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드맨 2 - 옹고로의 가면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김동욱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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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작품을 고작 세 편 읽었을 뿐이지만 이제 모로호시 다이지로라는 이름만 봐도 작품에 무조건적인 신뢰가 생길 지경이다. 

끝을 알 수 없는 기괴한 상상,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감, 그리고 상상인지 현실인지조차 구분되지 않는 엄청난 세계관. 


<머드맨>은 신비를 간직한 땅 파푸아 뉴기니를 무대로 원시와 문명의 대결과 조화를 그리고 있다. 

두 권짜리 짧은 이야기인 만큼 전개 속도는 정신없이 빠르다. 


뉴기니의 원시 부족 가완 족의 소년 '코도와'. 그는 미신과 문명이 공존하는 그릇 같은 존재이다. 

그리고 코도와라는 존재에 이끌려 미신이 지배하는 원시의 세계로 성큼성큼 들어서는 나미코. 이 만화의 주인공은 코도와가 아니라 그녀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자연을 향한 회귀가 운명이든 전생이든 그녀의 의지가 깃들어 있음은 반박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모로호시 다이지로 특유의 일관적으로 어색한(!) 그림체가 오히려 신비롭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한층 살리는 것도 재미있는 점.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다른 작품인 <서유요원전>과 함께 봐도 좋을 듯. 


2권 마지막에 실린 단편들은 작가의 넘치는 상상력이 쏟아져 나오는 흥미로운 작품들이니 놓치지 말고 읽어보길 권한다. 약간의 멘탈붕괴를 겪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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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남자
이치진사 편집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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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남자>, <미술 남자>, <문학 남자>. 

보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이 눈을 번쩍 뜨는 제목이다. 게다가 표지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남자들이 가득하니 한 번 펼쳐보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다. 


이 책은 굉장히 먹힐 만한(!) 기획이다. 

화려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유명한 철학자, 미술가, 문학가들을 꽃미남으로 되살려내 여자들의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과연 알맹이는 어떤지 일단 세 편 중 <문학 남자>를 살펴보자. 


작가의 실제 모습이 어떨지 무척 궁금해지는 아름다운 꽃미남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작가에 대한 간단한 소개, 대표작 소개, 그리고 므흣(!)한 에피소드까지. 꽤나 깨알같이 구성하였다. 

책 말미에는 문학가 연표와 재미로 하는 문학가 타입 테스트, 그리고 일본 문학가 소개도 포함되어 있다. 

꽃미남과 만화는 좋아하지만 문학은 아직 잘 모르는 여성 독자들을 위한 문학 입문서쯤....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이 작품의 의도라면 뭔가가 깔끄러워진다. 

분명 주제는 '꽃미남'이 아니라 '문학가'다. 꽃미남은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아니, 그래야 한다. 


그런데 100페이지를 조금 넘는 분량에 무려 스물 다섯 명의 문학가가 소개되어 있다. 마지막의 일본 작가 네 명을 더하면 무려 스물 아홉 명이다. 게다가 다루는 문학가가 문학사에서 내로라 하는 대작가들이다. 언뜻 훑어봐도 수많은 작품과 깊은 작품 세계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최대한 쉽고 가볍게 그려내려다 보니 그들의  무게감과 진정성을 크게 훼손한 느낌이 없지 않다. 

문학 입문서라기에는 이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도 못한다. 

그냥 예쁜 일러스트, 그게 전부다. 이 점이 나름대로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무척 안타까웠다. 


문학의 저변을 넓히는 독특한 입문서와 문학가를 단순한 볼거리로 만들어 버린 일러스트집. 

이 작품은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날 수는 있겠지만 조금 덜 욕심내서 내용에 충실함에 더 신경썼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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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캡틴
치카 지음, 추지나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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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다는 것은 조금 무모해도 좋은 것. 

젊으니까 자잘한 실수 정도는 웃고 넘어갈 수 있다는 것. 

젊으니까 사소한 문제로 머리 싸매고 고민해도 예뻐 보인다는 것. 


그리고 사랑에 솔직할수록 젊음은 빛난다는 것. 




비록 남자들 몇 명 정도는 맨손으로 쓰러뜨리는 강한 여자지만 남자들이 좋아하는 가녀린 소녀이고픈 란코. 이미지를 바꾸어 연애를 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들어간 고등학교에 여자라곤 자신뿐이고, 심장을 콩닥콩닥하게 해 줄 남학생 따위.... 없다. 


