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동네
정진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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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이 점점 대형화 되고 인터넷이 활성화 되면서 곳곳에 작은 서점과 대여점이 점점 줄고 있다. 세계적으로 학구열하면 손꼽히는 우리나라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이다 보니 독서에 대한 중요성은 이성적으로 인식하고 있어도 현실적 독서문화라고 하는 것은  열악하다. 책을 읽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 그리고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헌책방이라는 것은 거의 사라져가고 있고, 헌책방'이라는 인식은 책을 사고 또 읽을 수 있는 편안하고 쾌적한 공간이라기보단 마구잡이 책들을 그냥 쌓아 놓은 듯한 번잡함과 답답함이 느껴진다.

사실 책을 좋아한다는 나또한 직접 헌책방을 찾는 일은 거의 없다. 그저 온라인으로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한다. 그래서 책을 검색해서 보는, 다소 독서의 진정한 '골라보는 기쁨'을 조금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 어쨌거나 자발적으로 책을 읽기를 원하는 나와 같은 몇몇 매니아'층은 온라인이든 대형서점이든 관계없이 책을 구해 읽겠지만 독서에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본적은 없지만 '유럽의 책마을'이라는 곳은 말만 들어도 매혹적이다. 굳이 책을 읽거나 구할 목적이 아니어도 웬지 관심이 생기니 말이다.

오프라인 서점들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은 우리나라 뿐만의 이야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벌써 오래 전부터 '책마을'이란 것을 만들어 활성화 하고 있다. 한 마을을 정책적으로 문화 마을로 만들어 키우는 것이 바로 '책마을 '이었다. 주로 농촌 지역의 몇개의 헌책방 중심으로 활성화 되어 있는데, 획일적이고 마구잡이로 헌책을 모아놓고 파는 것이 아니라 각 마을의 특성에 맞게 꾸미고, 주기적으로 축제를 열어 주위의 명사들이나 구하기 힘든 희귀한 고서적들도 모이게 된다. 그 축제와 행사 자체가 문화적인 명소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촌으로 갈수록 서점은 더욱 보기 힘들어지는데...국가가 정책을 잘 펼친 것 같다. 농촌과 책문화를 동시화 활성화시키니 말이다.
이 책은 작가가 10년 동안 유럽의 책마을을 돌아다니며 보고 느낀 것을 옮겨놓은 것이다.

한 마을이 책을 위한 문화적 명소이기도 하지만 각각의 고서점에서 느낄 수 있는 낭만도 인상깊은 점 중의 하나다. 책 뿐만 아니라 서점 자체도 옛것을 활용한 곳도 많았다. 기차역을 이용한 스위스의 고서점이나 지하 벙커를 활용한 독일의 서점이 그 예이다. 평화로운 농촌 풍경과 더불어 편안함과 여유가 느껴진다. 서점 자체가 문화가 되는 것이다. 마치 책과 함께 옛날로 자연스럽게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작가가 어느 스위스 작은마을에서 엘라 미야르의 사집집 속에 담긴 일제시대 조선의 한 여인의 사진을 보며 역사의 과거를 떠올려 보는 일과, 100여년 전 책 속에 끼워진 노란 꽃잎파리 하나에서 한세기를 넘어서 책주인과 느끼는 공감대는 말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또한 프랑스에서 발견한 프랑스어로 번역된 명성황후의 이야기 '운현궁'을 발견하는 기쁨은  유럽의 고서점에서 발견하는 또 하나의 횡제였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옛것을 소중히 하고 보존하는 문화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웬지 뿌듯했다. 우리나라에도 유럽과 같은 책마을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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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포플러 나무
안네 B. 락데 지음, 손화수 옮김 / 행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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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그것도 노르웨이의 문학은 처음 접해보는 것 같다. 이 작품은 피요르를 비롯한 이국적 정취와 네스호브라는 농장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베를린 포플러 나무란 것도 뭔지 잘 모르겠고 처음 접해보는 북유럽 문학이지만, 난 이 작품이 그렇게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4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다소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빠져들 수 있었다.  독서를 즐기면서 뜻하지 않던 작품을 만나게 되고, 그 작품이 예상외로 괜찮았을 때, 그 행복감의 여운은 또 다른 책을 찾아 헤메이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 내가 독서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강력한 쾌감이다. ^^

