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의 역습 - 당신이 몰랐던 우유에 관한 거짓말 그리고 선전
티에리 수카르 지음, 김성희 옮김 / 알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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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난 어릴 때부터 우유를 많이 먹었다. 지금도 하루에 200mL 두팩 이상씩 꼬박꼬박 먹는다. 목이 마를 땐 500mL를 원샷하기도 한다. 주위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 흰우유를 잘 먹느냐고 묻는다. 칼슘 보충을 위해, 그리고 내뼈의 건강을 위해 마시는 것도 있지만 우유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유 덕분에 내 키가 남들보다 조금 더 크지 않았는가 생각해보기도 한다. ㅎ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지금 마시고 있는 우유의 양을 줄여야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유는 완전식품이라 여길 정도로 자라나는 성장기 아이들은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한 식품으로 알려져 왔다. 또한 칼슘 섭취의 보고이자, 골다공증의 예방에 매우 유익하다는 믿음은 절대적이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물론이고, 영양전문가들이나 의사들 조차 우유를 많이 마실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티에리 수카르는 그동안 우리가 믿어왔던 우유의 이로운 점들에 치명타를 가하며 우유를 너무 마시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고 이야기한다.

  

우유가 완전식품이라고 우리에게 인식되어진 것은 낙농업자와 유제품 가공업자들이 만들어낸 거짓 신화란다. 20세기들어 유제품 가공업이 발달하면서 유제품 가공업자들은 낙농업자와 결탁하여 정부에 로비를 펼쳤고, 학교 급식등으로 우유를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을 차츰 넓혀갔다. 우유의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 의료계의 힘을 빌렸으며, 낙농업계가 후원하는 각종 컨퍼런스와 학회, 박람회를 통해 우유 영양에 대한 과대 포장은 점차 심화되었고, 의료계 또한 강력한 스폰서를 외면할 수 없었기에, 전문가들에게 검증된 확신과 더불어 일반인들의 우유에 대한 최면과 맹신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유 및 유제품이 필수 영양목록에 버젓이 올라가 있다. 

 

일반 대중들이 우유에 걸린 가장 강력한 최면은 바로 '우유 속의 칼슘은 우리의 뼈를 튼튼하게 하기 때문에 많이 마셔야 뼈가 쉽게 부러지지 않으며,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우유는 많이 마실수록 좋은 것이며, 칼슘 섭취 또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의하면 칼슘 섭취와 골량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으며, 칼슘이 골다공증을 예방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 부추긴단다.

 


그 첫번째 논거로 우유와 동물성 지방을 적게 먹는 나라일수록 국민들이 더 건강한 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제품을 많이 먹는 북미,북유럽, 오세아니아 지역의 국민들의 골절률이 아시아, 남미 지역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것이다. 식습관 차이가 그와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더 확실한 논거로 중국과 홍콩의 예를 보여준다. 오랫동안 영국령으로 서구식문화가 익숙해진 홍콩은 중국에 비해 골절률이 훨씬 더 높았다.(4배나 차이난다)  
한술 더떠서 과도하게 유입된 우유 칼슘은 뼈가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을 소진시켜 오히려 골다공증을 촉진시킬 수 있단다. 게다가 우유 속 IGF-1 물질은 우유의 주단백질인 카제인과 반응하여  암, 당뇨병, 심근경색 등을 유발할 수 있단다.

 

결국 우유 섭취는 우리에게 이로운 점보다 좋지 않은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이 더 높으며, 낙농업계에서 선전하는 여러 이로운 점조차 하나하나 분석해서 따지고 보면 근거없는 이야기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 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한 칼슘 권장량 또한 터무니 없이 높은 수치이며, 우유를 먹지 않고도 칼슘을 섭취할 수 있는 방법까지 소개해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정말 우유가 먹는 것에 겁이날 지경이다. 어쨌든 우유칼슘과 골다공증 문제만큼은 이책의 논거가 꽤 설득력있다.

 

저자는 말하는 것을 요약하면..'우유를 먹고 싶으면 먹어라.. 먹는 게 좋다면야 그걸 어찌 막겠느냐...다만 건강을 위해서 먹는다는 생각은 집어치워라.!' 라는 것이다.

 

하긴 서구화된 식문화에서 유제품을 배제하기란 일부러 노력해도 어려울 것이다. 심지어 닭고기와 맥주 속에도 락토오스가 들어간다던데... 다만 내 몸속으로 매일매일 들어가는 수백 mL의 우유가 조금 부담스러워졌다고나 할까?  

