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짐승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9
모니카 마론 지음, 김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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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으로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불륜을 소재로 한 창작물은 너무나 많기 때문에 꽤나 자주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역시 불륜이라는 이름의 사랑에 공감하는 것은 내겐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불륜을 통해서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작품을 예로 들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이 합쳐진 상황을 작품 속 나와 프란츠의 만남과 사랑(불륜)에 빗대어 그린 거라면? 하지만 그것 역시 잘 모르겠다. 나와 프란츠의 사랑에 어떤 의미도 부여할 수 없는데 그것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이든 당연히 이해할 수 없다. 

얇은 책이지만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이유는 위에 말한 바와 같다. 마음에 남는 문장은 꽤 많았지만 '나'의 사랑을 뭐라고 생각해야 할지 다 읽고 나서도 알 수가 없다. 


전쟁이 없다면 남자들도 여자들과 똑같이 그저 인간일 것이다. 죽음에 대한 용기와 기사의 충성심같이 남자들의 것으로 간주되는 일정한 특성들이 오직 전쟁을 통해 규정되고 미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전쟁이 남자들을 말살시킴으로써 그들을 그렇게 소중한 존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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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1
서이레 지음, 나몬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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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활동이 지금보다 자유롭지 않았던 시대에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읽는 경험은 2020년에도 여전히 짜릿하고 두근거린다. 세상의 모든 여자들에게 보여주고픈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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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제국 1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세욱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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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두 가지 갈래로 시작한다. 하나는 기억에 장애가 있는 여자가 자신의 기억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고 두번째는 얼굴이 사라진 세 구의 시체가 나온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이야기이다.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사건은 소설 중반쯤 충격적인 반전으로 연결되지만, 이후의 전개는 투머치라고 느껴질 만큼 산만하다. 초반의 전개 때문에 스릴러나 미스터리를 기대하고 읽으면 실망하기 십상. 이후로도 몇 번의 그럴듯한 반전으로 독자의 주의를 끄는 데는 성공하지만 끝까지 읽고 나서도 무슨 이야기인지 잘 알 수가 없다. 그랑제라는 작가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을까. 혹은 초기 작품보다는 수년 후에 나온 소설들이 더 재미있는 걸까. 잘 모르겠다. 소설 중반의 숨막히는 전개가 끌어낸 기대감을 무참하게 무너뜨리는 결말 때문에 좋은 기억으로는 남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일단은 『악의 숲』을 읽어보기로. 

이 모든 일은 공포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이 모든 일은 공포와 더불어 끝날 터였다. - 2권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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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의 아이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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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 시리즈에서 프롤로그 혹은 외전의 성격을 지닌 작품. 십이국기 시리즈가 나오기 전에 쓰여진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2권의 내용과 겹치는 듯하면서도 많이 다르다.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읽어도 무방할 것 같다. 시리즈의 다른 권들보다 훨씬 으스스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어서 오컬트물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인간의 이기심과 다른 세계에 속한 존재를 대하는 편견과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똑같은 인간끼리도 서로 다른 점을 찾아내어 그것을 옳고 그름으로 구분하려 하는 것이 인간이니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은 정당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의 세계는 한없이 좁고 참담해진다. 

"누구든 모든 사람에게 잘해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겠지. 하지만 순서를 정해야만 할 때도 있는 법이야. 모두를 좋아한다는 건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소리 아닌가.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 - P258

인간은 인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토록 더럽다. - P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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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빌의 유령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6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미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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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가 왜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불리는지는 이 한 권의 소설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행복한 왕자'처럼 선을 찬미하는 동화들도 있지만, 동시에 인간이란 선하기만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는 작품들도 있다. 와일드는 인간을 한 가지 기준으로 재단하기보다 인간이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 존재인지를 묘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고전으로 분류될 만큼 오래된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도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다. 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이처럼 훌륭한 이야기꾼을 일찍 잃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손해인가. 안타까운 일이다. 와일드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캔터빌의 유령』부터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이 세상의 걱정은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고, 이 세상의 슬픔은 하나의 가슴이 느끼기에는 너무 무겁다네. - <어린 왕> 중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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