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트로스의 똥으로 만든 나라 - 누구나 꿈 꾸는 세상
후루타 야스시 지음, 요리후지 분페이 그림, 이종훈 옮김 / 서해문집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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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로스의 똥으로 만든 나라라고?

실제로 있다.

바로 적도 부근에 위치한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 공화국이다.

오랜 세월, 앨버트로스의 똥이 산호초 위에 쌓여서 섬이 되었다고 한다.

 

앨버트로스의 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광석으로 변해갔고,

인광석은 매우 귀중한 자원이기에 유럽 선진국들이 눈독을 들여 1,2차 세계대전 등 힘든 시련과 여러 나라의 통치를 받았지만

1968년 나우루 공화국으로 독립하게 된다.

어쨌든 앨버트로스의 똥 때문에 나우루는 매우 부유한 나라가 되었다.

 

나우루 정부는 인광석을 팔아 얻은 막대한 양의 돈의 이익금의 절반은 국가 예산으로 두고, 나머지는 국가 원로들로 구성된 나우루 지방정부평의회에 맡겼다. 평의회는 이익금을 토지 소유자들에게 똑같이 나누어주고, 남은 돈은 적립하거나 특정 사업에 투자했다. 

나우루 사람들 대부분이 토지 소유자였기 때문에 모두 부자가 되었고, 나우루 국민의 꿈같은 생활이 시작되었다.

 

나우루 공화국에는 세금이 없다.

학교도 병원도 전기료도 공짜다.

결혼하면 나라에서 새집을 꽁짜로 준다.

국민들은 비행기를 전세내어 해외로 쇼핑을 다닌다.

아무도 일을 하지 않는다.

힘든 채굴 작업은 주변 섬에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에게 시키면 되니깐..

 

하지만 한없이 풍요로울 것 같았던 이 나라도 인광석의 고갈을 눈앞에 두었다.

자원 고갈에 대비하여 세계 곳곳에 부동산 투자 등 기금을 마련해 왔지만 여의치 않았고, 자산 운용이란 것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거액의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먹고 놀다보니 비만과 당뇨병이 유행했고,국민들은 여전히 일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을 해서 생활비를 번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다.

 

급기야 국적도 팔고, 전세계의 검은 돈을 유치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려 했지만 9.11 테러 이후로 모든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갔다. 미국이 검은 돈이 몰려 있는 나우루 은행을  붕괴시켰기 때문이다. 국가 경제를 유지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였고, 경제 파탄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오스트레일리아로부터 난민 수용을 조건으로 거액의 원조를 받기도 했지만, 열악한 환경으로 난민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바람에 오래가지 못했다.

 

국제사회의 비난과 국내 정치 경제의 불안한 상황 속에서 1997년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한 나우루 공화국을 예견하면서 이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세금도 안내고 일도 안하면서 국민 모두 부유하게 즐길 수 있는 나라.. 더군다나 앨버트로스의 똥으로 만들어졌다는 흥미있는 소재까지.. 하지만 모든게 사실이라는 것...또 책 뒷부분에 실려 있는 이 나라에 대한 사진과 간략한 소개는 흥미와 더불어 묘한 흥분감까지 느끼게 했다. 재미있는 삽화와 짤막한 이야기...마치 한편의 동화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아니 실제로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한편의 책에서 느낄 수 있는 희로애락은 물론이고 깊은 교훈까지 느껴지니 말이다.

 

진정한 의미의 국가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나라가 과연 이상적인 국가인가에 대해 잠시 생각해봤다. 세금도 안내고 일도 안하고, 웬만한 모든 이용 가능한 것들이 공짜라고 생각해보자. 그야말로 지상 낙원이지 싶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면, 그러한 삶은 단기간으론 행복할지 모르지만, 금새 무기력증과 나태함에 빠져 모든 것들에 의욕을 잃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노력하지 않아도 거저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아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에서는 진정한 기쁨과 보람을 얻을 수 없다.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꿈을 위해 노력하고 그 꿈을 이루었을 때 성취감과 보람을 얻는다. 그것은 또 다른 것에 열중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이것이 바로 인간의 삶이며, 인간으로서 진정으로 사는 의미일 것이다.