이책의 내용을 무조건 믿는 것은 아니다. 이책은 지나치게 우유의 부작용에 대해 나열해놨다. 우유 칼슘이나 단백질이 좋은 효과로 과대광고 되었다는 점에선 알겠다. 하지만 모두 안좋다고 믿기엔 거기에도 의심이 가지 않는가? 그리고 이책에 제시되어 있는 문제의 모든 이유가 우유 단백질이나 칼슘의 영향이라고 확신할만한 뚜렷한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연구논문이나 이론은 재차 수정되게 마련이고, 사람에 따라 주장하는 바가 다르다. 커피도 몸에 좋다는 사람도 있고 아니라는 사람도 있듯이....  
뭐든지 맹신하지 않고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여러가지 정보도 가려서 듣고 알아서 판단하고...
하루에 우유 400mL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너무 많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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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02 0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백년의 고독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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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든 영화든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만한, 다시 말하면 리얼리즘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야 쉽게 공감하고 감동도 받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전혀 다른 형태를 지향한다. 사실과 환상, 사실과 허구가 적당히 초현실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형태라는, 내겐 이름조차 생소한 '마술적 사실주의(Realismo Masico)' 라는 독특한 장르..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바로 이 작품에서 이런 독특한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 이 작품을 포함하여 최근에 읽은 라틴 아메리카계 소설 <달콤 쌉싸름함 초콜릿>에서도 이 기법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았다. 상상력이 부족한 내겐, '환상'이라는 것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차라리 모든 것이 환상 그 자체라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가 환상이고 어디서부터가 사실인지 이 두가지 요소가 적당히 섞여 있는 이 작품은 나로선 이해하기 참 힘들다.

 

<백년의 고독>... 이 책을 처음 펼치 읽기 시작하면서 몇번이고 '포기할까, 계속 읽을까'를 망설였는지 모른다. 숨쉴 틈없이 빽빽한 글자와 두권이라는 분량은 결코 내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앞에서 말했던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형태가 쉽게 다가오지 않았고, 그 다음으로는 이름이 똑같은 수많은 주인공들을 가려내는 일은 정말 골치가 아팠다.(아마 이 책을 읽은 분들은 조금 공감하리란 생각이다. 가계도를 보지 않고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것도 읽으면서 수십번 들춰봐야 한다.) 또 가장 큰 문제는 우울한 내용이다. 얼핏 제목만 보아도 느껴지지 않은가...백년 동안의 고독이라니...

 

이 작품은 마꼰도에 정착한 부엔디아 가문의 6대에 걸친 이야기로, 그 속엔 가족의 고통, 절망, 사랑 이야기뿐만 아니라 콜롬비아의 이데올로기 투쟁과, 현대문명, 제도의 침략 등의 역사를 담고 있다. 부엔디아 가문의 역사와 소설 속 여러가지 사건들의 역사는 교묘하게 반복되며 맞물려 있다. 그 중심에 총체적으로 선고되어 있는 것은 바로 '고독'이고, 이 고독은 대를 이어 되풀이되는 가족의 운명이 된다. 또한 그들 가족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고독의 중심은 근친상간에 의해 고착되어 있다.'백년 동안의 근친상간'이라 말해도 될만큼 가족 구성권 간에 복잡하게 얽혀 있다.'가문 최초의 인간의 나무에 묶여 있고, 최후의 인간은 개미 밥이 되고 있다라는 예언 같은 말이 실제화되며 이 책이 끝날 때까지 난 이 가족들의 고독과 환상을 뒤쫓아 다니느라 숨이 찰 지경이었다.

 

2권 마지막 몇장까지 모두 읽고 나니 머릿속에서 띠용~하는 느낌과 함께 그동안 뒤죽박죽 머릿속에 들어와 있던 내용들이 단번에 정리가 되었다. 6대에 걸쳐 등장한 수많은 이름 똑같은 인들을 특별히 구별해야 할 의미도 없어졌다.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ㅎ 이 마지막 몇장을 위해 일주일간 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해야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하나의 깨닮음과 동시에 마음이 후련해지면서 기분이 편해졌다. 마치 한편의 가족사를 통한 '라틴신화'를 본 느낌이었다. 두리뭉실 복잡하게 얽혀있던 것들이 조금 정리가 되었다.. '아 그런거였구나!'

