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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파라다이스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간만에 한국 신작소설을 읽을까 둘러보던 중 표지와 제목만 보고 충동적으로 가져다 읽은 책이다. 줄거리는 당연히 모르고. 작가도 책을 받아 본 이후에 알았다. 책의 내용을 미리 알고, 그 책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듣고, 어느 정도 괜찮은 책일 것 같다는 믿음을 갖고 심사숙고해서 선택해서 읽는 책들도 있지만, 이렇게 아무생각 없이 가져다 읽은 책에서 예기치 못한 새로운 충격과 황당함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개중에는 감동적인 것, 또 미처 알지 못한 새로운 지식을 안겨다 주는 책들도 있지만, '역시 그냥 가져오는 게 아니었어' 하며 돈아까움에 치를 떨며 내던지는 책들도 있다. 하여간 책을 알아보고 고르든, 아무렇게나 집어오든, 이것도 내겐 독서의 즐거움이다.
굿바이 파라다이스...
일단 느낌은 ㄷㄷㄷㄷㄷㄷㄷㄷ![](http://blogimgs.naver.com/nblog/mylog/post/emoticon/1_50.gif)
제목처럼 파라다이스'라고 하는 생각은 일찍감찌 없애버리는 것이 좋다. 이런 장르를 뭐라한다지? 엽기, 써스펜스, 쓰릴러...아님 하드코어?????
눈알이 대롱대롱하고, 쓱쓱 톱질을 해대고, 접착테이프로 살점을 뜯어내기도 하고, 전기로 태우기도 하고....게다가 SM까지..
책을 읽는 내내 섬짓함에 소름이 돋은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미리 내용이라도 아니 최소한 장르라도 알고 있었더라면 마음의 대비(?)를 했을텐데..쏟아져 나오는 핏빛 선율에 그냥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였다.강지영이란 작가 잘 모르지만 여자인 것 같은데 눈알을 뽑아내고, 손가락을 잘라내는 붉은빛 핏물이 줄줄 흐르는 이야기들을 어쩌면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하는지....ㄷㄷㄷㄷㄷㄷ
솔직히 난 이런 종류의 장르 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렇게 피가 낭자한 이야기는 굉장히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어젯밤 이 책을 보느라고 거의 날샜다. 그만큼 이야기의 몰입도는 거의 최상이었다. 그저 잔인하고 엽기적인 이야기라고 하기엔 하나하나 내용 속에 품은 생각들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또한 각각 이야기가 갖는 짜임새 있는 구성과 이어지는 내용에 대한 궁금증은 이책을 손에서 놓기 싫게 만들었고, 작품 속에 나를 완전히 매료되게 만들었다. 강지영..그녀의 상상력과 필력은 너무 감탄스러웠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책은 몇개의 중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출관계로 만난 기묘한 남과여, 빈촌에 사는 끝자의 양딸이 되기 위해 싸움하는 여자들, 재건축 빌라에 사는 소설가 지망생과 그 아래층 입주자, 둘 중하나를 죽여야 사는 샴쌍둥이, 사향나무아래서 에로소설을 탐닉하는 노파 등등 각각의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들 조차 인상적이다. 각각의 내용이 모두 다르지만, 인간의 탐욕이 부른 비극적인 이야기라는 것에 공통점이 있다.
만약 내가 이 소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상당히 거북한 소재니깐.. 하지만 읽고 난 지금 꽤 괜찮았다는 느낌이다. 그 잔혹성이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긴 아니니 오해가 없길...
잔혹하지만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은 분들, 또 이런 종류의 소설을 읽는 데 매우 강한 거부감이 없다 하신 분들이라면(약간의 거부감 정도라면 괜찮음) 한번쯤 읽어볼만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