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그림 - 아름다운 명화의 섬뜩한 뒷이야기 무서운 그림 1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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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그림이라... 아름다운 명화의 섬뜩한 뒷이야기라는 부제와 함께 제목만으로 나의 호기심을 확 잡아 끌었다. 하지만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 나는 제목에 '낚였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미술을 좋아하고, 역사나 예술 작품 속에 숨겨진 뒷이야기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내게 이책은 여러가지 정보를 주었다. 하지만 '뭐가 무섭다는 것인지...뭐가 섬뜩하다는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무섭다'라는 느낌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를 했나보다. 물론 피가 낭자하거나 흉칙한 괴물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들을 기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작품 속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전혀 무서운 느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조금 흥미로왔다고 할까?

우리는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작품 자체에서 풍겨지는 느낌과 감상을 그냥 받아들이지만, 같은 작품이라도 해석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그 해석이라는 것이 어쩌면 매우 주관적일도 모른다. 화가가 어떤 의도로 작품을 표현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화가가 그 작품을 그리던 때의 시대 배경, 그림을 그리던 때의 상태, 화가의 성향,... 또는 화가가 자라온 환경까지... 그 모든 알 수 없는 것들이 작품에 투영될 수 있다. 이책에 나온 작품들에 대한 해석도 부분적으로는 작가의 주관적 견해가 강하게 묻어난 것같이 느껴졌다.

특별히 흥미로왔던 작품 하나를 소개하면 윌리엄 호가스의 <그레이엄 집안의 아이들>이다.


겉으로 보기에 매우 단란하고 평화롭게 보이는 4남매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숨겨진 주제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숨겨진 죽음을 기억하라'이다.작품 왼쪽 긑에 탁상시계가 보이고, 그 위에는 낫을 든 천사는 시간의 노인 사투르누스이다. 그는 인간의 생명을 무자비하게 거두어 가는 죽음의 상징이다. 게다가 그 밑에는 모래시계가 있다. 변화무쌍한 시간과 죽음이 이중으로 드러난 셈이다. 또 오른쪽 새장 속에 새는 소년이 내는 음악 소리에 지저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앞에 노려보는 고양이 때문에 두려움으로 필사적으로 날개짓을 하고 있다. 이 그림에서 무서운 것은 이 그림이 예지화(豫知畵)가 되었다는 것이다. 왼쪽 아래 여자 아이의 옷을 입고 있는 남자 아기는 그림이 완성된 직후 죽고 말았다. 단순한 우연이지만, 유모차에 달린 자루의 장식은 오른쪽 새장 속의 새와 호응해서 날개를 퍼득이고 있다. 새는 영혼이 육체를 빠져 나가는 것을 의미한단다.

작가는 위와 같이 해석하고 있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찜찜함은 남는다. 물론 윌리엄 호가스는 당대의 풍자화가로 유명했다고는 알고 있다. 하지만 단란한 가족 속에 숨겨진 죽음의 암시를 그것도 순진한 어린 아이들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찜찜하다. 또한 작가의 억지스런 끼워맞추기식 해석도 조금 그렇다. 물론 위 작품에 대한 견해는 다른 책을 통해서도 들어본 적이 있다. 어쨌든 평화로와 보이는 작품의 이런 양면성 때문에 작가는 섬뜩하다, 무섭다라는 표현을했는지 모른다.

이 책속에는 위 작품을 포함한 20개의 작품이 나오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드가의 우아한 <에투알> 속의 발레리나가 사실은 창녀나 다름없다는 것, 종교의 숭고함을 담은 틴토레토의 <수태고지>가 젊은 여성의 주체성을 무시한 운명의 폭력성을 얘기한다는 것, 크노프의 <버려진 거리>에서는 여동생을 사랑한 화가의 금지된 사랑의 추억을 나타낸다는 것 등 흥미로운 소재가 많았다.