여느 농촌 풍경과 비슷하게, 큰아들이 부모님을 모시며 가업을 이어 농사를 짓고 돼지를 키우고, 나머지 형제들은 도시로 뿔뿔히 흩어져 각자의 삶을 산다. 어머니가 병으로 쓰러지면서 뿔뿔히 흩어졌던 한 가족이 옛 고향 네스호브에 다시 모이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 가족의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이지만, 따지고 보면 결코 평범하다고 할 수 없는 가족 구성원들과 그 가족에 숨은 내막이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요 내용이다.

아버지는 80대 노인으로 집안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허수아비로 아내와 자식들에게 무시당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조차 표현하지 못하는 조금은 바보같은 사람이다. 농장의 모든 실권은 어머니가 쥐고 있다. 자식들의 결혼 문제에도 강력한 결정권을 휘둘러 장남인 토르가 임신시켜 데려온 여자도 마음에 안든다며 내쫒아 버린다. 장남인 토르는 위에서 설명한 대로 가업을 이어 돼지를 키우며, 결혼도 안하고 홀로 살아가는 다소 무능력한 사람이고, 둘째 마르기도는 장의사이며 가족과 거리를 두고 7년 이상 고향에 온적이 없다. 막내 에를렌은 동성애자로 애인과 덴마크에서 살고 있으며, 20년 이상 집에 온적이 없다. 그리고 토른, 그녀는 토르가 청년시절 하룻밤의 인연으로 얻은 딸이다.

한 가족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가족의 유대가 끊어진지는 오래되었다. 그저 핏줄만 이어받았을 뿐이지 고향에 대한 애착이라든지 형제간에 친분도 거의 없다. 토룬은 아버지의 얼굴을 단 한번밖에 본적이 없었고, 그녀의 삼촌들은 그녀의 존재도 알지 못했다. 그런 그들이 어머니의 병을 계기로 한자리에 모이게 되고. 그동안 몰랐던 가족간의 갈등과 비밀이 하나씩 벗겨지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조금 지루하고 별볼일 없을 것 같은 가족이야기지만 그 잔잔한 내용의 흡입력은 책을 덮기 싫을 정도로 나를 붙잡아 두었다. 책의 구성도 가족 한사람 한사람 각각의 내면이 돌아가면서 소개되는데, 제일 첫장에 나오는 마르기도의 장의사 일에 대한 것은 그 내용을 한번도 접해 보지 못한 내게 흥미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매우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각각 가족 구성원의 내면을 통해 그들의 생각과 삶을 엿보고 오해와 갈등을 해소해 가는 과정은 잔잔하면서도 애틋했다. 섬세한 심리묘사와 더불어 마치 고백하는 듯한 편안한 전개는 이 책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가족의 이해와 사랑이었고, 그것은 누구나가 보편적으로 모두 공감하는 진리다. 따라서 이 소설이 이국적인 정취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느껴졌고, 또 그 속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이었다. 다시한번 이런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즐거웠다. 노르웨이에서도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로 기록된 작품이라 한다. 이 작품은 네스호브가의 세번째 이야기 중 첫번째라는데, 나머지 두 작품도 빨리 우리나라에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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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외로움에게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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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한다. 지금도 8월 초에 떠날 여행을 준비하고 있고, 들뜬 마음에 일도 제대로 안하고 있다. 나에게 있어 여행은 책에서만 보던 다양한 문화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의 충족과 더불어 일상의 권태로움을 잠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탈출구이자 휴식처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 하지만 여행 자체를 삶의 일부, 아니 전부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수년동안을 세계 각지로 떠돌아 다니기도 한다. 그런 방랑자들의 삶이 웬지 불안정하게 느껴지면도 매일 똑같은 루트로 출퇴근만 반복하는 내 삶보다는 그네들은 좀더 많은 문화와 사람들 그리고 세상을 접하면서 나보다 훨씬 높고 넓은 식견과 삶의 참뜻을 배워나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매일 앉은 자리에서 늘 조급해하고 쫓기듯 허둥대며 사는 나의 삶보다 그들의 삶이 더 여유롭고 풍요로운 것 같았다.

