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좀 울고 시작할게요!
달다 지음 / 다크호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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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삶에서 이력서에 쓰지 못할 일에 몰입한 일이 가장 의미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결과와 상관없이 단지 재미 또는 절실한 마음으로 임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일들은 그 자체로 인생 이력이 된다.

저자에게는 그런 일이 독서와 명상이었다고 한다. 그가 몇 년을 반백수처럼 보내면서 그 일에 몰입했던 이유와 간절함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했다. 또한 그것이 남긴 궤적은 무엇일지 알고 싶었다.

몇 년의 세월은 저자에게 ‘통찰력’이라는 흔적을 남긴 것 같다.

사랑, 아픔, 상처, 관계 등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글과 그림에 잘 담아내고 있다.

그림 몇 컷과 짧은 글에 이 정도의 깊은 내용을 담으려면 어마어마한 내공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 같다.

글 곳곳에서 저자의 집요함을 엿볼 수 있었는데, 저자의 통찰력의 상당 부분은 이 집요함에도 지분이 있을 것 같다.

작정하고 끝없이 자문을 던진 결과물이라 그런지 묵직한 울림이 있는 책이었다.

책의 대부분의 내용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중에서도 <나의 리본이 되어 줘>라는 그림이 감동적이었다.

헤어짐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해서 덜 슬픈 것도 아니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도 없는 슬픔이다. 오롯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혼자만의 몫이다. 그럼에도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 것은 출구를 알려주는 길잡이 리본이라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시아버님께서 영면하셨다. 내 슬픔도 슬픔인데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슬픔은 감히 짐작이 안 된다. 그래도 주위의 따뜻한 위로를 받으며 힘을 내서 출구를 찾는 모습을 보면서 안도되었다. 나도 옆에서 남편의 리본이 되어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삽을 든 사람들>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삽질도 잘만 하면 ‘동지’라는 보물을 얻을 수 있구나 싶다. 

집요한 삽질이 서로를 향한 이해가 되고

이해가 사랑이 되는 과정을…

삽질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고, 격려와 위로를 해준다면 좀 더 살만해질 것 같다.

설레는 봄 좋은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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