친구가, 티비에 혹은 신문에 얼굴을 내비치기도 하고 물어물어 뜬금없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

여전히 사는게 변변치 않은 아이들도 있었고, 사는거야 거기서 거기라며 쿨하게 인정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 아이들을 결국 만나지 않았거나 만나지 못했다.


해가 뜰 무렵의 어린 기억들은 명확한데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 우린 서로를 마주하지도 못했고 서로를 기대거나, 혹은 우리의 부모가 살뜰하게 새끼를 보살피듯 내 새끼들이 살아갈 세상을 다듬어 놓지도 못했다. 이제 밭은 숨을 내 쉬며 붉게 물든 노을 앞에 서성이고 있다. 얼굴이 붉어진 것은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노을 탓이라고 변명하고 싶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x발, 너 처럼 못생긴 년하구 누가 연애한대냐? " 라는 말이 사실은 다른 녀석이랑 연애할까봐 걱정되서 뱉어놓은 방어벽이었음을 그 때는 알지 못했다.

말하지 않았고, 말했다한들 알아듣지 못했고, 알아들었어도 어찌할 수 없었던 수많은 고백들이 붉은 노을 사이에 번진다. 박민우의 얼굴에 차순아의 얼굴에 재명이 형은..


도저한 질문은 그랬다. 그래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치 이 생의 최후변론처럼 내 삶에 '나'만이 아닌 나를 이룬 것들에 대해, 또한 누군가의 삶에 한 부분을 이루고 있을 '나'에 대해 이야기해보라는 순한 눈빛이었다. 이제 다 이야기해도 괜찮아. 그렇게 단단하게 품고 있지말고, 까마득히 잊었다고 자신을 속이지 말고, 해질 무렵이라도 해야할 말은 하고 걸어야 할 길은 걸어야지. 아직은..해가 남았으니까..


표지를 보며 작년에 읽었던 어떤 책이 떠올랐다. 흑백의 떠남이 아닌 해질 무렵의 마지막 남은 온기를 아직은 기억해야겠다고..해는 아직 남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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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복종
에티엔 드 라 보에시 지음, 심영길 외 옮김 / 생각정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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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프랑스의 18세 법학도가 쓴 논설이라고 했다. 자본의 권력화가 시작될 즈음, 권력과 복종의 상관관계 속에서 청년의 눈에 비친 복종의 모습.

복종이라는 것은 어떤 강요와 억압이 선행되어지고 폭력적인 장치가 준비되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 믿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노예가 해방되고 그들이 자유를 얻는다할지라도 그들에게 주어진 그 어떤 생산수단도 사회적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기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들은 또 다시 누군가의 밑으로 들어가길 자처할 것이고, 그곳에서 주어지는 작은 권력의 맛에 길들여지며 지배자도 피지배자도 아닌 안전한 중간자로서 지내게 된다.

어찌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기엔 권력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혹은 스스로 권력자가 되기 위해 자행하는 행위들이 파렴치하고 악랄한 것이다.

권력은, 독재자는 끝없이 복종할 것을 주문한다. 그 주문을 받아들이고 안전을 보장 받을 것인지, 복종하지 않고 자유로운 하나의 주체로 살아낼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이다.

그저 선택이 아니라 용기있는 선택이어야 한다. 개개인의 힘은 약하고 산발적이지만, 뜻을 같이 하는 함께가 된다면 가능할 것이다.

독재자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것. 거기에서부터 복종의 끈은 느슨해지고 약해질 것이다.

물론 자발적 복종으로 독재자의 방패가 되어주는 이들이 있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이런 이들이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모 국회의원의 말이 생각났다. 고려의 백성들이 조선이 건국되고 원통했지만 곧 조선의 백성으로 살았다고,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살아있는 노인들을 조사해보면 90%이상 친일파일거라고..

뭐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이야기를 나랏일 하라고 내보낸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왔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

왕조 시대의 일, 식민지 지배하에서의 일, 살기 위해 불안과 공포에 숨죽이고 살았던 것을 복종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그는 분명 자발적복종을 실천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독재자의 의지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개인의 안전을 보장 받고, 더 혹독하게 사람들을 매도하고 음해함으로 자신의 충정을 드러내고 싶은 비겁한 존재로 말이다.


16세기의 논설이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읽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 놀랍다. 뻔한 이야기라서, 어디에 붙여도 말이 되는 애매한 글이어서가 아니라, 권력과 독재, 정의와 자유에 대한 명징한 통찰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어째서 이 긴 시간이 지나도록 이 문제는 해결을 보지 못하는가..내심 답답하기도 하다. 

역자 서문과 후기까지 해서 150페이지 쯤 되는 짧은 책. 빨갛게 불온해 보이는 책.

2015년 독재자의 부활을 목격하는 이 나라에서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은 아닐지..


<우리는 욕망의 대상에서 오직 자유라는 재산만을 가장 소홀하게 다룬다. 사람들은 자유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원하기만 한다면 취득할 수 있고, 원하기만 하면 쉽게 누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p50>


아무도 빼앗을 수도 빼앗겨서도 안되는 그 첫번째. 자유.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빼앗길 수 없다고 생각해 본다.

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 비겁한 복종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용기를 내어 나와 이웃의 자유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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