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30년째 - 휴일 없이 26만 2800시간 동안 영업 중
니시나 요시노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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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나 쉬지 않고 일을 했다니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짠하다. 더군다나 쉬지 않는 게 당연해졌다는 말이 더 마음 아팠다. 아무튼 한 가지 일을 30년 이상 할 수 있으려면 그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저자 니시나 요시노는 편의점 일을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30년을 넘게 한자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며, 지금은 쉬지도 않고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편의점이 일본 사회의 축소판이라 말한다. 이 책은 저자가 편의점 점주로 30년을 살면서 실제로 겪은 일들을 기록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편의점이 참 많다. 2023년 기준 대한민국에 가장 많은 가게 3위가(참고로 1위는 카페, 2위는 치킨집) 편의점이었다. 그래서 편의점 점주는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편의점이라는 장소를 통해 관찰한 인간 군상과 사회의 변화는 어떤 것일지도 궁금했다.

2023년 기준 대한민국 내 편의점 매장 수는 55,800점 정도라고 한다. 2021년 기준 일본 내 편의점 매장 수는 57,544점이었다고 한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편의점이 이렇게나 많았나 새삼 놀라게 된다. 편의점이 많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지만 편의점을 운영하는 분들에게는 참 힘든 일인 것 같다. 인건비도 오르고, 아르바이트 직원 구하기도 힘들어서 어쩔 수 없어 휴일 없이 일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재활용은 은근 어렵다. 환경 문제를 다룬 이야기들을 보고 들으면 경각심이 생긴다. 재활용이라도 잘 해야지 다짐하지만 주의 사항이 많아서 제대로 하고 있나 의심하게 된다.

페트병의 뚜껑을 꼭 열어서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페트병 뚜껑을 열고 버리는 것만으로도 그렇게나 많은 수고로움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중에 은퇴하면 할 수 있는 일 후보에 편의점도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리스트에서 편의점을 제외했다. 편의점 운영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 이제 편의점 직원들을 보면 감사의 마음이 들 것 같다. 편리함 뒤에는 늘 누군가의 노고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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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일기
서윤후 지음 / 샘터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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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과 폰 유저이다. 올 초에 업데이트를 했더니 ‘일기’ 앱이 깔렸다. 주기를 묻는 질문에 야심 차게 매일로 체크하고 알람까지 설정했다. 정 쓸 게 없는 날에는 기분 한 단어라도 적어 보자는 각오였다. 며칠은 그럭저럭 몇 자 끄적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람을 무시하게 됐고, 그마저도 귀찮아서 알람 설정까지 지워 버렸다.

작가는 『쓰기 일기』가 누군가가 읽어줄 수도 있을 거라는 ‘독백의 반칙’ 같은 마음으로 적힌 글이라고 했다. ‘독백의 반칙’이라는 단어가 주는 여운이 길어서 몇 번이나 발음해 봤다.

나이를 먹을수록 혼잣말이 늘어간다. 나도 모르게 속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누구라도 들어주고,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의 소리.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라도 알아줬으면 하는 무의식이 보내는 ‘독백의 반칙’은 아닐까.

이 책은 구성이 참 특이하다.

이 일기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2023년 1월 1일을 시작으로 해서 2017년 12월 5일 자 일기로 끝이 난다.

그렇다고 일자별로 역순 정리된 것도 아니다. 월별로 최근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같은 계절(월)에 매년 어떤 생각들을 하고 지냈는지, 그 변화를 가늠해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성실함을 빌미로 내게

“쟤는 내버려둬도 잘 살 거야. 알아서 잘하잖아.” 같은 애매한 칭찬을 했던 사람도 있었다. 그 말들이 나를 혼자 내버려둘수록 나는 더욱더 성실해져 갈 수밖에 없었다.

이 문장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시렸다.

나는 어렸을 때 혼자 조용히 잘 놀았던 것 같다. 어른들을 귀찮게 하지 않으려 무던히 애를 썼다. 그래야 예쁨 받고, 칭찬도 듣겠지 싶었다. 역설적이게도 그럴수록 나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외톨이가 되어 가는 것만 같았다.

주책맞게 왜 이제서야 그때의 외로움이 불쑥 튀어 올라오는지 모르겠다.

시인의 일기라 그런지 내용도 내용이지만 마음을 파고드는 문장들이 많아서 좋았다. 쉽게 읽히는 것 같지만 문장들을 음미하다 보니 책장이 쉬이 넘어가질 않았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벚꽃 날리는 풍경 속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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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쉬운 독학 새벽하늘 부동산 경매 첫걸음
새벽하늘(김태훈)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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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자신감이 아니라면 소히 말하는 공무원이라는 ‘철밥통’을 포기하고 이 일에 뛰어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자신만만할 수 있었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저자 김태훈은 ‘경매천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경매를 가장 쉽고, 재미있고, 정확하게 강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유튜브(경매천재 새벽하늘 TV)와 블로그(새벽하늘의 경매이야기), 카페 등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부동산 경매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서, 나처럼 경매에 관심은 있으나 혼자 공부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리치고 대표 김기원은 경매로 인생을 바꿀 만한 엄청난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것도 모호하게 ‘앞으로’라는 말로 뭉뚱그리는 것이 아니라, 2024~2026년이라는 정확한 시기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런 시점에 이렇게 경매 기본서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나도 이번 기회에 제대로 공부해서 기회를 잡아보고 싶다.

