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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외로움에게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을 좋아한다. 지금도 8월 초에 떠날 여행을 준비하고 있고, 들뜬 마음에 일도 제대로 안하고 있다. 나에게 있어 여행은 책에서만 보던 다양한 문화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의 충족과 더불어 일상의 권태로움을 잠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탈출구이자 휴식처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 하지만 여행 자체를 삶의 일부, 아니 전부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수년동안을 세계 각지로 떠돌아 다니기도 한다. 그런 방랑자들의 삶이 웬지 불안정하게 느껴지면도 매일 똑같은 루트로 출퇴근만 반복하는 내 삶보다는 그네들은 좀더 많은 문화와 사람들 그리고 세상을 접하면서 나보다 훨씬 높고 넓은 식견과 삶의 참뜻을 배워나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매일 앉은 자리에서 늘 조급해하고 쫓기듯 허둥대며 사는 나의 삶보다 그들의 삶이 더 여유롭고 풍요로운 것 같았다.
내가 여행 에세이를 즐겨 읽는 이유가 바로 여행 방랑자들의 눈을 통해 세상 밖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풍요로운 체험을 통해 내 삶에 있어서도 조금은 여유를 찾고 식견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에서이다. 이런 책들을 읽으면 내가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인가 실감하게 되고 나의 속좁은 식견과 철없음에 부끄러워진다. 세상은 정말 넓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다양하다. 또한 그 사람들 중엔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사는 사람들도 많았고, 작가 김남희씨 또한 책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세계 곳곳의 어려운 이들을 몸소 후원하고 계셨다. 자발적으로 봉사하기 위해 어려운 나라를 찾고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따뜻함과 존경스러움을 느낀다.
이 책은 단순히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보고 들은 여행 견문록이 아니라 여행에서 만난 다양한 인연과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인종이나 종교에 의해 차별을 받고, 동성애자로 고민하고, 에이즈로 고통받는 등 안타까운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종과 문화 그리고 살아가는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각각의 사람들에게서 우러나오는 인간에 대한 정과 사랑은 어느 누구에게나 애틋하다는 것이었고, 그들 각각 나름대로의 삶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종종 '외롭다'라고 느낄 때가 있다. 나 또한 늘 외롭다'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그것은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이 있고 없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본연이 자발적으로 느끼는 어쩔 수 없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 김남희씨 또한 외롭다 한다. 외롭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고, 떠남'을 통해 만난 수많은 인연들에게 그녀의 외로움을 나눠주고 그들로부터 또 다른 외로움과 열정을 전해받음으로써 또 다른 떠남'을 기약하는 것 같다.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어쩌면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아름다운 인간의 친근한 정이 아닐까 싶다. 외롭다는 그녀였지만 그녀의 삶은 외로움을 통해 만난 친근한 수많은 인연과 경험들로 풍요로운 영혼을 가지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녀의 해맑게 웃는 사진과 웬지 낭랑할 것 같은 웃음과 음성이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나의 여행도 그저 혼자 즐기기 위한 관광이 목적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을 쌓아갈 수 있는 그런 여행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