 어쨌거나 미술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별로 지루하지 않았고, 휴일 오전 시간이 또 이렇게 한가하게 흘러가고 있다. 날씨도 점점 선선해지는 것 같고,, 앞으로는 시간을 내어 밖으로, 미술관으로 직접 작품들을 감상하러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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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구
김이환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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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요즘도 종종 쫓기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 나를 쫓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쫓기는 동안의 나는 매우 다급하고 두려우며 정말 미친듯이 그 두려움으로부터 탈출하고자 기를 쓰고 도망다닌다. 지독한 악몽이다. 몸이 마비되는 증상과 함께 그 악몽이 계속되면 혼자 끙끙 앓다가 깨어나곤 한다. 평소에 잘못한 것이 많아서인지 심지가 굳지 못해서인지 어릴 때부터 자주 가위에도 눌리고 악몽도 자주 꿨다. 엄마는 나보고 어리숙하고 야무지질 못해서 가위도 자주 눌리는 거라 하신다. 어쨌든 악몽'하면 나도 할말이 좀 많다. 물론 그 꿈들이 잘 기억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이 책은 바로 악몽 속 자체였다.

정체 모를 검은 구...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구는 사람들을 순식간게 빨아들여 삼켜버린다. 이 책의 주인공 남자는 그 구를 처음 목격한 사람이다. 이때부터 구를 피해 도망치는 남자의 악몽이 시작된다. 세상도 순식간에 악몽으로 변한다. 혼돈과 패닉 상태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구를 피해 쫓겨다니다 죽고, 자신은 살기 위해 상대를 미끼로 삼았으며, 그 혼란 속에서도 물건을 사재기 하고, 상대의 물품을 갈취하고 살인을 서슴치 않는 악당들이 등장했다. 서로 속이고 죽이는..인간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가 밑바닥을 보는 것 같았다. 죽음의 공포 앞에선 인간도 한낮 동물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인간이란 존재의 나약함을 봤다. 세상의 끝은 바로 그런 '절망'이었다.

과연 우리 인간에게 '희망'이란 것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일까? 소설 속의 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도망친다. 정체 모를 검은 구가 무엇인지, 왜 나타난 것인지, 왜 인간을 삼키는 것인지.. 그 무엇도 설명되어 있지 않다. 단지 지겹게 쫓아다니는 그것을 피해 죽도록 도망칠 뿐이다. 작가는 그것을 '절망의 구'라 했다. 우리 인간들은 확실하지 않은 미래의 어떤 두려움을 피해 끊임없이 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어쩌면 인생일지도 모른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편하고 여유롭게 살면 좋을텐데.. 대부분 사람들은 가진자, 가지지 못한자 모두 현재의 삶에 만족을 못한 채 조급하게 쫓기듯이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아니 거창하게 인생 이야기까지 들먹일 필요는 없고 당장 내일 할일에 대해 걱정하고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는지....

오늘도 난 야근을 했고, 일이 잘 안풀려서 힘든 하루였다. 결국 끝내지 못한 일 때문에 내일도 출근할까 말까 고민 중이고, 일에 대한 마음은 싹 접고 이번 주말까진 가족들과 함께 쉬려 하는데..쉬게 되면 다음 주 밀린 일을 또 어떻게 해야하나' 라는 고민 때문에 즐거워야 할 금요일 저녁이지만 이래저래 또 스트레스 받고 있다. 이 스트레스가 쌓이면 잠이 잘 안오고, 잠을 자도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며, 피부도 나빠지고 피곤에 지친다. 그러면 또 스트레스 받는다. 사실 않좋게 생각하면, 일상이 스트레스고 그 빌어먹을 검은 구는 내 코앞에 바싹 다가와 있다.

세상을 살면서 아무 걱정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인간 누구나 '검은 구'만큼의 걱정과 근심을 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절망의 구는 언제 어디서든 우리를 끊임없이 쫓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 자체가 끔찍한 악몽이라 했지만 따지고 보면, 그냥 우리가 늘상 격는 일상적인 일이다. 우린 어쩔 수 없이 계속 그 절망을 피해 달려야 하는 것이다. 그 하지만 계속 달리다 보면 그 움직임 속에 어쩌면 희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의 여유를 같고 조금 편하게 생각하면, 우리를 바짝 쫓던 절망의 구도 조금은 멀리 떨어져 오지 않을까? 

