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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 - 의열단, 경성의 심장을 쏘다! ㅣ 삼성언론재단총서
김동진 지음 / 서해문집 / 2010년 8월
평점 :
영화 '밀정'이 개봉했다.
1920년대 일제 강점기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은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뒤를 캐라는 특명으로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에게 접근하고...
포털사이트에 나온 줄거리의 시작부분이다.
이 이야기의 실제 인물들의 무력독립투쟁의 이야기, 그들의 결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다.
근래들어 독립운동가 개개인의 삶이 재조명되는 책들과 영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훌륭한"이라는 말로는 도무지 설명이 다 되지 않는 그들의 염원과 투쟁은 한 자씩 또박또박 짚어가며 읽어도 지나치지 않을것이다.
일본경찰 출신의 황옥, 의열단의 수장 김원봉. 그리고 김상옥의 이야기, 이 싸움에 뛰어든 수많은 사람들과 몽골에서 의롭게 죽어간 이태준, 외국인이지만 폭탄을 제작해주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던 마자르. 조선혁명선언을 집필한 신채호.
보도는 통제 되었고, 무력통치에서 문화통치로 더 교묘해진 일제의 지배전략하에서 독립운동의 다양한 양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들과 협상을 하려는 사람들, 이간책에 넘어가 투항하고 밀정이 된 사람들, 나이브한 문화선전으로 돌아선 사람들, 더 이상의 희망을 찾지 못하고 떠나버린 사람들..
그 속에서 더는 협상도 타협도 없다고, 저들과 무력으로 맞서 싸우겠다고 일떠선 사람들. 의열단.
사격훈련을 받고 폭탄 투척 훈련도 받고, 보안을 철저히 지켜가며 어떤 상황이든 조직과 독립을 위해 한 목숨을 내 놓을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시작된다.
암살과 폭파. 그것으로 적들에게 타격을 입히고 조선 국민들에겐 희망과 용기를 주어 독립의 길로 이끌고 가겠다는 담대한 사람들이다.
조선 내 주요 건물에 폭탄을 설치 투척하여 일시에 타격하겠다는 의열단의 계획. 계획을 세우고 자금을 모으고 사람들을 모으고 제작된 폭탄을 국내로 들여오기까지 매 순간이 고비이고 간담을 서늘케 한다.
이 과정에서 조선이지만 일본 경찰에서 주요 위치를 차지한 황옥의 역할은 대단했다. 양쪽 모두에게 의심을 받으며 양쪽 모두에게 필요했던 사람.
의열단을 와해시키려 혈안이 된 일본 경찰. 의열단의 활약은 실로 대단했다.
특히나 사이토총독을 저격하기 위해 입국했던 김상옥의 이야기는 마지막 한순간까지 치열하게 싸워낸 이야기는 어떤 자책을 갖게도 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지켜낸 나라인데. 어째서..
1919년부터 1923년까지 길지 않은 시간동안 파상적이고 입체적인 독립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막연하게 숨어서 도망다니며 아슬아슬하게 선전하는 것이 아니라 다각적으로 조직이 만들어지고 움직이고 실행했다. 모진 고문과 협박에도 단 한명의 동지의 이름도 말하지 않았던 그들. 그들의 입을 막은 건 동지애를 넘어선 애국심이었다.
단 한명도 잃지 않겠다는, 그리고 그런 싸움들이 조국 독립의 불씨라는 확고한 신념. 모든 걸 내 놓고 목숨으로 싸운 사람들.
대단하다.
라는 생각보다 긴 한 숨이 먼저 새어나왔다. 그들의 후손은 아직도 궁핍하고, 그들이 지켜내려했던 주권은 너덜너덜해지지 않았는가.
밀정을 봐야하나? 생각이 길어진다.
책 한 권으로 읽어낸 그들의 이야기에도 이렇게 몸서리가 쳐지는데..실제로 움직이며 보여진다면 얼마나 이가 갈릴까..
사무실에 가져와 책꽂이에 꽂아두기로 한다. 아이들이 읽기에도 더없이 좋겠다.
대통령은 오늘 아베를 만난다고 했다. 위안부 이야기를 꺼낼까? 독도 이야기를 꺼낼까? 일제강점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까?
우리에게 '의열단'이라는 강력한 투쟁조직이 있었다는 것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 정신이 그 결기가 시퍼렇게 느껴진다.
그런 조직이 또 다시 생긴다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국이라는 게 참담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