내가 여행 에세이를 즐겨 읽는 이유가 바로 여행 방랑자들의 눈을 통해 세상 밖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풍요로운 체험을 통해 내 삶에 있어서도 조금은 여유를 찾고 식견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에서이다. 이런 책들을 읽으면 내가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인가 실감하게 되고 나의 속좁은 식견과 철없음에 부끄러워진다. 세상은 정말 넓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다양하다. 또한 그 사람들 중엔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사는 사람들도 많았고, 작가 김남희씨 또한 책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세계 곳곳의 어려운 이들을 몸소 후원하고 계셨다. 자발적으로  봉사하기 위해 어려운 나라를 찾고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따뜻함과 존경스러움을 느낀다.

이 책은 단순히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보고 들은 여행 견문록이 아니라 여행에서 만난 다양한 인연과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인종이나 종교에 의해 차별을 받고, 동성애자로 고민하고, 에이즈로 고통받는 등 안타까운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종과 문화 그리고 살아가는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각각의 사람들에게서 우러나오는 인간에 대한 정과 사랑은 어느 누구에게나 애틋하다는 것이었고, 그들 각각 나름대로의 삶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종종 '외롭다'라고 느낄 때가 있다. 나 또한 늘 외롭다'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그것은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이 있고 없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본연이 자발적으로 느끼는 어쩔 수 없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 김남희씨 또한 외롭다 한다. 외롭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고, 떠남'을 통해 만난 수많은 인연들에게 그녀의 외로움을 나눠주고 그들로부터 또 다른 외로움과 열정을 전해받음으로써 또 다른 떠남'을 기약하는 것 같다.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어쩌면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아름다운 인간의 친근한 정이 아닐까 싶다. 외롭다는 그녀였지만 그녀의 삶은 외로움을 통해 만난 친근한 수많은 인연과 경험들로 풍요로운 영혼을 가지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녀의 해맑게 웃는 사진과 웬지 낭랑할 것 같은 웃음과 음성이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나의 여행도 그저 혼자 즐기기 위한 관광이 목적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을 쌓아갈 수 있는 그런 여행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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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과학 사기극 -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모략과 음모로 가득 찬 범죄 노트
세스 슐만 지음, 강성희 옮김 / 살림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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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했던가? 과거의 기록과 문헌을 찾다보면 그 시대 상황이 어땠느냐에 따라 어떤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진다. 따라서 어떤 역사적 사건들이 현대에 와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되는 경우를 자주 보아왔다. 과학의 발달사 또한 역사의 한 부분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한순간도 의심없이 진리로 받아들였던 사건이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하는 것은 적잖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동안 믿어왔던 진실과 진리라는 것에 대한 모든 것에 의심이 갔다. 처음에는 이 책의 내용을 믿을 수 없었다. 단순히 작가가 꾸며낸 가상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시대적 정황과 각종 진술, 그리고 잘못되었음을 분명히 나타내 주는 여러가지 자료를 통해 이 사건의 전말을 이해할 수 있었고, 작가와 마찬가지로 '진실'에 대한 것에 의문이 갔다.