그러나 그녀에게 찾아온 봄바람이 있었으니, 잘생긴 전학생 타카미네가 온 것이다.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최대한 그에게 여자다움을 어필하려는 란코. 그러나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억지로 될 리가 없어 매번 실수 만발. 

게다가 타카미네는 알면 알수록 수상하다. 


자신도 숨기고 상대에 대해서도 모르는 채로 시작된 사랑을 위한 사랑. 사랑을 사랑하는지 상대를 사랑하는지조차 모르고 그저 돌진하는 사랑. 

하지만 그조차 왠지 부러워지는 것은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마음껏 솔직해도 되는 그때에도 소심하고 조용하게만 살았던 내 모습에 대한 아쉬움, 란코의 당당함에 대한 부러움,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10대일 수 없는 나를 깨닫는 우울함.


그저 즐겁게 웃고 넘길 만한 이야기이건만 나는 오히려 생각이 많아졌다. 지금 다시 고등학생이 된다면 나는 그때와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부질없는 상상 끝에 피식, 웃음이 났다. 




뭐, 그건 그렇고... 

결국 나는 이 녀석이 맘에 들더란 말이다.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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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씨 주부 전업중! 1
하나코 마츠야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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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쇼코 씨는 꽤.... 아니, 엄청나게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다. 

능력 좋고 성격 좋고 인기도 많은, 키가 작은 것 외에는 어디 하나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여자였다. 

그런 그녀가 키만 컸지 허술하고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남자 마코토와 결혼을 하더니 전업주부가 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일에는 뛰어나도 주부로서는 부족한 점이 많은 쇼코 씨. 


예를 들면, 


(...)


쇼코는 의욕이 넘친다. 그리고 마코토를 무지무지 사랑한다. 

 

그렇지만 쇼코와 마코토는 다른 점이 많다.

일단 외모. 마코토는 키가 크고 험상궂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쇼코는 작은 키와 절대동안의 소유자이다. 

성격도 많이 다르다. 


예를 들면,


대략 이런 상황

쇼코는 취향이 확실한(이라고 쓰고 특이한이라고 읽는다) 여자다. 그리고 마코토를 무지무지 사랑한다.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4컷 만화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이 작품은 쇼코와 마코토 부부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하지만 쇼코를 라이벌로 생각하는(물론 쇼코는 기억도 못하지만) 직장 동료 마키토와 마코토의 어릴 적 친구 타이키가 등장하면서 한층 난해(?)해진다. 개인적으로 마키토의 츤데레 캐릭터가 참 정이 간다. 

이 책에 커리어 우먼이 전업주부로 거듭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도움이 되는 정보 따위는 없다. 커리어 우먼이 더 좋은지 전업주부가 더 좋은지에 대해 논하는 책도 아니다. 

그러니 다 내려놓고 그냥 즐기자. 다 읽고 나면 한 가지 메시지쯤은 남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며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그것이 참 행복해 보인다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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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메이드홈 1
나가오 마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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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매우 당연하게 여겨지는 인간관계 중 하나이다. 

엄마, 아빠, 형, 오빠, 누나, 언니, 동생, 할아버지, 할머니. 어느 하나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관계이니까. 

하지만 '혈연'으로 묶인 가족만 가족일까. 가족이라고 해서 가족애까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타케루와 사치오의 만남은 그래서 운명적이고, 자신의 가족들이 아니라 타케루의 가족들 사이에서 비로소 따뜻하게 웃을 수 있는 사치오의 상처는 그래서 가슴이 찡하다. 


"무관심도 엄연한 학대야. 

아무리 의식주가 풍족해도 마음까지 채울 수는 없거든."


부모도 사람이라 마음의 상처가 크면 자식을 돌보지 못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순간 가족은 남보다 못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10대 초반의 사치오가 어린아이다운 천진함보다는 우울함과 시크함을 갖추게(?) 된 이유는 부모의 불화와 무심함이었다. 


'뭐든 자기 혼자 끌어안고 있다가 망가지면 못써...'


길냥이처럼 외롭게 방황하던 사치오에게 손을 내밀어 준 타케루와 그의 가족. 사치오는 이들 사이에서 '어린아이'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고무적인 것은 따로 있다. 

바로 타케루네 가족을 통해서 사치오와 사치오의 엄마가 서로를 가로막고 있던 벽을 조금씩 허물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참 즐거웠다. 

사치오가 엄마를 포기하지 않아서, 사치오의 엄마가 사치오를 내버려두지 않아서. 


그래서 이 만화는 참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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