어쨌든 내일은 일 생각 안하고 편히 쉬어야 겠다. 오전엔 똘이한테도 가야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조금은 낙천적으로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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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타샤
조지수 지음 / 베아르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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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어떻게든 이 책을 읽고 난 나의 감상을 바로 정리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단 한 줄도 쉽게 그 여운을 표현할 수 없었다. 책을 읽고 난 후에 이렇게 가슴이 먹먹하고 아림과 동시에 두근두근 떨려오기도 간만이었다. 이 책을 끝까지 읽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일주일 이상 읽었다 쉬었다를 반복하며, 사이사이 다른 책들도 읽었다. 600여페이지가 훌쩍 넘는 방대한 양도 그렇지만, 이 책만큼 나의 감정을 크게 휘둘렀던 책도 간만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만 읽고 있다간 그렇자나도 우울한 내 마음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슬퍼질 것 같았다.

이 소설은 사랑이야기이다. 하지만 흔히 이런 소설류에 등장하는 러브신이나 다소 열정적인 감정의 흐름, 신체적 스킨십을 묘사하는 장면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담담하고 건조한 문체로 지난날을 회상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담담한 회상 속에는 그들의 애닮은 사랑와 희생이 너무나 절절히 느껴졌기에 책속에 단순히 서술되어 있는 문장을 너머 난 그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넘겨받았다. 나중에는 조지와 나스타샤의 가슴 아픈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80년대 초반 안타까운 소련의 국제 정세와 그곳에서 정치적으로 희생당한 한 가족, 그 탄압을 피해 자유세계로 탈출한 한 여자... 그녀를 보호하고 아껴주며 그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한 남자.. 이 모든 이야기가 단순히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고 있었다.
 
처음엔 조지를 이해할 수 없었고, 조지를 아프게 한 나스타샤도 미웠다. 또 보리스를 원망했다. 하지만 나스타샤 또한 조지 없이 살 수 없을 만큼 그를 깊이 사랑했고, 이 모든 비극이 그들이 처한 어쩔 수 없는 불행한 현실이었음이 더 안타까울 뿐이다. 그들에게 차선의 선택은 없었던 것일까? 그들은 애써 상대에 대한 뼛속까지 깊게 사무친 감정을 억누르고 이성적인 현실을 택했던 것이다. 그 선택은 바로 상대에 대한 배려였다. 하지만 누군가를 뼛속깊이 사랑한다는 것..나 자신보다 더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 책을 통해 깊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여운은 아직까지도 내 가슴 깊게 남았다.

사실 난 소위 말하는 연애소설을 즐겨 읽지는 않는다. 나의 감정이 메말라서일 수도 있겠지만 소설 속 남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에 잠깐 동안의 가슴 떨림을 느낄 수는 있지만 긴 감동의 여운은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모든 연애소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요즘 영화든 드라마든 소설이든 매우 통속적이고 빠르게 진행된다. 그 빠름의 속도가 말그대로 순간의 즐거움이나 기분전환에는 적당하지만 뭔가를 얻으려 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뭔가를 얻기 위해서만 책을 읽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기분 전환을 위해 책이 필요한 경우도 많긴 하지만.. (물론 이렇게 말해 놓고 연애소설 읽는다. 즐기지 않는다 뿐이지...)  ’역시나 아름다운 로맨스에 감동을 못받는 나의 정서가 문제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또 나에게 감동을 준 이유는 작가의 다소 긴 호흡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느린 전개와 작가의 서술 방식에 상당히 애를 많이 먹었다. 작가의 철학적, 종교적, 예술적 감각과 지식 또한 상당했고.. 그 내용은 책속에 많이 녹아있었다. 나의 짧은 머리로 그 방대한 양의 지식을 이해하려니 같은 줄을 여러번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연애소설이라 들었는데 연애 얘긴 눈꼽만치도 않나오고 주인공인 나스타샤는 무려 200페이지나 읽어야 나온다. 하지만 초반의 이 느릿한 전개는 캐나다의 대자연 속에 나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침전해 들어가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따라서 이 책속에 주요 장면인 ’플라잉피시’와 ’카누여행’에서는 마치 내가 그 자연 속에 서서 그 경이로운 장면을 보고 있는 것처럼 실감났다.