어릴 때 읽었던 전기나 과학책을 통해 '전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유명한 일화를 기억한다. "왓슨, 이리 와주게."라고 각각 다른 방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역사적으로 전화라는 대발명이 탄생하는 순간을... 벨이 전화를 발명했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세스 슐만은 이 '역사적 진실'을 '지상 최대의 과학 사기극' 이라고 말하며, 부정한다. 세스 슐만은 동시대의 과학자 에디슨과 벨을 연구하던 도중 벨의 실험노트를 조사하던 중 '벨'의 사기 행각이라 믿을만한 여러가지 단서들을 발견하고 진실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벨과 같은 시기에 전화에 대해 연구하던 경쟁자 엘리샤 그레이란 과학자가 있었다. 벨과 그레이의 특허 신청에 있어서 간발의 차이로 벨의 신청이 먼저 접수되어 역사상 가장 돈을 많이 벌어들인 발명품의 발명가로 벨이 인정을 받게된다. 하지만 특허 신청에 있어서도 의심가는 부분이 많았다. 벨이 특허 신청을 낸 날은 1876년 2월 14일인데, 전화로 음성 송신을 성공한 날은 3월 10일이다. 어떻게 만들지도 않은 것을 특허 신청을 낼 수가 있단 말인가... 또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벨이 엘리샤의 '액체 송화기 도안과 가변 저항 개념'을 노골적으로 베끼고 이 사건을 은페하려 전전 긍긍했다는 너무나 확연하게 드러나는 결정적 증거와 단서가 여기저기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또한 벨이 직접 작성해서 보관하고 있던 특허 신청서 사본 왼쪽 여백에 글이 적혀 있는데, 그 부분에 가변 저항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전화 발명의 가장 핵심적인 주장이 왜 여백에 추가로만 적혀 있는지 이상하다. 자신의 발명품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를 마지막 순간까지 빠뜨리고 있었다는 것은 충분히 의심을 살 만하다. 벨보다 십년 이상 앞선 시기에 음성을 전송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든 필립 라이스란 과학자의 연구에 대해 벨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증거도 있었고, 벨이 다중 전신기 발명에 정신을 팔고 있던 그레이가 알아차릴 수 없도록 전화 발명의 과정을 교묘하게 가린 증거, 또한 벨의 도용 행위를 돕고 그가 실제 만들지도 않은 발명품에 특허를 내주었다고 주장하는 특허청 관리의 고백도 등장한다.

이런 여러가지 의심가는 정황에도 벨이 특허권을 인정받고 발명가로서 명망을 가질 수 있었던 데에는 주변의 여러가지 권력들도 함께 작용했다. 하버드란 정치 권력가, 변호사, 또한 정부 조차 권력에의 방향에 유리한 벨의 손을 들어주었다. 또한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침묵했다. 미국 특허청은 왜 벨에게 발명품 모델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는지.. 엘리샤 그레이는 왜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지 않았는지.. 무수한 의문이 아직도 남겨져 있었다. 모든 정황들이 벨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였고, 어떻게 보면 벨은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반면 엘리샤 그레이의 불운은 그가 술수에 능하지 못했다는 점도 작용한다.

이 모든 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벨은 과학자의 양심에 먹칠을 하고,그의 도용행위와 사실 은폐 등 일련의 모든 행위들이 '사기'로 볼 수 있으며, 범죄 행위가 되는 것이다.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벨의 연구 노트와 행적을 추적한 결과이지만, 한 과학자의 숨겨진 내막이라기보단 사회 통념 내지는 우리 시대가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권력에의 병폐에 대한 양심적인 추척의 내용이다. 권력과 힘에 의해 우리는 언제까지 휘둘려야하며, 진실은 어디서 찾아야 되는 것일까...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양심을 팔아서 위대한 과학자로 이름을 남겼고, 당대에 명예와 부를 갖고 풍요로운 삶을 살았을지 모르지만, 그의 마음은 그리 편해보이지는 않았다. 법정에서는 그의 손을 들어줬지만 그의 태도에서는 분명 당당함이 결여 되어 있었다는 것을 곳곳의 정황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보면 벨은 분명 사기꾼이다. 하지만 이 책의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독자 각자의 몫이라 생각한다. 정말 진정한 진실은 벨의 양심 속에 있을 것이다. 이런 역사적 사건을 통해 절대적 진리' 라 하는 것에 대해 한번쯤 의문을 갖는 것도 역사를 대하는 좋은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문과 분별력을 갖기 위해서는 역사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 우선이겠고, 역사 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있어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크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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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관하여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2
예자오옌 지음, 조성웅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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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관하여... 특히 중국의 화장실에 관해서는 않좋은 기억이 있다. 몇년 전 중국을 갔었는데, 볼일이 급해서 화장실을 찾았다. 화장실에 문도 없고, 칸막이도 없고, 그저 뻥 뚫린 공간에 일렬로 주루룩 앉아서 엉덩이를 내리고 앉아 있는 여자들을 보는 순간 놀래서 그냥 뛰어나왔던 적이 있다. 마렵던 오줌도 쑥 들어간 느낌이었다.ㅋ 또 한번은 유명한 관광지의 화장실을 들어갔는데, 나를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줄서기 인식이 몸에 배어 있어 입구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뒤늦게 들어온 중국 현지인들은 줄이고 뭐고 무작정 밀고 들어왔다. 차례를 지키라고 말을 해도 소용없었다. 중국의 화장실 하면 굉장히 더럽고 무질서한 인상이 떠오른다.