 

공짜로 얻은 것들에겐 일시적 만족을 줄지 모르지만, 그것에 대한 고마움이나 애틋한 마음이 없다. 따라서 그다지 가치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광석이라는 신의 보물을 공짜로 얻은 나우루 국민들...그들은 그것에 대한 진정한 가치와 고마움을 너무나 가볍게 여겼다. 되는대로 흥청망청 써버렸다. 결국 그들에게 남게 된것은 국제적 비난과 경제 파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또다른 엄청난 위기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의 작가의 말처럼 그들이 얻은 것과 잃은 것, 어느쪽이 많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더불어 인류 문명이 흥망성쇄에 대한 짧은 일대기를 본 것 같았다. 풍요로운 자원으로 한때 안락한 생활을 누렸지만, 자원의 고갈로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삶....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그냥 지현재 우리의 풍요로운 삶이 언젠가는 문명 발달 시대 이전으로 되돌아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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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꽃
와리스 디리 지음, 이다희 옮김 / 섬앤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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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누주드 알리의 일화를 통해 일부 이슬람 국가의 조혼풍습과 어린 소녀들에게 가해지는 성착취에 대한 이야기를 씁쓸한 마음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세상이 바뀌어 인권 신장되고 성차별이 줄었다고 하지만, 아프리카나 일부 이슬람국가에서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말도 안돼는 가혹한 성적 폭력과 착취가 전통이라는 명목하에 아직도 당연한 듯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소녀들에게는 할례라는 풍습이 아직까지 행해진다. 여성 할례라는 것..다른 책에서 얼핏 본적이 있지만, 이 책에서만큼 자세하고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는 책은 처음이었다. 끔찍하고 마음이 아파서 그 페이지를 남겨 읽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하루에도 수천명의 어린 소녀들이 남성들의 성적판타지에 엽기적으로 희생되고 있는 현실이다.

 

세상의 모든 남성들을 싸잡아 비판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세상에 아직도 여성들에게 이렇게 가혹한 행위를 당연하다는 듯이 여기는 사회와 여성의 성적 쾌락을 용납하지 않고 마치 자신들만을 위한 소유물인 듯 생각하는 남성들이 있다는 것에 구역질이 올라왔다. 여성의 성기는 태어날 때부터 불결하고 나쁜 것들이 있기 때문에 제거해야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된 것이라 한다. 지금도 일년에 2백만, 하루에 6천여명의 소녀들이 '순결한 몸'으로 시집갈 준비를 하느라 아직 성기도 되지 않은 살점들이 난자당하는 것이다. 살점을 강제로 도려내고 가운데는 꼬매버린다. 오로지 남편만이 그곳을 다시 갈라낼 수 있다.젠장 @#&!@$##!!! 욕이 절로 나온다.

자신들은 그렇게 깨끗하다던가? 언제까지 여성에 대한 순결과 처녀성을 강요한단 말인가? 그것은 여성들에게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 상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할례를 받지 않은 소녀들은 음탕하고 불결하다는 누명으로 결혼하기도 어려웠으며, 딸 가진 부모들은 당연한 듯이 어린 딸을 순결한 처녀로 키우기 위해 할례를 시킨다. 하지만 대부분이 비위생적으로 거행되기 때문에 쇼크, 감염, 과다출혈, 괴저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으며, 소변도 제대로 볼 수 없고, 생리혈도 배출이 어렵기 때문에 그 후유증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하고 끔찍하다.(소변 한번 보는데 10분이 걸린다는 이야기에 경악했다.) 또한 이후 성적 쾌락이라고 하는 것은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이 모든 일들이 종교나 이슬람 전통에 의한 주술 의식 같은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오로지 남성의 성적 판타지와 남성 우월주의적 사고 방식에서 왔다는 사실이 더 할 수 없이 불쾌하고 화가 치밀었다. 물론 종교의식이라고 해서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소말리아 유목민으로 태어나서 세계적인 슈퍼모델이자, 유엔 인권대사가 되는 와리스디리가 쓴 자서전적인 아프리카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한 책이다. 불행을 딛고 일어선 그녀의 성공 스토리는 굉장히 감동적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그녀의 성공적인 삶에 대한 것들보다 그녀의 불행 속에 담겨 있는 (위에 내가 나열한 것과 같은)아프리카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성적폭력에 대한 끔찍한 이야기였다. 그녀 또한 실제로 위와 같은 일을 겪었고, 더 이상 고통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녀는 지금도 열정적인 목소리로 인권 수호에 노력하고 있다.