저자는 경매 강의를 10년 넘게 했지만 강의 중 가장 어려운 파트가 기초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기초부터 막혀버리면 경매를 시작할 수 없기에, 정확한 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좀 더 재미있게 알려줄까 고민이 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그의 그런 긴 고민의 흔적들이 잘 녹아 있는 것 같다.

딱딱한 기본서가 아니라 이야기 형식이라 재미있기까지 하다.

첫 장부터 너무 재미있어서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경수가 채무에게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있을지 흥미진진했다. 어려운 법률 용어들도 이렇게 이야기로 읽으니 자연스럽게 알 게 되었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경매라는 일반적이지 않는 공부를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로 설명해 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모든 공부가 그렇듯이 아무리 어려운 공부라도 재미있으면 열심히 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보니 경매에 대해 더 많은 흥미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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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서 외로운 사람, 혼자서도 행복한 사람
아리카와 마유미 지음, 정문주 옮김 / 시크릿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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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니까 즐거운 일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VS 외로워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어느 쪽인지 한참을 고민했다.

저자는 혼자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처음에는 쓸쓸하겠지만, 곧 익숙해지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혼자 결정하고 행동하는 일이 많아지면 고독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가까운 사람에게서 외로움을 느끼는 것에 관한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는 자녀들과 대화를 하다가 자주 삐친다. 내 마음을 잘 몰라 주는 것만 같아서 속상할 때가 많다.

이러한 감정에 대해 저자는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는 생각은 응석이라고 일괄한다.

상대에게 기대할 필요도 없고 상대방의 기대에 부응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속상해할 이유가 전혀 없다.

책의 5장부터는 주제별로 혼자라서 외로운 사람과 혼자서도 행복한 사람을 비교해서 설명하고 있다.

내가 혼자라서 외로운 사람인지, 혼자서도 행복한 사람인지 아리송했는데 나에 대한 내용이 주로 혼자라서 외로운 사람 쪽에 해당하는 것을 보니 전자였던 것 같다.

이제부터 후자 즉, 혼사서도 행복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래서 외로움을 즐기는 자유롭고 우아한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사람은 고독해야 한 인간으로서 성숙하고 자신과 주변에 대한 사랑을 키울 수 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이제 이 책이 던진 화두에 이제는 ‘외로우니까 즐거운 일을 찾아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양이가 그려진 책 표지가 너무 귀엽다. 함께 살아도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무한한 즐거움을 주는 고양이를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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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 프리드리히 니체 아포리즘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욱 편역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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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니체의 사상이 세대와 시대, 그리고 인종과 국경을 넘나들며 때로는 오해되고, 때로는 재평가 받으며 생명력을 지속시킬 수 있었던 힘이 그의 특별한 문장력에서 비롯되었다 말한다.

얼마 전에 <위시>라는 디즈니 영화를 봤다. 그 영화 주인공의 할아버지 소원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다. 그런데 악당은 그 위험한 꿈이라고 그 꿈을 가둬 버린다.

니체를 생각하면 그 영화 할아버지의 꿈이 떠오른다. 니체는 그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한 것이지만 그 글들은 위험했다. 좋고 나쁘고를 차치하고 사람들을 선동하기 때문이다.

니체의 독특한 정신 편린은 일종의 퍼즐 같아서 어떻게 조합하고 어떤 생각을 대입하느냐에 따라 나치즘의 기원이 될 수도 있고, 집단주의에서 개인을 해방시킨 실존주의의 첫 번째 페이지가 될 수도 있었다는 설명을 들으니 그의 사상이 얼마나 위험(?) 했는지 느껴진다.

영화 <위시>에서 주민들이 악당을 물리치고, 꿈을 되찾을 수 있었던 힘은 노래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악당이 단지 노래 부르는 것이 다인 소박한 노인의 꿈을 왜 두려워했는지 알 것 같다.

이 책은 니체가 남긴 책들과 사후 발견된 편지, 일기, 메모, 미완성 유고 등에서 발췌해 읽기 쉽게 옮긴 잠언집이다. 예술, 종교, 정치, 문학,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방대한 편력과 난해한 문장구조 때문에 니체의 책은 한 권을 다 읽기도 어렵다. 그래서 니체를 좋아하고 궁금한 이에게 이런 친철한 안내서는 무척이나 반갑다.

여전히 니체에 빠져드는 사람이 많아다는 것은 어쩌면 그만큼이나 불행한 사람이 많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니체가 그러했던 것처럼 불행한 삶의 연속을 이겨내고자 방황하는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인생을 사랑하고 받아들이겠다는 선포일지도 모른다.

힘들 하루를 살아내고 지쳐 잠자리에 들었을 때 니체를 만나면 왠지 위안이 되었다. 그래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낸 나에게 응원할 용기가 생긴달까.

그날의 기분, 생각에 따라 달리 읽히는 니체는 너무 다채로움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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