 

하지만 아직도 이 책에서 놓친 부분이 많다. 마르케스가 뭘 말하려 했는지 어렴풋이 감은 잡았지만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상당하다. 우선 책의 내용이 내겐 상당히 불편했다. 평탄하지 않는 가족사과 근친상간의 이야기들이 그랬다. 근친상간은 서양 세계와의 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시도에서 실패하고 수세기 전부터 고독 속에 갇힌 채 자신들의 근본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의 은유적인 표현이라 하였다. 하지만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마르케스가 말하는 라틴아메리카의 고독에 대한 것들이 조금은 이해되었지만 쉽게 와닿지 않았다. 또 무엇보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그가 이야기하는 환상 속에서 본질을 짚어내는 것이었다.

 

전에 하루키의 소설 <태엽감는 새>와 <해변의 카프카>와 같은 작품들이 떠올랐다. 난 이 작품들을 두번씩 읽었다. 왜냐하면 처음 읽었을 때 뭔소리인지 이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그의 작품들이 익숙하게 다가온다.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현실과 환상을 구분해서 생각하면 하루키의 작품 또한 참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 되버린다. 환상과 실제를 구분하는 것으로부터 우린 이미 그 작품과 멀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현실은 불가시적 세계로 둘러싸인 포괄적인 전체를 뜻한단다. 그런 의미에서 익숙하지 않은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것을 이해하고 이 작품을 한번 더 읽어보면 그땐 뭔가 더 이해되고 느끼는 것이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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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파라다이스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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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간만에 한국 신작소설을 읽을까 둘러보던 중 표지와 제목만 보고 충동적으로 가져다 읽은 책이다. 줄거리는 당연히 모르고. 작가도 책을 받아 본 이후에 알았다. 책의 내용을 미리 알고, 그 책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듣고, 어느 정도 괜찮은 책일 것 같다는 믿음을 갖고 심사숙고해서 선택해서 읽는 책들도 있지만, 이렇게 아무생각 없이 가져다 읽은 책에서 예기치 못한 새로운 충격과 황당함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개중에는 감동적인 것, 또 미처 알지 못한 새로운 지식을 안겨다 주는 책들도 있지만, '역시 그냥 가져오는 게 아니었어' 하며 돈아까움에 치를 떨며 내던지는 책들도 있다. 하여간 책을 알아보고 고르든, 아무렇게나 집어오든, 이것도 내겐 독서의 즐거움이다.

 

굿바이 파라다이스...
일단 느낌은 ㄷㄷㄷㄷㄷㄷㄷㄷ
제목처럼 파라다이스'라고 하는 생각은 일찍감찌 없애버리는 것이 좋다. 이런 장르를 뭐라한다지? 엽기, 써스펜스, 쓰릴러...아님 하드코어?????
눈알이 대롱대롱하고, 쓱쓱 톱질을 해대고, 접착테이프로 살점을 뜯어내기도 하고, 전기로 태우기도 하고....게다가 SM까지..
책을 읽는 내내 섬짓함에 소름이 돋은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미리 내용이라도 아니 최소한 장르라도 알고 있었더라면 마음의 대비(?)를 했을텐데..쏟아져 나오는 핏빛 선율에 그냥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였다.강지영이란 작가 잘 모르지만 여자인 것 같은데 눈알을 뽑아내고, 손가락을 잘라내는 붉은빛 핏물이 줄줄 흐르는 이야기들을 어쩌면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하는지....ㄷㄷㄷㄷㄷㄷ

 

솔직히 난 이런 종류의 장르 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렇게 피가 낭자한 이야기는 굉장히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어젯밤 이 책을 보느라고 거의 날샜다. 그만큼 이야기의 몰입도는 거의 최상이었다. 그저 잔인하고 엽기적인 이야기라고 하기엔 하나하나 내용 속에 품은 생각들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또한 각각 이야기가 갖는 짜임새 있는 구성과 이어지는 내용에 대한 궁금증은 이책을 손에서 놓기 싫게 만들었고, 작품 속에 나를 완전히 매료되게 만들었다. 강지영..그녀의 상상력과 필력은 너무 감탄스러웠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책은 몇개의 중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출관계로 만난 기묘한 남과여, 빈촌에 사는 끝자의 양딸이 되기 위해 싸움하는 여자들, 재건축 빌라에 사는 소설가 지망생과 그 아래층 입주자, 둘 중하나를 죽여야 사는 샴쌍둥이, 사향나무아래서 에로소설을 탐닉하는 노파 등등 각각의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들 조차 인상적이다. 각각의 내용이 모두 다르지만, 인간의 탐욕이 부른 비극적인 이야기라는 것에 공통점이 있다.

