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 찬란 실패담 - 만사에 고장이 잦은 뚝딱이의 정신 수양록
정지음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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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음 작가의 《젊은 ADHD의 슬픔》 참 재미있게 읽었었다. 자신의 슬픈 과거를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표현하는 문체가 참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저자는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려는 억지를 버리고 나니, 실패가 모두 다른 빛을 가진 형형색색의 경험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실패라는 단어 속에 가려서 보이지 않던 여러 가지의 경험치들을 떠올려 보니 내 눈에도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경험 구슬들이 보이는 것만 같다.

자신의 치부를 꾸밈없이 드러내는 정지음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저자가 첫 요가 수련 때 자신만큼이나 힘든 옆 사람에게서 위안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요가는 타인과 실력을 견주는 스포츠가 아니다.

오히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비워내는 정화 활동에 가깝다.

옆 사람과 상관없이 내 몸에만 집중하기.

나는 이 책이 꼭 마음의 요가원 같다고 느꼈다. 타인과 비교를 멈추고 자신의 하루에 집중하다 보면 삶에도 잔근육들이 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당신만 못하는 게 아니니, 내일도 꼭 다시 만나요.”

초보 수련원에게 선생님이 해 줬다는 격려를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어졌다.

“나만 힘들고, 나만 못하는 게 아니니, 내일도 잘 살아보자.” 

명상에 관한 에피소드에서 많이 웃었다. 

이 내용과 흡사한 경험을 나도 얼마 전에 했다. 나는 살면서 생각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딸이 생각을 안 하는 게 왜 어렵냐고 이해를 못 하겠다고 했다. ‘생각을 하지 않고 있을 수 있다고?’ 그때 받은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하튼 나는 작가도 못 되었기에, 이런저런 생각으로 꽉 찬 머리가 그야말로 쓸모없다 여겨진다. 그래도 굳이 저자와 공통점을 찾자면 머리가 너무 무거워 생각의 이동 속도가 늦다는 것뿐이다.

나의 지질함을 타인을 통해 마주한다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약간 슬프고, 서글픈 마음이 인다. 그럼에도 이 책은 얼마쯤 웃으면서 읽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나는 정지음 작가의 ‘내려놓음’이 마음에 든다. 덕분에 조금 지질한 내 모습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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