 

이책을 읽고 마음이 굉장히 무거워졌다. 얼마 전 내가 읽은 다른 책을 통해 남성성 여성성의 이분법적 관습에 대한 나의 불편한 소감을 마음대로 지껄여논 적이 있다. 이렇게 미개인적으로 무식하게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도 있지만, 우리나라도 정신적인 관습에 의한 보이지 않는 억압의 틀이 여전히 존재한다. 세상은 여전히 여성으로 살아가기엔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 내가 이렇게 찜찜한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는 사실도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야기를 시작하면 한도끝도 없겠다. 그만 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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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디세이 1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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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여러 가지 예술 작품이나 음악을 보고 듣고 알아가면서 어렴풋이 [미학(aethetics)]라는 학문의 분야에 대해 조금씩 느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미학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머릿 속이 하얘지면서 아무말도 할 수가 없다. 그저 겉으로 드러난 예술작품이나 회화의 피상적인 느낌과 화풍 또는 기껏 미술 작품을 분류하는 정도의, 그것도 매우매우 얇팍한 지식만 드문드문 떠오를 뿐이다. 또 그것이 철학과 결부된 어떤 것이라는 것이 생각나면 그때부터는 뒷골이 뻣뻣해지면서 골치가 아파왔다. 나에게 있어 미학이란 학문은 알듯 하면서도 전혀 알 수 없는 골치아픈 분야인 것이다. 어쩌면 우리 생활과 매우 친숙한 분야이기도 할텐데, 내가 너무 학문적으로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우연히 이웃님 블로그에서 진중권님의 책을 알게됐고, 호기심 반 학문적 갈망 반으로 이 세권짜리 책을 단숨에 질러버렸다. 비교적 반딱반딱한 종이에 내가 좋아하는 컬러플한 예술 작품들도 큼직큼직하게 수록되어 있고, 내용이 뭔지 읽어보지 않았지만 웬지 책의 느낌이 좋았다. 책 겉모습만 보고도  읽고 싶은 의욕이 마구 솟구치는 것과 이상하게 별로 안땡기는 것이 있지 않은가?

 

이책은 미학에 대한 기초지식 정도의 자료가 수록되어 있는 책이다. 에셔와 마그리트의 두 명의 화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1권은 에셔의 작품이 중심이 된다. 예셔의 다양한 작품 속에 드러난 구조와 분위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고대 원시시대부터 중세까지의 예술과 철학에 대해 설명한다. 미학의 기초상식이라 했지만 철학적 사조나 논리에 대해 기초지식이 전혀 없는 내겐 그리 쉽지 않은 책이었다. 플라톤이나 바움가르텐, 칸트라는 이름만 들어도 솔직히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하지만 읽다보니 진중권님의 쉬운 설명과 입담에 금새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화형 문체는 재미있기까지 했다.

