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끼는 낙타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싼마오(三毛).. 내겐 생소한 이름이지만 중국사람들에게 꽤 사랑받는 유명한 작가란다. 사실 그녀의 이름을 첨 들었을 때 난 그녀의 유명세보다도 이름이 '털세개'가 모야? 라며 재미있어 했다. (이건 작은 사설이고...)

 

책을 가까이하다 보니 여러 책블로거들에게서 좋은 책 이야기를 많이 주워듣는다. 물론 여러 사람들이 많이 읽고 저마다 좋은 평을 남기는 책은 주로 베스트셀러가 많긴 하지만, 개 중에는 꼭 베스트셀러가 아니더라도, 알음알음 입소문을 통해 괜찮다는 책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정말 좋은 책은 바로 그런 책 중에 있다. 싼마오란 이름과 이 책 두권<사하라 이야기> <흐느끼는 낙타>는 그렇게 알게 되어 내 손에 들어왔다.

 

이 책 두권은 그녀가 스페인 남편 호세와 결혼하여 사막에서 사는 이야기를 담았다. 얼핏 식상한 여행 에세이 내지는 시시껄렁한 신혼 이야기쯤으로 예상하기 쉽겠지만, 그보다 한층 깊고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사하라 이야기>에서는 주로 그들 부부가 사막에 정착하여 다른 문화 환경에 적응해 가는 삶과 이웃과의 우정을 그렸고, <흐느끼는 낙타>에서는 전란으로 서사하라 정세가 변화하고 변화하는 정세 속에서 희생되는 안타까운 인물들과 인연들의 이야기한다. 인간관계 속에서 드러난 사회 변화와 정세, 문화까지도 이야기하는 이 책은 가벼운 에세이라기보다는 70년대 사하라의 생생한 문화 인류학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다 읽고 난 지금은 말할 수 없는 애잔한 여운이 남았다. 거친 사막의 그것도 오지에서 생활을 하며, 이들 부부는 문화, 종교, 인종, 사회적 풍습 등에서 오는 많은 갈등을 겪게 되는데, 그것이 때론 웃지 못할 해프닝이기도 했지만, 때론 위험천만의 고비를 넘기기도 했고, 때론 가슴아픈 일도 있었다. 이들 부부의 경험담은 그 어떤 소설보다도 흥미로웠고, 글 한줄한줄이 모두 흡입력 있게 다가왔다.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겪은 여러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 책들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이들 부부의 다른 문화와 인류에 대한 존중과 배려였다. 존중과 배려는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이들 부부 사이에서도 느껴졌다.

 

국가도 인종도 성격도 문화도 완전 각각인 호세와 싼마오... 쉽게 융화될 것 같지 않은 이들 부부가 결혼하여, 그것도 외진 사막 구석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꽤 흥미롭다. 하지만 아무리 그들이 서로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라 해도, 인류를 사랑하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근본적인 사랑의 마음은 통하기에, 그런 험난한 여정과 삶을 함께 지탱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들 부부의 행복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 것으로 안다. 호세는 1973년 결혼 5년만에 잠수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산마오 또한 1991년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단다. 자살설이 나돌고 있는 걸 보면,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만큼이나 죽음 또한 큰 이슈가 되었음에 분명하다. 이들 부부의 사랑이 호세의 죽음으로 짧게 막을 내렸다는 데에 마음 한켠이 저려온다. 그녀의 생생한 대화체 속의 호세와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그녀의 글 하나하나가 다시금 애잔하게 다가온다.




"나는 잘 알고 있어. 인생은 단 한 번뿐이라는 걸,

아주 진실한 한 번뿐이라는 걸......

그래서 날이 갈수록 안타까워.

더 용감하고 유쾌하게 인생과 대면하지 못한 게 참 아쉬워."

<사하라 이야기 p.8>

 

오랫만에 가슴저리는 그러면서도 행복한 책을 만나 반가웠다. 책속의 자세한 에피소드들은 하나도 적지 않았는데, 아마 그 이야기들은 이런 리뷰보다 직접 읽는 것이 생생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 책 두권을 책을 사랑하는 여러분들께 적극 추천하고 싶다. <사하라 이야기>를 먼저 읽고 연이어 <흐느끼는 낙타>까지 읽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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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5-18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보는 작가인데 꼭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 소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