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방 있습니까 오늘의 청소년 문학 17
송현승 지음 / 다른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달방. 숙박업소에 한달씩 대여해서 쓰는 방을 보통 달방이라고 한다. 집을 구하기 어려운 이들이 선택해야 하는 볓 안되는 선택지 중 하나인 달방.

달방이라는 말을 오랜만에 듣는다. 사실 대학가 주변에 자취하는 아이들을 보면 거의 달방에 가까운 시스템으로 살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보증금없이, 혹은 한달치 정도의 임대료를 보증금으로 내고 지내야 할 기간만큼의 임대료를 미리 내고 사는 전세도 월세도 아니고 깔세라고 부른다고 했다.

집이 없음. 저만치 달려갔다 돌아올 회귀점이 없는 일상은 얼마나 고단할까. 어떤 형태로든 고단한 몸을 누일만한 안전한 공간을 갖는 건 중요한 일이다.

그것이 성인이건 가출 청소년이건 간에..

제목만 보고 임대형태에 대한 이야기일까? 싶었다.

청소년 소설 두 아이의 가출과 귀가에 대한 이야기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 힘 센 아이에게 당하는 폭력과 무시와 상납.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아이를 보듬어 줄 어른이 없었다. 돈을 벌어오는 것으로 의무를 다한 부모는 약해빠진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 아이. 소리를 가르치려는 아버지와 신내림을 받으라는 어머니 사이에서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아이.

두 아이가 감행한 가출.

도망치듯 빠져나온 집. 어떻게든 살아내겠다고 아이는 혼자 분을 삭이며 만들었던 나무 조각을 팔기로 했고, 여자 아이는 칭찬 깨나 들었던 판소리를 하며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찾은 집의 대안 '달방' 너무 어려서 들어갈 수 없게 되자 근처의 노숙인을 보호자라 속이고 방을 얻어 생활하게 된다.

여자 아이의 공연은 SNS를 통해 알려지고 아이를 못살게 굴던 일당(?)들에게 위치를 발각당한다. 결국 위기에 처해지지만 또 다시 도망을 치게 되고 촌으로 숨어든다. 거기서 만난 사람들의 도움으로 힘도 기르고 마음도 기르고..그러다 아버지의 임종 소식을 듣게 된다. 그렇게 되돌아 온 집. 상황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지만 아이가 달라졌다.

아이를 못살게 굴던 힘 센 녀석들도 혼내주고 제가 당한만큼 설욕하는데 집중한다. 이런 모습을 같이 동행했던 여자아이에게 자랑스레 보여주지만 오히려 훈계를 듣게 된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지만 사실 얼마나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가출의 동기와 그 후의 생활, 그리고 귀가하기까지의 과정이 점잖다. 오래전 가난이 싫어서 가출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닮았다. 요즘의 아이들이 가출을 하는 수백가지의 이유와 가출 후에 맞딱뜨리게 되는 현실은 생각보다 위태롭다. 극단적이기까지 하다.

소꼽장난처럼 알콩달콩 하기까지 한 이야기에 살짝 갸우뚱해졌다.

왕따의 문제도 가출 충동도, 귀가 후의 일상도 부대낌 없이 이어진다. 작가의 필력이거나 현실감의 살짝 떨어지는 탓은 아닐까 싶어졌다.


매일처럼 또래의 아이들과 부대끼는 직업을 갖고 있는지라 아이들의 성향과 반발심, 그리고 그것을 눌러 참는 지난한 과정을 체감하고 있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그 들끓음을 단지 믿고 기다려줄 수 밖에 없는 무력함을 시시각각 느끼면서 말이다.


아이들이 읽으면 어떨까? 싶어서 사무실에 두기로 한다.

아이들에게 내어놓을 책이라 꼼꼼하게 읽는다. 조금 싱겁게 느껴진것이 나이듦으로 인한 혼탁한 마음 때문일거라고 애써 위로해본다.

또래의 아이들에겐 어떤 대리만족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예민할데로 예민한 아이들에겐 이런 두루뭉실한 쓰다듬음도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착하고 얌전한 가출기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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