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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꽃
와리스 디리 지음, 이다희 옮김 / 섬앤섬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누주드 알리의 일화를 통해 일부 이슬람 국가의 조혼풍습과 어린 소녀들에게 가해지는 성착취에 대한 이야기를 씁쓸한 마음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세상이 바뀌어 인권 신장되고 성차별이 줄었다고 하지만, 아프리카나 일부 이슬람국가에서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말도 안돼는 가혹한 성적 폭력과 착취가 전통이라는 명목하에 아직도 당연한 듯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소녀들에게는 할례라는 풍습이 아직까지 행해진다. 여성 할례라는 것..다른 책에서 얼핏 본적이 있지만, 이 책에서만큼 자세하고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는 책은 처음이었다. 끔찍하고 마음이 아파서 그 페이지를 남겨 읽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하루에도 수천명의 어린 소녀들이 남성들의 성적판타지에 엽기적으로 희생되고 있는 현실이다.
세상의 모든 남성들을 싸잡아 비판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세상에 아직도 여성들에게 이렇게 가혹한 행위를 당연하다는 듯이 여기는 사회와 여성의 성적 쾌락을 용납하지 않고 마치 자신들만을 위한 소유물인 듯 생각하는 남성들이 있다는 것에 구역질이 올라왔다. 여성의 성기는 태어날 때부터 불결하고 나쁜 것들이 있기 때문에 제거해야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된 것이라 한다. 지금도 일년에 2백만, 하루에 6천여명의 소녀들이 '순결한 몸'으로 시집갈 준비를 하느라 아직 성기도 되지 않은 살점들이 난자당하는 것이다. 살점을 강제로 도려내고 가운데는 꼬매버린다. 오로지 남편만이 그곳을 다시 갈라낼 수 있다.젠장 @#&!@$##!!!
욕이 절로 나온다.
자신들은 그렇게 깨끗하다던가? 언제까지 여성에 대한 순결과 처녀성을 강요한단 말인가? 그것은 여성들에게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 상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할례를 받지 않은 소녀들은 음탕하고 불결하다는 누명으로 결혼하기도 어려웠으며, 딸 가진 부모들은 당연한 듯이 어린 딸을 순결한 처녀로 키우기 위해 할례를 시킨다. 하지만 대부분이 비위생적으로 거행되기 때문에 쇼크, 감염, 과다출혈, 괴저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으며, 소변도 제대로 볼 수 없고, 생리혈도 배출이 어렵기 때문에 그 후유증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하고 끔찍하다.(소변 한번 보는데 10분이 걸린다는 이야기에 경악했다.) 또한 이후 성적 쾌락이라고 하는 것은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이 모든 일들이 종교나 이슬람 전통에 의한 주술 의식 같은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오로지 남성의 성적 판타지와 남성 우월주의적 사고 방식에서 왔다는 사실이 더 할 수 없이 불쾌하고 화가 치밀었다. 물론 종교의식이라고 해서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소말리아 유목민으로 태어나서 세계적인 슈퍼모델이자, 유엔 인권대사가 되는 와리스디리가 쓴 자서전적인 아프리카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한 책이다. 불행을 딛고 일어선 그녀의 성공 스토리는 굉장히 감동적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그녀의 성공적인 삶에 대한 것들보다 그녀의 불행 속에 담겨 있는 (위에 내가 나열한 것과 같은)아프리카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성적폭력에 대한 끔찍한 이야기였다. 그녀 또한 실제로 위와 같은 일을 겪었고, 더 이상 고통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녀는 지금도 열정적인 목소리로 인권 수호에 노력하고 있다.
이책을 읽고 마음이 굉장히 무거워졌다. 얼마 전 내가 읽은 다른 책을 통해 남성성 여성성의 이분법적 관습에 대한 나의 불편한 소감을 마음대로 지껄여논 적이 있다. 이렇게 미개인적으로 무식하게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도 있지만, 우리나라도 정신적인 관습에 의한 보이지 않는 억압의 틀이 여전히 존재한다. 세상은 여전히 여성으로 살아가기엔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 내가 이렇게 찜찜한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는 사실도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야기를 시작하면 한도끝도 없겠다. 그만 쓸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