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과 폰 유저이다. 올 초에 업데이트를 했더니 ‘일기’ 앱이 깔렸다. 주기를 묻는 질문에 야심 차게 매일로 체크하고 알람까지 설정했다. 정 쓸 게 없는 날에는 기분 한 단어라도 적어 보자는 각오였다. 며칠은 그럭저럭 몇 자 끄적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람을 무시하게 됐고, 그마저도 귀찮아서 알람 설정까지 지워 버렸다.
작가는 『쓰기 일기』가 누군가가 읽어줄 수도 있을 거라는 ‘독백의 반칙’ 같은 마음으로 적힌 글이라고 했다. ‘독백의 반칙’이라는 단어가 주는 여운이 길어서 몇 번이나 발음해 봤다.
나이를 먹을수록 혼잣말이 늘어간다. 나도 모르게 속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누구라도 들어주고,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의 소리.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라도 알아줬으면 하는 무의식이 보내는 ‘독백의 반칙’은 아닐까.
이 책은 구성이 참 특이하다.
이 일기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2023년 1월 1일을 시작으로 해서 2017년 12월 5일 자 일기로 끝이 난다.
그렇다고 일자별로 역순 정리된 것도 아니다. 월별로 최근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같은 계절(월)에 매년 어떤 생각들을 하고 지냈는지, 그 변화를 가늠해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