슬픈 사랑의 여운에 아직도 가슴 먹먹한 느낌을 담고 있지만, 감히 이 작품이 ’아름다웠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무엇보다 광활한 캐나다의 대자연이 아름다웠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사랑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에 백프로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지고지순한 사랑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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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의 해석 - 머리를 쓰는 즐거움
루돌프 키펜한 지음, 이일우 옮김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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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친구와 '우리만의 암호'를 만들어 쓰던 일이 있었다. 그냥 몇 가지 문자를 우리만이 아는 형태로 만들어 사용한 것이다. 거창하게 암호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친구와 나만이 소통되고 알아 볼 수 있는 문자이니 '우리만의 암호'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문자를 서로 교환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 은밀한 경험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짜릿하다. '암호'라는 것..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문자나 숫자의 조합으로 은밀히 공유되는 정보이지만 그 암호가 너무 복잡해서 아예 해석조차 할 수 없다면 그 암호로서의 가치는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또한 해석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 시간을 다투는 전쟁이나 첩보전에서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해석하지 못하게 만듦과 동시에 쉽게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중적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화창한 이른 아침 이 책을 들고 '우리똘이나무' 밑에 돗자리를 펴고 앉았다. 산들산들 바람도 불어왔고 책좀 읽다가 골치 아프면 그냥 덮고 한숨 자야지 하며, 이 책을 들고 갔는데... 어는 덧 난 이 책속에 나온 암호의 해석에 빠져 직접 종이에 숫자와 문자를 써가며 몇 시간을 미친듯이 계산하고 있었다. 솔직히 '머리를 쓰는 즐거움' 이라는 이 책의 부재가 처음엔 굉장히 부담스럽게 다가왔었는데..막상 직접 접해보니 굉장한 짜릿함이 느껴졌다. 지금껏 지나온 전쟁이나 첩보전에서 사용하던 수많은 암호에 관한 것들과 그것을 내가 지금 하나하나 해석해하고 풀어 간다는 기쁨은 직접 책을 읽어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속에는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발한 암호와 각종 문건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 역사상 밝혀진 수많은 종류의 암호들이 담겨 있다. 수년 전 카이사르의 암호문에서부터 21세기 일정한 수학적 공식에 의해 풀어지는 고도의 계산능력을 요구하는 암호까지....정교한 암호 개발에서부터 그것을 해석하기 위한 노력까지 '정말 이렇게 다 까발려도 되는걸까?'라고 할 정도로 자세히 다루어져 있다. 어떻게 보면 다분히 수학적이며, 조금은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내용들이지만 어려운 수학문제를 해결하는 것 같이 복잡한 정도는 아니었고..그저 순수하고 자연스럽게 수학이란 학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될 정도의 즐거움을 주었다. 또한 유명한 역사적 사실과 이야기들 속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이런 암호의 사용이 역사적 권력가의 권력 유지나 전쟁이나 첩보전에서의 정보교환과 같이 특수한 상황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많이 적용되어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사용하는 신용카드나 은행 업무에 '검사수' 등의 예를 들 수 있다. 어쩌면 정보전쟁이 치열하고 개인 사생활 업무의 보장이 특별히 요구되는  현대 사회에서 '암호'의 중요성은 더 커질지도 모른다. 지금 이 블로그의 로긴에도 난 이미 암호를 사용하여 들어왔으니 말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새로운 암호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고, 또 그것을 해석하려는 노력도 동시에 진행 중일 것이다. 컴퓨터의 발달로 이젠 다소 수동적인 암호의 해석이 아닌 전문 디지털 방식으로, 인간이 아닌 기계가 그 업무를 대행하겠지만 그 기계를 움직이는 인간의 두뇌 역시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매우 기초적이긴 하나 암호의 체계와 다양한 형태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어 좋았다.

