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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그림 - 아름다운 명화의 섬뜩한 뒷이야기 ㅣ 무서운 그림 1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8월
평점 :
무서운 그림이라... 아름다운 명화의 섬뜩한 뒷이야기라는 부제와 함께 제목만으로 나의 호기심을 확 잡아 끌었다. 하지만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 나는 제목에 '낚였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미술을 좋아하고, 역사나 예술 작품 속에 숨겨진 뒷이야기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내게 이책은 여러가지 정보를 주었다. 하지만 '뭐가 무섭다는 것인지...뭐가 섬뜩하다는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무섭다'라는 느낌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를 했나보다. 물론 피가 낭자하거나 흉칙한 괴물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들을 기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작품 속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전혀 무서운 느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조금 흥미로왔다고 할까?
우리는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작품 자체에서 풍겨지는 느낌과 감상을 그냥 받아들이지만, 같은 작품이라도 해석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그 해석이라는 것이 어쩌면 매우 주관적일도 모른다. 화가가 어떤 의도로 작품을 표현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화가가 그 작품을 그리던 때의 시대 배경, 그림을 그리던 때의 상태, 화가의 성향,... 또는 화가가 자라온 환경까지... 그 모든 알 수 없는 것들이 작품에 투영될 수 있다. 이책에 나온 작품들에 대한 해석도 부분적으로는 작가의 주관적 견해가 강하게 묻어난 것같이 느껴졌다.
특별히 흥미로왔던 작품 하나를 소개하면 윌리엄 호가스의 <그레이엄 집안의 아이들>이다.
겉으로 보기에 매우 단란하고 평화롭게 보이는 4남매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숨겨진 주제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숨겨진 죽음을 기억하라'이다.작품 왼쪽 긑에 탁상시계가 보이고, 그 위에는 낫을 든 천사는 시간의 노인 사투르누스이다. 그는 인간의 생명을 무자비하게 거두어 가는 죽음의 상징이다. 게다가 그 밑에는 모래시계가 있다. 변화무쌍한 시간과 죽음이 이중으로 드러난 셈이다. 또 오른쪽 새장 속에 새는 소년이 내는 음악 소리에 지저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앞에 노려보는 고양이 때문에 두려움으로 필사적으로 날개짓을 하고 있다. 이 그림에서 무서운 것은 이 그림이 예지화(豫知畵)가 되었다는 것이다. 왼쪽 아래 여자 아이의 옷을 입고 있는 남자 아기는 그림이 완성된 직후 죽고 말았다. 단순한 우연이지만, 유모차에 달린 자루의 장식은 오른쪽 새장 속의 새와 호응해서 날개를 퍼득이고 있다. 새는 영혼이 육체를 빠져 나가는 것을 의미한단다.
작가는 위와 같이 해석하고 있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찜찜함은 남는다. 물론 윌리엄 호가스는 당대의 풍자화가로 유명했다고는 알고 있다. 하지만 단란한 가족 속에 숨겨진 죽음의 암시를 그것도 순진한 어린 아이들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찜찜하다. 또한 작가의 억지스런 끼워맞추기식 해석도 조금 그렇다. 물론 위 작품에 대한 견해는 다른 책을 통해서도 들어본 적이 있다. 어쨌든 평화로와 보이는 작품의 이런 양면성 때문에 작가는 섬뜩하다, 무섭다라는 표현을했는지 모른다.
이 책속에는 위 작품을 포함한 20개의 작품이 나오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드가의 우아한 <에투알> 속의 발레리나가 사실은 창녀나 다름없다는 것, 종교의 숭고함을 담은 틴토레토의 <수태고지>가 젊은 여성의 주체성을 무시한 운명의 폭력성을 얘기한다는 것, 크노프의 <버려진 거리>에서는 여동생을 사랑한 화가의 금지된 사랑의 추억을 나타낸다는 것 등 흥미로운 소재가 많았다.
어쨌거나 미술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별로 지루하지 않았고, 휴일 오전 시간이 또 이렇게 한가하게 흘러가고 있다. 날씨도 점점 선선해지는 것 같고,, 앞으로는 시간을 내어 밖으로, 미술관으로 직접 작품들을 감상하러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