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인문 파트는 인문/사회/자연과학에 예술까지 아우르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인문-사회 파트로 무게가 쏠리곤 합니다. 일종의 소수의견 개진이지만 그동안 등한시 되었던 영역의 책들을 집중적으로 선정했습니다.
데이빗 버스 - 진화심리학
드디어 번역되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가!
진화심리학은 다들 알고는 있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분과다. 흥미롭고 분명 의미있는 학문이지만 분명 바르지 못하게 소비되고 있다. 몇몇 칼럼리스트의 탈을 쓴 '매문가' 들이 주워들은 단편적 지식을 입맛대로 편집하여 '대중교양' 입네 하고 선전하면 이걸 받아든 말지어내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남자는 원래 이렇고 여자는 원래 저렇다' 는 식의 싸구려 연애상담 용으로 악용하는 게 전부다. 이미 과학의 체계를 모방한 모종의 사이비과학처럼 소비되고 있다.
("털없는 원숭이"로 유명한 데즈먼드 모리스나 정자전쟁이 그 대표적인 경우 되겠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일단 진화심리학 자체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신생학문이기도 하거니와 특히나 국내엔 제대로된 개론서나 학습서가 출간되지 않은 이유가 크다. 털없는원숭이 같은 가쉽수준의 교양서가 뭔가 대단한 지적발견인양 떠받들여지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그럼 뭘 읽어야 하는데요?; 라고 반문하면 답해줄 말이 없는 것이다. '이게 좋은데 아직 번역이 안됐구요..영어가 되시면 000의 책을 한 번 보시면' 하는 말로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다.
그런데, 드디어 데이빗 버스의 "진화심리학" 이 완역된 것이다.
제목부터 짧고 힘이 넘치는 진화심리학. 이 책은 사실 학부교과서로 쓰이는 전공서적이지만 그 안에 예시된 흥미로운 사례며 단단한 학문적 체계에 대한 소개까지 '대중교양' 이나 '입문서' 로 손색이 없다. 진화심리학이라고 포탈사이트 검색 엔진에 검색해서 나온 몇가지 일화적인 우화나 편집된 사례들을 수집하던 이들이 이제 손을 멈추고 이 책을 봤으면한다.
스펜서 웰스 - 판도라의 씨앗
대다수의 사람들은 원시시대하면 헐벗고 굶주린 모습을 떠올린다. 여기에는 '신석기 혁명' 을 주장한 고든차일드(Gordon Childe)의 공이 크다. 학창시절의 기억을 더듬어보자. 국사시간 제일 첫장에 등장하는 이 신석기 혁명이론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지금으로부터 1만년전 즈음 인류는 농경을 시작했다. 이로인해 정착생활이 시작되었고 잉여생산물이 발생했다. 삶은 풍족해졌고 이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계급의 분화가 발생했다. 특히 농경을 통한 생산력의 폭발적 증가를 신석기 혁명이라 부른다. 근대 고고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고든차일드의 '신석기 혁명(농업혁명)' 이론은 20세기 초에 첫등장한 이래 줄곧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정론이었다. 집도절도 없이 유리걸식 하던 원시인들이 농경을 통해 비로소 삼시세끼를 챙겨먹을 수 있게 됐다는 가설은 몹시 그럴듯 했다. 하지만 후대의 고고학적 탐사발굴이 이어지면서 거장의 이론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굶주린 구석기와 배부른 신석기라는 구도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났다.
빈포드의 신고고학이 정착한이래로 이미 학계와 전공자들 사이에선 '굶주린 구석기 VS 배부른 신석기' 구도가 깨진지 오래다. 총균쇠로 유명한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농경의 시작을 '인류사상 최악의 실수' 라고 규정한게 벌써 20년전 이야기다.
그러나 여전히 국사 교과서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신석기 혁명론의 잔영을 걷어낼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농경은 판도라의 상자였다. 왜인가 궁금해진다면 바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판도라의 씨앗을 읽고 왜 농경이 판도라의 상자임을 알게 되었다면 시선은 자연히 구석기 다이어트로 옮겨간다. 이미 팔레오 다이어트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10여년간 널리 퍼진 구석기 다이어트가 이제야 국내에 번역되었다. 두 책이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연이어 나왔으니 이것이야말로 우연을 가장한 필연 아니겠는가.
그저그런 살빼기용 저탄수 다이어트가 아니다. 고고학과 고병리학 문화인류학에서 농경이전의 환경 복원을 통해 '종' 으로서의 인간 본연의 식성을 찾아 떠나는 모험, 펠레오 다이어트.
약 2년전 SBS를 통해 방영되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다큐 '옥수수의 습격'. 단순히 식물성은 좋고 동물성은 나쁘다는 20세기식 이분법에서 벗어나 지방산 불균형을 지적한 의미가 깊은 영상이었다. 이후 책으로도 출간되어 국내의 오메가3 열풍에 일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엔 밀가루다. 선정적인 제목이 그저 평범한 다이어트 서적처럼 보이겠지만 - 아마도 판매량과 홍보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출판사의 고민이 엿보인다 - 이 책은 옥수수의 습격과 같은 기업적 단일작물 경작이 인류, 더 나아가 지구 환경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경고하고 있다. 밀가루의 습격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특히 쌀로 대표되는 정제탄수화물, 단순당질에 필요이상으로 식단을 의존중인 한국인들은 한 번쯤 읽어보고 자신의 생활과 건강을 재평가해보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강남좌파' 와 정확히 역행하는 '달동네 우파' 들의 의식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있는 사회적 탐구. 물론 미국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한국의 달동네 우파 문제를 분석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 '레드 컴플렉스' 가 빠져 있지만 유의미한 틀이다.
우리는 대선을 앞두고 있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기호 1번에 열광하는지 진단해볼 시점이다.