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철학은 처음이야 - 흔들리는 10대, 철학에서 인생 멘토를 찾다 처음이야 5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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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찬국은 서울대 철학과 교수이다. 박찬국 교수는 지금까지 책으로 많은 현대인들에게 철학을 알려 주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눈높이 철학 수업을 선사한다.

철학이라고 하면 우선은 낯설고 어렵다고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이 있냐 없냐 하는 궁금증부터, 집에서 키우는 개와 나는 다른 존재인가? 다르다면 어떤 점이 다른가? 하는 의문까지 철학에 포함된다. 따라서 철학이란 학문은 낯선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하고 있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철학적 물음들에 대해서 분명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의견을 이미 갖고 있기에 우리는 이미 철학자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종교란 무엇인가’, ‘자본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다소 어려워 보이는 주제이긴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이미 철학자이므로, 이 책을 펼친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다고 독려한다.

저자는 당연한 진리로 전제하는 것들이 과연 참인지를 캐묻는 것이 철학이라 말한다.

그런 의미로 보자면 나는 요즘 매우 철학적이다. 예전에는 돈이 많은 사람이 무척 부러웠다. 부자들은 아무 걱정도 없고, 행복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살아보니 돈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돈이 많아도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고, 돈이 없어도 무척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많이 보았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행복과 돈의 상관관계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행복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자주 하게 되었다.

요즘 청소년들을 보며 가장 우려되는 점은 ‘허무주의’이다. 니체도 허무주의에 빠져 있는 상태야말로 인간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라고 말했다. 

정말 존경하고 따르고 싶은 참 스승의 부재가 청소년들의 허무주의를 확산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거기다가 보이지 않는 경제 계급은 그 벽이 너무 높은 나머지 넘을 수 없다는 좌절감을 주는 것만 같아서 더 서글프다.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더 필요한 것이 철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라도 존경할 만한 스승을 찾고, 그 사람들의 모습을 닮고자 하고 그 모습 가까이 다가갈 때, 우리의 자아 역시 존경할 만한 자아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더 나은 자아를 위해 노력하는 삶이야말로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많은 청소년들이 철학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자아를 발전시키고 존경할 만한 자아가 될 수 있도록 힘쓰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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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좀 울고 시작할게요!
달다 지음 / 다크호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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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삶에서 이력서에 쓰지 못할 일에 몰입한 일이 가장 의미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결과와 상관없이 단지 재미 또는 절실한 마음으로 임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일들은 그 자체로 인생 이력이 된다.

저자에게는 그런 일이 독서와 명상이었다고 한다. 그가 몇 년을 반백수처럼 보내면서 그 일에 몰입했던 이유와 간절함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했다. 또한 그것이 남긴 궤적은 무엇일지 알고 싶었다.

몇 년의 세월은 저자에게 ‘통찰력’이라는 흔적을 남긴 것 같다.

사랑, 아픔, 상처, 관계 등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글과 그림에 잘 담아내고 있다.

그림 몇 컷과 짧은 글에 이 정도의 깊은 내용을 담으려면 어마어마한 내공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 같다.

글 곳곳에서 저자의 집요함을 엿볼 수 있었는데, 저자의 통찰력의 상당 부분은 이 집요함에도 지분이 있을 것 같다.

작정하고 끝없이 자문을 던진 결과물이라 그런지 묵직한 울림이 있는 책이었다.

책의 대부분의 내용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중에서도 <나의 리본이 되어 줘>라는 그림이 감동적이었다.

헤어짐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해서 덜 슬픈 것도 아니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도 없는 슬픔이다. 오롯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혼자만의 몫이다. 그럼에도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 것은 출구를 알려주는 길잡이 리본이라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시아버님께서 영면하셨다. 내 슬픔도 슬픔인데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슬픔은 감히 짐작이 안 된다. 그래도 주위의 따뜻한 위로를 받으며 힘을 내서 출구를 찾는 모습을 보면서 안도되었다. 나도 옆에서 남편의 리본이 되어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삽을 든 사람들>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삽질도 잘만 하면 ‘동지’라는 보물을 얻을 수 있구나 싶다. 