 

만약 내가 이 소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상당히 거북한 소재니깐.. 하지만 읽고 난 지금 꽤 괜찮았다는 느낌이다. 그 잔혹성이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긴 아니니 오해가 없길...
잔혹하지만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은 분들, 또 이런 종류의 소설을 읽는 데 매우 강한 거부감이 없다 하신 분들이라면(약간의 거부감 정도라면 괜찮음) 한번쯤 읽어볼만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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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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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쉽게 쓰여진'.....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다룬 책 치곤 매우 짧고 쉽게 쓰여진 것이 맞긴하다. 그런데 과연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을 만큼 쉬운가? 솔직히 이 분야에 특별한 관심이 있다거나 전공을 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흔히 물리학에서 이야기하는 복잡한 수식이 빠져 있고, 빤딱빤딱한 종이에 그림을 많이 수록하여 얼핏 어렵지 않은 느낌을 주긴 했지만, 막상 책장을 넘기고 읽기 시작하면 그 내용이 만만치 않다. 물리학이나 천문학이라는 자체가 우리에게 매우 골때리는 학문으로 인식되어진 데다가, 자연과학이란 분야가 웬지 우리 세계와 멀리 떨어진 학문인 것 같이 여기기 때문이다.

 

우주 물리학자로 유명한 스티븐 호킹 박사, 그는 우리가 속해 있는 우주와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흐름에 관련된 것들을 물리학 법칙으로 쉽게 설명하고자 하였다. 그것이 바로 이책 <시간의 역사>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프톨레마이오스에 이르기까지 구축된 우주 모형과 현재 많은 부분에서 이슈가 되는 뉴튼와 아인슈타인 이론 등에 대해 각각의 원리와 한계점 그리고 각각의 이론들이 추구하는 목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시도하고자 하는 것은 우주 전체를 단일화하려는 이론의 정립이다. 이른바 대통일이론(GUT : grand unified theory)이라고 하는 것으로 그동안 세계관을 구축했던 많은 이론들을 단일화하려는 노력이다. 그 중심이 되는 두가지 축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며, 대통일이론을 현실화하면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 예견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대통일이론이란 것은 매우 불가능하다. 우주 전체를 기술하는 모든 이론은 수학적으로 너무 복잡해서 정확한 예측결과를 추정해낼 수 없으며, 그 예측을 끌어낸다 하더라도 실험적으로 재현하기 어려운 맹점이 있다. 이밖에도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호킹 박사는 이 이론을 발견한다면 머지않아 모든 사람들이 그 이론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렇게 되면 철학자들과 과학자들 일반인 모두가 우주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토론을 할 수 있단다. 그 질문에 답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인간 지성의 승리이고, 그것은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란다.

 

일반인들도 우주 원리에 대해 과학자들과 토론할 수 있을 거라고? 과학계에 찬물을 끼얹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호킹박사의 꿈도 야무지시다. 물론 대통일이론인지 뭔지 끌어낼 수 있다면 과학계에 혁명이 일어날 것이란 것은 알겠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과학이론이란 것에 의문이 든다. 솔직히 대통일이론 이전에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또 그외 약력, 전자기력, 양자중력 등등 각각의 이론과 원리를 이해하는 데도 공학을 전공한 나조차 버버버벅대는데, 일반인 모두가 이해하고 토론할 미래가 올지 의문이다. 밝은 미래에 대한 회의가 아니라 현재 과학이란 학문이 우리 사회에 위치하고 있는 괴리성에 대한 회의이다.

 

사회과학이나 경제학 분야는 웬지 우리가 생활하는 데 피부에 와 닿게 느껴지는 것이 많고, 철학 또한 동떨어져 보이는 듯 하지만 인간 본성에 대한 본능적인 성찰로 하여금 학문에 몰두하게 만든다. 예술도 많이 대중화되어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간다. 하지만 자연과학 분야는 점점 일부 특정인들만의 탐구인양 현실세계에서 점점 고립되어 가는 것 같다. 과학기술이 발달해야 나라의 기반이 잡히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자연과학이란 학문의 괴리감은 점차 커져가는 것 같다. 공부하는 학생들 조차 점점 과학을 기피하고 멀리하니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호킹 박사가 일반일들을 위해 내놓은 이 책 <시간의 역사>도 좀더 쉽게 우리에게 우주 물리학 법칙을 이해시키고, 과학이란 학문에 관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쓰셨을 거다. 같은 제목에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도 있다. 일반인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과학자의 마음이 엿보인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학생들이라도 좀더 과학에 관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렇게 과학책을 읽고 리뷰를 쓰고 과학에 대한 포스트를 올리는 것은 물론 내가 좋아서가 가장 큰 이유지만, 누구나 과학이란 분야를 접근하기 쉽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방학숙제 또는 필요에 의해서 우르르 몰려왔다 줄거리만 베끼고 갈 것이 아니라, 차분히 과학책을 직접 읽어보고 생각을 넓히려는 노력을 조금 더 해줬으면 좋겠다.

