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구
김이환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난 요즘도 종종 쫓기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 나를 쫓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쫓기는 동안의 나는 매우 다급하고 두려우며 정말 미친듯이 그 두려움으로부터 탈출하고자 기를 쓰고 도망다닌다. 지독한 악몽이다. 몸이 마비되는 증상과 함께 그 악몽이 계속되면 혼자 끙끙 앓다가 깨어나곤 한다. 평소에 잘못한 것이 많아서인지 심지가 굳지 못해서인지 어릴 때부터 자주 가위에도 눌리고 악몽도 자주 꿨다. 엄마는 나보고 어리숙하고 야무지질 못해서 가위도 자주 눌리는 거라 하신다. 어쨌든 악몽'하면 나도 할말이 좀 많다. 물론 그 꿈들이 잘 기억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이 책은 바로 악몽 속 자체였다.

정체 모를 검은 구...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구는 사람들을 순식간게 빨아들여 삼켜버린다. 이 책의 주인공 남자는 그 구를 처음 목격한 사람이다. 이때부터 구를 피해 도망치는 남자의 악몽이 시작된다. 세상도 순식간에 악몽으로 변한다. 혼돈과 패닉 상태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구를 피해 쫓겨다니다 죽고, 자신은 살기 위해 상대를 미끼로 삼았으며, 그 혼란 속에서도 물건을 사재기 하고, 상대의 물품을 갈취하고 살인을 서슴치 않는 악당들이 등장했다. 서로 속이고 죽이는..인간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가 밑바닥을 보는 것 같았다. 죽음의 공포 앞에선 인간도 한낮 동물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인간이란 존재의 나약함을 봤다. 세상의 끝은 바로 그런 '절망'이었다.

과연 우리 인간에게 '희망'이란 것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일까? 소설 속의 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도망친다. 정체 모를 검은 구가 무엇인지, 왜 나타난 것인지, 왜 인간을 삼키는 것인지.. 그 무엇도 설명되어 있지 않다. 단지 지겹게 쫓아다니는 그것을 피해 죽도록 도망칠 뿐이다. 작가는 그것을 '절망의 구'라 했다. 우리 인간들은 확실하지 않은 미래의 어떤 두려움을 피해 끊임없이 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어쩌면 인생일지도 모른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편하고 여유롭게 살면 좋을텐데.. 대부분 사람들은 가진자, 가지지 못한자 모두 현재의 삶에 만족을 못한 채 조급하게 쫓기듯이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아니 거창하게 인생 이야기까지 들먹일 필요는 없고 당장 내일 할일에 대해 걱정하고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는지....

오늘도 난 야근을 했고, 일이 잘 안풀려서 힘든 하루였다. 결국 끝내지 못한 일 때문에 내일도 출근할까 말까 고민 중이고, 일에 대한 마음은 싹 접고 이번 주말까진 가족들과 함께 쉬려 하는데..쉬게 되면 다음 주 밀린 일을 또 어떻게 해야하나' 라는 고민 때문에 즐거워야 할 금요일 저녁이지만 이래저래 또 스트레스 받고 있다. 이 스트레스가 쌓이면 잠이 잘 안오고, 잠을 자도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며, 피부도 나빠지고 피곤에 지친다. 그러면 또 스트레스 받는다. 사실 않좋게 생각하면, 일상이 스트레스고 그 빌어먹을 검은 구는 내 코앞에 바싹 다가와 있다.

세상을 살면서 아무 걱정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인간 누구나 '검은 구'만큼의 걱정과 근심을 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절망의 구는 언제 어디서든 우리를 끊임없이 쫓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 자체가 끔찍한 악몽이라 했지만 따지고 보면, 그냥 우리가 늘상 격는 일상적인 일이다. 우린 어쩔 수 없이 계속 그 절망을 피해 달려야 하는 것이다. 그 하지만 계속 달리다 보면 그 움직임 속에 어쩌면 희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의 여유를 같고 조금 편하게 생각하면, 우리를 바짝 쫓던 절망의 구도 조금은 멀리 떨어져 오지 않을까? 

어쨌든 내일은 일 생각 안하고 편히 쉬어야 겠다. 오전엔 똘이한테도 가야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조금은 낙천적으로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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