집요한 삽질이 서로를 향한 이해가 되고

이해가 사랑이 되는 과정을…

삽질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고, 격려와 위로를 해준다면 좀 더 살만해질 것 같다.

설레는 봄 좋은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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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아이 욱하는 엄마 - 우리 아이 사춘기에 평생 인성, 사회성, 공부력을 잡아주는 감정수업
곽소현 지음 / 길위의책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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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말씀하셨다. 자식 자랑, 건강 자랑은 하는 게 아니라고.

엄마가 되기 전까지는 이 말이 그렇게 지키기 어려운 말일 줄 몰랐다.

아이가 처음 두 발로 우뚝 섰을 때부터 시작해서, 달리기에 일 등을 한다거나, 백 점을 받는다거나, 상을 탔을 때 자랑하지 않기는 매우 힘들었다. 

그리고 사춘기에 흔히 하는 작은 반항도 하지 않고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딸은 늘 은연중에 말썽 한 번을 안 피우고 컸다고 자랑하고 다녔다.

하지만 심리치료 전문가인 곽소현 박사는 사춘기에 겪어야 할 것은 겼어야 아이가 제대로 성장한다고 말한다. 말썽도 부려보고, 부모에게 반항도 해보고, 화도 내보고, 감정 표출을 해봐야 한다고 했다. 부모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배워나간다는 것이다.

사춘기도 총량의 법칙을 따르나 보다. 사춘기에 하고 지나가야 할 반항을 하지 않고 지나가면 언젠가는 반항하는 시기를 반드시 거치게 되는…….

사춘기를 제대로 겪지 않으면 결국 성인이 되어 뒤늦게 사춘기를 겪기도 한다.

이래서 어른들이 자식 자랑은 하지 말라고 했나 보다. 생각해 보니 참 우스운 일이다. 엄마가 나서서 “언제 반항기가 올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니 건드리지 마세요.”라고 광고하고 다닌 꼴이다.

사춘기는 인지능력은 최고조에 이르지만 자신의 욕구 통제나 타인 배려가 잘 안되는 시기라고 한다. 그래서 이 시기에 지식이나 공부도 중요하지만,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에 대처하고 민첩하게 올바른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는 감정 조절 능력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우리 아이들이 사춘기를 건강하게 보내야 성인이 되는 준비 과정이 순조롭다고 했다. 그리고 사춘기를 건강하게 보내려면 무엇보다 감정을 잘 다스리는 법을 꼭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까칠한 아이 욱하는 엄마』는 사춘기 아이들을 위한 감정 수업을 담은 내용이다.

『젊은 ADHD의 슬픔』의 저자 정지음 작가는 우울증자에게 필요한 언어가 어린 시절에 들었거나 듣지 못했던 그 말들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래서 실제로 우울감이나 자괴감이 느껴질 때마다 육아서를 펼쳐보곤 한다고 했다.

육아서를 읽으면 인간 본성에 대한 전문가의 통찰을 얻을 수 있고, 때로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관계에 대한 이해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기도 한다고 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정지음 작가가 육아서를 읽는 마음이 공감됐다. 이 책을 통해 사춘기 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아이에 대한 이해는 아이와의 관계에 대한 이해로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

여전히 사춘기 딸과의 관계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지만, 그럼에도 어느 지점만큼은 절대 밟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정도는 감지가 되는 것 같다.

또한 나의 내면 아이가 사춘기 때 듣지 못했던 말들을 스스로에게 건네기도 했고, 사춘기에 반항 한번 하지 않고 자란 큰 딸에게 혹시나 원망하는 마음이 남아 있으면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책은 사춘기 청소년,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뿐만 아니라 사춘기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읽으면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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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순자 -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한 철학 수업 오십에 읽는 동양 고전
최종엽 지음 / 유노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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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하는 공부의 목적이 취업이나 승진을 위해 기업이나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다면, 중년에 하는 공부는 나를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드는 ‘나를 위한 공부’여야 한다는 말이 너무 와닿았다. 

