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일기
서윤후 지음 / 샘터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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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과 폰 유저이다. 올 초에 업데이트를 했더니 ‘일기’ 앱이 깔렸다. 주기를 묻는 질문에 야심 차게 매일로 체크하고 알람까지 설정했다. 정 쓸 게 없는 날에는 기분 한 단어라도 적어 보자는 각오였다. 며칠은 그럭저럭 몇 자 끄적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람을 무시하게 됐고, 그마저도 귀찮아서 알람 설정까지 지워 버렸다.

작가는 『쓰기 일기』가 누군가가 읽어줄 수도 있을 거라는 ‘독백의 반칙’ 같은 마음으로 적힌 글이라고 했다. ‘독백의 반칙’이라는 단어가 주는 여운이 길어서 몇 번이나 발음해 봤다.

나이를 먹을수록 혼잣말이 늘어간다. 나도 모르게 속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누구라도 들어주고,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의 소리.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라도 알아줬으면 하는 무의식이 보내는 ‘독백의 반칙’은 아닐까.

이 책은 구성이 참 특이하다.

이 일기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2023년 1월 1일을 시작으로 해서 2017년 12월 5일 자 일기로 끝이 난다.

그렇다고 일자별로 역순 정리된 것도 아니다. 월별로 최근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같은 계절(월)에 매년 어떤 생각들을 하고 지냈는지, 그 변화를 가늠해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성실함을 빌미로 내게

“쟤는 내버려둬도 잘 살 거야. 알아서 잘하잖아.” 같은 애매한 칭찬을 했던 사람도 있었다. 그 말들이 나를 혼자 내버려둘수록 나는 더욱더 성실해져 갈 수밖에 없었다.

이 문장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시렸다.

나는 어렸을 때 혼자 조용히 잘 놀았던 것 같다. 어른들을 귀찮게 하지 않으려 무던히 애를 썼다. 그래야 예쁨 받고, 칭찬도 듣겠지 싶었다. 역설적이게도 그럴수록 나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외톨이가 되어 가는 것만 같았다.

주책맞게 왜 이제서야 그때의 외로움이 불쑥 튀어 올라오는지 모르겠다.

시인의 일기라 그런지 내용도 내용이지만 마음을 파고드는 문장들이 많아서 좋았다. 쉽게 읽히는 것 같지만 문장들을 음미하다 보니 책장이 쉬이 넘어가질 않았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벚꽃 날리는 풍경 속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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