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뭐고? - 칠곡 할매들, 시를 쓰다 칠곡 인문학도시 총서
칠곡 할매들 지음, (사)인문사회연구소 기획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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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울에서 나고 자라고 깍쟁이물이 단단히 든 가시내가 바닷가 마을로 시집 와 산것이 이십년을 훌쩍 넘겼다.
친구도 하나 없고 친척은 더더욱 없는 깍쟁이 새댁은 같이 놀아줄 또래 동무조차 만들 줄 몰랐다.억센 사투리를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이웃집 수저갯수에 관심도 없었다. 이방인처럼 겉돌며 살았다.
시어른과 시댁식구 수발을 군소리없이 해내는 서울내기 며느리는 할매들 사이에 좋은 이야깃거리였고 수많은 낭설과 소문을 만들어냈다. 거의 신화에 가까운 지고지순한 새애기로..
오가다 만나면 인사를 했고 할매들은 부지런히 말을 시키셨다.
대재?(힘들지?)
아뇨.
우야믄 이래 참하노..일찍 알았으마 내가 채왔을끼구마.
네? 
그렇게 첫 말문을 연것이 할매들과였다.
내 끄적임의 주인공들도 거의 할매들이고..

배운게 없다고..쎄가 빠지게 고생했다고..늘 도돌이표에 갇힌 것 같은 이야기를 하시지만 언제나 경쾌했다.
칠곡할매들의 시를 읽으며 내 동네친구인 할매들이 자꾸 겹친다.
나이가 들면 모두 시인이 되려나? 감동과 공감이 이는 시..나이 탓은 아닐거다. 그렇다면 배움이 짧고 노인이라는 조건이 불러온 효과일까? 이 역시 동의할 수 없다.

삶이다.
선택권 없이 시작된 지난한 삶을 제 몫으로 끌어 안고 살아낸 삶이 진하게 물들어 빠지지 않는 김치국물 자욱처럼 배어나는 탓이다. 지우려 애쓴 시간이 있었을거다. 안간힘을 쓰며..종내 안지워질거라는 의심이 들어도 말이다. 얼룩이 상처였을지도 모른다. 노동과 시간과 통찰은 얼룩을 문양으로 바꾸고 단단한 삶의 테로 드러나게 했을게다. 그렇게 그려지고 쓰여진 어쩌면 본연의 고백이 삶의 얼룩이 시집 속에 빼곡하다.
진정성이다.
정직하게 자신의 삶을 걸어 온 이들의 합죽한 웃음이 따라오는..

돌아가신 할미 생각도 나고 병중이신 어머님도 눈에 밟히고 혼자 외로울 친정엄마도 눈에 박힌다.
어머니들이었고 여자였고 딸이었을 그녀들의 목소리가 낯설지 않다.

할매가 되면 나도 시를 쓸 수 있을까? 이렇게 당당하고 진솔하게?
동네 친구 할매들께 선물해야겠다..
우리 할매들도 멋진데..^^

 

<농가 먹어야지 - 박차남>

 

마늘을 캐 가지고

아들 딸 다 농가먹었다

논에는 깨를 심었는데

검은 깨 농사지어서

또 다 농가먹어야지

깨가 아주 잘났다.

 

<세월호 - 박차란>

눈물 없이는 보지 못한 일

온 국민의 마음이 괴로워요.

아픈것은 학부모님보다

덜하지만 마음이 아파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겠지만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학부모님에게

어떻게 위로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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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2-08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날 할머니들은 가부장제 환경 때문에 감정을 쉽게 표현할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억눌러야 했어요. 그래서 이런 분들이 시를 쓸 때, 문장으로 감정 표현을 잘 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