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고독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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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든 영화든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만한, 다시 말하면 리얼리즘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야 쉽게 공감하고 감동도 받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전혀 다른 형태를 지향한다. 사실과 환상, 사실과 허구가 적당히 초현실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형태라는, 내겐 이름조차 생소한 '마술적 사실주의(Realismo Masico)' 라는 독특한 장르..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바로 이 작품에서 이런 독특한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 이 작품을 포함하여 최근에 읽은 라틴 아메리카계 소설 <달콤 쌉싸름함 초콜릿>에서도 이 기법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았다. 상상력이 부족한 내겐, '환상'이라는 것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차라리 모든 것이 환상 그 자체라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가 환상이고 어디서부터가 사실인지 이 두가지 요소가 적당히 섞여 있는 이 작품은 나로선 이해하기 참 힘들다.

 

<백년의 고독>... 이 책을 처음 펼치 읽기 시작하면서 몇번이고 '포기할까, 계속 읽을까'를 망설였는지 모른다. 숨쉴 틈없이 빽빽한 글자와 두권이라는 분량은 결코 내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앞에서 말했던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형태가 쉽게 다가오지 않았고, 그 다음으로는 이름이 똑같은 수많은 주인공들을 가려내는 일은 정말 골치가 아팠다.(아마 이 책을 읽은 분들은 조금 공감하리란 생각이다. 가계도를 보지 않고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것도 읽으면서 수십번 들춰봐야 한다.) 또 가장 큰 문제는 우울한 내용이다. 얼핏 제목만 보아도 느껴지지 않은가...백년 동안의 고독이라니...

 

이 작품은 마꼰도에 정착한 부엔디아 가문의 6대에 걸친 이야기로, 그 속엔 가족의 고통, 절망, 사랑 이야기뿐만 아니라 콜롬비아의 이데올로기 투쟁과, 현대문명, 제도의 침략 등의 역사를 담고 있다. 부엔디아 가문의 역사와 소설 속 여러가지 사건들의 역사는 교묘하게 반복되며 맞물려 있다. 그 중심에 총체적으로 선고되어 있는 것은 바로 '고독'이고, 이 고독은 대를 이어 되풀이되는 가족의 운명이 된다. 또한 그들 가족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고독의 중심은 근친상간에 의해 고착되어 있다.'백년 동안의 근친상간'이라 말해도 될만큼 가족 구성권 간에 복잡하게 얽혀 있다.'가문 최초의 인간의 나무에 묶여 있고, 최후의 인간은 개미 밥이 되고 있다라는 예언 같은 말이 실제화되며 이 책이 끝날 때까지 난 이 가족들의 고독과 환상을 뒤쫓아 다니느라 숨이 찰 지경이었다.

 

2권 마지막 몇장까지 모두 읽고 나니 머릿속에서 띠용~하는 느낌과 함께 그동안 뒤죽박죽 머릿속에 들어와 있던 내용들이 단번에 정리가 되었다. 6대에 걸쳐 등장한 수많은 이름 똑같은 인들을 특별히 구별해야 할 의미도 없어졌다.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ㅎ 이 마지막 몇장을 위해 일주일간 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해야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하나의 깨닮음과 동시에 마음이 후련해지면서 기분이 편해졌다. 마치 한편의 가족사를 통한 '라틴신화'를 본 느낌이었다. 두리뭉실 복잡하게 얽혀있던 것들이 조금 정리가 되었다.. '아 그런거였구나!'

 

하지만 아직도 이 책에서 놓친 부분이 많다. 마르케스가 뭘 말하려 했는지 어렴풋이 감은 잡았지만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상당하다. 우선 책의 내용이 내겐 상당히 불편했다. 평탄하지 않는 가족사과 근친상간의 이야기들이 그랬다. 근친상간은 서양 세계와의 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시도에서 실패하고 수세기 전부터 고독 속에 갇힌 채 자신들의 근본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의 은유적인 표현이라 하였다. 하지만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마르케스가 말하는 라틴아메리카의 고독에 대한 것들이 조금은 이해되었지만 쉽게 와닿지 않았다. 또 무엇보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그가 이야기하는 환상 속에서 본질을 짚어내는 것이었다.

 

전에 하루키의 소설 <태엽감는 새>와 <해변의 카프카>와 같은 작품들이 떠올랐다. 난 이 작품들을 두번씩 읽었다. 왜냐하면 처음 읽었을 때 뭔소리인지 이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그의 작품들이 익숙하게 다가온다.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현실과 환상을 구분해서 생각하면 하루키의 작품 또한 참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 되버린다. 환상과 실제를 구분하는 것으로부터 우린 이미 그 작품과 멀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현실은 불가시적 세계로 둘러싸인 포괄적인 전체를 뜻한단다. 그런 의미에서 익숙하지 않은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것을 이해하고 이 작품을 한번 더 읽어보면 그땐 뭔가 더 이해되고 느끼는 것이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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