 

구석기 시대 높은 수준의 자연주의 예술에서부터 신석기 시대의 기하학적인 양식 발달의 기원, 인간이 예술을 시작하게 된 기원, 예술이 주술로부터 분리되게 된 경위 등 예술 탄생의 배경에서부터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에 이르는 예술과 철학 사조를 그 당시 예술 작품을 실제로 보여주면서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었다. '예술이 가상인가, 아니면 현실의 재현인가'에 대한 여러 철학자들의 논지가 매우 흥미로왔고, '미는 인식이 아니라 '쾌감'이며, 본질은 진리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라는 즉, 오늘날 우리가 예술 작품에 대한 생각은 이 칸트의 이론에서 왔음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다양한 철학자들의 대립된 이론들을 통해 미학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각각 철학자 자신들이 갖고 있는 이론이나 생각들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고, 내게 있어서 거의 불모지인 '철학'이란 분야도 생각만큼 답답하고 골치아픈 학문은 아닌 것 같았다.ㅋ 
하지만 아직 1권 밖에 읽지 않아서인지 '미학'에 대한 모호함은 책을 읽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3권까지 다 읽고 나면 뭔가 약간이라도 '감'이 오지 않을까 싶다. 나머지 두권을 언제 다 읽게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철학에 대한 부담감은 조금 덜 갖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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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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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정이란 것은 어떻게 보면 동전의 양면처럼 참 아이러니하다. 사랑과 증오처럼... 두 감정 모두 상대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된 것이지만 지독한 사랑이 무서운 증오로 돌변하는 경우는 종종 보아왔다. 또 사랑이라 믿었던 감정이 어느 순간 차갑게 식어버리기도 한다. 정말 내가 그를 사랑했던 것일까? 의심이 들 정도로 감정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라지는 것 말이다. 물론 지고지순한 사랑도 있고, 평생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일반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사랑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한결같은 마음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인간의 감정이 모두 변덕스럽다고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인간의 감정이란 것은 나약하고, 사람과 상황에 따라 흔들리게 마련인 것 같다. 이성적으로는 아니라고 부정하면서도 감성적으로 굴복하고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있고, 한순간의 감정적인 실수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게 되는 일도 있다. 인간의 삶은 그 감정과 이성 사이에 어쩌면 적당한 선택과 타협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의 결과가 우리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던지, 스스로 책임질 수 밖에 없다. 감정에 굴복하는 것도 자신의 문제고, 그 감정에 책임을 지는 것도 자신의 문제인 것이다.

 

이 책속에 나오는 여인 키티..전통적인 가정에서 나이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사랑하지도 않는 월터와 만나 결혼한다. 월터는 키티를 사랑했지만, 키티는 사랑없는 결혼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매력적인 유부남 타운샌드와 불륜에 빠지고 만다. 이 사실을 안 월터는 키티의 배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그녀를 협박해 콜레라가 창궐하는 중국 오지로 데려간다.

 

불륜을 저지르고 남편 월터에게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상처를 준 키티...그녀가 사랑한 타운센드가 이기적이고 비열한 인간인지 알면서도 또한번 몸을 내어주는 그녀가 어찌나 한심하고 나약해 보이던지...
또, 아내 키티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녀의 배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그녀가 병으로 죽게되길 바라며 전염병의 오지로 그녀를 끌어들인 월터.... 그러면서도 그녀에 대한 사랑을 버릴 수 없었던 그...
그들의 이중적인 마음이 안타깝고 때론 화가치밀면서도 그들을 미워하고 욕할 수 만은 없는 이유는 나 또한 불완전한 감정을 지닌 한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쁜 길인줄 알면서도 결국 가게되고 스스로 자책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이 책은 한 여인이 위대한 자연과 죽음의 공포 앞에서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자신의 한낯 일시적 사랑과 욕망이 얼마나 헛된 것이었는지 깨닫고 정신적으로 성장해 간다는 내용이다. 
나약했지만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던 키티...자신의 감정에 휘둘려서 여러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자신도 상처를 입었지만, 결국 그녀 스스로 그 감정에 대해 책임지려고 노력했고, 스스로 극복해 나간다. 이것이 바로 인생일 것이다.
인생의 베일... 베일 속의 각각 인간의 인생은 일많고 탈많고 복잡한 듯 보이지만 위대한 자연 앞에서 베일을 벗은 인간의 삶이란 한낯 작은 먼지 같은 것일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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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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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해줘"

