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개개인이 ‘인격체(person)’이며 우리의 행동은 저마다 스스로 내린 선택의 결과라고 믿는다. ‘의식’과 ‘자아’와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을 견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과학적으로 지지되지 않는 기만일 뿐이다. 가령, 신경과학에선 ‘0.5초 지연’ 현상이라는 걸 말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의 행동을 유발하는 내부의 충동은 의식적인 결정을 내리기 0.5초 전에 일어난다. 즉 의식적으로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에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먼저 행동할 준비를 갖춘 다음에 우리는 그 행동을 경험한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의식의 대역폭이 적기 때문인데, 일상생활에서 초당 1,400만 비트 정도의 정보를 처리한다면 의식에 감지되는 것은 그 백만 분의 1에 불과한 18비트 정도다 

우리는 자신을 통합적이고 의식적인 주체라고 생각하지만, 최근의 인지과학은 통상적인 자아 개념이 환상이라고 일러준다. 우리의 자아도 ‘생명 조직상의 패턴’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발견은 우리가 ‘인간 종 중심주의’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걸 말해준다. 더불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도 다른 동물의 욕구가 추상적인 모습을 취한 것일 뿐이란 사실을 직시하도록 해준다. 시인 브로드스키를 인용하여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대한 진리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인간의 진리가 아니어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좋은 삶이란 진보를 꿈꾸는 삶이 아니라 삶의 비극적 우연성을 헤쳐 나가는 삶이다. 그것은 목적 없는 삶, “어떠한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 사실들”을 그저 바라보는 삶이다.  

로쟈의 페이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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