 

이제 우리나라도 우주선을 띠우고 우주로의 항해에 다가설 날이 머지 않았다. 그저 바라만 보고 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조금더 관심을 갖고 과학적인 접근과 열린 생각을 키워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블랙홀, 웜홀과 시간여행... 그 주제만으로도 꽤 흥미롭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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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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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누군가 내게 이렇게 물어온다면, 이 가을 난 망설이지 않고 단숨에 대답할 수 있다. "네 좋아해요.." ^^
책속의 시몽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 장면을 떠올리면 몸에 전율이 일만큼 손끝부터 지릿 저려온다. 꽤 근사하고 낭만적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현실 속에서는 내게 그렇게 물어주는 사람이 없기에, 상상만으로도 손가락과 발가락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지만..ㅋㅋ 웬지 즐거워진다.  브람스의 음악만큼 가을에 어울리는 것도 없다. 프랑수아즈 사강, 그리고 브람스.... 그 두사람이 불지핀 가을 정취로 이 책을 읽는 내내 취해버렸다.


 

39살의 실내장식가 폴과 그보다 나이가 좀더 많은 로제는 오랫동안 연인 사이다. 너무 오래 사귀어 로제에게 익숙해진 폴..둘 사이에 서서히 권태가 찾아올 무렵, 폴에게 25살의 매력적이고 잘생긴 변호사 시몽이 눈앞에 나타난다. 시몽은 폴이 실내장식을 의뢰받은 부인의 아들이었는데, 폴을 보고 첫눈에 반해 적극적으로 다가선다. 폴보다 14살이나 어린데다가 눈에 띨 정도로 잘생긴 외모..게다가 조금 능글능글한 구석까지..시몽에 대한 나의 처음 느낌은 잘생긴 부잣집의 날나리 도련님 정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의외로 소심하고 또 마음이 약하며 순수했다.
무작정 폴을 찾아 기다리고, 한없이 그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그녀에게 편지를 쓰는 시몽.. 이 남자 꽤 로맨틱하고 귀엽잖아...

 

일요일 아침, 폴은 문 아래 편지가 와있는 것을 발견한다. 시몽에게서 온 것이었다. 연주회에 같이 가자는 내용과 함께 덧붙여진 이 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녀의 집중력은 옷감의 견본이나 늘 부재중인 한 남자에게 향해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아를 잃어버렸다. 자기 자신의 흔적을 잃어버렸고 결코 그것을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녀는 열린 창 앞에서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잠시 서 있었다. 그러자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물론 그녀는 스탕달을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고, 실제로 자신이 그를 좋아한다고 여겼다. 그것은 그저 하는 말이었고??면 그녀는 로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뿐인지도 몰랐다. <p.57>



얼핏 진부한 삼각관계의 삼류 연애소설 같은 줄거리 같지만(만약 내가 이소설의 줄거리를 미리 알았더라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주인공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아름다운 문장은 한편의 매혹적인 작품으로 내 머릿속에 완전히 각인되어 들어왔다. 폴과 시몽의 이야기는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 때문인지 평생을 연상의 여인 클라라를 위해 마음을 바쳤던 브람스의 순애보적인 사랑이야기가 떠오르면서 내게 더욱 애틋하게 다가왔다. 또 슬프면서 아름다운 브람스 3번 교향곡이 자꾸 머릿속에서 윙윙 돌았다.



 

일시적 사랑일지도 모르는 시몽과의 열정과 오래된 연인 로제와의 익숙해져버린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폴의 마음이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서 읽는 내내 나또한 마음이 저렸다. 폴을 향한 시몽의 순수하고 헌식적인 사랑도 애틋했고, 폴, 시몽, 로제 세사람의 틀어진 관계와 그들 각각의 마음에 모두 신경이 쓰였다. 너무 몰입했던 나머지 나혼자 피식 웃기도 했다가 슬프고 마음 아프기도 했다가 분노에 화를 내기도 했다 하면서 빠져들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물음표가 아닌 점 세개로 끝나는 것을 고집했다던 사강

그 점세개의 의미가 어렴풋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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