또한 이 책으로 인해 우리 똘이 옆에 몇시간을 같이 있을 수 있어서 더 행복했다. 얼굴에 맞은 아침 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상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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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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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그러면 누구든지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독일 나치 시대에 소위 '선정정치'로 언론을 통제하여 대중을 희롱하고 세뇌시킨 장본인인 괴벨스가 한 말이다. 물론 지금은 독일 나치 시대도 아니지만  언론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인터넷의 발달로 온갖 정보가 순식간에 교환되고 있는 현대가 더 할 것이다. 일부 과격한 네티즌들의 악플로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도 있었고, 개인의 사생활이 노출되어 신변에 위협을 받는 사건도 있었으며,  어떤 사소한 사건이 크게 부풀려져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언론의 편파 보도로 국민의 진정한 알권리가 무시당하고, 눈을 가린 대중을 선동하여 악용하려는 불순한 무리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언론을 한손에 쥐고 흔들려는 못마땅한 현재 국가 정책이 떠올랐고, 언론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에 대해 새삼 느끼는 것이 많았다. 물론 소설이지만 작가는 소설이 아니라 '이야기'라고 표현한다. 그 누구라도 책속의 주인공 카타리나가 될 수 있는 현실이다. 가상의 '픽션' 이 아니라는 것이다. 웬지 마음이 무거웠다. 이 책은 대중의 호기심과 선정적 언론의 보도가 한 평범한 개인의 명예와 인권을 어떻게 처절하게 파괴해 가는가에 대해 보여준다. 평범한 여인이 순식간에 살인범의 정부가 되고 테러리스트의 공조자가 되며, 급기야 음탕한 공산주의자가 된다. 

이 책은 어떤 기자가 살해되는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살인범은 27살의 카타리나 불룸이라는 매우 평범한 여인이다. 그녀는 자신이 그 기자를 살해했다고 자백한다. 이 살인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시간을 거꾸로 돌려 사건 당일까지 그녀의 행적을 추적하는 내용이 이 책의 줄거리이다. 그녀가 사건에 얽히게 된 경위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 괴텐이란 남자를 만났고 그남자와 같이 밤을 보냈는데, 이튿날 경찰이 갑자기 들어와 그녀를 연행해 간다. 괴텐은 알고보니 강도에 살인혐의까지 있는 질나쁜 남자였고 경찰은 끈질기게 그 남자를 쫓고 있었던 것이었다. 괴텐은 경찰이 들이닥치기 전 그 장소를 빠져 나갔고, 카타리나는 괴텐을 빼돌렸다는 혐의와 함께 경찰의 조사를 받고 언론의 호기심 대상으로 대중에게 드러난다.

평범한 한 여자가 댄스파티에서 한 남자를 만났고, 그남자가 범죄자였다고 그게 큰 죄가 될까? 설사 범죄자인 것을 알고 그 남자의 탈출을 도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신문 제 1면을 장식할 정도로 정말 대단한 사건일까? 언론은 평범한 그녀를 그대로 놔두지 않았다. 범죄자의 정부'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붙이고 범죄자의 탈출을 처음부터 계획하고 동조한 질나쁜 여자로 철저하고 악랄하게 헤집었다. '범죄자의 정부'란 자체는 무료한 대중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소재였고, 대중을 더 부추기기 위한 언론 플레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녀의 가족 사생활까지 모두 끄집어 내어 그녀의 아버지는 위장한 공산주의자가 되고, 어머니는 교회 재산을 절도한 파렴치범, 그리고 그녀 자신은 질나쁜 창녀가 된 것이다.

남이야기 하기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대해 떠들기 시작하고 사건은 더욱 부풀려져 그녀를 세상에 둘도 없는 나쁜 여자로 만들었다. 온 세상이 그녀를 기만하고 농락한다. 또한 '아' 다르고 '어'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그녀나 그녀 주위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은 모두 선정적이고 악의적으로 왜곡되어 보도되었다. 그녀가 어떤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모두 그녀 자신에게 나쁘게 돌아왔다. 그녀가 결국 선택한 것은 살인이었던 것이다. 대중의 저속한 호기심을 부추기며 날조되고 왜곡된 기사들은 한 여자의 인생을 정말 땅끝까지 추락하게 만들었다. 언론 폭력이란 것이 다시한번 정말 무섭게 느껴졌다.

앞서 처음에 이야기 했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각종 정보와 가십들이 난무하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익명성이라는 조건 하에 신뢰할 수 없는 정보들이 마구 유포되어 대중을 혼란시키고 있으며, 개중에는 알게모르게 어떤 개인의 명예와 인격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는 것들도 많을 것이다. 군중심리에 휩쓸려 나또한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골라내어 옳게 판단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가지는 능력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 스스로 공정한 보도에 정보 유포에 노력해야 할 것이며, 자익을 위해 양심을 파는 그런 행위는 제발 안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나라 현재 언론의 현실이 책속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더 씁쓸하게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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