나도 요즘 들어 부쩍 젊어서 한 공부보다 지금 내가 원해서 자발적으로 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공부가 더 즐겁고, 좋은 책을 만나면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저자는 삶이 순조로운 시기에는 《논어》나 《맹자》를 읽어 보는 것이 좋지만, 도전이 필요한 시기에는 《순자》를 읽어보라 권한다. 더 멋지고 더 가치 있는 삶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도 기존의 생각 때문에 움직일 수 없다면 이제 《순자》를 읽어야 할 시간이라 말한다.

이 책은 순자의 기본 철학과 순자가 피력하는 삶의 과제, 삶의 원칙, 삶의 기본을 바탕으로, ‘나의 강점 선택과 강점 강화’라는 50대의 현실적인 과제를 다루고 있다.

사실 순자라고 하면 고등학교 때 외운 ‘순자는 성악설, 맹자는 성선설’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40대 초반에 《논어》는 짬짬이 접했기에 공자는 좀 친숙한데, 순자는 영 낯설었다.

그런데 순자는 나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흔하게 사용하던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을 처음 한 사람도 순자라고 한다.

《순자》를 읽을수록 순자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물건을 생성하는 자연을 단지 사모하는 것보다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게 더 낫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사람의 입장을 버리고 하늘만 생각한다면 곧 만물의 진정한 모습을 잃을 것이다.

《순자》 <천론편> 11장

순자는 하늘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이용의 대상으로, 무작정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자연을 이용하고 활용해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편이 낫다고 했다.

지금 읽으면 매우 당연한 진리이지만, 하늘과 자연의 섭리에 의지하던 그 당시에는 엄청나게 획기적인 주장이었을 것 같다.

순자의 이런 가르침은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라는 생각으로 지금의 내 모습이 변하지 않는 타고난 모습이라 살 것이 아니라, 내 강점을 활용해 원하는 삶으로 만들어 내라는 의미가 담긴 듯하다.

‘나는 생긴 대로 살련다. 이 나이에 뭘 바꾼다고…….’ 이런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순자를 만나고 ‘좀 바뀌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저자가 왜 오십에는 《순자》를 읽으라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순자》를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고맙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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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 찬란 실패담 - 만사에 고장이 잦은 뚝딱이의 정신 수양록
정지음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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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음 작가의 《젊은 ADHD의 슬픔》 참 재미있게 읽었었다. 자신의 슬픈 과거를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표현하는 문체가 참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저자는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려는 억지를 버리고 나니, 실패가 모두 다른 빛을 가진 형형색색의 경험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실패라는 단어 속에 가려서 보이지 않던 여러 가지의 경험치들을 떠올려 보니 내 눈에도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경험 구슬들이 보이는 것만 같다.

자신의 치부를 꾸밈없이 드러내는 정지음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저자가 첫 요가 수련 때 자신만큼이나 힘든 옆 사람에게서 위안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요가는 타인과 실력을 견주는 스포츠가 아니다.

오히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비워내는 정화 활동에 가깝다.

옆 사람과 상관없이 내 몸에만 집중하기.

나는 이 책이 꼭 마음의 요가원 같다고 느꼈다. 타인과 비교를 멈추고 자신의 하루에 집중하다 보면 삶에도 잔근육들이 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당신만 못하는 게 아니니, 내일도 꼭 다시 만나요.”

초보 수련원에게 선생님이 해 줬다는 격려를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어졌다.

“나만 힘들고, 나만 못하는 게 아니니, 내일도 잘 살아보자.” 

명상에 관한 에피소드에서 많이 웃었다. 

이 내용과 흡사한 경험을 나도 얼마 전에 했다. 나는 살면서 생각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딸이 생각을 안 하는 게 왜 어렵냐고 이해를 못 하겠다고 했다. ‘생각을 하지 않고 있을 수 있다고?’ 그때 받은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하튼 나는 작가도 못 되었기에, 이런저런 생각으로 꽉 찬 머리가 그야말로 쓸모없다 여겨진다. 그래도 굳이 저자와 공통점을 찾자면 머리가 너무 무거워 생각의 이동 속도가 늦다는 것뿐이다.

나의 지질함을 타인을 통해 마주한다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약간 슬프고, 서글픈 마음이 인다. 그럼에도 이 책은 얼마쯤 웃으면서 읽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나는 정지음 작가의 ‘내려놓음’이 마음에 든다. 덕분에 조금 지질한 내 모습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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