이 간지로운 제목과 빨간색 하트가 그려진 표지가 어찌나 거북하던지... 누가 봐도 ’사랑 이야기에요~’라고 대놓고 제목처럼 말하고 있는 이 책...요시다슈이치를 좋아하지만 이 책만큼은 선뜻 손이가지 않았다. 몇달째 책꽂이 깊숙이 모셔두고 있다가 불현듯 생각이 나서 꺼내 읽었다.  소설 속에 사랑 이야기가 안들어가는 것이 몇개나 있을까?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 소설 속 인물들이 어떤 관계로 나타나던지 꼭 한두가지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이야기들 속에 빠지다 보면 나 또한 주인공과 같은 마음으로 공감되어 마음 설레이고, 행복해하며 또 가슴아파하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내 자신이 그런 이야기를 즐기고 있음에 분명한데...어찌 대놓고 로맨스소설 같은 책부류에는 선뜻 손이 안가지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ㅎㅎ

 

하지만 이책 사랑을 말해줘~는 역시 요시다슈이치 소설답게 그저 통속적인 연애소설이 아니었다.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역시나 우리에게 주는 다소 껄끄러운 송곳 같은 것을 감추고 있었다. 아, 물론 그것이 그다지 크게 염려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슈이치의 여타 다른 소설들에 비하면 그 껄끄러운 강도가 조금 약했다고 할까?  표지 속의 빨갛게 그려진 하트만큼 그래도 따뜻한 느낌을 담고 있으니 말이다.

 

소설 속 여자주인공 교코는 청각장애인이다. 사람 입모양으로 대충 말을 이해하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들을 수가 없다. 주위에서 한판 크게 싸움이 나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녀는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는 슌페이와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세계 각국을 다니며 테러나 폭발과 같은 굵직한 사건을 찾아 돌아다니는 슌페이와 무서울만치 고요 속에 묻혀있는 교코의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 그들이 소통하는 방법은 바로 메모를 통해서이다. 거기에서부터 소통의 문제가 생긴다.

 

난 말하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뭔가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그것이 꼭 같지 않음을 느낀다. 이렇게 책 한권을 읽고나면 이 책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마구마구 정신없이 떠오른다. 그것을 말로 정리하여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해 주는 것은 비교적 어렵지 않다. 떠오르는 대로 말하면 되니깐..(물론 말하는 것도 입밖으로 말하기 위해 생각을 해야하니 머릿속에 그저 담겨 있는 상태보단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글로 적으려고 하면, 단순히 말하는 것보다 한단계 더 생각을 해야한다. 왜냐하면 머릿 속에서 떠오르는 느낌을 표현할 꼭 맞는 단어나 글이 찾아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글로 써놓고 나면 이상하게 내가 처음 생각했던 어떤 것과 감정적인 면에서 뉘앙스가 조금씩 달라져 있는 경우도 적잖이 생긴다.

 

교코와 슌페이는 바로 이런 문제에서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일이 잘 안풀린단 말이야! 입좀 다물어!"
예를 들면 그런 말도 입으로는 아주 쉽게 나왔지만, 막상 그 기분을 메모장에 쓰려고 하면 ’일이 잘 안풀려’라는 묘하게 초라한 인상을 주는 말로 변해버렸고, 전하고 싶은 것은 당연히 초조함이기 때문에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굳이 메모장에 쓸 필요도 사라져 버린다. 전에는 입에서 먼저 튀어나왔던 말을 일단 머릿속에서 문장으로 바꾼 후, 그것을 메모장에 쓴다.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그 과정이 ’사람’이랄까, ’인간의 감정’을 가라앉혀 버리는 일도 있는 것이다. <p.58>

 

결국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고, 글로 전하고 싶어도 못전하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부딪치게 된다.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꼭 말로써 표현해야 하고, 글로써 전해야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인가? 여러 갈등을 겪은 연인들은 다시 재회하게 되면서 해피앤딩으로 끝난다. 거창하게 서로 사랑해~라고 말하거나 그 말을 글로 옮기기 전에, 그 사랑의 마음을 먼저 상대에게 전하는 일... 그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말하는 것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다. 감정이 통하지 않은 말과 글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말보다 글보다 더 중요한 것...그것은 바로 통하는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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