물론 내가 일부 중국의 화장실을 보고 안좋은 편견을 갖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국 하면 웬지 우리나라의 한 2,30년 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나라 또한 지금은 시민의식이 많이 높아져 줄도 잘 서고 문화시민으로서 교양있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지만, 불과 20여년 전만해도 현재의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공중 화장실은 너무 더러워서 들어가기가 꺼려졌고, 한줄서는 습관 또한 그땐 인식이 제대로 안되어 있을 때였다. 지금의 공중 화장실은 정말 깨끗해졌다. 휴지가 없는 곳도 거의 없다. 화장실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한 나라의 사회와 문화의 발전사가 눈에 보인다. '화장실에 관하여..'라고 운을 떼놓고 나니 책과 관련없는 사설이 너무 길어져버렸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매우 가까운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웬지 중국문화를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화장실에 관하여>.. 제목이 너무 흥미로와 충동적으로 손에 들어 읽기 시작한 책이었지만, 생각만큼 그리 쉬운 소설은 아니었다. '화장실에 관하여'를 비롯하여 '연가', '추월루', '대추나무 이야기'의 4가지 단편으로 구성되었는데, 모두 중국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담고 있었다. 난징 대학살과 문화 대혁명 등 중국의 근현대사에 대해 배경지식이 많지 않았던 난 소설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고, 무엇보다 익숙하지 않은 중국 이름의 많은 인물들 역시 쉽게 적응하지 못할 정도로 헷갈렸다.

네 가지 단편 모두 기억에 남지만 그중 <화장실에 관하여>에 대해서만 짧은 인상을 남겨 본다. 이 단편 속에도 몇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첫번째 이야기는 뭇사내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외모 반듯한 양하이링이란 처녀가 동료들과 상하이 연수 길에 올랐다가 화려한 도시 한복판에서 화장실을 못찾아 오줌을 싸고 만다는 다소 우습고 황당한 이야기이고, 두번째 이야기는 문화 대혁명 시기에 농촌으로 옮겨한 한 가족이 화장실 청소를 하며 적응해가는 이야기이다. 문화 대혁명 이후로 계급투쟁의 역사까지의 커다란 사회적 격변을 화장실이란 공간을 이용하여 매우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각종 문헌과 역사 속에 인용되어 있는 화장실과 배설에 대한 이야기들은 중국 역사의 흐름과 더불어 중국의 화장실 문화를 매우 담백하고 위트있게 담고 있다.

사실 중국 작가가 쓴 중국 소설은 처음 읽어봤다.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일본 문학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었다. 중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도 생겼고, 기회가 된다면 또다른 중국 소설들도 읽고 싶어졌다. 가깝지만 의외로 문화적으로 접할 기회가 없었던 중국...내가 너무 일본 위주의 문학만 편식하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생긴다. 다양한 문학과 책을 섭취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수많은 문학작품들이 너무나 많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 모든 것을 다 취하고 싶다는 것은 너무나 큰 자만과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나라와 근접한 나라 중국 정도는 관심을 갖고 자주 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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